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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야권(SP-BSP) 연대와 2019 인도 총선 전망

인도 Kashinath Pandita Kashmir University Associate Professor 2019/02/25

총선을 앞둔 인도
지난 2014년 인도 총선에서 우파 진영인 인도국민당(BJP)이 압승을 거둔 사건은 독립 이후 인도 현대사의 분수령으로 평가될 수 있다. 이는 인도가 ‘정치적 갈등의 시대’에서 ‘세련된 시민 사회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알리는 사건이었다.


한편, 그 동안 인도 국민회의당을 지지해온 좌파 세력은 우파에 밀려 패하면서 오랫동안 누려왔던 ‘킹메이커’로서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게 되었다. 국민회의당과 손잡았던 좌파 정치인들은 급기야 새로 출범한 우파 연합정권인 국민민주동맹에 가담하기에 이르렀다. 이렇듯 인도가 시민 사회로의 변신을 향해 변화하는 과정에서 궁지에 몰린 정치 세력들은 생존의 본능에 이끌려 ‘적과의 동침’까지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2019년 여름에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가 이끄는 국민민주동맹 정권의 5년 임기가 종료됨에 따라, 2019년 3~4월에 새 행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총선이 실시될 예정이다.


그런데 국민회의당과 함께 야권연대를 구성한 좌파와 기타 정당들은 총선에서 모디 총리를 축출한다는 하나의 목표만 공유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야권 세력은 자신들을 뽑아준 선거구의 유권자에 대한 책임의식은 안중에도 없고, 하원에서 불합리한 이유를 들어 걸핏하면 장외 투쟁에 호소하며 사소한 문제들로 트집을 잡아 정부를 비방하는 등의 행태가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야권은 모디 행정부에 대한 무분별한 정치 공세에만 몰입했다. 이들이 반복적으로 주장하는 내용을 살펴보면, 모디 정부가 국민의 종파, 계층 정체성을 자극해 공동체 내부 갈등을 부추기고, 청년과 농민이 겪는 어려움을 간과하는 한편, 국고에서 횡령되어 해외 은행에 은닉된 자금을 환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야권은 모디 정부가 생필품의 가격 인상을 통제하지 않고, 고액권 폐지와 상품서비스세(GST) 도입 등 어리석은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에 대한 확실한 증거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로지 정권을 되찾겠다는 열망에 사로잡힌 야권은 이번 총선에서 국민당을 무너뜨릴 의도로 거대한 연대 세력을 규합해왔다.


국민회의당은 이러한 야권 연대의 움직임 속에서 ‘조정자 역할’을 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라훌 간디(Rahul Gandhi) 국민회의당 총재와 함께 마마타 바네르지(Mamata Banerjee) 서부 벵갈(West Baengal)주 수상이 나란히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리고 국민당의 오랜 당원이었으나 당내에서 소외된 비하르(Bihar) 주 출신의 야슈완트 신하(Yashwant Sinha)와 샤트루간 신하(Shatrughan Sinha)가 모디 행정부에 매우 비판적인 모습을 보였다. 전국 무대에서는 국민회의당과 BJP가 경합하고 있는 한편, 지방 차원에서는 우타르 프라데시(Uttar Pradesh) 주에 기반을 둔 지역 정당인 사마즈와디(Samajwadi)당과 바후잔 사마즈와디(Bahujan Samajwadi) 당이 경쟁하는 구도이다. 따라서, 이 두 정당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도 투표층  분석 : 우타르 프라데시 주
인도 정치에서 투표층은 지역, 종교, 카스트, 종족, 언어, 문화 등 사회 구성원의 집단 정체성을 따라 구분된다. 이에 따라, 총선에서 득표 경쟁을 펼치는 정치인들도 국가적 차원의 이익보다는 이러한 집단 정체성에 주목해 왔다. 특히 인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우타르 프라데시에서는 이러한 집단 정체성 구분이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2011년도 우타르 프라데시의 인구통계를 살펴보면, 총인구 가운데 힌두교도 주민이 79.73%를 차지하고, 이슬람교도 주민의 비율은 19.26%이다. 우타르 프라데시의 주의회 의석은 404석이며, 하원(Lok Sabha)과 상원(Rajya Sabha)에 배정된 의석은 각각 80석과 3석이다. 또한, 인도 독립 이후 우타르 프라데시에서만 8명의 총리가 배출되었다. 이렇듯 우타르 프라데시는 의회 내외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요한 지역인 것이다.


