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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정보

[지역] 이라크 전쟁과 국제유가의 향방

아프리카ㆍ 중동 기타 국내연구자료 학술논문 이지평 LG경제연구원 발간일 : 2003-03-05 등록일 : 2018-10-05 원문링크

이라크 전쟁 우려와 베네주엘라의 파업후유증으로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베네주엘라의 석유생산 회복 속도가 더디고 이라크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할 경우 국제유가와 세계경기는 큰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라크 전쟁 시나리오와 국제유가의 향방에 대해 짚어본다.

국제유가가 크게 오르면서 우리경제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작년 12월 이후 WTI(서부 텍사스산 중질유) 가격이 배럴당 30달러를 넘는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은 주요 산유국인 베네주엘라의 파업 사태 여파와 미국의 이라크 공격 우려가 겹쳤기 때문이다. 배럴당 30달러를 넘는 유가 상승세는 불안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세계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앞으로 미국의 대이라크 전쟁 양상에 따라서 세계경기가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주엘라와 이라크전쟁의 2중 충격 

이라크 전쟁의 파장에 대한 우려는 국제원유시장의 수급 불안 때문에 확대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국제원유시장의 수요와 공급 추이를 보면 <그림 2>에 나타난 바와 같이 세계경제의 완만한 회복과 함께 작년 3/4분기 이후 공급부족 상태에 있고 작년 말 이후 공급부족 경향이 심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OPEC(석유수출국기구)는 지난 1월 12일의 임시총회에서 생산 쿼터를 하루 150만 배럴 인상해 총 2,450만 배럴로 했다. 

그러나 이 증산 결정은 각 회원국들이 공식 쿼터를 어기고 생산해 왔던 부분을 인정하는 수준에 그쳤기 때문에 베네주엘라의 생산 차질 분을 충분히 보충하지 못했다. 하루 282만 배럴의 생산쿼터를 받고 있고 파업 이전에는 하루 300만 배럴 정도 생산해 온 베네주엘라의 지난 1월 생산량은 62만 배럴에 그쳤다. 

베네주엘라의 파업 사태는 진정되고 있으나 노후화된 유전의 경우 생산량을 쉽게 회복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월에도 베네주엘라의 원유생산량은 하루 100만 배럴 수준으로 회복된 데 그쳤으며, 정상을 회복할 때까지는 앞으로도 수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만약 1/4분기 중에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이 발발하고 이라크의 원유생산량인 하루 247만 배럴(지난 1월 생산량 기준)이 없어질 경우 <그림 2>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단기적으로는 극심한 공급부족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베네주엘라의 석유생산이 감소하면서 미국의 대이라크 석유수입은 12월 이후 두 배 이상 늘어난 110만 배럴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미국 석유시장에도 큰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만약 다른 OPEC 회원국들이 증산을 하지 않을 경우 일시적으로 하루 300만 배럴을 넘는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OPEC 회원국들의 증산 여력은 하루 219만 배럴 정도인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각 회원국들이 전쟁이 시작하자마자 시설 한계선까지 증산을 하더라도 공급 부족분을 메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그림 2>의 공급2 참조). 

그리고 OPEC회원국들의 증산에는 수 주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공급부족현상을 완화시키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전쟁 과정에서 이라크 유전의 피해가 심할 경우 금년 중에 공급부족 현상을 해소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베네주엘라가 지난 1~2월의 생산재개 속도를 유지하는 한편 이라크 전쟁도 3개월 이내에 마무리 되고 이라크의 원유생산도 단계적으로 회복될 것을 가정해도 다른 OPEC회원국들이 생산 한계선까지 증산해야 원유수급은 <그림 2>에 나와 있는 바와 같이 금년 4/4분기에 균형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라크 전쟁이 베네주엘라의 파업 후유증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시점에서 일어나게 되면 국제원유 시장은 공급부족 현상으로 인해 극심한 충격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전략비축 물량 방출이 관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은 거의 원유 비축기지를 운영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며, 20~30일 정도의 유통재고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국가들이 국제시장에서 원유 사재기에 나서게 되면 국제유가가 일시적으로 폭등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 1979년 제2차 유가파동 시에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를 넘은 바 있으며, 이를 현재의 달러화 가격으로 환산하면 배럴당 80달러 정도가 된다. 미국의 대이라크 공격을 계기로 이러한 제3차 유가파동이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전략 비축 석유의 방출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전쟁 발발과 함께 G7을 중심으로 선진 각국이 비축한 원유를 방출하지 않으면 공급부족에다 과수요까지 겹칠 것으로 보이는 국제원유시장을 안정시킬 수가 없기 때문이다. 

