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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정보

[경제] 흔들리는 남미공동시장

중남미 일반 국내연구자료 학술논문 김형주 LG경제연구원 발간일 : 1999-03-10 등록일 : 2018-10-05 원문링크

브라질의 레알화 평가절하로 남미공동시장(Mercosur)이 흔들리고 있다. 대외공동관세를 유지하며 역내 교역에 크게 의존해 오던 남미공동시장 회원국 경제가 브라질시장이 위축되면서 독자적인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올해 들어 레알(Real, R$)화가 폭락하는 등 브라질경기가 극도로 악화되면서 남미공동시장(Mercosur)의 앞길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지난 1월 14일 달러당 1.32를 기록했던 레알화 환율은 3월 2일 현재 2.15레알까지 상승한 반면 아르헨티나 등 다른 회원국 통화가치는 거의 변화가 없어 회원국들의 대브라질 무역수지 악화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회원국간 무역분쟁이 심화되고 그동안 유지되어 오던 경제협력 관계도 상당 부분 퇴보할 것으로 보인다.

회원국간 경제규모 격차 50배 이상

지난 95년 1월 관세동맹 형태로 출범한 남미공동시장은 출범 초기부터 상이한 경제규모와 제도적 차이 등으로 인해 성공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많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경제통합은 경제규모, 제도, 문화 등의 동질성이 클수록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남미공동시장의 경우 경제규모와 제도 면에서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의 인구는 우루과이의 50배가 넘는 1억 6천만명에 달하며, 아르헨티나의 1인당 국민소득은 파라과이의 5배에 육박한다. 또한 파라과이와 브라질은 다인종 국가에 사회주의적 요소가 아직도 경제제도 여러 부분에 남아 있지만 백인국가인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는 상대적으로 서구자본주의 색채가 강하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를 씻고 남미공동시장은 가시적인 성과를 이루어 왔다. 91년부터 97년까지 회원국들간의 연평균 교역증가율은 61.4%로 전체 교역증가율 13.6%의 4.5배를 기록했으며, 총수출에서 역내 교역이 차지하는 비중도 91년 11.1%에서 98년 24.9%로 증가했다. 

참여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의 4개국으로 시작된 남미공동시장은 칠레와 볼리비아를 준회원국으로 맞아들인데 이어 베네수엘라도 가입 의사를 밝힌 상태이다. 또한 인접 지역인 안데안 공동시장(ANCOM)과의 연대를 모색하는 동시에 EU와의 자유무역협정 논의도 차츰 구체화시키고 있으며,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창설 과정에서도 남미 국가들의 리더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발전 원동력은 브라질 내수시장

그동안 남미공동시장이 성공적으로 발전해 올 수 있었던 데에는 브라질의 역할이 가장 컸다고 할 수 있다. 아직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해 국제시장 진출이 어려운 회원국 기업들에게 인구 1억 6천만명이 넘는 브라질이 거대시장을 제공하면서 이 지역의 경제적 통합이 더욱 공고해지게 된 것이다.

브라질과 남미공동시장 회원국들간의 교역추이를 살펴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남미공동시장이 공식 출범한 95년 이전에는 브라질이 다른 회원국들에 대해 계속 무역흑자를 기록해 왔으나, 95년 이후 브라질의 수입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97년부터는 적자로 반전되었다. 즉, 브라질은 수입시장 확대를 통해 회원국들의 무역수지를 개선시키면서 남미공동시장 추진과정의 각종 불만들을 상당부분 흡수한 것이다.<그림 참조>

 

각국별로 보면 아르헨티나의 브라질에 대한 수출은 총수출의 30.5%를 차지하며, 파라과이와 우루과이도 각각 전체 수출의 41.0%와 25.2%를 브라질로 실어 보내고 있다. 98년 이후 브라질의 경기 침체로 수입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도 남미공동시장으로부터의 수입은 소폭 감소에 그쳤다. 

