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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크로아티아 첫 여성 대통령 선출, 배경과 전망

크로아티아 김철민 한국외국어대학교 동유럽학대학 교수 2015/01/22

 크로아티아 선거관리위원회는 현지시간으로 2015년 1월 11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에서 야권 단일 후보인 콜린다 그라바르-키타로비치(Kolinda Grabar-Kitarović, 1968- )가 득표율 50.4%로, 49.6%를 받은 이보 요시포비치(Ivo Josipovic, 1957-, 대통령 재임 2010- ) 대통령을 누르고 당선됐다고 밝혔다. 1991년 유고슬라비아에서 독립한 크로아티아에서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지난달 28일 치룬 1차 투표에서 요시포비치 후보가 38.46%, 그라바르-키타로비치 후보는 37.22%를 득표해 접전을 펼쳤다. 하지만 과반 득표자가 없던 관계로 이번 선거에서 1-2위 후보를 놓고 결선 최종 투표를 벌이게 된 것이다. 그라바르-키타로비치 당선자는 2015년 2월 19일부터 제6대 대통령으로서 5년 동안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소식통에 따르면 그라바르-키타로비치 당선자는 전형적인 외교전문가로 통한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외무장관을 지냈으며, 이후 주미 대사로 파견됐다가 2011년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공공 외교 사무부총장에 발탁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와는 2007년 외무장관 재임 당시 방한해 그의 소탈한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번 대통령 선거를 바라 본 선거 분석가들은 외교통이었던 그녀가 대통령에 선출된 배경 중 하나로 오랜 외교관 생활을 통해 터득한 그녀의 뛰어난 언변과 함께, 그녀의 꾸밈없는 소탈함을 들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권위를 포장하려는 기존 정치가들과 달리, 선거 기간 내내 자신이 대도시 출신이 아닌 아드리아해의 시골 출신이라는 점을 스스럼없이 드러내며 꾸밈없는 농담을 즐기곤 했다. 실제, 그녀는 아드리아해의 대표적 무역 항구 도시 리예카(Rijeka)의 인근 작은 마을에서 출생해 성장하였고, 정육점을 하는 평범한 보통 가정의 부모 밑에서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낸 시골 출신이라는 점을 계속해서 강조해왔다. 특히, 시골 농가에서 젖소를 직접 키우고 트랙터를 모는 등 자신의 일상적 어린 시절을 여과 없이 얘기하는 모습은,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권위적 정치가들에 대한 상대적 실망감을 지니고 있던 일반 크로아티아 국민들에게 일종의 카타르시스 효과를 안겨주었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요인으로는 상당수 유력 정치가들이 수도인 자그레브(Zagreb) 출신인 것과는 달리 그라바르-키타로비치 당선자가 아드리아해 연안 출신이었다는 점을 승리의 한 요인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아드리아해 연안 도시들은 고대 그리스, 로마 제국으로부터 베네치아 공국의 영향력 하에 들어갔던 중세를 거치며 선진화된 문명 및 르네상스 그리고 산업혁명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아왔다. 크로아티아 내륙과 해안 지역은 험준한 디나르 알프스 산악지대로 인해 근대까지도 상호간 활발한 소통과 교류가 어려웠었다. 하지만 중세 헝가리 지배하로 넘어가면서 자그레브를 중심으로 한 내륙 지역이 발달하게 되고, 특히 근대 이후로 지중해 상권의 몰락과 함께 해안 지역의 상업성이 줄어들게 되면서, 자그레브는 정치가들의 주요 활동 무대 겸 고향이 되게 된다. 이런 배경은 통상 내륙 지역 및 대도시들이 현 여당인 ‘사회민주당(SDP: Social Democratic Party/ Socijaldemokratska partija)’의 지지를 받는 데 반해, 지방 및 해안 지역은 전통적으로 그라바르-키타로비치 당선자가 속해있는 ‘크로아티아 민주연합(CDU/ HDZ: Croatian Democratic Union/ Hrvatska Demokratska Zajednica)’인 야당의 지지를 받는 배경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내륙 도시민들의 선거 참여율과 여당 지지가 다소 적었던 데 반해, 해안 도시들과 지방의 경우 경제 위기 지속과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으로 대거 야당에 지지표를 행사하였다.

 세 번째 요인으로는 여당과 야당 간의 세르비아 소수 민족에 대한 대응 전략 차이에서 이런 선거 결과가 나왔다고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라바르-키타로비치 당선자가 속한‘크로아티아 민주연합’은 과거 공산당의 후신으로, 유고슬라비아 연방에서 독립을 이끌어 낸 프란요 투쥬만(Franjo Tuđman, 1922-1999, 대통령 재임 1990-1999) 초대 대통령 이래로, 민족주의 색채가 강한 성향을 지녀왔다. 반면, 이보 요시포비치가 속한 여당인 ‘사회민주당’은 EU 가입을 적극적으로 주도하면서, EU 요구 조건에 따라 세르비아 민족 등 소수 민족들과의 민족 화합을 이끌어 가려 노력해왔다. 실제, 이보 요시포비치 대통령은 그의 취임사에서 밝힌 것처럼 과거 내전의 앙금을 씻어내고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 보스니아 간 정치적 해결의 공감대 및 우호관계를 구축하려는 입장을 고수해 왔던 게 사실이다. 그의 노력은 이번 선거 결과에서도 보이듯 크로아티아내 세르비아인 등 소수 민족들이 그를 지지한 것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그의 시도는 국제 사회와 EU의 적극적 지지를 받았지만, 크로아티아 민족주의자 및 부코바르 지역을 비롯한 내전 피해자들의 거친 항의를 감내해야만 했었다. 실제, 2013년 9월, 정부가 EU 권고에 따라 공용 표지판 및 공공기관 현판에 크로아티아의 라틴(Latin) 문자와 함께 세르비아인들이 사용하는 키릴(Kiril/ Ćiril) 문자를 병기하려 했을 때, 부코바르를 비롯한 여러 도시들에서는 이에 반발하여 현판들을 훼손하거나 부수는 등 EU법을 따르지 않으려는 국민적 저항을 받기도 했었다.

