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인도 중앙은행의 독립성 논란과 시사점

인도 최호상 국제금융센터 해외정보실 실장 2018/12/27

모디 정부와의 마찰로 중앙은행 총재 사임


여타 신흥국에 비해 양호한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는 인도 경제에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이 새로운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이는 2018년 12월 10일 인도 중앙은행의 파텔(Patel) 총재가 일신상의 이유로 돌연 사퇴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는 1957년 이후 중앙은행 총재가 임기 도중에 물러난 것이며, 유예기간을 두지 않고 즉각 물러난 사례도 매우 이례적이다. 일반적으로 지난 기간 동안 인도 중앙은행 총재는 1기(3년)를 거쳐 2기 연속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관례지만, 전임 총재인 라잔의 경우에는 1기를 마친 후 사퇴한 것과 달리 파텔 총재는 2019년 9월까지 임기를 남겨둔 상태였다.


전임 라잔 총재는 미국 시카고 대학교수와 IM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을 거쳐 이전 정부 이후 경제고문을 역임하면서, 2013년 9월 중앙은행 총재에 취임하였다. 이를 배경으로, 라잔은 현 최대 야당인 국민회의파에 가까운 인물로 간주되고 있지만, 2014년 총선에서 승리한 여당 인도인민당(BJP)의 모디 정부 출범 이후에도 자신이 수행한 정책인 물가안정을 정부와 보조를 맞추어 추진하였다.

 

모디 정부는 출범 이후 인플레이션 억제에 적극적이었으며, 인도 중앙은행은 라잔 전 총재 주도로, 통화정책을 효과적 으로 구사하여 만성적인 고물가 구도를 완화시킬 수 있었다. 2014년 라잔은 국제금융전문지 유로커런시(Euro-currency) 등에서 최우수 중앙은행 총재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이외에도 라잔은 임기 중 시장과의 대화를 시행하면서, 금융 중개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인도 은행권의 고질적인 문제인 부실채권 처리에도 주력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당시 중앙은행은 정치권의 영향력과 관계없이 금융시장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했지만, 그 과정에서 여당인 BJP와 관련 지지단체인 민족의용단(RSS: Rashtriya Swayamsevak Sangh)내 반발에 직면하였다. BJP 및 RSS는 힌두 지상주의를 표방하는 한편 경제정책에서도 자국 우선주의를 배경으로 대중영합주의 색채가 강한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이를 기반으로 이들 정파는 적극적인 경기부양을 중앙은행에 요구했지만, 라잔은 통화정책의 독립성 문제 등을 이유로 이를 거부하였다.


아울러 통화정책 결정 방식 개편 문제를 두고도 양자는 충돌하였는데, 이는 라잔의 사임을 촉발시킨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그럼에도 라잔은 물가목표제 도입 등 정부가 추구하는 물가안정 노력에 기여했으나, BJP 및 RSS 내부에서 소고기 판매 금지 문제를 이유로 라잔에 대한 개인적인 공세까지 전개하였고, 이를 계기로 라잔은 중앙은행 1기 임기를 마무리한 상태에서 사퇴를 표명하였다.


파산한 대형 비은행 금융회사 지원 대립 등으로 정부와 중앙은행 대립 격화


라잔에 이어 2013년 1월 중앙은행 총재에 취임한 파텔 전 총재는 전임 라잔 총재의 개혁안을 계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파텔은 모디 총리가 구자라트 주정부 수반을 역임할 당시 지역 공기업 임원을 역임하는 등 모디 총리와는 매우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였다. 이에 따라 중앙은행 총재 취임 후 온건파 색채를 지니면서 모디 정부에 비교적 순응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2016년 말 모디 정부가 시행한 고액권 폐지 조치를 둘러싸고,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파열음이 가시화되었다. 이후 2018년 2월 발생한 펀자브 국립은행(PNB) 등 주요 은행의 부정거래 문제(보석업체 대출 금융사기)는 정부와 중앙은행의 대립을 촉발시키는 도화선으로 작용하였다. 정부는 해당 문제를 두고 규제 당국인 중앙은행을 비판했지만, 중앙은행은 국영은행 감독권한의 취약성에 원인이 있다면서 반발하였다. 이에 대응하여 정부는 결제 시스템을 감독하는 새로운 기관 설립을 통해 중앙은행의 권한 축소에 나서면서, 양자의 대립이 더욱 격화되었다.


