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확산에 따라 금융 업계의 판도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싱가포르는 핀테크 스타트업을 동력으로 아시아 대표의 글로벌 핀테크 생태계로 주목받고 있다. 비교적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대 핀테크 생태계인 런던에 견줄만한 글로벌 Top2핀테크 허브로 평가받으며, 최근 1-2년 사이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창업에 유리한 정부정책과 유연한 규제를 바탕으로 성장한 싱가포르의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 핀테크 스타트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심해보고자 한다.

  작은 국가 규모에도 글로벌 수준의 핀테크 스타트업 생태계로 거듭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유연한 규제환경, ▲풍부한 자본, ▲잠재력 있는 시장, ▲유능한 인재의 5가지 성공 요인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정부의 지원책과 유연한 규제 환경은 혁신을 시도하는 창업자와 자금을 보유한 투자자를 한 곳에 모아 핀테크 생태계를 조성하는 인프라로 작용하므로 그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싱가포르 통화청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영국보다 후발주자였던 싱가포르가 초기 핀테크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창업자와 VC 대상의 세금 감면, 규제 샌드박스 등의 유연한 규제 정책 또한 혁신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며, 핀테크 생태계의 장기적인 원동력이 되었다. 

  핀테크 스타트업에 우호적인 정책에 힘입어 유입된 글로벌 VC 투자자금과 정부의 지원금 덕분에 풍부한 자본이 마련될 수 있었다. 싱가포르는 세계 4위 금융시장으로 1,200여 개의 다국적 금융기관이 위치한 점을 활용한 B2B 비즈니스의 성장 가능성이 크며, 아세안 시장의 관문으로 높은 시장 확장성을 보유하고 있다. 뛰어난 글로벌 금융인력 또한 지속적인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서도 핀테크 산업이 크게 발전하였으나, 글로벌 핀테크 스타트업 생태계로서 다소 부족한 면모를 보인다. 미국의 경우, 금융(Fin)은 뉴욕에, 기술(Tech)은 실리콘밸리에, 규제는 워싱턴에 위치하여 생태계의 시너지가 다소 부족하다. 핀테크 투자액이 아시아 최고를 자랑하는 중국은 낮은 수준의 금융 서비스를 보완하기 위해 B2C 위주의 내수 비즈니스가 발달한 만큼 낮은 글로벌 확장성으로 글로벌 핀테크 생태계로의 성장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 기술, 규제가 한 곳에 모여 있으며 글로벌 확장성이 있다는 점에서 런던과 홍콩이 싱가포르와 견줄만하다. 런던은 일찍이 핀테크 시장이 발달하여 그 규모가 싱가포르의 10배를 능가하나, 싱가포르는 핀테크 스타트업과 기존 금융기관의 협업을 차별점으로 내세우며 B2B 비즈니스를 강조하고 있다. 정부 주도의 싱가포르와 달리, 홍콩은 경쟁 기반의 시장 주도 생태계 조성을 기본 방향으로 삼는다. 이 때문에 생태계 발전 속도가 더디지만 향후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의 출현이 기대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싱가포르와 마찬가지로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높으므로 기존 금융기관과의 경쟁보다 협업을 지향해야 한다. 또한 중국과 달리 내수시장이 작으므로 확장성이 높은 B2B비즈니스에 보다 집중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핀테크 생태계의 선순환 구축에는 초기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므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더불어 규제 완화를 통해 장기적인 혁신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