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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정보

[경제] 경제활력 찾아가는 러시아-CIS 이머징 마켓

러시아ㆍ유라시아 일반 / 러시아 국내연구자료 연구보고서 강선구 LG경제연구원 발간일 : 2003-05-28 등록일 : 2018-10-04 원문링크

구소련 12개국으로 구성된 CIS 이머징 마켓은 지속적인 경제개혁, 풍부한 에너지 자원, 경제성장세와 구매력 증가 등에 따라 유망한 소비시장으로서 급부상하고 있다. CIS 시장에서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업들의 발빠른 행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러시아·CIS 이머징 마켓이 유망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CIS 지역은 체제 전환 이후 줄곧 시장경제화 과정을 거치면서 경제 잠재력을 높여 왔다. 또한 지난해부터는 이라크전 위기감 고조에 따른 유가상승에 힘입어 이 지역 산유국들이 뚜렷한 경제호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원유수출 대금 증가에 따라 국가재정수입이 늘고 민간소득이 높아지면서 구매력 상승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이라크 종전 이후 유가는 안정세로 돌아섰지만 CIS지역의 경제 상승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과연 어떤 측면에서 CIS 경제가 21세기의 유망시장으로 거듭나고 있는지, 향후 전망이 기대만큼 밝은지 알아보기로 한다. 


2억8천만명의 거대시장

CIS는 독립국가연합(CIS : Commonwealth of Independent States)의 약자로서 러시아를 비롯한 구소련 12개국을 일컫는다. 당초 구소련이 붕괴했던 91년에는 15개국으로 구성됐다가,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3국이 탈퇴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먼저 CIS지역이 이머징마켓으로 꼽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 지역의 시장규모이다. 12개국의 연합체인만큼 CIS의 인구는 2억 8천만명에 달해 서유럽의 유로존과 비슷한 규모이다. 물론GDP 규모는 유로존의 1/4 수준인 1조 8천억 달러(PPP기준)에 그치고 있다. 다만 한국의 PPP 기준 GDP인 7,980억달러에 비해 CIS의 규모는 2.26배에 달하며, 아세안에 비해 다소 뒤쳐지는 수준이다. 따라서 CIS는 현재까지 유럽내 최빈지역이지만 시장규모 및 경제잠재력이 풍부하여 향후 이머징마켓의 조건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또한 CIS경제는 90년대 후반 이후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주목받고 있다. 사실 지난 10여년간 CIS경제는 체제전환의 거대한 실험장이었다. 체제 붕괴 이후 CIS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 살인적인 물가고 등을 경험했다. 체제전환 직후였던 92년에 CIS경제는 -14.9% 성장하고 물가가 수백배로 치솟는 등 극도의 경제혼란 상황을 보였다. 이후 CIS경제는 시장개혁의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99년부터 플러스 성장률로 반전했다. 지난 2000년에 7.7%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금년에도 4.2%의 건실한 성장세가 예상되어 세계경제 성장률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체제전환 직후 천정부지로 치솟던 물가상승률도 완연히 진정되어 2003년에는 11.9%로 낮아질 전망이다.


시장경제국으로 변모 

CIS경제가 정상화될 수 있는 배경에는 경제개혁의 지속적인 추진이 자리잡고 있다. CIS 역내 최대국가인 러시아는 지난 92년부터 급진적 경제개혁에 나섰으며, 대외채무지불정지를 선언했던 98년의 경제위기 상황 이후 시장경제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키르키즈스탄을 제외한 나머지 10개 CIS 국가들도 90년대 초반부터 점진적인 경제개혁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CIS국가들은 90년대에 대폭적 구조개혁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에서 작성하는 구조개혁지수를 보면 러시아의 구조개혁지수는 지난 90년의 0.04에서 95년에는 0.64로 급상승했다. 이후 2000년까지 커다란 진전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푸틴 대통령 취임 이후 개혁정책이 다시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제개혁에 따라 GDP의 1.3%에 달하는 조세감면이 예정되어 있으며, 세수는 오히려 확대될 전망이다. 또한 은행개혁과 파산법 개정 등으로 기업환경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EBRD 구조개혁지수가 0.7 이상이면 확실한 시장경제국으로 분류되는데 최근 러시아의 개혁 추세를 보건대 0.7은 확실히 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러시아가 지난 2002년 EU와 미국으로부터 시장경제국의 지위를 부여받았던 사실을 상기할 때 이런 추측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한편 국별로 봤을 때 벨라루스와 우즈베키스탄의 경우는 지난 95년보다 2000년의 구조개혁 수준이 오히려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이들 국가들도 역내 시장개혁 추세에 보조를 맞추고 있어서 2001년 이후 구조개혁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유가 상승의 수혜국 입장 

구조개혁만으로 CIS경제가 정상궤도에 올라섰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최근의 경제호전 상황은 상당부분 국제유가 상승에서 기인했기 때문이다. CIS 12개국 가운데 러시아,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등이 원유수출국으로 분류된다. 