우타르 프라데시 내에도 인도의 다른 지역에서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사회 계층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는 다가올 총선 결과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타르 프라데시의 계층 구성을 살펴보면, 최상위 카스트인 브라만(Brahman)이 13%를 차지하며 이슬람교도가 18~19%인데, 이슬람교도들은 대부분 우타르 프라데시의 서부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또한, 우타르 프라데시에서 힌디어로 불가촉천민을 의미하는 달리트(Dalit)는 20~21%를, 야다브(Yadav)와 자타브(Jatav)가 각각 18%와 15%를 차지한다. 추정치에 따르면, 우타르 프라데시에서 4개의 주요 야권 지지층이 지역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71%인 것으로 보인다.


사마즈와디 당(SP)
사마즈와디 당은 1992년 10월 자나타 달(Janata Dal) 당의 한 분파로부터 갈라져 나와 우타르 프라데시에 기반한 지역 정당으로 출범했다. 사마즈와디 당은 이념적으로 사회주의 사상가인 람 마노하르 로히아(Ram Manohar Lohia)의 영향을 받아 평등의 원칙에 근거한 사회주의 사회를 건설하는 것을 당의 강령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사마즈와디 당은 우타르 프라데시의 소수 이슬람교도 유권자와 ‘기타 낙후 계층(OBC)’으로 공식적으로 분류된 하위 카스트 유권자에 지지를 호소해왔다.


사마즈와디 당은 1993년에 우타르 프라데시에서 물라얌 싱 야다브(Mulayam Singh Yadav)가 이끄는 친(親) 달리트 정당인 바후잔 사마즈와디(BSP)와 연합 정부를 구성했다. 한편, 물라얌 싱 야다브는 강경 힌두 민족주의자들에 맞서 바브리(Babri) 이슬람 사원을 허무는 것을 반대하고 나서면서, 우타르 프라데시 내의 이슬람교도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어 주의회 선거에서 전체 의석 422석 가운데 109석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96년에 사마즈와디 당의 경호원들이 마야와티(Mayawati) BSP 총재에게 결례를 범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 발단이 되어, BSP는 사마즈와디 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게 된다. 결국, 2003년에 우타르 프라데시에서의 사마즈와디 당과 BSP 사이의 연합정권이 붕괴하고, 주의회에서 143석을 보유한 사마즈와디 당은 다른 군소 정당들과 연합해 새 행정부를 꾸리게 된다. 그러나 2007년 우타르 프라데시 주의회 선거에서 사마즈와디 당은 BSP에 절대 다수의 의석을 내주며 참패하게 된다. 그러나 사마즈와디 당은 2012년 우타르 프라데시 주의회 선거에서 224석을 얻는데 성공해 정권 수복에 성공한다. 아킬레슈 야다브(Akhilesh Yadav) 수상은 국유지 획득을 금지하고, 농민 저리(低利) 대출을 제공하는 등 농업 부문에 유인책을 제공하였다. 그리고, 그는 취학 아동에게 노트북 컴퓨터를 제공하는 정책을 펼치기도 했다.


바후잔 사마즈와디 당(BSP)
1984년에 창립된 바후잔 사마즈와디 당(BSP)은 인도 중앙정부가 소외 카스트(SC), 소외 부족(ST), 기타 낙후 계층(OBC)이라는 범주로 공식적으로 지정한 힌두 사회 체계 내의 최하위 계층과 기타 종교적, 사회적 소수자들을 대변하는 정당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가촉천민인 달리트(Dalit) 역시 BSP의 핵심 지지 기반이다. 게다가 달리트 인구가 인도 전체 인구의 35%를 차지하므로 BSP는 우타르 프라데시를 넘어 전국적으로 강력한 지지 기반을 갖고 있는 셈이다.


