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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중국의 라오스 철도 건설의 명암

라오스 이요한 한국외국어대학교 동남아연구소 교수 2019/06/28

중국의 라오스와의 전략적 동행


라오스는 동남아의 중앙에 위치하면서 5개국과 접경한 지리적 요충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오스의 교통 인프라는 매우 열악해 아세안 물류 흐름의 맥을 끊는 상황이 지속되었다. 라오스에는 현재 고속도로가 없으며, 철도 역시 비엔티안에서 태국 국경까지의 인접한 노선 이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라오스 정부는 ‘내륙 고립 국가에서 내륙 연결 국가(land-locked to land-linked)’로의 전환을 시급한 국가과제로 인식하였다. 중국은 아세안과의 교역이 증가함에 따라 철도를 비롯한 물류 인프라의 확충이 필요했기 때문에 ‘일대일로(One Belt, One Road)’의 일환으로 라오스에 철도를 부설하기로 하였다. 라오스 입장에서도 내륙국으로서의 물류 취약성을 극복하고 지정학적 연계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라오스-중국 철도 건설 사업을 적극적으로  환영하였다(Eugene 2013).

 

양국의 전략적 이익이 일치함에 따라 2009년 라오스와 중국 정상은 철도 건설에 대한 합의를 하였고 2010년 4월 7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였다. 2011년 2월 25일 중국의 철도청장 리쥰(Liu Zhijun)이 뇌물 혐의로 해임되자 철도 사업도 수년간 지체되었다. 2015년 본 사업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협상이 재개되었고, 2015년 3월 사업 자금의 조달과 BOT(build, operate, transfer)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합의하였다(Peter 2017).

 

본 프로젝트 규모는 60억 달러에 이르며 중국의 몬한(Mohan)으로부터 비엔티안에 이르는 420㎞(261마일)에 철도를 놓는 라오스 역사의 최대 프로젝트이다. 건설 비용의 70%는 중국이 부담하며 30%는 라오스가 부담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금과 기술은 중국이 제공하고 라오스는 철도 부지와 행정적인 지원에 그치기 때문에 중국이 본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주관 기관은 중국철도그룹(China Railway Group)이며 2021년까지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Skylar 2019). 2019년 6월 현재 이 프로젝트는 총 167개의 교량 중 47개를 완공했고, 72개의 터널 중 53개를 완공하는 등 약 60%의 공정률을 기록하며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Skylar 2019, Xinhua, 2019). 2019년 5월 철도 부설의 중요한 부분이던 라오스 루앙프라방의 메콩강을 가로지르는 첫 번째 교량이 완공되었다. 본 교량은 약 1.5㎞의 길이로서 라오스 북부의 220㎞ 건설 경로 중 가장 어려운 부분에 해당된다. 본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승객용 열차는 시속 160km,  화물용 열차는 시속 120km로 운행할 예정이다.

 

철도 건설의 그림자


라오스 역사상 최대 프로젝트인 비엔티안-쿤밍 철도 사업은 건설 부지에 거주하는 현지 주민들에 대한 보상(총 2억 5천만 달러 규모)과 이주 문제로 인해 난항을 겪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로 인해 총 3,382헥타르(hectares)에 걸친 방대한 지역의 거주민들을 이주시켜야 하지만 이들에 대한 보상절차는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루앙프라방 이주민은 “나와 우리 가족은 토지와 주택에 대한 어떠한 지원과 보상을 받은 바 없다. 우리 가족은 조그만 상점을 열어 겨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라고 호소하였다. 심지어 루앙프라방에서 파인애플 농장을 경영하면서 많은 수익을 올리며 살아가던 한 이주민 가족은 정부의 보상이 없어 방콕까지 일을 하러 간 경우도 있었다. 비엔티안의 거주자는 “정부의 보상금이 이미 지방행정기관에 지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왜 거주민은 아직 전달받지 못하는지 모르겠다.”라며 의구심을 제기했다(Eugene 2019). 방비엥의 거주자는 “라오스 정부는 우리 가족에게 떠나라고 이야기했지만, 보상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야기가 없다.”라며 불안감을 나타냈다(Shawn 2018).

 

라오스 정부는 대외적으로 보상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천명하고 있지만, 비엔티안 주를 비롯한 4개 주 13개 군(district)에 있는 4,411세대 중 단지 230세대만이 보상을 받았다. 라오스 정부는 2020년까지 총 5차례에 걸쳐 지역 이주민에 보상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원활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때로 이주를 거부하는 거주민들과 중국인 노동자의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면서 이주민의 반발이 확산되었다(Eugene 2019).

 

대규모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만큼 막대한 노동력이 동원되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노동력을 라오스 현지인이 아닌 중국인 노동력에 의존하는 구조도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약 2만 명의 철도 건설 노동자 중 라오스 측은 약 7,000명의 채용을 기대하였으나 2019년 6월 현재 2,000명에 불과하다. 반면 중국인 채용 규모는 2만 명에 달해 라오스의 10배에 이른다(Skylar 2019). 중국 측에서는 철도 프로젝트를 통해 라오스 현지 기술 인력을 1천 명 이상 육성한다는 약속을 하였지만 현재까지 기대치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Zhang 외 2019). 그뿐만 아니라 건설 현장 주변의 관련 식당과 상점 또한 중국인들이 운영하고 있다(Peter 2017). 라타마니(Lattamany) 공공사업 및 교통부(Ministry of Public Works and Transport) 차관은 “우리(라오스) 정부는 가능한 현지 인력 채용을 원하고 있지만, 철도 건설에 대한 경험이 없다 보니 중국 인력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이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하였다(Marimi 2017).