브라질 경제위기로 역내 교역질서 변화

그러나 고평가된 레알화와 브라질 소비자들의 과잉소비에 의해 활성화되던 남미공동시장의 역내교역은 레알화의 평가절하로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더군다나 남미공동시장 출범 이후 회원국간의 경제의존도가 높아져 그 충격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동안 남미공동시장 회원국들은 자국 상품의 낮은 국제경쟁력을 대외 공동관세로 보호하며 역내 교역을 늘려왔다. 그런데 브라질의 외환위기로 수입시장이 갑자기 줄어들자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시장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아르헨티나의 자동차 산업과 농축업, 파라과이와 우루과이의 농수산업 및 낙농업 등 브라질 시장을 목표로 집중 육성해 온 산업들이 곧바로 수출감소에 직면해 있다. 설상가상으로 그동안 가격경쟁력을 갖추지 못해 내수용으로 공급되던 브라질산 상품들이 회원국 시장에 유입되면서 해당 부문의 산업이 고사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각국 정부 대책 마련에 부심

회원국 정부는 자국 기업인들로부터 브라질 상품 수입 증가를 억제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강한 요구를 받고 있다. 이를 위해 브라질산 상품에 대한 쿼터 적용, 수입업체 자격 강화 등의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자국산 상품이 브라질산 상품에 대해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부품 등 중간재와 자본재에 대한 수입관세율을 남미공동시장 국가들이 합의한 대외관세율 14%의 절반 수준인 6%로 낮추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은 역내교역 자유화와 대외 공동관세라는 남미공동시장 합의사항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다른 수출상품에 대한 브라질의 무역보복을 불러올 수도 있어 각국 정부는 브라질과 함께 근본적인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브라질 역시 남미공동시장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있다. 현재의 경제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역수지 개선도 필요하다. 그러나 자칫 남미공동시장이 와해될 경우 거대시장을 목표로 유입되던 외국인직접투자가 급감할 수밖에 없고,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출범을 앞두고 미국에 맞서 중남미의 이익을 대변하려는 브라질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협상은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까르도주(F. H. Cardoso)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 2월말 남미공동시장 회원국 정상들과 회담을 갖고 회원국 공동의 이익 증진과 경제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브라질은 이 회담에서 현재 건당 4만 달러 이하로 규정된 신용수입 상한선을 남미공동시장 정회원 및 준회원국들에 대해서는 8만 달러로 확대 적용키로 했으며, 수출보조금의 단계적 축소, 회원국 상품에 대한 통관절차 간소화 등에 합의했다. 그러나 보조금 철폐 업종이 전체의 20% 미만에 불과하는 등 그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적이고 실시 방안이 구체적이지 못해 여전히 한계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각국은 독자적 활로 모색해야

결론적으로 남미공동시장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출범 초기 염려됐던 문제점들이 위기 상황을 맞아 하나둘씩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단시일 내에 남미공동시장이 해체되거나 기존의 합의사항들이 백지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까지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것만은 분명하다.

아르헨티나의 달러화 도입 주장이 좋은 예이다. 미달러화를 자국의 공식화폐로 삼는 방안을 검토 중인 아르헨티나는 이를 남미공동시장 전체로 확대하자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의 이면에는 미국을 이용해 브라질을 압박하려는 아르헨티나의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브라질이 남미공동시장 회원국들과의 협상에 소홀할 경우 자국경제의 생존을 위해 그동안 미국에 맞서 브라질을 지지해 온 전통적인 외교노선을 바꿀 수도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이 점에 있어서는 우루과이와 파라과이 역시 아르헨티나와 비슷한 입장이다. 

문제는 브라질로서도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국내 경제여건이 극도로 불안한 상황에서 브라질 정부가 택할 수 있는 정책은 그리 많지 않다. 고금리와 환율 급등으로 내수경기가 얼어붙은 상태에서 수출마저 여의치 않을 경우 브라질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남미공동시장의 미래가 불투명해진 가장 큰 원인은 회원국들의 주력 상품이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회원국들간에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상품들을 거래함으로써 교역량은 크게 늘었지만 대외공동관세의 안전한 보호막 아래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브라질이라는 거대시장의 문이 닫히자 남미공동시장 자체가 위태롭게 된 것이다. 결국 브라질이라는 거대시장을 딛고 힘찬 첫걸음을 내디뎠던 남미공동시장은 브라질 경제의 약화로 다함께 걸음을 멈추는 파국을 면하기 위해 독자적인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에 대한 한국기업들의 투자는 95년 남미공동시장 출범 이후 급증해 약 2억 달러 규모에 이른다. 그러나 남미공동시장의 경제적 결속이 점차 약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 지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의 목표시장도 중미, EU 등으로 더욱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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