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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정보

[경제] 국제유가 상승 중국경제 발목 잡나

아프리카ㆍ 중동 기타 국내연구자료 학술논문 강승호 LG경제연구원 발간일 : 2018-10-05 등록일 : 2018-10-05 원문링크

이라크전에 따른 유가불안에도 불구하고 올해 중국경제는 7% 이상의 고성장을 유지할 전망이다.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석유소비 급증에 대비해 동북아 역내 자원개발이 활발하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전쟁과 국제유가 불안으로 세계경제 회복세가 둔화될 전망이다.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의 성장률 전망이 하향 수정되고 있으며, 세계경기가 본격적인 침체기를 맞이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대두되고 있다. 올해 중 선진권의 경기 회복이 기대하기 어려워진 가운데, 개도권 최대 경제대국인 중국경제가 과연 고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세계경제성장률에 대한 중국의 기여율은 2002년에 34.4%에 달하고 미국의 17.5%의 두배 정도 이기 때문에 중국경제의 향방을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는 중국의 원유 수입의존도가 높고 재고량이 부족해 이라크전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원유 공급 차질이 빚어질 경우 중국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가 점점 확대되고 있는 우리 경제의 입장에서는 중국의 고성장 지속 여부는 더욱 큰 관심사가 된다. 지난 해 우리 나라의 대중 수출은 무려 30.6% 증가(홍콩을 포함할 경우 22.6% 증가)했으며, 수출총액 중 대중 수출의 비중은 14.6%(홍콩을 포함할 경우 20.9%)에 이르렀다. 그만큼 우리 나라 경기에 중국이 미치는 영향이 커진 것이다. 또 우리뿐 아니라 아시아 국가들 대부분이 대중국 흑자를 보이고 있는 등 아시아 역내분업에서 중국시장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우리 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및 세계경기가 이라크 전쟁 이후 얼마나 크게 위축될 것인지는 상당 부분 중국경제의 향방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중국 석유수입 증가 추세

이라크 전쟁 이후 중국경제의 향방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우선 중국의 석유사정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2001년 현재 중국의 석유 생산량은 전세계 생산량의 2.3%를 점하며, 중국은 세계 7위 산유국이다. 그러나 급속한 공업화에 따라 중국은 1993년 이래 석유제품의 순수입국이 되었고, 1996년부터는 원유의 순수입국이 되었다. 중국의 석유 생산량은 90년대 말 이후 1억 6천만톤 수준에서 정체하고 있다. 타림분지 등 서북지방 유전과 해저유전에서는 생산이 늘어나고 있지만 따칭유전, 성리유전 등 기존 대형유전이 쇠퇴기에 들어가 생산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석유소비량은 1990년 1억 1천만톤에서 1995년에는 1억 5천만톤까지 늘어나고, 이후 매년 1천만톤 가까이 증가해 2000년 이후 2억 3천만톤을 넘어섰다(<그림 1> 참조). 이에 따라 1995년까지는 1천만톤 이하였던 원유수입이 1999년에는 5천만톤이 되었고, 2000년 이후에는 매년 7천만톤 가까운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2001년의 경우 중국의 원유 순수입량은 5,271만톤, 석유제품 순수입량은 1,223만톤으로, 총 6,500만톤 정도의 석유를 수입에 의존했으며, 2002년에는 순수입량이 이보다 더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원유 수입의 중동 의존도는 56% 선에 이른다. 


수입석유에 대한 의존도 낮아

중국의 석유수입 물량은 상당히 많은 편이지만 중국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중국의 에너지 총소비량 중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1/4 정도에 불과한 데다, 석유소비 중 수입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1/3 정도이므로, 결국 중국의 에너지 소비 중 수입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1/12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필요한 에너지를 대체로 석유에서 얻고 석유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 나라와 비교해 보면 국제유가 상승이나 석유공급 불안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더 작을 것이 분명하다. 

우리 나라의 경우 연간 8억 배럴을 수입하므로 유가 1달러 인상시 연간 석유수입 증가액은 8억 달러로 GDP의 0.16%가 된다. 만약 상황이 크게 악화되어 국제유가가 연평균 10 달러 인상될 경우 GDP의 1.6%를 추가로 지출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에 비해 중국의 경우 순수입량은 약 5억 배럴 정도로 국제유가 1 달러 인상시 석유수입 증가액은 5억달러로 중국 GDP의 0.04%에 지나지 않으며, 설사 10 달러가 인상된다 해도 GDP의 약 0.4%만 추가로 지출하면 된다는 것이다. 요컨대 유가상승의 상대적 부담은 우리 나라의 1/4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중국이 소비하는 석유의 2/3는 국내생산 석유이고 석유회사는 모두 국유기업이며 국내 유가를 정부가 정책적으로 결정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 때문에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더라도 국내 유가는 부분적으로만 오를 뿐 아니라 정부가 정책적으로 인상을 억제하여 유가 상승이 경제에 미치는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라크전 영향 크지 않아

