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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정보

[금융] 다시 시험대 오른 남미의 금융위기

중남미 일반 국내연구자료 학술논문 김형주 LG경제연구원 발간일 : 1999-07-28 등록일 : 2018-10-05 원문링크

아르헨티나 경제가 수출경쟁력 약화와 정치적 혼란, 세수 감소 등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제불안의 근본 원인이라 할 수 있는 외채와 재정적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중남미 전체의 금융위기로 이어져 세계경제 회복에 큰 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남미 경제에 다시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올해 1월 브라질의 레알화 평가절하 이후 큰 혼란을 보였던 중남미 경제는 브라질 정부의 발빠른 대응과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으로 다소 안정되어 가는 가는 기미를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 에콰도르와 콜롬비아가 수차례의 평가절하 이후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데 이어 아르헨티나가 일부 외채에 대해 지불유예를 요청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다시금 불안에 휩싸이고 있다. 

이 불안의 핵심은 아르헨티나라 할 수 있다. 지난 95년에도 멕시코 페소화 사태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아 -4.4%의 성장률을 기록했던 아르헨티나는 올해에도 -3.5∼-1.5%의 성장이 예상된다. 올해 초 전세계 금융시장을 불안에 떨게 했던 브라질의 99년 경제성장률이 -1.5∼-0.5%로 전망되고 있다는 점에서 아르헨티나 경제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짐작할 수 있다.

주가 하락과 금리 상승 이어져

아르헨티나 경제의 불안 징후는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인 곳은 주가와 금리이다. 아르헨티나 주식시장의 Merval지수는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안이 발표되었던 6월 30일에 5%나 하락했으며, 지난 7월 12일에는 여당 대선 후보의 외채지불 유예 요청 발언으로 하루에 7.8%나 떨어지기도 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폭이 예상보다 적고, 불확실성이 해소됨에 따라 중남미 대부분 국가의 주가가 상승했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아르헨티나 경제가 금융시장 환경 변화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잘 알 수 있다.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리도 급등하고 있다. 지난 5월 6.54% 수준이었던 정부채(6개월 만기) 금리가 6월에 7.79%로 오른데 이어 지난 8일에는 12.37%를 기록했으며, 10년만기 장기채의 경우 14.1%까지 상승했다. 

경기 위축 심각한 수준

실물 부문의 부진도 심각하다. 아르헨티나의 올 상반기 산업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나 줄어들었으며, 실업률은 14.5%를 넘어섰다. 특히 브라질에 대한 수출 감소로 자동차 관련 제조업과 농축산업의 침체가 두드러졌다. 

브라질, 칠레 등 주변국 통화의 평가절하로 수출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 각종 수출 장려책과 세계경기 회복에 힘입어 수출 물량은 2% 정도 늘어났으나, 교역조건 악화로 수출가격이 15%나 하락하면서 총수출 규모는 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아르헨티나 경제가 대외여건 변화에 취약한 것은 독특한 통화제도에 원인이 있다. 아르헨티나는 달러화와 페소화의 교환비율을 1:1로 유지하기 위해 외환보유고와 국내 통화량을 연동시키는 통화위원회제도(Currency Board System)를 채택하고 있어 해외자본의 유출입에 따라 경기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아르헨티나 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우세해 해외자본 유입이 늘어나면 국내 통화량이 많아져 경기가 호황국면을 보이지만 반대로 이 자본이 빠져나가면 그만큼 통화량이 줄어들어 자금 경색이 나타나게 된다. 아르헨티나가 이 제도를 채택함으로써 하이퍼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고 통화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데는 성공했지만, 대신 경제의 불안정성이 높아지게 된 것이다. 

또한 페소화 가치를 미달러화와 1:1로 유지함에 따라 주변국 화폐에 비해 고평가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수출경쟁력이 크게 약화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페소화 평가절하에 따른 물가 폭등, 대외 신인도 하락 등의 부작용이 더 클 수도 있어 섣부른 결정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선거 앞두고 정치적 혼란 심화

10월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혼란도 경제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재정적자 축소를 위한 세율 인상안과 정부지출 삭감안이 이익집단들의 반발에 부딪혀 표류하고 있으며, 대선 후보들의 즉흥적 발언은 대선 이후 아르헨티나 경제에 대한 전망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또한 가장 민감한 사안이라 할 수 있는 외채문제에 대해서도 여야 후보들의 입장이 유권자들의 반응에 따라 수시로 바뀌고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경기 침체 심화로 세수가 줄어들어 복지부문 예산 집행과 공공부문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지급을 보류하는 주가 늘어나면서 파업과 시위가 확산되고 있으나 재정여력이 부족한 중앙정부도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 정치적 긴장감만 더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아르헨티나 경제불안의 근본원인은 외채와 재정적자

그러나, 앞서 언급한 통화제도나 정치적 혼란도 중요하지만 아르헨티나 경제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은 외채와 재정적자이다. 