<표 2>에 나와 있는 바와 같이 선진각국 정부의 원유비축량은 9억 6,100만 배럴에 달하고 있다. <그림 2>의 수급예상을 가정할 경우 연말까지의 공급부족분은 최대 7억 8,900만 배럴 정도로 예상되기 때문에 선진국정부가 상당히 적극적으로 정부 비축 물량을 방출할 경우 공급부족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과거의 유가 상승기에 각국 정부가 협조적으로 비축물량을 방출하면서 과수요를 억제하는 데에 크게 성공하지 못했던 점을 고려하면 국제시장에서 원유 쟁탈전이 발생할 우려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석유재고 수준이 급격히 하락한 미국이 전쟁 수행상의 불확실성을 고려해서 비축석유의 방출에 소극적으로 대처해 선진국들의 협조가 잘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대이라크전의 불확실성 

물론 이러한 수급전망은 미국이 3월 중에 이라크를 공격하고 3개월 이내에 전쟁이 끝날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은 △3개월을 넘는 예상외의 장기전이 될 수 있고 △수 주 동안에 끝나는 초단기전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아주 가능성은 낮지만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외교적 압력 등으로 인해 포기될 가능성도 있다. 

전쟁기간과 함께 전쟁의 양상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도 문제이다. 단기전이라도 이라크 석유시설의 피해가 심할 경우 국제원유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커질 것이며, 게다가 이라크의 보복이 주변지역으로 확대되면 국제원유시장의 혼란이 심해질 것이다.

미국의 국제전략연구소(CSIS)는 △석유시설이 손상되지 않고 4~6주 동안에 미국이 승리할 가능성을 40~60% △전쟁기간 3개월로 석유시설의 일부가 파괴될 가능성을 30~40% △전쟁기간이 3~6개월이 지속되고 석유시설이 손상되고 중동 지역이 혼란을 보이면서 미국에 대한 테러공격이 발생할 확률을 5~10%로 추정한 바 있다. 
지난 1991년 걸프전의 후유증과 그동안의 경제제재로 약해진 이라크군에 비해서 미군은 90년대 후반의 IT혁명의 성과에 힘입어 막강해졌다. 따라서 미군이 단독으로 공격하더라도 이라크군을 쉽게 물리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전쟁의 목표가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제거에 있기 때문에 지하 벙커를 만들면서 숨어 다니는 후세인 대통령을 찾는 데에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사실 미군은 아프가니스탄 공격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오사마 빈 라덴이나 오마르를 잡는데 실패했다. 

또한 이라크의 정예부대인 공화국수비대가 이미 각 거점으로 분산 배치되었으며, 각 지역에서 게릴라 전을 전개하여 미군에 저항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게릴라 전에서 생·화학학무기가 이용될 수도 있다.

미국은 이라크 공격 즉시 유전지대를 점령할 작전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전쟁이 임박하면서 이라크도 비상시의 유전파괴 작전을 마련해 놓고 있을 수도 있다. 지난 1991년의 걸프전 당시 이라크는 쿠웨이트에서 철수하면서 쿠웨이트 유전을 파괴하고 인근해역을 기름으로 오염시킨 전과를 가지고 있다. 

