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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2019년, 신남방정책 2년과 한-메콩 협력 도약의 해
동남아시아 일반 조원득 국립외교원 아세안인도연구센터 박사 2019/09/20
2019년은 한국과 아세안 관계에 있어 기념비적인 해가 될 것이다. 올해로 한국과 아세안은 대화관계 수립 30년을 맞이하였으며 2019년 11월 25일~26일에 부산에서 3번째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개최한다. 또한 올 11월이 되면 문재인 정부가 2017년 11월에 인도네시아 국빈방문 계기 외교·경제 다변화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신남방정책 추진을 밝힌 지 만 2년이 된다. 특히 11월 27일에는 한-메콩 정상회의가 처음 개최될 예정이다. 그동안 한국은 2011년 이래 메콩 국가들과 외교장관회의를 매년 개최해 왔으며 이번에 처음 정상급으로 관계를 격상할 예정이다. 메콩강 유역 국가들은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태국 등 동남아시아의 내륙에 위치한 아세안 5개국을 의미한다.
메콩지역 국가인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을 가면 톤리 삽 강(Tonle Sap River)을 가로지르는 두 개의 우정의 다리가 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하나는 캄보디아-일본 우정의 다리(Cambodia-Japanese Friendship Bridge)이고 다른 하나는 캄보디아-중국 우정의 다리(Cambodia-China Friendship Bridge)이다. 이 우정의 다리는 주변 강대국들이 메콩강 유역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자 앞다투어 손을 내밀고 있는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일본은 오래전 냉전 시기인 1970년대 이후부터 메콩지역 국가들에 적극적으로 진출하였으며 최근 2009년 이후부터 매년 개최되는 메콩-일본 정상회의를 통해 다양한 협력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 역시 일대일로(BRI)를 이용하여 2010년 이후 란창-메콩 협력(LMC)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역시 일본과 협력하여 이 지역에 대해 다시금 관여하려고 한다. 반면, 한국은 일본, 중국 등의 국가들과 비교할 때, 메콩강 지역에 대한 진출이 다소 늦은 감이 있다. 메콩 지역에 대한 관여의 역사로 보나 추진 사업의 규모로 보나 한국의 진출은 미약한 편이다. 하지만, 메콩강 유역 국가들과 짧은 협력의 역사를 고려하면 최근 이 지역에 대한 한국의 진출은 상당히 주목할 만하다.
메콩지역의 중요성
메콩지역은 예전에 내전과 군사 분쟁의 중심지였다면 이제는 지리적 위치, 풍부한 노동력과 자연자원으로 인해 글로벌 경제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메콩지역이 지정학적·경제적으로 중요하지만,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메콩지역은 한국에게 과연 어떠한 중요성이 있는 것일까? 메콩지역은 문재인 정부가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중견국으로서 만들어 가는 “함께 잘사는 혁신적 포용국가 비전”을 실현하는 중요한 협력지역이다. 첫째, 메콩강 유역 국가들은 한국의 외교·경제 다변화의 새로운 공간으로서 신남방정책의 외연을 서남아시아와 인도양 지역까지 확대하기 위한 거점으로 중요하다. 이들 국가는 지리적으로는 아세안, 인도, 중국 등을 연결하는 지리적 요충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둘째, 메콩지역 국가들은 중장기적으로 한국 기업에 중국이나 베트남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생산기지로 부각되고 있다. 태국을 제외한 메콩 국가들은 평균 6% 이상의 높은 경제 성장률과 평균 연령 20대 후반의 젊은 인구를 보유하고 있어 생산기지 역할과 거대 시장을 연결하는 경제 및 물류의 요충지 역할을 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미얀마, 라오스는 석유, 천연가스, 구리 외 광물 등 풍부한 지하자원을 갖고 있다. 셋째, 외교·전략적 측면에서 이 지역 국가들은 한국 외교의 미래를 위해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으며, 미·중 경쟁과 한·일 갈등의 치열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우호 세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한-메콩 협력 관계 동향
(1)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한 개발협력