아르헨티나의 공공부문 외채는 금리가 15%에 달할 정도로 차입 여건이 나빴던 지난해에도 110억 달러가 더 늘어 1,120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올해에는 1,200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IMF, World Bank 등의 국제금융 전문가들이 아르헨티나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외채 상한선을 1,200억 달러 수준으로 발표한 바 있어 외채와 관련된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또한 아르헨티나는 올해 내에 만기재연장을 해야하는 외채만도 130억 달러에 이르는 등 멕시코나 브라질과 달리 단기 외채의 비중이 큰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단기외채 비중이 클 경우 외채의 안정적 관리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요즘처럼 상황이 나빠지면 채권에 대한 이자지급 비용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경기위축으로 간접세 15% 덜 걷혀

세수 부족과 재정적자도 위험요인 중 하나이다. 사회주의적 전통이 강한 아르헨티나는 지난 50여년간 직접세 중심의 세수구조를 유지해 왔으나 94년 이후 신자유주의에 바탕을 둔 경제정책을 추진하면서 간접세의 비중을 높여오고 있다. 그런데 경제개혁 초기에는 소비가 늘어나고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는 등 경기가 호조를 보여 별 문제가 없었으나 지난해 이후 경기가 둔화되면서 세수가 줄어드는 문제점을 낳게 되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지난해 말 99년 예산안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재정적자 축소를 위해 올 한해 동안 88억 달러의 세금을 더 걷기로 결정하고, 이를 위해 교통세, 금융거래세 등 각종 세금을 추가로 신설했다. 그러나 경기 둔화 폭이 예상보다 커지면서 간접세 징수액이 15% 이상 줄어들었고, 새로 마련된 세제도 관련 이익집단의 반발이 커 사실상 집행이 보류되었다. 

반면, 채권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지급 증가와 선거 특수 등으로 세출은 오히려 늘어날 전망이다. 세수 감소폭을 보전하기 위해 석유공사(YPF)에 대한 정부 지분을 매각하고 무선통신 사업권을 팔아 17억 달러의 세외 수입을 추가로 확보했지만 재정적자를 메꾸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아르헨티나 정부는 IMF와 재협상을 벌여 GDP의 0.8%, 27억 달러로 약속했던 재정적자 허용폭을 두배 가까운 1.5%, 51억 달러로 확대하는데 성공했지만, 실업자 증가, 복지 및 교육예산 삭감안 보류 등으로 정부지출이 함께 늘어나고 있어 올해 아르헨티나의 재정적자는 최소 60억 달러 이상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경쟁력 약화가 문제

물론 아르헨티나 경제에 대한 전망이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르헨티나에서 관찰되고 있는 불안정성은 통화위원회 제도의 특성상 불가피하며, 오히려 그와 같은 신축적인 대응이 경상수지 관리 등에서 유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95년 멕시코 페소화 사태 당시, 1년 동안은 아르헨티나 경제가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이후 가장 빠른 회복세를 기록했던 것이나, 최근 들어 아르헨티나의 무역수지 적자폭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해준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는 약간의 문제가 있다. 아르헨티나 경제 불안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브라질은 멕시코와 달리 아르헨티나와 수출경합 관계가 높기 때문이다. 멕시코 페소화 사태 당시의 아르헨티나 경제침체는 심리적 위축에 따른 해외자본 이탈이 가장 큰 원인이었지만 올해 나타나고 있는 불안은 해외자본 이탈 뿐 아니라 대외경쟁력 약화에 따른 수출경기 위축이 함께 만들어내고 있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위기 발생 시점에 대해서는 논란

이와 같은 문제점들에 비추어 아르헨티나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그러나 그 시점에 대해서는 아직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멕시코나 브라질이 대통령 취임 후에 평가절하를 단행했던 것처럼 아르헨티나도 새로운 대통령의 취임 직후인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새로운 경제 정책을 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가장 우세한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처럼 경제지표들의 악화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그 시기가 좀 더 앞당겨질 가능성도 높다.

아르헨티나 금융위기는 파급효과가 더 위험

아르헨티나에서의 금융위기 발생이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피해를 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아르헨티나에 대한 수출은 지난해 말부터 거의 중단된 상태인데다가 교역 관계도 그리 밀접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에서의 금융위기 발생은 중남미 전체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고 더나아가 전세계 금융위기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현재 중남미 대부분 국가들의 경제는 올해 1월의 레알화 평가절하 이후 극도로 위축되어 있는 상황이다. 위기 당사자였던 브라질은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외국인 투자 확대와 레알화 저평가에 힘입어 조금씩 회복되어 가고 있지만 브라질과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중남미 국가들은 외자유출과 수출 감소로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르헨티나 경제가 또다시 휘청거릴 경우 콜롬비아나 에콰도르처럼 위험 수준에 다달아 있는 국가들 뿐만 아니라 애써 회복의 터전을 마련한 브라질과 멕시코 경제 역시 어려움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또한 아르헨티나에 12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빌려준 미국 은행들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어 국제 금융시장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아르헨티나가 외채문제와 재정적자 관리에 실패해 새로운 금융위기를 맞게 된다면 세계경제는 또 하나의 큰 짐을 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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