 네 번째 요인으로는 작년 12월, 정부가 크로아티아 대학교 졸업생들의 국외 취업을 제한하는 방안이 논의되면서, 이로 인한 젊은 유권자들의 정부에 대한 불만이 폭등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크로아티아 교육부는 고급 인력 유출을 막고자, 정부 지원 대학을 졸업한 학생은 일정 기간 국내 일자리를 잡거나, 국외 취업 시 지원금을 반환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자 했다. 실제 정부는 대학 교육에 학생당 2만 5천-7만 5천 유로를 보조하고 있다. 하지만 어려워진 경제난으로 국내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청년들이, 부득이 외국에서 취업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정부가 외면하는데 대해 젊은 유권자들은 크게 반발하였다. 크로아티아는 25세 이하 청년 실업률이 현재 41.5%로 EU 국가 중 3위에 이를 정도로 매우 심각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지난 2013년에는 젊은이 1만 5천 명이 국외에서 취업했고, 2011년 이후 지금까지 국외 취업자 규모는 6만 명에 이를 정도로 고급 인력 유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그라바르-키타로비치가 국제 사회와 EU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던 이보 요시포비치 현 대통령을 누르고 신임 대통령에 당선된 가장 큰 배경에는, EU 가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제적 어려움이 해결되지 못하는 현실에 국민들의 실망감이 컸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점은 그라바르-키타로비치가 당선 연설에서 “크로아티아가 경제적으로 나아지는 것을 방해하는 모든 것들을 용서하지 않겠다.”는 말과 함께 “더 나은 삶을 위해 모두가 함께 뭉칠 것”을 호소했던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이번 대선의 최대 쟁점은 ‘누가 침체된 경제를 살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해답 찾기’였다고 할 수 있다. 즉, 현지 언론에서 밝히고 있듯, 이번 결선 투표가 대통령과 총리를 동시에 낸 여당의 성적을 중간 평가하는 성격을 띠고 있었고, 결과적으로는 여당 정책에 대한 부정적 입장이 보다 확인되었다고 할 수 있다. 크로아티아 국민들은 2013년 7월 크로아티아가 EU에 가입하면서 경제 회생을 크게 기대했던 게 사실이다. 정부 여당 또한 이점을 크게 부각시켜 왔다. 하지만 여당의 주장과 달리 크로아티아 경제는 지난 6년간의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무난히 연임할 것이라 예상되었던 이보 요시포비치 대통령이 패배한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즉, 현 여당이 공공 부문 개혁과 기업 풍토 개선에 실패하고, 특히 기대했던 대규모 EU 개발 자금 유치가 실패함에 따라 국민들의 반발이 확산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선거에서 승리한 그라바르-키타로비치 당선자 또한 여러 산적한 어려움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첫째로 그녀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면서도 강력한 가톨릭 민족인 일반적 국민 정서와는 달리, 동성애와 낙태 문제에 유연한 태도를 보여 왔으며, 의료용 마리화나 합법화에도 찬성하고 있다. 즉 가톨릭 정통교리에서 벗어난 그의 정책들과 입장을 어떻게 해결하고 국민들을 설득해 나갈지를 지켜보아야만 할 것이다. 두 번째로는 비록 크로아티아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하고 국방과 외교를 담당하지만, 법률 거부권이 없고 대부분 실권은 총리가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그녀가 현 총리이자 사회민주당 당수인 조란 밀라노비치(Zoran Milanović, 1966- , 총리 재임 2011- )와의 정책 조율을 어떻게 조화롭게 진행하며, 자신의 정책들을 이끌어갈지도 관심사항이다. 세 번째로 그라바르-키타로비치 당선자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경제 살리기 공약과 함께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하러 국외로 빠져나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크로아티아 중앙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0.2%로 예상하는 상황에서, 경제 살리기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은 아직도 확인되지 않고 있는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민족주의 색채가 다소 강한 크로아티아 민주 연합이 들어서게 되면서, 그동안 다져왔던 세르비아 등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 및 평화적 조화로움이 일련의 타격을 받지 않을까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 또한 눈여겨봐야 할 점이다. 이러한 요소들이 바로 향후 그라바르-키타로비치 당선자가 국민들에게 어떻게 평가받게 될지, 그리고 그 평가가 연말에 시행될 총선과 어떻게 연계될지를 결정짓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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