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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힌디 벨트 3개 주 의회 선거결과와 2019년 연방 하원 총선거 전망

인도ㆍ남아시아 일반 고홍근 부산외국어대학교 인도어과 교수 2018/12/27

2018년 후반기의  5개 주 의회 선거는 2019년 연방 하원 총선거의 ‘준결승전’이라고 불릴만큼 주목을 받았었다. 특히 힌디 벨트에 속하는 3개 주는 인구가 많고 연방하원의 의석도 모두 65개에 달하는 대형주들이기 때문에 그 결과에 더 큰 관심이 집중 되었다. 여기서는 2018년 주의회 선거 결과를 이 3개 주들을 중심으로 분석하고 더 나가서는 2019년 연방하원 총선거에 미칠 영향을 예측해 보기로 한다.


2018년 주 의회 선거


2018년 인도에서는 모두 9개 주, 즉 전반기에 4개 주 그리고 후반기에 5개 주에서 주 의회 선거가 시행되었다.(표 1참조) 이번 선거의 결과로 31개 주 정부 중 인도인민당(Bharatya Janta Paarty, 이하 BJP)는 16개 주를, 인도국민회의당(Indian National Congress, 이하 INC)는 6개 주를 장악하게 되었다. 2017년에 비해 BJP는 1개 주, INC는 3개 주가 증가한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본다면 BJP는 차띠스가르(Chhattisgarh)를 포함한 3개 주에서 정권을 잃었고 나가랜드(Nagaland) 등 2개 주에서 정권을 얻었고 INC는 미조람(Mizoram)에서 정권을 상실한 반면 마디아 쁘라데시(Madhya Pradesh) 등 3개주에서 정권을 획득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이 두 가지 있다. 첫째, BJP의 패배 즉, INC의 승리가 2018년 후반기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6개월 정도 남은 2019년 4~5월의 제17차 연방하원 총선거의 전초전에서 INC는 희망을 그리고 BJP는 위기감을 갖게 되는 결과가 나타났다는 점이다.


둘째, INC가 승리한 3개 주가 모두 전통적으로 BJP의 기반이었던 힌디 벨트(Hindi Belt)에 속한다는 점 그리고 차띠스가르와 마디아 쁘라데시는 지난 15년 동안 BJP가 통치해 왔었던 주들이라는 점이다. 특히 이 3개주의 연방하원 의석수가 모두 65석에 달하므로 INC의 승리가 돋보이는 것이다. BJP의 입장에서 본다면 2018년의 주 의회 선거는 전반기와 후반기의 승패가 확연하게 나누어진다.


5월의 까르나따까 주 선거까지 BJP의 성적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모두 4개 주 중 2개에서 정권을 장악하는데 성공했고, 특히 뜨리뿌라 주에서는 ‘인도공산당 막시스트 파(Communist Party of India, Marxist)’의 25년 통치를 종식시키는데 성공하기도 했었다.


또 까르나따까 주에서는 비록 주 정부 구성에는 실패하기는 하였지만, 득표율은 36.3 %이었고 104석의 의석을 차지하여 지난 선거보다 64석의 증가를 보이는 약진을 나타내었다. 그러나 후반기 선거에서는 ‘2014년 집권한 이래 모디(Narendra Modi) 총리가 직면한 최대의 패배’라고 부를 정도로 힌디 벨트의 정치적 지형이 바뀌었다.


2018년 힌디 벨트 3개 주 의회 선거 결과의 특징


차띠스가르, 마디아 쁘라데시 그리고 라자스탄은 힌디 벨트에 위치한 핵심 주(Key states)들이다. 이 3개 주의 인구는 약 1억 4천 4백만 명에 달하여 인도 전체 인구의 약 11%가 이 주들에 거주하고 있으며 또 인구 70~80%가 농촌에 거주하는 농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표 2에서 볼 수 있듯이 BJP는 의석 수에서 최대 92석을, 지지율에서는 최대 8.04%를 상실했다.


