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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정보

[경제] 전쟁 리스크와 개도국 경제의 명암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국내연구자료 학술논문 강선구 LG경제연구원 발간일 : 2003-03-12 등록일 : 2018-10-05 원문링크

전쟁위험은 개도국 경제에 비용 상승, 수출 부진 등의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석유수입의존도, 수출 비중 등에 따라 개도국 경제의 명암이 다소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들어 이라크전쟁 우려감이 커지면서 세계경제가 동요하고 있다. 전쟁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따라 세계경제의 침체 및 회복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선진국에 비해서 경제구조가 취약한 개도국들은 전쟁이 초래할 경제적 위험에 대해서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주변 개도국 직접적 피해

이라크 전쟁의 리스크가 심화됨에 따라 가장 긴장하는 나라들은 역시 주변국들이다. 터키의 경우 의회에서 미군의 주둔을 반대하는 등 반전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터키가 전쟁을 반대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경제적 측면이 강하다. 먼저 연간 100억 달러에 이르는 관광수입이 이라크 전쟁의 발발로 인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리고 석유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재연을 피하고, 금리상승에 따른 재정부담 증가를 막기 위해서는 전쟁을 피해야 된다. 금융위기를 겪고 IMF의 경제개혁안을 실천하고 있는 터키의 입장에서 전쟁으로 인한 외부적 경제충격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터키에게 금전적 지원을 내세우면서 협조를 부탁하고 있지만 쉽사리 터키가 수긍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또 다른 인접국인 이집트는 이라크전쟁 발발시 외화수입의 1/3을 차지하는 관광수입의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전쟁이 본격화되면 수에즈 운하 통행수입이 감소하여 경제적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요르단도 전쟁 발발시 이라크로부터 원유수입이 끊기고, 원유가격이 1달러 상승할 때마다 2천만 달러의 추가비용이 발생할 전망이다. 또한 총수출의 20%를 점하는 대이라크 수출이 감소하는 것도 문제인데다, 이라크의 전쟁 난민이 대거 유입되는 상황도 걱정거리이다.


비산유 개도국 긴장 

한편 이라크 전쟁 리스크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은 유가 급등으로 나타나고 있어 비산유 개도국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배럴당 40달러에 육박하는 유가 급등은 세금인상과 비슷한 효과를 가져와 경제 회복속도를 늦추거나 침체국면에 빠져들게 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특히 아시아 개도국은 유가급등에 따른 원유수입액 증가의 피해 뿐 아니라 주요 수출시장의 경기악화에 따른 수출둔화라는 이중의 피해를 입게 될 전망이다.

아시아에도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의 산유국들이 있지만,원유를 자급자족하는 나라는 인도네시아 정도 밖에 없다. 인도네시아는 아시아 국가로는 유일하게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으로서 전쟁 발발과 유가 급등시 원유수출에 따른 추가적인 외화획득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 아시아 국가들은 석유수입국으로 분류된다. 대만, 인도, 필리핀 등은 전쟁리스크에 따른 석유부족과 유가급등 사태에 대비하여 원유비축에 나서고 있다. 현재 대만은 석유 소비의 90%, 인도는 70%, 그리고 필리핀은 5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도 75% 정도는 자급하고 나머지는 수입원유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01년 기준 주요 개도국별 석유소비량을 보면 중국이 하루 504만 배럴을 소비하여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하루 평균 223만 배럴을 소비하여 인도보다 소비량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대만, 싱가포르, 태국 등은 하루평균 70∼80만 배럴을 소비하여, 한국의 32∼35% 수준에 그치고 있다. 석유소비의 절대량 기준에서 한국은 아시아 개도국 중 상위권에 있어, 유가급등시 추가부담이 적지 않을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와 같은 비산유국은 유가급등에 대한 적극적 대책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중국이나 인도의 경우 석유 수입국이기는 하지만 산유국이기도 해서 유가가 급등하더라도 경제적 타격이 제한적일 것이다. 


싱가포르 유가급등의 피해 클 듯 

개도국별 석유소비량의 절대치가 아닌 GDP 대비 석유소비의 정도를 측정한 석유소비지수를 작성해 보면 조금 다른 결과가 나온다. 우리나라의 석유소비지수는 5.29(2001년)로서 싱가포르나 태국보다 낮은 편이다. 다시 말해 경제규모를 감안하면 우리보다 오히려 싱가포르나 태국의 석유의존도가 더 심하다고 할 수 있다. 

