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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 오피니언] 라오스 댐 붕괴 이후 도전받는 거버넌스

라오스 이요한 한국외국어대학교 동남아연구소 연구원 2018/12/31

세피안-세남노이 댐 붕괴의 후폭풍
세피안-세남노이 댐 프로젝트는 라오스 권력 유지의 핵심 자산인 경제성장과 외국인투자자의 결합물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큰 사업이었다. 라오스 정부 입장에서 댐 붕괴는 단순한 경제적 손실을 넘어 집권세력의 정체성을 위협하고 잠재된 라오스 국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는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라오스가 댐 붕괴 직후 국내외 언론의 보도를 통제한 것은 라오스 집권 엘리트들의 정치적 부담을 반영한 것이다. 2018년 7월 라오스 남부에서 발생한 세피안-세남노이 (Xe-Pian Xe-Namnoy) 보조 D댐(saddle dam D)의 붕괴 이후 라오스 중부는 피해 규모에 대해 “12개의 마을이 사라졌고, 40명의 사망자와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댐이 소재한 아타푸 (Attapeu)의 주지사인 렛 사이아폰(Let Xaiyaphone)은 “228개의 집이 파괴되었으며, 재산 손실액은 수백만 달러로 추정된다,”고 언급하였다.

 

라오스 정부는 저개발 경제를 극복하기 위해 강력한 수력 드라이브 정책을 펼쳐왔다. 라오스는 수력발전을 통해 메콩 유역국인 태국·베트남·캄보디아는 물론 중국의 전력 부족과 폭증하는 수요를 공급하는 ‘아세안의 배터리 (ASEAN Battery)’ 전략을 추진해왔다. 또한 2016-2020년의 제 8차 5개년 국가사회경제개발전략(NSEDP : National Socio-Economic Development Plan)은 수력, 광산업, 플랜테이션 농업의 해외투자를 지속적으로 유입하여 2020년까지 최빈국(LDC: least-development country) 탈피를 목표로 하였다.

 

라오스 정부는 현재 46개의 수력 댐을 운영하고 있으며, 약 7,000㎿의 전력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추가로 54개의 댐을 건설 중이며 2020년이 되면 총 100개의 댐으로 약 10,000㎿, 2025년이 되면 총 150개의 댐에 25,000 ~ 30,000㎿의 전력생산 능력을 갖출 예정이었다. 또한 생산 전력의 85%를 주변국으로 수출하여 현재의 3배 이상의 수출액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세피안-세남노이 보조 댐의 붕괴 이후 이와 같은 수력발전의 생산과 수출을 기반으로 한 국가발전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거버넌스에 대한 도전
라오스는 1975년 사회주의 정부가 들어선 이래 현재까지 1당(라오인민 혁명당: Lao People’s Revolutionary Party)의 장기집권이 유지되어 왔다. 야당이나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부재한 상황에서 라오스 집권세력은 지난 40여 년간 커다란 도전 없이 권력의 독점을 누려왔다. 현재 분항 보라칫(Bounnhang Vorachith) 대통령과 통룬 시술릿 (Thongloun Sisoulith) 총리는 2016년 취임한 이래 2021년까지 5년의 임기를 보장받았다. 집권 3년차를 맞이한 상황에서 세피안-세남노이 보조 댐 붕괴로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라오스 집권세력이 큰 위기 없이 권력을 유지했던 것은 1990년대부터 적절한 대외개방과 시장경제의 도입을 통해 안정적인 경제성장이 지속되어왔기 때문이다. 라오스의 2017년 1인당 국민소득은 2,000달러를 상회하여 10년 전 1인당 국민소득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하였다. 이와 같은 역동적인 경제성장은 수력발전댐 건설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개발원조 (ODA)의 유입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라오스 엘리트들의 만연한 부정부패와 경제성장 이익의 편중으로 인해 발생된 빈부격차로  잠재적 불만이 적체되고 있었다(Boike Rhebin, 2017).

 

세피안-세남노이 댐의 붕괴는 사고 경위, 대응, 후속조치 등의 과정 전반에 있어서 라오스 정부에게 중대한 도전 이었다.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라오스 정부의 대응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댐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가 투명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한국 언론을 비롯한 해외 언론의 관련 취재도 불허하고 있다(2018년 12월 현재). 댐 피해 사망자가 40명에 불과하다는 라오스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에 대해 피해 지역 주민들은 전혀 동의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익명의 한 피해자는 아시아타임즈(Asia Times)와의 인터뷰에서 사망자는 최소한 800명 이상이며, 최대 2,000명까지 될 수도 있다고 언급하였다.

 

댐 사고 피해자에 대한 라오스 정부의 미미한 보상도 비판 받고 있다. 사망피해자의 경우 불과 180달러(약 20만원)의 위로금만 지급해 피해 지역주민의 분노를 야기하고 있다. 또한 수천 명의 이재민들이 집, 직장, 재산을 잃은 채 생존조차 위협받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기본적인 지원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피해지역 마을의 생존자들에게 1인당 월 12달러(약 1만5천 원)의 생활비를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약속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번 피해로 최소 1,500만 달러 (약 180억 원)의 구제 성금이 모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보상을 위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되지 않는 것에 대해 라오스 네티즌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향후 전망
라오스 정부는 기존 댐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을 2019-2020년에 실시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이번 댐 붕괴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라오스의 전력 생산이 전체 3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수력발전댐 건설 능력을 확대하는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사고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조사와 보상 및 사후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라오스 정부의  대응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번 댐 사고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수력발전업을 비롯해 라오스에서 수행될 대형 프로젝트에 미칠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중국은 쿤밍과 비엔티안을 잇는 철도 건설을 진행 중이며, 이와 관련해 공사 예정 지역에 거주 중인 주민들의 이주 배상도 주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라오스 정부는 이주민을 위해 2,500억 낍(kip)을 배상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댐 피해 배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현 상황에서 정부의 발표를 순순히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이다.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2018년 2월에 발표한 라오스 정부의 부패지수(CPI: Corruption Perception Index)는 180개국 중 135위로 전년도 123위에 비해 12단계나 하락하였다. 거버넌스 문제의 실례(實例)로 2018년 11월 시엥쾅(Xiengkhouang)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라오스 국민 체전이 비리 문제로 전격 취소된 바 있다. 통룬 시술릿 총리가 2016년 취임 이후 부정부패 척결을 천명해왔지만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라오스 정부의 투명하고 공정한 거버넌스의 수행이 이루어지지 않음으로 국책사업에 대한 보상과 배상이 해당 지역민의 공감과 지지를 얻지 못한다면 앞으로 계획 중인 대규모 인프라 사업 추진에 있어 걸림돌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라오스 현 정부의 수장인 분항 보라칫 대통령은 81세 (1937년 생), 통룬 시술릿 총리는 73세(1945년 생)으로 고령(高齡) 이어서 정치적 세대교체가 불가피한 시기이다. 그러나 새로운 정치 엘리트 세대는 기존 집권층의 소군주 (princelings: 자녀 및 친족)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69명으로 구성된 당 중앙위원(Party Central Committee) 중 약 25%는 당 창당 멤버의 친족들이 차지하고 있다.

 

2021년에 예정된 지도부 교체는 기존의 혁명 세대가 물러나고 사회정부 수립 이후에 태어난 세대들의 비중과 역할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라오스의 사회적, 정치적 환경을 고려할 때 기존 엘리트 세력의 대폭적인 교체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집권 엘리트의 거버넌스에 대한 가시적이고 체감된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권력의 대물림만 이루어지게 되었을 때 국민들과 집권세력간의 잠재적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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