INC와의 지지율 격차는 차띠스가르에서 10%의 차이를 보였고 나머지 2개 주에서는 거의 비등한 수준을 나타냈지만 BJP의 텃밭으로 알려져 있었던 이 주들에서 이런 결과가 나타났던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같은 현상의 배경과 원인은 다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로 BJP에 대한 농민들의 실망이다. 마디아 쁘라데시에서 밀 농사를 짓는 한 농부는 “우리는 모두 이번에 INC를 지지했고 그 후보자들이 여기서 승리했다. BJP는 우리 농부들을 무시했다. 피라미드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우리를 무시했다,” 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실상 모디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 슬로건(Slogan)인 ‘Make in India’와 ‘Digital India’는 도시 중심적이고 비즈니스 친화적인(Business-friendly) 것일 수밖에 없었다. 모디의 집권 이후 인도는 연 7%를 넘는 경제 성장률을 경험했지만 이 영향이 풀뿌리 수준까지 다다르지 못했다. 농촌지역의 구조적이고 잠재적인 실업은 개선되지 않았고 그에 따라 농촌 소비시장도 도시의 그것과는 양극화될 수밖에 없었다.


이 현실에 대한 농촌의 경악과 농민들의 좌절 그리고 불평등에 대한 분노가 이번 선거를 통해 표출되었다고 생각된다. 특히 농촌인구가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이 3개 주에서 이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이다.


둘째 청년 실업률의 증가와 소득 불평등의 문제이다. 2014년까지만 해도 수년 동안 인도의 실업률은 2-3%에 머물러있었다. 그러나 2018년 노동현황보고서(State of Working India 2018)에 따르면 2015년에는 전체 실업률이 5%로 증가했고 2017년 청년실업률은 16%에 달해 지난 20년 동안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일자리 부족은 임금에도 영향을 주어 남성 노동자의 82%, 여성 노동자의 92%가 월 1만 루피(약 17만원)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다. 그리고 위의 보고서는 ‘1970년대와 80년대 GDP 성장률이 연 3-4%에 불과할 때도 고용 증가율은 연 2%였다. 2000년대에 들어서서는 GDP 성장률이 7%에 달했지만 고용률 증가는 1% 또는 그 미만에 그쳤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이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지만 특히 힌디 벨트를 중심으로 한 북부 인도에서 더 심각하다고 보고서는 주장한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서 농촌뿐만 아니라 도시에서도 BJP가 2014년에 비해 3개 주 합계 득표율이 4% 하락한 이유 중의 하나가 되는 것이다.


셋째, BJP의 선거 전략의 실패이다. 인도의 원로언론인 싸르데싸이(R. Sardesai)는 이번 선거를 ‘끼싼-노자완(Kisan-Naujawaan)동맹’이 ‘힌두- 무슬림(Hindu-Musalmaan) 대결 프레임(Frame)’을 깨뜨린 것이라고 단정했다. 즉, 소득에 어려움을 겪는 농민들과 불안정한 취업전망에 불안한 청년들의 현실적인 문제를 외면한 채 해묵은 종교적 감성에 호소하려 했던 것이다. BJP는 우따르 쁘라데시(Uttar Pradesh)의 주 총리 요디 아디땨나트 (Yogi Adityanath)가 3개 주 선거운동에 72차례나 등장하여 반-무슬림(Anti-Muslim) 정서를 선거의 이슈로 삼으려 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종교가 선거의 아젠다(Agenda)가 되는 것은 흥미로운 현상임에는 틀림없지만, 일반적으로, 유권자들은 종교적 감성보다는 경제적 현실을 더 중요시 한다. 2014년 총선거에서 BJP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것도 그들의 ‘힌두뜨바(Hinduttva)’에 감동받았기 때문이 아니라 더 많은 경제적 결실을 가져다 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BJP는 잊었던 것으로 보인다.


