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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인도 전력부문의 개혁 과제

인도 권기철 부산외국어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2019/05/29

전력수요 증가세 둔화


인도에서는 최근 전력수요 증가가 크게 둔화되었다. 이것은 아시아의 3대 거대 경제인 인도의 경기 침체가 심화될 것이라는 신호로 보인다. 2019년 2월에 송배전 업체(전력 판매사)의 전력 요구량이 전년에 비해 1.3%(2월) 증가했는데 이것은 1월의 1.1%에서 미미하게 증가한 것이고 최근 2년 내 가장 낮은 성장률이었다.


이러한 전력수요 증가의 둔화는 인도 전기의 절반 정도를 소비하는 제조업 부문과 상업부문의 수요 증가세가 약해진 데 기인한다. 이것은 국내 총수요의 둔화, 글로벌 경제의 침체로 인도 경제가 침체 국면에 들어간 것을 반영한 것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지난 4월 11일 시작된 인도 총선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도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2018년 4분기에 6.6%로 떨어졌다. 이것은 6분기 만에 최저 수준이었다. IMF가 최근 인도의 2019년 경제성장 전망을 연초의 7.5%에서 7.3%로 하향 조정한 것도 이런 침체 국면의 지속 또는 심화를 예상하기 때문이다. 현재 인도에서는 제조업이 이전만큼 빠른 속도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고, 산업 활동 관련 모든 지표들이 당분간 침체 상태가 지속될 것임을 알리고 있다.


이러한 경제성장의 둔화와 그로 인한 전력수요 증가의 둔화가 가져온 또 다른 문제는 전력부문 개혁의 지체이다. 전력부문은 특히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려온 전력 판매사들의 정상 운영을 위해서는 개혁이 필수적이다. 전력 판매사의 회생은 국민들에게 풍부한 전기를 공급하겠다는 모디 정부의 약속을 완수하기 위해서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과제이다.


사실 인도의 전력산업은 금융과 정치가 얽힌 혼란한 상황에 직면해있다. 전력 생산자들은 수천 메가와트의 유휴 발전 시설을 안고 있는 반면, 소비자들은 예고 또는 미예고의 잦은 단전에 시달리고 있다.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발전사들은 파산 직전에 이르러 있다. 주 정부 소유의 은행들이 대개 발전소를 소유하고 있는데, 이들은 적자 상태의 발전소들이 진 부채 1조 7,400루피가 조만간에 악성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그 경우 금융 부문까지 연쇄 타격을 입는다. 이 적자의 근본 원인은 공급 계약 획득을 위한 저가 입찰과 기대 이하의 침체된 전력수요에 있다. 석탄과 여타 연료의 확보 문제, 높은 송전 손실 문제, 전력 절도와 현금이 바닥난 판매사 문제 등은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한다.


2018년 8월 말 현재 인도의 총 전력 생산능력은 344,689MW 이다. 이 중 석탄·가스·디젤을 포함하는 화력발전이 64%, 수력이 13%, 재생에너지가 20%를 차지한다. 상업 및 산업 사용자들은 전력소비의 55%를 차지하고 가계가 25%, 나머지 20%를 농업이 차지한다.


석탄 발전은 화력발전의 90% 정도를 차지하는데 적자 누적 발전소의 대부분이 이 부문이다. 석탄 발전은 재생에너지 발전 부문의 경쟁 압력, 석탄 부족, 전력 수요 부족으로 인해 전력 판매 가격의 장기적 하락에 직면해있다. 재생에너지부문은 정부로부터 받는 보조금과 태양광 패널 가격의 하락으로 경쟁력을 강화해가고 있다.


2003년의 중앙전력법(Central Electricity Act)으로 인도의 전력부문이 민간사업자들에게도 개방되었다. 이들은 이제 발전능력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전력 시장에 대한 과도한 낙관과 손쉬운 신용 조달 등으로 인해 시장에 너무 많은 투자자들이 진입했다. 심지어 이들은 판매사들과 전력구매협정도 맺지 않고 시장에 진입한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전력 생산능력은 11%로 증가했으나 수요는 6% 증가에 그쳤고, 전력 시장에서의 공급과잉은 불가피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전력 시장이 포화상태가 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적정 가격을 지불하는 전력 소비자가 충분치 않다는 의미이다. 판매사들에게는 전력을 소비하면서도 지불 의사가 없거나 지불 능력이 없는 소비자들이 너무 많다. 그럼에도 여전히 충족되지 못하고 있는 전력 수요가 여전히 존재한다. 인도에는 전력 연결 없는 가구가 3천2백만 개로서 전체 가구의 13% 정도가 된다. 이들은 대부분 농촌의 빈민가구이다.


게다가 대량 소비자인 상업 및 산업 사용자들은 요금 할인을 누리지 못하고 높은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결국 이들이 여타 부문에 대한 보조금, 전력거래소 거래에 대한 추가 요금, 20~30%에 달하는 송배전 손실까지 강제로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이 점점 더 저렴해짐에 따라, 적자에 허덕이는 판매사들은 석탄 발전소와의 장기 전력구매 협약을 회피하고 현물시장에서 재생에너지 전력을 더 구입하려고 한다. 석탄 발전소들은 석탄 부족으로 인해 값비싼 수입 석탄에 의존하거나 아예 발전량을 줄이고 있다. 주 소유 발전소에 비해 특히 석탄 부족에 더 취약한 민간 발전소들은 발전량 비중이 2010년 84%에서 현재 55% 수준으로 떨어졌다.