BSP는 카스트 체제가 불평등하다는 것을 소리 높여 비판하고, 인도 사회에서 하위 계층의 권익 보호 활동을 벌이는 것 외에 특별히 다른 정치적 이념을 표방하지 않는다. 1984년에 달리트 출신의 공무원인 칸쉬 람(Kanshi Ram)이 창건한 BSP는 2003년에  마야와티(Mayawati)가 당 총재직을 계승한 이후 강력한 정치 세력으로 성장했다. 2007년 총선에서 BSP는 우타르 프라데시 주의회 선거에서 전체 404석 가운데 206석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BSP의 이와 같은 예상 밖의 선전은 바로 BSP가 하위 카스트 유권자의 지지에 의존하는 한계를 넘어서, 상위 카스트인 브라만을 포함한 인도 사회 구성원 모두를 포섭하는 전국구 정당으로 거듭났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BSP는 상위 카스트 출신의 법조인인 사티슈 찬드라 미슈라(Satish Chandra Mishra)를 당 사무총장으로 추대한다.


그러나 BSP는 미숙한 주정부 운영을 보이고, 정실 인사와 부패, 그리고 대규모 횡령 혐의가 불거지면서 2012년 총선에서 참패를 당하고 만다. 그럼에도, 달리트 유권자들은 여전히 BSP의 핵심 지지층이며 이들의 지지는 2019년 총선에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BSP는 당 내부와 우타르 프라데시 주정부 인사에서 달리트와 이슬람교도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할 것이다.


연대와 그 영향
바후잔 사마즈와디 당(BSP)과 사마즈와디 당(SP)의 연대를 통해 야다브, 달리트, 그리고 이슬람교도라는 인도 사회 내 3개의 거대한 사회 종교 집단이 한 편으로 뭉칠 수 있는 잠재력이 생긴다. 아직 많은 사람들은 SP의 유권자가 BSP에 투표하거나 그 반대의 상황이 전개될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하지만, 실제로 우타르 프라데시 내의 풀푸르(Phulpur)와 고락푸르(Gorakphur)의 지방 의회 선거를 살펴보면 달리트 유권자들은 SP에 투표했다. 게다가, 충직한 SP 지지자도 BSP에 대한 오랜 반감을 접어두고 BSP에 투표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BSP와 SP의 연대가 유지된다면 연대로 인한 상승효과가 득표에 반영될 것이므로, 정권을 수성해야하는 국민당(BJP)은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다른 힌두교도 계층을 규합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BJP가 이를 실현할 수 있을지는 다소 의문스럽다.


한편으로 국민회의당은 BJP의 상위 카스트 유권자의 표를 잠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슬람교도 유권자들의 표도 국민회의당과 SP-BSP 연합 사이에서 분산될 위험이 있다. SP-BSP 연대가 모디 진영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집권하면 중앙 정부의 국정 운영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 우타르 프라데시 유권자들에게 납득시켜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마야와티 BSP 총재가 상위 카스트인 브라만의 압력에 굴복해 이슬람교도에게 공천 100석을 할당하는 것을 포기한 전력이 있어, 우타르 프라데시에서는 이슬람교도 유권자들의 표가 SP와 BSP 사이에서 분산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아킬레슈 야다브 SP 총재는 자신의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이슬람교도 유권자의 지지를 이끌어왔다.