넷째, 라훌 간디(Rahul Gandhi)의 더하기 정치이다. 라훌은 소위 네루-간디 왕조(Nehru-Gandhi Dynasty) 4대 째로서 ‘정치 명문가의 약간 모자란 후손’이라는 인상을 주어 왔고, 사실상 지난 2014년 INC의 대 참패에도 상당 부분 책임이 있는 인물이다. 그러한 라훌이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방송 제목이 떠오를 정도로 기대 이상의 정치력을 발휘하고 있다. 라훌은 지난 3년 동안 지역정당과의 동맹을 발전시켜 왔었다. 그는 INC의 성장에 가치가 있는가를 기준으로 지역정당들에게 관심을 기울여 왔었다. 이번 마디아 쁘라데시와 차띠스가르의 승리도 이 주들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 정당인 바후잔 싸마즈 당(Bahujan Samaj Party: 이하 BSP)과 곤드와나 가나딴뜨라 당(Gondwana Ganatantra Party: GGP)과의 동맹이 긍정적인 기여를 했었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면, 지난 수개월 동안 11개의 지역정당들이 BJP와의 동맹에서 탈퇴했고 9개 정당이 모디 정부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라훌의 더하기 정치와 모디의 빼기 정치가 이번 선거의 결과가 된 것이다.


2019년 총선거 전망


이번 힌디 벨트 3개 주 의회 선거의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의 총선거를 예측한다는 것은 양날의 검을 다루는 것과 같다. 즉, ‘한 장의 낙엽이 천하의 가을을 알린다.’는 한 쪽 날과 ‘나무 한 그루로 숲을 판단하지 말라.’는 다른 쪽 날이 있는 것이다.


이 충돌하는 두 가지 전제를  모두 버리고  가장 중립 적인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하여도 내년 선거에서 2014년 BJP의 압승이 재현되리라고는 결코 예측할 수 없다. 현재 인도 하원 모두 543석 중 BJP는 과반수에 1석이 부족한 271석, 명색이 제1 야당인 INC는 47석에 불과하다. 따라서 관심은, 승패를 떠나서, ‘BJP가 내년 5월 이후에도 이와 같은 세력을 유지할 수 있는가?’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최근의 여론조사는 BJP에게 불리하고 INC에게는 희망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디아 투데이(India Today)의 지난 8월 발표에 따르면 2018년 1월 53%이었던 모디 지지율은 7월 49%로 하락했다. 모디의 카리스마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 BJP로서는 불행한 소식이다. 반면 모디를 대신할 차기 총리로는 라훌이 46%의 지지를 받았다. 또 같은 달 발표된 데쉬 까 무드(Desh ka Mood: 나라 분위기)는 불가촉천민, 부족 등 사회 하층계급 그리고 중산층, 노년층에서 라훌의 인기가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디의 인기 하락은 복합적인 이유에서 기인한다. 2014년 총선거 당시 모디가 약속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던 ‘아체 딘(Achche Din: 좋은 날들)’은 결코 실현되지 않았고, 4년이 지난 지금도 그 ‘좋은 날들’을 마냥 기다리기만 해야 하는 현실이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또 모디와 BJP의 대표적인 개혁 정책들, 즉 고액권 화폐 폐기와 GST(Goods & Services Tax)가 소상공인들을 불편하게 만들었고 실업률을 증가시켰다. 농부들은 혹독한 기후로 인한 생산 저하와 농산물의 판매처 미비에 대한 불만을 모디 정부에 돌리고 있다. 더군다나 범죄율과 여성 대상 범죄의 증가도 정부에 대한 불신을 커지게 만들고 있다.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내년 총선거에서 모디-BJP의 몰락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2018년 5월의 여론조사에서 인도인의 71.9%가 2019년 새로운 수상으로 모디를 다시 지지했다. 즉, ‘누가 되더라도 현재의 모디-BJP보다는 나을 것이다.’라는 의견보다는 ‘현재의 모디-BJP를 대신할 대상이 마땅치 않다.’가 지배적 여론인 것이다. 라훌은 선거 직후 INC의 승리를 자축하면서 ‘모디 총리와 BJP는 부활하는 INC를 상대로 선거에서 이기기 어려워질 것이다. 이 승리가 주 의회 선거에서만 그치지 않고 2019년 총선거에서도 이어질 것이다.’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라훌과 INC가 2019년 정권을 되찾아 오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물론 INC의 의석 수가 지금보다는 상당히 많아지기는 하겠지만 BJP를 누를만한 수준은 되지 못할 것이다. 라훌이 가문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많은 시간을, 적어도 6년은 기다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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