러시아는 세계 8위의 원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사우디 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2위 원유수출국으로 부상했다. 현재 일일 80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으며, 향후 6년내 1,100만배럴까지 산출량이 늘어날 전망이다. 러시아의 원유 매장량은 500∼600억배럴로 추정되는데, 국가기밀로 부쳐져 정확한 양은 알 수 없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러시아 정부가 에너지안보상 매장량을 축소발표한다고 의심하면서, 실제 매장량은 900∼1,100억배럴로 이라크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예측하기도 한다. 또한 러시아는 1,700조 입방피트의 천연가스 매장량을 갖고 있으며, 세계 1위의 천연가스 수출국이다. 유럽 천연가스 소비의 25%가 러시아로부터 충당되고 있다. 

이와 함께 카스피해에 인접한 카자흐스탄과 아제르바이잔도 주요 원유 수출국이다. 카스피해 지역에서는 일일 130만배럴의 원유가 생산되고 있으며, 2010년까지는 400만배럴까지 증산될 것으로 보인다. 미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정보부(EIA)는 확인매장량만 170억∼330억배럴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의 에너지 자원을 자국 안보 차원에서도 중시한다. 이미 2차례 오일쇼크를 경험한 입장에서 중동을 부분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CIS의 에너지자원의 확보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10월 미국 휴스턴에서 개최된 미·러 에너지정상회담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으며, 중앙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확대 역시 에너지안보 외교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늘어나는 개인 구매력

이러한 CIS의 에너지 의존적 경제는 저유가 시대에는 힘을 잃지만 고유가 시대에는 긍정적 결과들을 가져오게 된다. 지난 2002년 세계경제가 침체 국면에 접어 들었을 때도 CIS경제가 ‘나홀로 성장세’를 구가할 수 있었다. 

거시경제 지표의 개선 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생활 형편도 나아지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 지난 2002년 1월 3,760루블(약 125달러)이었던 월평균임금은 2003년 3월 현재 5,124루블(약 170달러)로 상승했다. 또한 지난 1/4분기 러시아의 명목임금은 전년동기대비 27% 증가했으며, 실질임금도 10.8%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의 소득증가에 따라 구매력 향상과 소비확대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내구성소비재인 자동차나 가전제품 등에서 소비가 크게 늘어났으며, 앞으로도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2002년 한국산 가전제품은 러시아를 비롯한 CIS 지역에서 큰 폭의 판매증가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어컨의 경우 러시아에서는 2002년에 산림화재의 영향으로 기후가 변하면서 수요가 급증, 유럽 전체 판매량의 12%를 차지할 정도로 시장이 커졌다. 또한 과거 특권층의 전유물이었던 에어컨이 중산층으로까지 확산된 것은 민간소득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이외에 칼라TV, DVD, 세탁기, 휴대폰, 컴퓨터 등의 가전제품들도 소득과 여가가 늘어난 CIS 소비자들의 활발한 구매 대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핸드폰 보급상황을 보면 CIS의 구매력이 빠르게 발전하는 사실이 쉽게 파악된다. 러시아에서는 지난 1991년부터 핸드폰 서비스가 도입됐는데, 지난 4월 현재 가입자수는 2,223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5%에 달했다. 지난 3월 한달 동안만 전월대비 4.4%의 증가세를 나타냈는데, 이런 추세라면 향후 1∼2년간 매월 100만명씩 핸드폰 가입자수가 늘어날 전망이다. 