 

대형 인프라 건설에 필연적인 부작용인 환경오염 문제도 불거졌다.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맑은 물로 유명한 관광지 방비엥 인근에서 2018년 11월 검은색의 오염물질이 유출됨에 따라 거주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Surya 2019). 이 오염물질이 철도 부설을 위한 터널 공사 현장에서 나온 것임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공무원들은 이를 해결하는 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Roseaneen Gerin. 2018). 
 
라오스에 독일까? 약일까?


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내륙 국가 라오스는 이번 라오스-중국 철도 사업을 통해 아세안 물류의 핵심지역으로 도약할 기회를 맞이하였다. 라오스 정부는 이번 철도사업이 라오스의 대내외적 접근성을 향상시켜 라오스 경제성장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철도역을 지나가는 루앙남타-루앙프라방 등은 중국이나 아세안으로 진출하는 기업들의 입지로 각광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루앙프라방-비엔티안은 차량으로 10시간 정도 이동해야 하지만, 철도가 완공되면 3시간 정도로 크게 단축된다. 쿤밍에서 비엔티안의 소요시간도 현재의 1/3로 감축될 것으로 보인다. 분찬(Bounchanh) 라오스 공공사업 및 교통장관은 “철도사업이 완공되면 라오스 국민과 소수민족에게 큰 혜택이 돌아갈 것이다. 이동으로 인한 비용이 절감되고 농업, 산업, 관광, 투자 및 무역을 촉진시킬 것이다.”라고 공언하였다(Surya 2019).

 

하지만 이와 같은 긍정적인 기대와는 달리 본 철도 사업이 중국에 대한 라오스의 의존도를 더욱 높일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업으로 라오스 정부는 중국 수출입은행(the Export-Import Bank of China)으로부터 2.3%의 이자율로 35년간 갚는 조건으로 4억 6,500만 달러의 부채를 안게 된다. 2017년 라오스의 공공부채는 GDP 대비 61%에서 2018년 65%로 증가하였고, 이는 GDP의 12%에 불과한 조세수입률로 가뜩이나 어려운 라오스의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Shawn 2018, Surya 2019).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철도가 운영된 이후 6년 후부터 수익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수익의 대부분은 중국에 진 빚을 갚는데 충당될 것으로 보인다(Marimi 2017).

 

철도 프로젝트에는 총 10개의 역사(驛舍)가 건립되는데 각 역의 약 3㎢를 건설 기간 중 무상으로 임대하고 완공 이후 사용권에 대해서는 추후 협상을 하기로 함에 따라 중국의 영향력을 계속 발휘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어 있다. 특히 중국 노동자들은 프로젝트 종류 이후에도 라오스에 남아 여러 사업에 종사하는 경향이 강하고 라오스 정부가 만약 현금으로 본 프로젝트에 대한 부채를 갚지 못할 경우 토지를 양허하는 것으로 대체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Peter 2017, Shawn 2018). 중국은 본 사업 이외에도 비엔티안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2010년 들어 태국을 제치고 최대 투자국의 위치를 유지해온 바 있다. 중국의 거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라오스로의 대형 인프라 투자는 라오스의 대중국 관계의 종속을 가져올 것에 대한 우려를 일으키고 있다(Eleanor Albert).

라오스 정부의 무책임한 대응 또한 향후에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 UN 인권특사로 2019년 라오스를 방문했던 필립(Philip) 교수는 “라오스 정부의 과도한 인프라 투자 중시 정책,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무분별한) 토지 양허, 자원 고갈은 라오스 국민들의 고용 창출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부유한 엘리트들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참고자료 >

 

* The Diplomat, “China digs deep in landlocked Laos,”  2019.4. 24.
* Radio Free Asia, “While locals in Laos still reel from belt and road, presidents offers full support.” 2019. 4. 29.
* Nikkei Asian Review, “Laos merely a by stander as China pushes Belt and Road ambitions.” 2017. 10. 6.
* Nikkei Asian Review, “Land-locked Laos on track for controversial China rail link.” 2017. 6. 24.
* Radio Free Asia, “Runoff from railway pollutes Nam Song.” 2018. 11. 14.
* ASEAN Breaking News, “China train project runs roughshod over Laos.” 2018. 8. 18.
* ASEAN Today, “China-Laos railway marred by compensation issues and pollution,” 2019. 6. 11.
* Chinadialogue, “The China-built railway cutting through Laos.” 2019. 2. 8.
* Vientiane Times, “Govt to pay 250 billion kip in compensation to families displaced by railway,”, 2018. 11. 24.
* Xinhua, “China-Laos railway’s 1st bridge span completed over Mekong River”, 2019. 5. 21.
* Xinhua, “China-Laos Railway brings up Lao apprentice to craftsmen”  2019.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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