이라크 전쟁이 중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이라크 전쟁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몇 개의 시나리오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금번 이라크전이 4~6주내에 끝나는 초단기전이 될 경우 국제유가는 2/4분기 이후 배럴당 20~25 달러 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예측되며 이 경우 중국경제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각 경제주체들의 심리 위축으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세계경기가 다소 둔화되는 데 따른 간접적 영향을 받을 수는 있다. 이 경우 중국의 성장률은 지난 해 8%보다는 다소 떨어지지만 당초 예상한 7%대를 유지하고 한국과 아시아 (수출)경기에 큰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둘째, 이라크전이 6주에서 2개월 정도의 단기전으로 끝날 경우 국제유가는 2/4분기 이후 배럴당 25~30 달러 수준에서 움직이고 연평균 유가는 작년 평균에서 약 2~3 달러 상승하는 데 그칠 것이다. 이 경우에도 중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 7%대의 성장세를 무난히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셋째, 이라크 전쟁이 3개월 이상 장기화되는 경우, 국제유가는 35달러 수준으로 지난 해에 비해 10달러 정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가 주변지역의 유전을 파괴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만일 이 경우라면 중국도 상당한 영향을 받겠지만 6%대의 성장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가능성이 낮지만 전쟁이 기타 중동 지역으로 확산돼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원유공급이 차질을 빚을 경우 비축물량이 적은 중국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하루 140만 배럴에 이르는 중국의 원유수입량 중 절반이상이 중동에서 조달되고 있어 운송료, 보험료 등이 상승할 뿐 아니라 일시적으로 원유 수입이 차질을 빚어 중국 내에서 석유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원유 재고량이 부족한 것은 체계적인 비축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1990년대 말부터 비로소 정부 차원의 비축체제 정비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해 10차 5개년 계획(2001~2005)에 이를 일부 반영했고 최근 이라크전을 계기로 국가 차원의 전략적 석유비축 계획의 집행을 가속화하고 있다. 국가계획위원회가 제출한 국가석유전략비축계획에 의하면, 현재는 국가부문 10%, 기업부문 90% 비율로 30일분 정도의 재고를 가지고 있으나, 1단계로 2005년 이전 30일분의 국가 석유비축시스템(600만톤)을 완성하고, 장기적으로는 90일분(1,500`~1,800만톤)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의 석유 비축물량은 크게 부족한 편이지만, 이라크 주변지역으로의 확전과 중동전역의 원유수출 중단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에 중국이 석유공급 부족으로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매우 낮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이라크 전쟁이 중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중국은 대체로 7%대의 고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산업별로 미치는 영향은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석유나 석유제품을 원자재로 사용하는 기업에게는 비용상승과 이윤하락압력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장기적인 석유문제의 심각성

아직까지는 문제가 심각하지 않으나 장기적으로 중국의 석유수입의존도가 계속 높아지게 되면 석유문제가 중국경제의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속적인 공업화와 함께 자동차 보급률이 높아지기 시작하면 중국의 석유 수입량은 급증할 것이다. 중국의 소비수준이 급속히 증가해 왔지만 현재 자동차 보급 수준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표 2> 참조). 앞으로 10~20년 사이에 경제성장과 함께 자동차 보급률이 급상승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에 따라 석유소비 수요 역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중·일 동북아 3국의 석유 소비수요 전망(2000-2020)을 보면, 일본의 수요는 거의 현상을 유지하며 한국은 약간 증가하는 데 대해, 중국의 석유수요는 대폭 증가하여 2005년경에는 일본의 소비량을 능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그림 2> 참조).

중국에서는 원유생산의 1/3을 점하는 따칭(大慶)유전의 매장량이 고갈되어 가고 있고, 설비가 노후화하여 신규 유전 개발노력이 지속되더라도 국내 생산은 정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2020년에는 매년 3억톤의 원유를 수입해 현재 세계 2위 석유수입국인 일본의 수입량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중국은 단기적인 비축시스템 구축 외에도 원유 생산 정체로 인한 장기적인 에너지 안보 필요성에 대응하여야 할 입장이다. 특히 중국 정부는 중동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동북아 자원 개발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도 위험 분산차원에서 현재 70%가 넘는 중동 석유 의존도를 대폭 낮추어야 할 것이다. 정치 불안이 상존하는 중동지역에만 석유 수입을 의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동북아 자원개발 방안으로는 러시아 시베리아 지방의 원유 및 천연가스 등을 공동 개발하여 파이프 라인으로 중국, 한국, 일본으로 운송하는 프로젝트가 유력하다.


중국과의 동북아 자원개발 협력 필요

중국은 해외유전 개발과 원유 수입루트 다원화의 일환으로 러시아와의 에너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로부터의 원유 수입량이 늘어 작년에는 300만톤에 달했다. 2001년에는 10위권 밖의 수입처였던 러시아가 작년에는 6위의 수입처로 올라선 것이다. 또 러시아의 앙가르스크에서 중국 따칭에 이르는 약 2,400 km의 가스 파이프 라인 계획에 합의하여, 2010년에는 최대 유동량 일일 60만 배럴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 계획은 1996년 이래 양국 총리의 정기협의를 축으로 검토·교섭이 진행되어, 2001년 여름에 기본합의가 이루어진 바 있다.

러시아는 일본과도 앙가르스크에서 나호트카로 향하는 3,800 km 구간에 연 5천만톤 이상의 일본 라인에 대해서도 합의하였다. 일본 라인의 대상 시장으로는 러시아 극동·연해주, 일본, 한국, 미국 서해안이 거론되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의 송유관은 시베리아 중남부 이르쿠츠크주 앙가르스크에서 시작해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따칭(大慶)과 극동 연해주 나호트카 방향으로 갈라지는 Y자 형태를 띠게 될 전망이다. 중국과 일본 안을 절충하기로 결정을 내림에 따라 러시아는 앞으로 연간 8천만톤에 달하는 원유·가스를 한국과 중국,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공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그림 지도 참조). 

중동 정세는 앞으로도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 될 것으로 보이며, 우리나라로서도 중동석유 의존도를 낮추려는 중국의 전략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인 에너지 안보전략의 일환으로 극동러시아를 포함한 동북아 자원개발 사업에서 주변국들과 협력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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