석탄 발전소 입장에서는 석탄의 원활한 조달이 최우선 과제가 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장기 구매 계약이 아닌 경우 석탄 구입이 거절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석탄 배분에서의 그러한 차별은 보편화되어 있다. 그것은 석탄 판매자인 국영 인도석탄이 독점자이면서 충분한 생산을 하지 않는 데다가 주 소유 발전사에게 석탄을 우선 배정하기 때문이다.


인도 정부는 발전사 지원을 위해 석탄의 경매 등의 수단을 도입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러한 단기적 처방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전력 가격이 장기적 하락 추세에 있기 때문에 판매사들은 장기 공급 계약을 회피한다. 이들은 기존 협약에서 이탈할 핑계를 찾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전기부문의 여러 문제를 경제적 측면에서 해결하려는 시도는 지금까지 계속되어 왔다. 가령 다음과 같은 2단계 정책수단 제안이 대표적이다. 첫째 단계는 시장의 규제를 완화하여 거대 발전사들과 사용자들이 전력거래소에서 거래를 하도록 허용해야 한다. 현재는 전력거래소의 시장 비중이 10%에 불과하다. 거래소를 통하면 현물시장에서 비용을 정확히 반영한 가격을 찾을 수 있고, 그에 따라 전력 선물 계약의 거래로 가능하게 된다. 이 경우 소비자들과 생산자들은 각각 기대 비용과 수입에 맞춰 선물로 전력을 구매할 수 있고 정부 개입 없이 자신의 경제적 지위를 보호할 수 있게 된다.


둘째 단계는 소비자들에게 전기 생산비에 상응하는 요금을 지불하게 하는 것이다. 상업 및 산업 소비자의 희생으로 가정용 소비자에게 보조금을 주는 방식은 중단되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최적 전력 사용, 혁신, 환경 보호를 이룩할 수 있다. 농민들은 거의 공짜에 가까운 전기를 사용하고 있는데, 일부 농민들은 값싼 전기를 이용하여 지하수를 과다 추출하고 사탕수수와 같은 물 과소비 작물을 재배하여 지하수 고갈과 같은 환경 문제를 일으킨다.


대부분의 산업 소비자들은 생산비보다 비싼 요금을 지불해야 함으로써 생산요소 투입의 왜곡에 직면한다. 이들의 전기 요금을 생산비 수준으로 낮추어주면 지금까지 불가능했던 전력 집약적 제조업의 성장을 가져올 수 있고 이것은 전력 수요의 증대, 생산능력의 개선을 촉진할 수 있다. 소비자들에게 정상적인 요금을 지불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도전(盜電)을 막아야 한다. 현재 인도의 송배전 손실은 평균 20%에 달하고 그 대부분은 도전으로 인한 것이다. 


이 오랜 문제는 해결책이 시도되지 않아서 지속된 것이 아니다. 인도의 전력부문 혼란이 정말 해결되려면, 위에 말한 대로 주 수준의 개입이 없는 전국의 통합 시장에서 전력 생산 비용이 결정되도록 하고, 이에 기초하여 소비자들이 자신의 소비 전기에 대해 요금을 지불하는 것이 맞다. 전기부문의 민간 발전 개방, 규제 개혁, 경쟁 도입을 위한 일괄적 연방 전력법(2003), 판매사 재정 재구조화 노력 등이 그것을 의도한 것이었다.


전력 산업 개혁 실패, 정치적인 요인 작용


그러나 이러한 시장지향적인 개혁이 경제적 장치가 미흡해서 성공하지 못했던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 전력부문의 경제적 혼란을 한층 더 가중시키는 것이 바로 인도의 36개 주 및 연방직할 지역 정부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중적 인기를 위한 교차 보조금, 즉 농가와 가계에 요금을 할인해주고 그 부담을 비농업 비즈니스 부문, 특히 철강과 같은 에너지 집약적인 제조업 부문에 전가하는 방식을 끈질기게 유지하고 있다. 주 정부들은 전력 생산과 배전 및 소비 방식에 대한 통제권을 놓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이들은 거대 산업 사용자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발전소로부터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으로 전력을 구매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시장이 인도에서 실현되는 것을 오히려 거부한다.


주 수준의 정치인들은 선거에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농민들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데만 관심이 있다. 농민들은 그들대로 사실상 수십 년간 거의 공짜로 전기를 사용해왔고 거기에 길들여져 있다.


요컨대 전력부문 개혁은 오랫동안 주 수준의 정치인들에 의해 저지되어 왔다. 이들은 전력부문에 대한 보조금 지급과 시장 규제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래서 외견상 인도의 전기부문 문제는 경제적인 것이지만, 본질은 정치적이다. 인도 중앙정부가 이 문제 많은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정비하기보다는 단기적인 교정만 해보려고 시도하는 데 그치는 것은 이런 정치적 이유 때문이다.