물론 평상시에도 미국과 영국군이 이라크의 방공시설 등을 공격해 왔으며, 미국이 완전히 제공권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경우 이라크가 주변지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생화학무기 등을 탑재한 미사일로 이스라엘을 공격할 가능성은 있으나 사우디나 쿠웨이트의 유전지대를 파괴할 정도의 능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의 외교적 설득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이라크 공격을 단념하거나 크게 늦출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베네주엘라의 원유생산이 회복될 때까지 전쟁을 늦추면서 이라크에 대한 무기 사찰을 연장하는 것이 국제원유시장의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나 미국의 이라크 공격 의지가 강한 데다 여름까지 전쟁 시기가 늦춰지면 기후 여건상 전쟁수행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 불안 지속 전망 

국제원유시장의 수급 상황, 미국의 이라크 공격 의지 등을 고려할 경우 국제유가는 일시적으로 급등한 후 금년 중에는 쉽게 안정을 되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라크전에 맞추어 선진각국이 전략적으로 비축 석유를 일시에 방출하여 국제유가 급등을 막는 정책협조에 성공할 경우 유가의 단기적인 상승폭은 억제될 것이다. 그러나 전반적인 유가의 추이는 전쟁의 전개 시나리오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다. 

미국의 대이라크 공격이 3월 중에 개시되고 <표 3>과 같이 전쟁기간이 2~3개월 정도 지속되며 이라크 석유수출이 4개월 정도 중단되면서 석유시설도 부분적으로 손상되는 시나리오1이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국제유가는 WTI 기준으로 일시적으로 40달러를 넘어서 금년 평균유가도 30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을 비롯한 선진각국의 정부 석유비축 물량이 시장에 방출돼 석유파동과 같은 유가의 급등은 막을 것으로 보인다. 

2~3개월의 단기전이라도 이라크 유전지대의 손상이 심해지는 시나리오2의 경우에는 국제유가가 일시적으로 50달러에 육박하여 연평균 유가도 35~40달러 선으로 급등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3개월 이상의 장기전으로 빠지고 주변지역으로 분쟁이 확산되는 시나리오3의 경우 선진국 정부의 석유 비축 물량이 점차 고갈되는 데다 유전지대의 손상이 심해져 국제유가는 일시적으로 배럴당 80달러까지 급등하는 유가파동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1개월 정도의 초단기전으로 전쟁이 끝날 시나리오4의 가능성도 있으나 이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지난 번 걸프전 때처럼 미국의 공격 개시 후 국제유가가 급락할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베네주엘라 파업 사태의 후유증이 있고 일시적으로나마 이라크의 수출이 멈추기 때문에 유가의 하락세는 배럴 당 25~30 달러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후세인 대통령이 망명을 결정하는 등 극적인 양보로 인해 이라크 전이 회피되는 시나리오5의 가능성은 낮지만 이 경우 국제유가는 크게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외에도 미국이 이라크에 대한 UN무기사찰을 연장하면서 공격을 유보하는 시나리오6의 경우 미국의 공격 가능성이 완전히 불식되지 않기 때문에 유가는 배럴당 30달러를 넘는 현재의 강세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기의 위축 가능성도 

배럴당 30달러를 넘는 유가 상승세로 인해 이미 세계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미국경기는 전반적으로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금리인하에 힘입은 소비지출에 뒷받침되고 있으나 최근의 유가 상승세와 함께 소비자심리가 악화되고 있다. <그림 3>에 나타난 바와 같이 미국의 소비심리는 유가에 민감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앞으로 유가가 급격히 떨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미국경기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라크 전쟁 우려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기업들이 투자를 보류하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그리고 이러한 불확실성이 미국의 이라크 공격 이후에 어느 정도 해소되면 올해 하반기부터는 기업투자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유가의 지속적인 강세로 인한 기업의 생산 코스트 상승 요인이 현실화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제조업에 대한 가격하락 압력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코스트의 상승분은 기업수익 악화로 연결되기 쉽기 때문에 이라크 전쟁 이후에 기업 설비투자가 쉽게 회복될 것으로 낙관하기 어렵다. 