2019년 6월 23일 태국 방콕에서 아세안 10개국 정상들은 지속가능성을 위한 파트너십에 대한 비전 성명(Vision Statement on Partnership for Sustainability)을 발표하고 아세안의 경제 성장, 협력 및 지속가능한 개발을 목표를 달성하고자 합의하였다. 여기서 아세안의 지도자들은 역동적이고 지속가능하며 공평하고 포용적인 경제 성장에 대한 도전과제 중 하나가 회원국 내 및 회원국 간 개발격차를 좁히는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특히 아세안 국가 중 라오스와 미얀마는 빈곤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따라서 이들 국가의 주요 국가정책 목표 중 하나가 바로 탈빈곤이다. 이들 국가의 정부 관리들은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을 전수받아 농업 및 농촌지역 개발 등을 통해 빈곤 탈피를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실제로 한국의 ODA 정책은 메콩강 유역 국가들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한국의 ODA 지원 현황을 보면, 메콩 5개국 중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 등의 4개국이 ODA 중점협력국에 포함되어 있으며 태국은 비중점협력국에 해당된다. [표1] 에서 보는 바와 같이 메콩 국가들에 대한 한국의 ODA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규모 면으로는 대베트남 ODA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한국 ODA의 지원 규모 증가율 측면에서는 미얀마가 가장 많이 증가하여, 2009년 390만 달러에서 2017년 7,400만 달러로 약 18배 가량 증가하였다. 한국의 대메콩 국가 ODA 중점 협력 분야를 살펴보면, 캄보디아의 경우 교통, 물관리 및 보건위생, 교육, 농촌개발 등의 분야에 지원한다. 예를 들어,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 2016년 10월 메콩강 유역 국가의 산림협력을 위한 한-메콩 산림협력센터가 설치되어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산림분야 공동연구, 종자보관 사업 등을 통해 메콩강 유역 농촌 지역의 개발과 역량 강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 라오스의 경우 물관리 및 보건위생, 에너지, 교육, 지역개발 등에 중점을 두고 ODA 사업을 추진 중이다. 특히 라오스의 경우 메콩강 홍수로 인한 시민의 안전과 생명이 위협받고 토지 유실 등의 피해가 빈번히 발생하였으나, 한국의 공적원조를 통한 메콩 강변 종합관리사업의 추진으로 이러한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하였다. 미얀마의 경우 한국은 공공행정, 지역개발, 교육, 에너지 부문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새마을운동에 기반을 둔 미얀마 농촌 개발 지원 사업은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또한 미얀마는 경제발전을 위한 정책연구와 정부 역량강화를 담당할 정책연구기관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하여, 한국의 지원을 통해 경제발전과정에서 한국개발연구원(Korean Development Institute, KDI)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미얀마개발연구원(Myanmar Development Institute, MDI)의 설립을 진행하고 있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한국의 대메콩 지역 ODA 정책은 대체로 수원국의 사회경제적 요구에 따른 사업 부문을 설정하여 추진되고 있으며 기술교육, 농촌 개발 지원, 공공행정 역량 강화 등 한국의 발전 경험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 인프라 구축에 대한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다.
(2) 한-메콩 외교장관회의와 한-메콩 협력 이니셔티브
한국과 메콩 지역 국가 간 외교 관계 발전은 2010년 10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 한-아세안 정상회의 때 메콩강 유역 5개국과 외교장관회의를 제안되어 2011년 첫 한-메콩 외교장관회의가 개최하였다. 여기서 양측은 ‘상생을 위한 메콩-한국 포괄적 파트너십(Mekong-Korea Comprehensive Partnership for Mutual Prosperity)’을 채택하였고, 이후 한-메콩 협력은 지속적해서 발전하고 있다.
첫째, 한국은 메콩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구체화하기 위해 한-메콩 협력을 위한 행동계획(ROK-Mekong Plan of Action)을 수립하였다. 2014년 한국에서 개최된 4차 한-메콩 외교장관회의에서 “한국-메콩 행동계획(2014-2017)”을 채택하면서 한국과 메콩 국가 간 실질적 협력이 구체화하기 시작하였다. 한-메콩 행동계획(2014~2017)은 아세안의 연계성 향상을 위해 인프라와 ICT 분야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녹색성장과 자원 관리 분야에서, 사람중심의 개발을 위해 농업과 농촌개발 및 인적자원 개발 등 분야에서 양측 협력을 포함하였다. 이후 2017년 9월 1일에 채택된 2차 한-메콩 행동계획(2017-2020)은 한-메콩 협력에 대한 3가지 비전을 제시하며 6가지 우선 협력 분야의 목표와 사업을 지정하였다. 우선, 한-메콩 협력 비전은 연결성 향상, 지속가능한 개발, 사람 중심의 개발로 구성된다. 또한 6가지 우선 협력 분야는 인프라, 정보와 통신 기술, 녹색 성장, 수자원 개발, 농업 및 농촌 개발, 인적자원 개발 등을 포함한다. 이번 8월에 개최된 한-메콩 외교장관회의에서는 협력 사업 이행 현황을 점검하였다.