결국 전력부문 개혁의 실패가 지속된 것은 지금까지 취해져온 접근법에 문제가 있었음을 의미한다. 과거의 모든 개혁 노력은 그 핵심에 전기부문을 정치로부터 분리한다고 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 접근법이 틀렸다. 전력 개혁은 주 정치인들에게 일단 현재보다 더 많은 정치적 이익을 제공할 수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인도와 같은 발전도상국에서는 시민들의 생활이 전기에 대한 접근, 비용, 성과에 강하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전기는 언제나 정치적이다. 그러므로 전기부문 개혁을 성공하려면 전기부문의 탈정치화가 아니라 오히려 더 깊고 세심한 정치에 의한 개입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전력부문에 대한 생산적 정치적 개입이 가능하겠는가? 즉 선거에서의 이득과 전기의 이득이 동시에 획득 가능한가? 이것을 살펴보려면 세 단계가 필요하다. 첫째, 우선 정치와 전력을 움직이는 주 고유의 요인들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예컨대 중앙정부 수준에서는 전기 보조금과 전기 서비스의 질이 정치적으로 가장 중요하다. 반면 자르칸드 주 같은 데에서는 원료 조달이 가장 중요하고, 뻔잡에서는 농민 보조금이, 마하라슈뜨라에서는 농민과 산업자본가의 이해의 균형이, 우따르 쁘라데시에서는 높은 송배전 손실과 도전(盜電)이 정치인들의 최우선 관심사다.


둘째, 전력의 정치경제학을 이해하는 데에는 네 개의 범주가 핵심이다. 전기 보급과 서비스 질에 대한 수요, 보조금 수요, 공급 비용, 가용 자금력이 그것이다.


처음 두 개(전기 보급 및 질에 대한 수요, 보조금 수요)는 전기부문이 감당해야 할 정치적 수요를 나타내며, 뒤의 두 개는 주들이 이 정치적 수요를 관리할 수 있게 하는 여건의 범위를 나타낸다. 각 요인들의 중요성은 주별로 다르다. 그러나 이 네 개의 범주가 개혁 과정 및 그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주별로 전력부문의 정치경제학의 성격을 결정한다.


셋째,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현실에 대한 분석을 해보면, 주 정부들이 선거와 전기의 정치학 간의 악순환을 어떻게 타파할 수 있는가를 알 수 있다. 비하르 같은 주에서는 그 답이 전기 보급을 약속하고 그것을 실행하는 데 있다. 비하르는 인접 주들의 전력 비용이 낮기 때문에 그것을 이용할 수 있다. 구자라뜨에서는 기술적 해결책과 정치적 약속의 혼합을 통해 농민들의 압력을 창의적으로 관리하면 된다. 악순환에 빠진 다른 주들도 마찬가지이다. 주요 악순환의 고리에 대한 해결을 출발점으로 삼으면 된다. 따밀 나두에서는 보조금의 범위가 너무 넓고, 라자스탄에서는 높은 공급 비용 및 높은 송배전 손실률이 문제이다.


빈민들을 위한 전력 공급에 관해서는 선거의 이득과 전력의 성과 지점이 정반대의 방향을 향한다. 판매사들은 손실을 줄이기 위해 새로운 가계 고객이 전력망에 연결하는 것을 막으려는 유인이 작동하고 연결된 빈민들에게는 최소한의 양과 질만을 공급하려고 한다. 이들은 대부분 생산비 이하의 요금을 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단순히 요금 인상으로 비용을 충당하려고 하는 정책은 유권자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 판매사들이 전기의 품질을 개선할 것이라는 데 대해 대중들이 별로 신뢰하지 않는 것은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든다.


이 상황을 해결하려면 주별 여건을 고려하여 정치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전기 품질의 개선 조치와 요금 인상을 시차를 두고 시행해야 하며 그러한 방식을 실제 실행할 수 있게 재정 여건을 확대해야 한다.


판매사들의 재정 상황은 산업용 전기 수요의 성장세 둔화로 어려워질 수 있다. 수요 저하는 저 요금 고객으로 인한 손실을 메울 수 있는 교차보조금의 양을 제한할 것이다. 이 때문에 주기적인 구제 금융이 판매사들의 재정적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시행되어 왔다. 그러나 구제 금융이 가져다준 재정적 여유가 근본적으로 위에 말한 네 가지 핵심 요인들의 조합을 바꾸는데 사용되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개혁의 좋은 기회를 허공으로 날려버리는 것이 될 것이다.


요컨대 전력부문에서 정치의 개입을 몰아내고 전력부문이 탈정치적으로 운영하려는 시도만으로는 인도의 전력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전력부문은 정치에 매우 민감해서 모든 정치적 격변에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인도의 중앙 및 주 정부와 전력부문 주체들은 정치와 전력 간의 관계를 주별로 신중하게 분석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정치-경제적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좋은 품질의 전기를 많은 소비자들에게 공급하고, 정치적으로도 관련자들이 수용하도록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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