국민회의당은 인도 사회에서 소수자인 이슬람교 공동체를 지지하는 유일한 정당이라고 줄곧 주장해왔으며, 특히 우타르 프라데시에서 이러한 선전을 집중해왔다. 또한, 우타르 프라데시 내의 풀푸르와 아메티(Amethi)는 전통적으로 네루-간디(Nehru-Gandhi) 가문의 텃밭이기도 하다. 국민회의당은 스스로 고안한 인도식 세속주의 이념을 내세워 이슬람교도 친화정책을 펼쳐왔다. 그러나 1980~1990년대에 SP와 BSP이 등장해, 우타르 프라데시에서 이슬람교도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한 경쟁을 펼치면서 지지층을 확보해나갔다. 2014년 총선에서 마야와티(Mayawati) BSP 총재가 100여 석의 공천을 이슬람교도에게 부여하려 했으나, 상위 카스트인 브라만 계층 유권자가 이러한 조치에 격분해 마야와티로부터 대거 등을 돌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국민회의당과 좌파 세력이 중심이 되어 야권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디 정권과 국민당(BJP)에 대항한 증오 캠페인을 전개해오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이번 총선 유세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이슬람교도의 반 BJP 정서가 강하게 나타난다. 그렇긴 해도 이슬람교도 유권자들은 결국 국민회의당, SP, BSP 등 반 BJP 연대의 전면에 나선 3개의 정당 사이에서 분산될 것임에 틀림없다. BJP는 이번 총선에서 이슬람교도 유권자 표가 분열되면 어느 정도까지는 반사 이익을 볼 수도 있다. 게다가 일부 전문가들은 야권 연대가 실제로 이뤄질 경우 힌두교도 유권자들이 대거 BJP에 몰표를 던질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하는데, 필자는 힌두교도 유권자들이 대체로 종교에 기반한 정체성에 따라 투표하기보다 거국적인 관점에서 투표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그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라훌 간디 국민회의당 총재의 누이 프리양카 간디(Priyanka Gandhi)가 총선에 임박해 우타르 프라데시에서 정계 입문하자, 야권의 반 BJP 전선이 셋으로 나누어질 공산이 생겼다. 그리고 이는 SP-BSP 연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BSP의 한 중진 의원은 국민회의당의 유력 인사인 프리양카 간디가 정계 입문을 선언함에 따라, 반BJP진영에서 이슬람교도 유권자들이 신뢰를 보낼 수 있는 대체 후보가 나타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 정치 평론가는 2017년 우타르 프라데시 주의회 선거결과를 토대로, 이번 총선에서 SP-BSP 연대와 국민회의당이 52.08%를 득표하고, BJP는 39.67%를 득표하는데 그칠 것으로 추산한다. 또한, 정치 전문가들은 이슬람교도를 비롯한 유권자들이 BSP가 지난 1995년, 1997년, 그리고 2002년 세 차례나 우타르 프라데시 주 행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BJP와 손잡기로 했던 사실을 잊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전문가들의 설명에 따르면, 우타르 프라데시의 유권자들은 BSP가 이번 총선을 통해 야권 연대의 모디 총리와 BJP 축출이 실패로 끝날 경우, 또 다시 BJP와 손잡는 과거를 되풀이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다.


BJP 역시 프리양카 간디가 우타르 프라데시 정계에 뛰어들어, 이슬람교도 유권자들의 표가 야권 사이에서 분산되리라고 기대하며 방심할 수만은 없다. 우타르 프라데시의 이슬람교도 유권자들은 BJP와 손잡았던 마야와티 BSP 총재의 과거 전력을 눈감아 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바브리(Babri) 이슬람 사원 철거에 관여한 BJP를 용서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타르 프라데시의 정치 지형도를 살펴보면, 어느 정당이나 연대도 유권자의 2/3 이상을 득표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SP-BSP 연대가 우타르 프라데시에서 약 50%를 득표하고 BJP가 25%를 얻는데 만족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표를 국민회의당과 기타 정당이 가져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예상을 전제로 한다면, 우타르 프라데시에서 SP-BSP 연대가 40석의 의석을 확보하고, BJP는 20석에 그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과거 인도에서 실시된 선거들을 돌이켜보면 주의회 선거에서 나타난 유권자의 표심이 막상 총선에서는 다르게 표출되는 일도 많아, 이러한 셈법이 맞는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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