전쟁 우려감에 따른 유가급등시 국별 경제적 타격의 정도는 석유소비지수가 커다란 국가에서 더 강하게 나타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싱가포르는 유가 급등시 상당한 경제적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그 경우 경제회복은 2004년까지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싱가포르는 원유를 수입해 석유제품으로 재수출하기 때문에 석유소비지수가 높다고 할 수 있으나, 유가 급등시에 이러한 가공무역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의 2003년 성장률 전망치는 당초 4.7%에서 3.8%로 낮춰진 상태이다. 싱가포르 중앙은행은 이라크 전쟁의 결과에 따라서 실업률이 최근 20년동안 가장 높은 수준까지 상승할 수도 있으며, 성장률 목표치는 추가 하향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에 비해 대만은 석유소비지수가 2.75로 낮은 수준이어서 유가급등에 따른 경제적 타격이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의 경우 제조업 구성상 중후장대형 업종이 별로 없고 중소 조립업종 위주인 점이 유가급등의 영향을 적게 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인 것으로 파악된다. 


수출비중 큰 개도국 타격 우려 

한편 이라크 전쟁 우려감에 따른 달러화 하락과 개도국 통화의 가치상승, 그리고 세계수입수요 감소 등으로 개도국의 수출이 줄면서 경제적 타격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 경우 GDP 대비 수출비중이 높은 나라들, 특히 선진권에 대한 제조업 수출이 많은 나라들이 그렇지 않은 나라들에 비해서 큰 충격을 받을 전망이다. 개도국별 수출비중을 살펴보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가 100%를 상회하여 수출감소에 따른 타격을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35.9%로 중국의 23.0%보다 높은 수준이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것은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 등은 상품수출 가운데 원자재 비중이 높기 때문에 전쟁우려감에 따른 원자재 가격상승의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러시아의 경우도 32.8%의 수출비중 가운데 거의 절반이 원유 및 광물 수출로 구성되어 있어 전쟁 우려감에 따른 가격인상의 혜택을 누릴 전망이다. 

따라서 개도국 중에서도 선진권에 대한 제조업 제품 수출이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IT경기침체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시점에서 이라크 전쟁 위기감에 따른 선진국 수입수요 감소는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할 것이다. 


불확실성 리스크 증가

전쟁 리스크의 피해는 여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사실 개도국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불확실성의 상존이다. 심리적 측면에서 소비자신뢰지수의 하락에 따른 경기둔화와 함께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주가하락 및 설비투자 부진 등의 효과를 간과할 수 없다. 

불확실성이 만연될 경우 먼저 금융 측면에서 문제점이 불거질 전망이다. 전쟁 리스크로 인해 국제 채권시장이 위축되면서 개도국들은 자금조달 방법이 막연해질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중동구 경제는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이라크전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투자가들이 높은 금리를 요구함에 따라 장기채권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미 세계 유수 은행들은 지난 2002년 브라질 위기 이후 개도국에 대한 대출을 감소시킨 바 있다. 

Citigroup의 경우 지난 2월초 브라질에 대한 크레딧라인을 재개했지만 이라크전이 장기화되고 남미경제가 침체될 경우 악성채무의 증가를 염려하면서 개도국 대출억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개도국에 대한 외국기업들의 직접투자도 감소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런 상황에서 작은 경제규모의 개도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가 도미노 효과에 따라 상대적으로 건전한 개도국으로까지 전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루과이, 베네주엘라, 에콰도르, 레바논 등이 금융위기의 진원지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S&P는 우루과이의 채무 등급을 CCC로 낮추었다. 베네주엘라 역시 상황이 좋지 않다. 국영석유회사인 PDASA의 파업사태로 인해 정부의 수입이 크게 줄어든 상태이다. 이에 대처하여 베네주엘라 정부는 국내 단기채무에 대해서 상환일정을 연장했지만, 200억달러에 이르는 해외채무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안감을 해소시키지 못하고 있다. 


개도국 자본시장 위축

개도국의 자본시장 위축도 문제이다. 지난 1월에 IIF(Institute of Interna-tional Finance)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개도국에 대한 민간자본의 순유입은 지난 2000년의 1,856억 달러에서 2002년에는 1,125억 달러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에는 순유입액이 1,371억달러로 전년에 비해 증가하겠지만, 세계경제 회복세가 완만한데다 전쟁 리스크까지 작용하고 있어 지난 10년간 평균 유입액인 1,850억달러에는 크게 못미칠 전망이다.