한-메콩 외교장관들은 한-메콩 행동계획 중 우선 사업을 계속 수행하고, 역내 다른 협력 메커니즘과의 조정을 강화하고 민간 부문의 참여를 장려할 것에 동의하였다. 또한 수자원의 관리와 지속가능한 사용을 포함한 지속가능한 개발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하고, 메콩강 위원회와 긴밀히 협력할 것이다. 예를 들어, 팜 빈 민 베트남 부총리 겸 외교장관은 대화, 인력 훈련, 녹색 성장 분야의 기술 이전,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식물 품종 개발을 위한 농업 협력, 침수된 산림 생태계의 지속가능한 관리, 용수 사용 효율성, 교육 협력, 농촌 지역의 ICT 개발 및 ICT 인력 개발 등 몇 가지 우선 협력 분야를 제안하였다.
둘째, 올 한-메콩 외교장관회의는 2019년 한-메콩 협력이 정상급 관계로 격상되는 해로 11월 개최될 1차 한-메콩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였다. 이와 함께, 세 가지 분야에서 논의를 진행하였는데, 비전통 안보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를 통한 메콩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 메콩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환경 분야 협력, “한강-메콩강 선언”을 통한 한-메콩 협력 결과 점검, 평가 및 비전 제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셋째, 한-메콩 협력 기금(Mekong-ROK Cooperation Fund, MKCF)는 2011년 한-메콩 외교장관회의를 통해 제시된 6가지 우선 분야에서 협력을 장려하고 지원하기 위해 2013년에 설립되었다. 이 협력 기금은 메콩 지역의 지역통합을 촉진하기 위해 역내 국가들의 우선순위 문제를 해결하고자 추진할 사업들에 대한 지원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협력 기금의 규모를 확대하여 2018년에 112만 달러에서, 올 2019년 200만 달러, 그리고 2020년에는 300만 달러 추가 증액하기로 하였다. 한-메콩 비즈니스 포럼은 2012년 7월 제2차 한-메콩 외교장관회의 계기에 보다 견고한 민간 투자와 교환을 통해 양측 간 민간-공공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설립되었으며, 2013년 이래 연례로 개최하고 있다.
한-메콩 외교 관계, 올해 정상급으로 격상
올 11월 27일에 최초로 한-메콩 정상회의가 개최되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남방정책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성공적인 한-메콩 정상회의 개최와 앞으로 한-메콩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서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한-메콩 정상회의를 통해 한국이 메콩 지역에 관여하는 명확한 비전과 가치를 메콩지역 국가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메콩 지역에 대한 중국과 일본의 관여를 살펴보면,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는 신속한 의사결정 과정과 함께 대규모 자금을 동원한 인프라 건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안정성, 투명성, 신뢰성과 혁신 등을 강조하는 “양질의 전략” 을 통해 메콩 국가들에 일본의 관여는 양질의 인프라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한국 역시 명확한 대메콩 관여의 비전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이니셔티브나 프로그램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둘째, 현재 메콩 지역에 적극으로 진출하고 있는 일본, 중국과 비교해서 우리만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 역내 국가들이 원하는 바를 고려하여 관여 전략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본, 중국 등 국가들과 비교해 규모면에서 상대적 약세인 한국은 메콩에 대한 협력 메커니즘을 이들 국가와의 경쟁이라는 프레임보다는 협력의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메콩 국가들이 높이 평가하고 있는 한국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기존 사업이나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이들 국가의 사회경제적 변화에 맞는 새로운 사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셋째, 메콩강 지역의 댐 건설 증가와 환경 변화 등 메콩강 개발로 인한 주변 국가 간 갈등 발생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한국이 이를 완화하는데 기여할 방안을 모색하여 역내 평화 구축에 일정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이번 한-메콩 정상회의는 한-메콩 관계 발전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며 사람 중심의 평화와 번영 공동체의 비전을 구현하고자 하는 신남방정책 차원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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