사실, 미국 이외의 독일이나 일본 등 기타 선진국의 경기도 악화되고 있다. 독일의 주요 연구기관들이 최근 독일경기가 다시 후퇴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을 발표했으며, 작년에 마이너스 성장을 겨우 면한 일본경제도 최근 각종 경기지표가 악화되고 있다. 일본의 다이와 연구소는 이라크 전쟁이 2개월만 지속되어도 2003년 일본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에 그치고 3개월 이상 계속되면 2004년 성장률도 마이너스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이나 아시아 경제는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으나 지속적인 유가 상승세가 경기와 국제수지에 부담을 주고 있다. 고도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중국의 석유수입은 막대한 규모로 팽창하고 있으나 석유비축량도 거의 없는 등 석유문제가 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종합적으로 보면 이라크 전쟁은 단기전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으나 2~3개월 정도의 단기전이라도 세계경제는 어느 정도 부정적인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만약 OPEC 회원국들의 증산협조가 부진하거나 선진국들의 비축석유 방출이 잘 이루어지지 않거나 이라크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에는 세계경기가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테러와의 전쟁 장기화와 미국경제의 신뢰성 문제 

2001년의 9.11 테러 이후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의 초점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로 옮겨 왔으며, 테러와의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다. 만약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할 경우 미군이 전쟁 후 상당 기간 이라크에 주둔하면서 중동지역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동의 테러리스트와의 긴장을 한층 높일 것이다. 게다가 미국은 이라크가 통제해 왔던 각종 무기가 이라크전을 계기로 중동 각 지역으로 유출될 위험까지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은 9.11 직후의 국제연대 중시의 자세와 달리 최근에는 독자적인 입장을 강화하고 있으며, 그만큼 미국의 부담을 고조시킬 것으로 보인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압도적인 승리로 미국은 단독으로 전쟁을 수행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의 독자주의와 대테러 전쟁 장기화는 미국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앞으로 지속적으로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전쟁이 마무리 되어도 테러와의 지속적인 전쟁 부담으로 인해 지난 1991년의 걸프전 종식 때와 달리 소비자심리가 급격히 회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리고 미국의 전쟁 비용 부담이 높아지면서 재정적자의 확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1.4%(IMF기준)에 불과한 미국이 세계를 단독으로 관리할 경제적 힘은 없기 때문에 군사력만을 믿고 독자주의를 계속 강행할 경우 미국경제의 기초적 조건은 약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의 대이라크전이 단기전으로 끝날 경우 약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달러화가 일시적으로 강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있으나 미국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달러화에 대한 잠재적인 불신은 오히려 고조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불확실성의 만성화에 대비해야 

이라크전의 시나리오와 유가의 향방에는 불확실성이 많으나 이라크 사태이후의 세계경제 환경도 안정을 찾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우리 기업으로서는 유가, 세계경기, 환율 이외에도 각종 원자재 가격, 국제금리의 향방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유가 상승세와 함께 금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급등세가 일시적으로 동(銅) 등의 다른 전략물자나 농산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연료 및 전기료의 상승이 이들 제품의 생산코스트를 실질적으로 인상시키는 한편 투기수요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국제유가의 급등은 통상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여 국제금리의 급등을 초래했다. 그러나 최근의 유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선진국 금리는 사상최저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 만큼 잠재적인 디플레이션 압력이 크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의 유가 강세는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기보다는 세계경기를 위축시킬 효과가 보다 클 것으로 보여 국제금리의 급등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이나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미국 장기금리는 정책금리의 인하에도 불구하고 재정적자의 확대와 외국인 대미투자의 위축으로 인해 하락세가 멈추고 있다. 앞으로 미국경제의 불확실성 고조와 함께 미국 채권시장이 폭락해 미국 금리가 급등할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경우 미달러화, 채권, 주식이 동시에 급락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것이다.

그리고 이라크전과 함께 각국의 소비심리가 악화되고 한계 기업의 부도가 이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특히 여행 수요 급감으로 지난 번 9.11 테러 직후와 같이 각국 항공사가 잇따라 부도를 낼 가능성이 있다. 

이상과 같은 세계경제의 불안 요인들은 소비를 비롯한 내수가 위축되고 있는 국내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으로 보이며, 우리 기업으로서는 당분간 각종 리스크에 예민하게 대응하는 신중한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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