개도국 자본흐름의 커다란 변화는 금액 수준이 아니고 구성비에 있다. 개도국에서의 외국인투자(민간)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으로서 2002년 순자본유입액은 1,019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지난 96년의 1,280억 달러에 비해서 크게 감소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민간대출 부문에서는 순유입액이 2002년에 105억달러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 96년의 2,070억 달러의 순유입에 비하면 엄청난 감소세이다. 특히 중남미에서는 지난 2001년 69억 달러의 민간대출 회수(순유출)가 있었고, 2002년에도 86억 달러의 순유출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중남미에서는 외국인투자가 크게 감소, 지난 99년의 677억 달러에서 2002년에는 252억 달러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JP Morgan의 이머징마켓 종합채권인덱스의 스프레드는 약 700∼800bp를 기록, 역사적 관점에서 특별히 높지 않지만 국별로 차이가 많이 난다. 위험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엄청난 스프레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브라질의 경우 다른 개도국의 평균 스프레드보다 2배 이상 높은 스프레드가 적용된다. 이에 비해 중국의 경우 70bp에 불과하여 안정된 경제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외환이 풍부하여 외화대출이 필요없는 중국의 스프레드는 당연히 낮고, 외화자금이 절실한 브라질은 기준금리보다 스프레드가 큰 고금리를 지불할 태세가 되어 있는 것이다.

한편 개도국 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한 해외 민간기업의 투자 위축은 향후 심각한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97년에 비해 개도국에 대한 민간투자는 20%나 감소한 상태이다. 민간기업 투자가들은 장기투자에 나서기를 꺼리고 있다. 현 시점은 지난 1981∼1983년 이래 투자위축이 매우 심한 시기로 나타나고 있다. 


반사이익 누리는 러시아 

전쟁 리스크가 좀처럼 소멸되지 않으면서 일부 개도국에는 반사이익을 주기도 한다. 러시아, 중동산유국, 그리고 중국과 같은 나라들이다. 

러시아 경제는 지난 2002년 주요 수출품목인 원유와 가스의 수출 가격 인상에 힘입어 4.1% 성장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세계경제의 부진상에 비쳐볼 때 그 성장세가 인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제유가가 1배럴당 1달러 변동이 있을 때, 러시아 재정수입은 10억 달러가 변동하게 된다. 

또한 러시아는 유가 인상이 있을 때 OPEC에 비해 증산이 자유로운 편이다. 지난 2002년에는 러시아 원유수출물량이 전년대비 4% 증가한 바 있다. 2003년에도 유가인상이 지속될 경우 러시아의 원유수출 물량은 5∼8%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2003년 러시아의 경제성장률도 전년보다 높아질 전망이다. 러시아 정부는 2003년도 성장률을 4.4%로 예상하고 있으며, IMF는 4.9%로 상향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는 원유 가격 수준을 어떻게 전망했느냐가 중요하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21.5 달러 수준이면 러시아 경제는 4% 성장이 가능하다. 이보다 더욱 높은 30 달러 유가가 평균적으로 유지될 경우 러시아의 경제성장률은 5%를 상회할 전망이다. 다만 러시아의 입장에서 볼 때 원유 수입은 이라크전의 진행 상황에 따라서 변동이 심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대체부문을 육성하는 것이 급선무가 되고 있다. 

한편 중국은 최근 석유수입액이 늘어나면서 유가 강세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정부의 수요창출 정책에 힘입어 7%대 성장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잡은 중국은 지난 2002년에도 300억 달러의 외국인직접투자를 유치했으며, 약 500억 달러의 투자약속을 받은 상태이다. 더욱이 중국의 위안화 환율은 달러화에 고정되어 있어, 전쟁으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일 때 위안화도 약세를 띠기 때문에 수출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긍정적 효과가 예상된다. 


전쟁리스크에서 자유로운 국가 없어 

그렇지만 러시아와 중국의 경우는 매우 특수한 상황이다. 또한 전쟁리스크의 반사이익이라는 것도 단기적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보통의 경우는 반대급부가 따르기 마련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우를 예로 들면 산유국으로서 유가인상의 득을 누리겠지만, 이슬람 국가로서 정치불안이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 인도네시아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반전-반미정서를 극대화하면서 정치불안을 야기, 투자환경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에 발리섬에서 폭탄테러사건이 발생하면서 이미 인도네시아는 외국인투자가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따라서 아무리 원유값이 오른다고 해도 이라크 전쟁의 장기화로 인해 세계경제 침체 현상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디플레이션이 만연될 경우 글로벌 경제에서는 어떤 개도국 경제도 승승장구할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당분간 개도국 경제는 선진국 경제의 환경변화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구조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세계경제의 영향에서 자유로와진다는 것은 폐쇄경제로 가겠다는 것인데, 그 결과는 더욱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 원론적으로 가장 좋은 접근 방법은 실물경제의 유연성을 높이고 금융적 취약성을 줄여나가는 것이다. 개도국 경제가 어렵다는 것은 개혁이 아직도 불충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일 수 있다. 개도국들이 내부적인 구조개혁을 꾸준히 실행해 가는 가운데, 세계경제가 전쟁리스크에서 벗어나서 활기를 찾게 되면 개도국 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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