높아지는 외국인투자가 관심도

CIS의 전반적인 경제상황이 호전되고 국제사회에서 경제적 위상이 강화됨에 따라 외국인투자가들의 인식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서방 유휴자본들의 CIS 투자진출이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러시아 기업들에 대한 해외대출이 증가하는 양상이다. 석유메이저들은 대규모 러시아 투자계획을 세우고 진입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러시아에 대한 외국인투자는 직접투자보다 포트폴리오 투자에 치중된 측면을 보인다. 외국인투자가들이 CIS 투자에 조심스러운 것은 지난 98년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했을 때 커다란 손실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여건이 크게 개선되었지만, 외국인투자가들은 단독투자보다는 EBRD 등과 같은 국제금융기관과의 동반진출을 선호한다. EBRD는 지난 2002년에 러시아에만 13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매년 최소 10억 달러 가량의 대러시아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일반 외국인투자가들이 언제든지 투자를 회수하는데 비해 EBRD는 지역발전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중장기적 관점의 투자를 실시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에 대한 외국인투자는 2002년에 198억 달러로 전년에 비해 39% 증가했으며, 누적 외국인투자액은 429억 달러에 달했다. 이 가운데 포트폴리오 투자를 제외한 장기투자 성격의 외국인직접투자는 전체 외국인투자의 20.2%에 해당하는 40억 달러를 기록했다. 

러시아에 대한 외국인투자는 직접투자보다 단기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포트폴리오 투자가 대종을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의 외국인직접투자 사례로서 손꼽히는 것으로 지난 2월 영국의 석유 메이저인 BP사가 러시아에 총 67억5천만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약을 들 수 있다. 러시아에서 대형 외국인직접투자 계약은 역시 에너지부문과 관련된다고 할 수 있다. 이 밖에 포드자동차와 GM은 2002년부터 러시아공장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으며, 미국 캐터필러사는 러시아에 대형공장을 건설중이다. 보수적인 투자전략으로 유명한 일본의 토요타도 러시아 진출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스웨덴계 종합 가구소매업체인 이케아(IKEA)와 프랑스의 할인매장인 아슈안 등이 러시아에 점포를 개설했다. 독일의 백화점업체인 Metro도 모스크바에 4호 점포를 준비 중이며, 상페테르부르크에는 1호점을 개설한 상태이다.


공격적 수출마케팅 펼칠 때

우리나라도 러시아 및 CIS 지역에서 상당한 입지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3월말 현재 CIS 지역에 대한 총투자는 213건, 9억 8천만 달러에 이르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투자가 133건으로 건수로 가장 많으며, 금액은 1억 9천만 달러에 달한다. 우즈베키스탄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투자건수는 러시아보다 작지만 금액은 각각 3억8천만 달러, 2억4천만 달러로서 러시아를 앞지르고 있다. 

그렇지만 다른 권역에 대한 투자실적과 비교하면 CIS 지역은 아직도 미개척지나 다름없다.생산거점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중국의 경우 우리의 총투자건수는 7,753건, 투자금액도 68억 5천만 달러에 달해 CIS 지역 투자규모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크다. 

우리나라의 대러시아 교역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2002년에 약 10억달러를 수출하고, 22억달러 어치를 수입하여 12억달러 적자를 시현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요 수출품은 석유화학제품, 자동차, 전자제품 등이며, 수입품은 원유, 철강, 비철금속, 수산물 등 1차산품이 주를 이뤘다. 

지난 99년부터 대러수출이 급감한 것은 러시아 금융위기의 여파가 작용한 탓도 있지만, 러시아의 고관세와 복잡한 통관수속 등을 피해 우회수출이 늘어난데 따른 현상일 수 있다. 가전수출의 경우 인근 핀란드로의 수출이 96년부터 크게 늘었는데 이 가운데 상당부분은 러시아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러시아에 대한 우리나라 수출은 우회수출까지 감안했을 경우에는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러시아를 포함한 CIS 지역의 경제성장세 및 구매력 증가세를 감안해 볼 때 이 지역의 수출시장으로서의 유망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다른 한편 각종 사업환경이 정비됨에 따라서 선진기업들의 시장진입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리에게 기회와 위협요인 모두를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점들을 감안할 때 21세기 마지막 이머징 마켓으로 지칭되는 CIS 시장에서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우리 기업들의 발빠른 행보가 필요할 전망이다. 현지 소비자에게 신뢰감을 주는 브랜드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이고 IT강국의 이미지를 확산시키면서 가전 및 IT제품의 수출확대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아직까지 각 분야에서 기업의 입지가 고착화되어 있지 않고 개척 여지가 큰 CIS 시장에서는 보다 공격적인 수출 마케팅이 주효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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