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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미국의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된 말레이시아, 그 원인과 함의

말레이시아 Teo Wing Leong University of Notthingham Malaysia Associate Professor 2019/10/08

2019년 5월, 미국 재무부는 주요 교역국의 거시경제 및 환율 정책에 대한 반기별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말레이시아는 이번 보고서에서 사상 처음으로 “통화 정책에 대한 면밀한 주의가 필요한 경제체(economies that merit close attention to their currency practices)”로서 환율관찰대상국 리스트(Monitoring List)에 올랐다. 본 글에서는 말레이시아가 미 재무부 환율관찰대상국으로 포함된 이유와 말레이시아에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말레이시아와 함께 관찰대상국 리스트에 올랐던 중국이 8월에 환율조작국(currency manipulator)으로 공식 지정되면서 동 보고서가 말레이시아에 지니는 함의는 더욱 커졌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경우 미국이 제재를 부과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가 환율관찰대상국에 포함된 이유
말레이시아는 2019년 5월 보고서 이전에는 미 재무부의 평가대상국조차 아니었다. ‘미국의 12대 교역국(한국 포함)’이었던 기존 보고서의 평가대상 선정 기준이 ‘미국과의 양자 상품교역 규모가 연간 400억 달러를 넘는 국가 전체(2018년 기준 총 21개국)’로 확대되며 말레이시아 또한 평가대상국이 되었다. 2019년 5월 보고서에서 관찰대상국으로 포함된 국가는 중국, 일본, 한국, 독일, 이탈리아, 아일랜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총 9개국으로, 이들 국가는 미국 재무부가 제시한 세 가지 조건 가운데 두 개에 해당하거나 또는 조건의 충족 여부와 관계없이 전체 미국 무역적자에서 일방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중국의 사례가 이에 해당)이다. 이에 더해, 한 번 관찰대상국에 오른 국가는 추후 두 번의 보고서에서 연이어 세 개 조건 가운데 한 개만 충족해야 관찰대상국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일례로 한국은 2018년 10월 보고서에서 세 개의 조건 가운데 두 개를 충족하여 관찰대상국이 되었고, 이후 2019년 5월 보고서에서는 조건 세 개 중 하나에만 해당하였으나 관찰대상국으로 유지되었다. 한국은 올해 말로 예정되어 있는 다음 보고서에서 조건 세 개 가운데 충족하는 항목이 한 개 이하여야만 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되게 된다.

 

말레이시아가 관찰대상국이 된 것은 미 재무부가 제시한 조건 중 두 가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즉, 대미 상품교역 흑자 규모가 200억 달러 이상이며, 경상수지흑자가 GDP의 2% 이상이었다(말레이시아의 대미무역흑자는 270억 달러였고, 경상수지흑자는 2018년 기준 GDP의 2.1%를 기록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는 12개월 중 외환 순매수를 한 달이 6개월 이상이며 총 외환 순매수액이 GDP의 2%를 초과하는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세 번째 조건과는 무관하다. 오히려 말레이시아는 2018년 외환 순매도국가였다.  세 번째 조건은 외환 매수를 통해 시장에 개입하여 자국 통화의 평가절상을 막고 가치를 낮게 유지하는 방식으로 수출을 유리하게 하고 수입을 억제하는 국가를 겨냥하는 것이다. 2018년 말레이시아가 외환을 순매도했다는 것은 말레이시아가 통화 가치를 낮게 유지하려는 뜻이 없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은 2018년에 오히려 외환 매도를 통해 말레이시아 링깃(Ringgit)의 가치를 끌어올리고자 했다. 따라서 말레이시아의 2018년 시장 개입은 수출에 유리한 환경 조성을 위해 고의로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려 한 것이 아니라, 반대로 말레이시아 통화의 지나친 평가 절하를 방지하기 위함이었다고 할 수 있다.

 

 

 

환율관찰대상국 포함이 지니는 의미
중국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2018년 7월 6일자 1차 관세조치 발효와 함께 공식적으로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한 이후 말레이시아 링깃화의 달러대비 가치는 계속 하락했다. 2018년 7월 6일에 1: 4.0465 링깃이었던 말레이시아의 가치는 2018년 11월 21일 기준 3.78% 하락하여 역대 최저치인 1: 4.1995를 기록했다(그림 1 참조). 2018년 12월에 90일의 미-중 임시 휴전합의가 발표되자 2019년 2월, 말레이시아 링깃의 가치 또한 상당 부분 회복되었다. 그러나 지난 3월, 양국간 합의된 휴전이 종료되자 말레이시아 링깃의 가치는 다시 하락하기 시작했다. 미 재무부 보고서가 발표된 2019년 5월 28일 기준 말레이시아 링깃은 2018년 11월의 최저치에 가깝게 거래되고 있었다. 말레이시아가 미 재무부 관찰대상국 목록에 오른 것이 알려진 이후 말레이시아 링깃의 미국달러 대비 가치는 5월 28일 1: 4.1925에서 5월 31일 1: 4.1970으로 비슷한 선을 유지했다. 즉,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된 것이 말레이시아에 즉각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6월에 미-중 양국간 무역 회담이 재개되자 말레이시아 링깃의 가치도 일부 회복되었다. 그러나 7월 16일, 중국 제품에 대하여 2차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과 함께 회복세는 다시 멈추었다. 8월 1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9월 1일부터 추가적으로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10%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후 8월 5일, 중국 위안화의 달러 대비 환율이 2008년 이후 처음으로 7위안 선을 깨트렸다. 같은 날, 미국 재무부는 공식적으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긴장은 중국이 8월 23일, 750억 달러 상당의 미국 제품에 보복관세를 매길 것이라 발표하며 더욱 상승했다. 8월 26일이 되자 말레이시아 링깃의 가치는 2017년 11월 이후 최저치인 달러당 4.2링깃 선을 돌파했다.