무엇보다 2018년 하반기 이후 터키발 신흥국 금융시장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은 인도 금융시장으로 전이되어 루피화 가치 약세로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조치는 정부의 갈등을 고조시켰다. 파텔 전 총재는 전임 라잔 총재와 마찬가지로 경제지표에 기초한 통화정책을 구사했는데, 2018년 6월에 이어 8월에도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시행하였다. 그리고 10월에는 통화정책 기조를 중립에서 조정된 긴축(Calibrated Tightening)으로 전환하는 입장을 제시하였다. 이는 경기부양에 주력하는 정부의 정책과 배치되는 측면이 강한 내용이었다.


무엇보다 2018년 9월 초 대형 비은행 금융기관인 IL&FS의 이자 지급 관련 채무 불이행 발생은 정부와 중앙은행의 대립을 극한 상황으로 몰고 갔다. 이를 계기로 정부가 중앙은행에게 지원을 요구하게 되면서, 중앙은행의 입장에서는 독립성이 크게 위협을 받게 되었다. 아울러 그림자 금융의 우려가 부상하고, 금융 시스템의 신용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중앙은행은 긴축 기조에 나서 정부가 추진하는 유동성 공급이 용이하지 않은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유동성 문제를 지적했지만, 오히려 중앙은행은 국영은행에 부과하는 자기자본비율 개선과 부실채권 축소 등을 강화했다.


이러한 가운데 모디 정부 정책은 2016년 말 고액권 폐지 조치, 2017년 7월 이후 GST(상품 및 서비스세) 도입 등으로 발생한 후유증으로 전 국민의 반발이 거세지는가에 의한 인도 경제의 불확실성 등으로 전 국민의 저항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정부는 2019년 5월 실시 예정인 차기 총선 이전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완화를 요구했다. 또한 한때 정부가 중앙은행법 제7조를 행사하여 통화정책에 개입하는 내용을 검토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중앙은행과의 알력이 커졌으며, 시장에서는 파텔 총재의 사임 관측이 부상하고 있었다.


이처럼 일련의 모디 정부와 중앙은행과의 대립은 2018년 10월 말 모디 총리의 해외 방문 중 중앙은행의 아차르야 부총재와의 면담에서 표면화되었다. 아차르야 부총재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일이 잠재적인 재난이 될 수 있다고 정부를 정면 비판하였다. 그는 2010년 아르헨티나 정부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개입으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촉발했다는 사례를 들면서 정부에 경고 신호를 발신하였다.


이후 2018년 11월에는 모디 총리와 파텔 중앙은행 총재 회동을 통해 정부가 기존 요구를 일정 수준 양보한다고 결정하여, 양자 간 갈등이 일시적으로 봉합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결국 파텔 총재는 12월 들어 정치적 부담 등을 배경으로 사퇴 의사를 밝힘으로써, 정부와 중앙은행의 대립이 쉽게 해소되기 어려운 사안임을 보여주고 있다.


친정부 세력의 반발도 중앙은행에 대한 압력 강화의 배경


파텔 전 중앙은행 총재 사퇴를 불러온 정부의 중앙은행에 대한 압력 배경은 인도 경제 성장세가 점차 정점에 달하고 있고, 기존 경제정책을 두고 국민의 반발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치권의 중앙은행 비판도 이를 거들고 있었다.


현지 언론 등에 의하면, RSS의 경제 정책을 주도하는 힌두 민족주의 단체 SJM(Swadeshi Jagran Manch)의 공동 의장 애쉬와니 마하잔(Ashwani Mahajan)은 중앙은행 아차르야 부총재의 발언을 두고, 중앙은행 요직을 수행하는 인사가 인내심을 갖지 않거나 규정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에 사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였다. 이는 정치권이 중앙은행 반발에 강경 대응 자세를 나타낸 것으로, 당시 파텔 중앙은행 총재가 2019년 9월 1기 임기를 마치더라도 후속 업무를 수행하기에 어려움을 반증하는 발언이었다.


그리고 모디 정부와 함께 친정부 세력인 BJP, RSS 등이 중앙은행에 고압적인 태도를 보인 이유는 최근 차기 총선의 전초전인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BJP가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 전 여론 조사에서는 BJP의 중심지역인 마디아프라데시 주나 라자스탄 주에서 패배한다는 관측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차기 총선의 전초전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여당 BJP와 최대 야당인 국민회의파에서도 총력전을 전개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야당으로 여론이 기울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여당 측은 적극적인 경기 활성화 대책이 병행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모디 총리가 인도의 발전을 위해 더욱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으며, 정부는 예년 3월 1일 발표한 차기 회계연도 예산을 1개월 앞서 발표하는 동시에 2019년 예산에서 지방과 농촌에 높은 비중을 둔 예산 책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정부의 차기 총선을 의식한 정책은 실제로 정부 재원의 부족을 초래할 위험이 높다. 이에 정부는 이를 충당하기 위해 중앙은행의 은행권 준비금의 국고 납부를 요구하기에 이르고 있다.


2019년 5월 실시 예정인 차기 총선을 위해 모디 정부는 다양한 장밋빛 정책을 지향하고 있지만, 재정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이에 정부는 은행권 준비금 재정 충당 외에 중앙은행에게 은행대출 확대를 위해 국영은행 중심으로 대출 규제 완화를 압박하고 있다. 파텔 전 총재는 이와 같은 정부의 정책 기조에 반발하였고, 이는 궁극적으로 양자의 대립각을 더욱 거세게 세우는 원인이 되었다.


새로운 중앙은행 총재의 통화정책은 정부 측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할 전망


위에 전술한 바와 같이, 파텔 전 중앙은행 총재가 갑작스럽게 퇴임을 발표하는 등 인도 중앙은행 내부는 혼란에 직면했지만, 정부는 이를 해소하고자 2018년 12월 11일 후임 총재로 전 재무부 차관인 샤크티칸타 다스 (Shaktikanta Das) 임명했다. 다스는 정부로부터 임명된 당일 총재로 취임했으며, 한때 변동성이 커졌던 금융시장도 점차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임 다스 중앙은행 총재는 인도 정부의 관료 출신으로, 다양한 공직을 거친 후 2015년 재무부 차관에게 취임했다. 그리고 2016년 말 모디 정부가 추진한 고액권 폐지 조치의 중심 역할을 수행했다. 또한 다스는 재무부 재직 시 중앙은행의 이사회에 참여했는데, 통화정책 완화를 강하게 주장한 바 있다. 아울러 중앙은행 총재 취임 전 중앙 및 주 정부 간 재정 불균형의 조정을 위한 정책자문을 담당했으며, G20 회의에서 인도정부의 대표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2016년 중앙은행 라잔 전 총재가 1기 임기를 마치는 시점에서도 유력한 중앙은행 총재 후보로 거론되기도 하였다. 파텔 전 총재 퇴임은 중앙은행 독립성과 관련 정부와 관계가 악화된 배경이 있으므로, 모디 총리는 장기간 정부와 중앙은행 사이에 연관성을 지닌 다스에게 관계 회복을 맡겼다고 평가되고 있다.


이를 두고 모디 정부는 후임 중앙은행 총재 인사에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중시하는 전문가가 아닌 정부 관료 출신인 실무자를 임명하여 원활한 재정운영을 모색하고 있음을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중앙은행은 2018년 12월 초 개최한 정기 통화정책위원회에서 정책기조를 변경하지 않았지만, 모디 정부가 요구하는 금융시장의 유동성 공급 확대를 위해 은행 규제의 완화를 발표하는 등 실질적인 완화 기조로 선회하였다. 다음 통화정책회의는 2019년 2월 개최될 예정인 가운데 기존 사임한 두 총재와 달리 인도 중앙은행의 정책은 한층 완화 분위기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중앙은행에 대한 과도한 개입은 우려할만한 요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차기 총선을 과도하게 의식한 인도 모디 정부의 대중영합주의 정책은 재정 건전성을 훼손할 수도 있어, 중장기적으로 인도 경제의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와 맞물려 앞으로 정부가 지금보다 중앙은행에 대한 정책 행사를 강화할 경우, 결과적으로 중앙은행의 독립성 우려가 커질 수 있는 동시에 국제금융시장에서 신뢰도 저하를 불러올 수 있다.


이를 두고 싱 전 인도 총리는 파텔 중앙은행 총재 사퇴가 향후 인도 경제의 가장 큰 위협요소라고도 지적하였다. 반면 모디 총리는 중앙은행의 은행권 재무 건전성 정책이 기업 활동을 위축시켜 경제 성장을 약화시킨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중앙은행의 신뢰도 하락이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모디 총리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새로운 다스 중앙은행 총재 체제하에서 중앙은행이 중립성을 유지하면서 효과적인 정책대응을 시행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다수 견해는 인도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정부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면서, 정부의 재정 보조 역할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가 새로운 중앙은행 총재 체제 이후 장기 경제발전이라는 목표를 정부와 공유할 수 있다면, 관련 충격이 완화될 수도 있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독립성 문제는 여전히 인도 경제에 부담스러운 요소인 동시에 논란의 소지로 작용할 수 있다.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