 

미 재무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공식 지정한 사실을 두고도 논란이 있다. 미국 무역적자의 가장 큰 원인으로 손꼽히는 중국은 2018년 기준 총 8,910억 달러인 미국 무역적자 가운데 47%를 유발하기는 했으나, 미 재무부가 제시한 기준 세 개 가운데 중국에 해당하는 것은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018년 중국의 경상수지흑자는 미 재무부가 설정한 기준인 자국 GDP 대비 2%에 비해 훨씬 낮은 GDP 대비 0.4%에 그쳤다. 말레이시아와 마찬가지로, 자국 통화가치의 과도한 평가절하를 막고자 했던 중국 또한 2018년 외환을 순매도했다. 이는 중국이 우호적인 수출 환경을 조성하고자 자국 통화가치를 절하하고 있다는 미 재무부의 주장에 어긋난다. 중국의 위안화의 달러대비 가치가 무역전쟁이 공식 발발한 2018년 7월 6일자부터 2019년 8월까지 7.6% 하락한 것은 사실이나, 이러한 가치절하는 무역전쟁의 부정적 여파 및 이로 인한 중국 경제성장 불확실성 증대로 설명할 수 있다. 2017년에 6.8%를 기록한 중국의 실질 GDP 성장률은 2018년에 6.6%로 하락했으며, IMF는 2019년에 6.2%로 더욱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미 재무부의 2019년 5월 보고서에서 말레이시아와 같이 관찰대상국 명단에 오른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공식 지정된 것을 염두에 둘 때, 말레이시아 또한 환율조작국 공식 지정이라는 같은 운명을 맞이하게 될까? 2018년 기준 말레이시아의 총 교역량은 GDP 대비 132%이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국가로서, 공식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됨에 따른 미국의 제재는 종류(관세 인상 등)를 불문하고 치명적일 수 있다.

 

전반적으로 살펴볼 때, 말레이시아가 중국처럼 미 재무부 공식 지정 환율조작국이 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전쟁 심화와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로 인해 말레이시아 링깃에는 하방 리스크가 작용하고 있으며, 따라서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의 개입은 의도적으로 통화 가치를 낮게 유지하기 위함이 아니라 링깃의 무질서한 가치절하를 단기적으로 방지하기 위함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말레이시아가 대미 무역에서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고는 하나 2018년 기준 270억 달러인 말레이시아 대미 무역 흑자는 중국의 4,190억 달러에 비해 미미하다. 한국은 2016년 4월에 미 재무부가 처음으로 관찰대상국 보고서를 발표한 이후 계속 대상국 목록에 올라 있었지만, 별도의 제재를 겪지는 않았다. 따라서 말레이시아 환율조작국 지정 및 제재 부과는 미국의 입장에서 비합리적인 행동일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공식 발발한 이후부터 2019년 8월까지 한국 원화의 미국달러 대비 가치가 거의 9% 가량 하락하였다는 사실을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동기간 동안 4% 하락한 말레이시아 링깃에 비해 두 배가 넘는 하락세이다. 즉 한국은 말레이시아에 비해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노출도가 더욱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이 말레이시아는 14%에 불과한 것에 비해 한국의 경우 27%이기 때문이다. 한편, 동 기간 동안 말레이시아 링깃의 원화 대비 가치는 상승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말레이시아의 2019년 경제성장률은 5% 미만일 것으로 전망된다. 말레이시아 성장률이 둔화된 것은 말레이시아가 미 재무부 환율조작 관찰대상국 리스트에 올랐기 때문이 아니다. 거시적으로 볼 때, 말레이시아 링깃이 최근 몇 년 동안 약세였던 것은 말레이시아 성장률 둔화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에 가깝다. 성장률 둔화의 실제 원인은 녹록치 않은 외부 환경이다.

 

결론적으로, 2019년 5월 미 재무부 보고서에 말레이시아가 환율관찰대상국으로 포함된 사실 그 자체로 인해 말레이시아 경제에 큰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다. 관찰대상국 포함이 말레이시아 링깃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다. 2019년 관찰대상국으로 함께 지정된 중국이 8월에 환율조작국으로 공식 지정되기는 했으나 이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심화로 인한 특수 사례로 보이며, 말레이시아가 같은 운명을 마주할 가능성은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레이시아 링깃의 가치 및 전반적인 말레이시아 경제는 무역전쟁의 안개가 걷히지 않는 한 고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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