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한-메콩 비전의 의미와 전망
동남아시아 일반 이요한 한국외국어대학교 동남아연구소 교수 2019/10/08
메콩 비전의 주요 내용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9월 1일부터 6일까지 태국, 미얀마, 라오스 3개 메콩 유역국을 방문하였다. 문대통령은 신남방정책을 발표하면서 임기 내 아세안 10개 국가를 모두 방문하겠다는 약속했고, 이번 3국 방문을 통해 이를 완료하였다. 2019년 9월 5일 문 대통령은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한-메콩 비전(Republic of Korea- Mekong Vision)’을 발표하였다. 문 대통령이 한-메콩 비전을 발표했던 메콩 강변은 한국의 경제협력개발기금(EDCF: Economic Development Cooperation Fund)으로 정비된 기존 한-메콩 협력을 상징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한국이 제시한 메콩 비전은 한국의 ‘한강의 기적(The Miracle of Han River)’을 개도국 중심으로 구성된 국가들의 ‘메콩강의 기적(The Miracle of Mekong River)’으로 이어지는 기대를 천명하고 있다.
메콩 비전에서는 크게 3가지 번영을 강조하였다. 첫째 ‘경험을 공유하는 번영’이다. 한국은 짧은 기간에 개도국에서 산업화된 국가로 발전한 경험을 보유한 유일한 메콩 지원국이다. 특히 농촌 중심의 메콩 개도국에게 한국의 농촌 발전 모델을 공유할 수 있고, 메콩 국가가 양질의 교육 환경을 구축함으로 인적자원 중심의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미 한국은 메콩 유역국과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미얀마개발연구원(MDI),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미얀마무역진흥기구(MYANTRADE), 과학기술원(KAIST)와 한-베트남과학기술연구원(VKIST)의 협력을 통해 경제정책·무역·과학기술 증진 분야에 효율적인 지원 경험을 공유해 왔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은 ICT를 포함한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있어서 선진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메콩 유역국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을 효율적으로 도울 수 있는 역량도 갖추고 있다.
둘째, ‘지속가능한 번영’이다. 메콩강은 남미에 있는 아마존강(Amazon River)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생태계의 다양성을 갖고 있다. 메콩강은 약 2만 종의 식물종, 1,200여 종의 조류, 850종의 어류, 430종의 포유류를 보유한 생태계의 보고(寶庫)이다. 그러나 최근 계속되는 댐 개발로 메콩강의 생태계 파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메콩강의 경제적 가치를 활용하기 위한 개발주의가 만연함에 따라 메콩의 환경적 가치는 빠른 속도로 잠식되고 있다. 2019년 기후변화와 강수량의 감소의 영향으로 메콩강은 최근 40년간 가장 낮은 수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메콩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수천만 명의 메콩 유역국 농·어민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따라서 메콩의 환경적 중요성을 중심으로 무분별한 개발과 과도한 남용이 아닌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셋째, ‘동아시아 평화와 상생번영’이다. 메콩 유역국은 아세안공동체의 출범을 통해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메콩 유역국은 인프라 부족과 기존 아세안 회원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과의 개발격차가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 메콩 국가의 평화와 번영의 동반자가 되고자 인프라 건설에 참여할 것을 선언하였다. 이는 매년 1,000억 달러 이상의 인프라 시장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진출하겠다는 것을 표명한 것이기도 하다.
주요국의 메콩 협력 현황
메콩강은 4,200㎞의 길이로 세계에서 12번째로 긴 강이다. 메콩강은 티벳(중국 청해성)에서 발원하여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등 6개국을 거치는 국제하천이다. 유역 면적만 230㎢로 한반도의 10배가 넘는 광대한 지역을 포괄하며, 유역 인구는 3억 명에 달한다. 메콩강은 수천 년간 유역민의 농어업의 기반이자 생태계의 기반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메콩강은 수자원으로서의 개념으로 전환되었으며 더 나아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시장으로서 탈바꿈하였다. 한국을 비롯한 미국·중국·일본의 메콩 지역의 잠재력을 활용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은 메콩을 신흥시장과 천연자원의 공급지로서의 가치를 주목해왔다. 무엇보다 동남아 지역의 강국으로 떠오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메콩을 전략적으로 높이 평가해왔다. 미국은 2009년 메콩 하류 국가와의 다자 협력 구도를 마련하고 이를 LMI(Lower Mekong Initiative)로 명명하였다. LMI는 평등하고(equitable), 지속 가능하고(sustainable), 포괄적인 경제성장(inclusive economic growth)을 표방한다. 미국은 6개 분야의 협력을 메콩 국별로 분류하여 진행해왔다. 환경과 수자원 분야는 베트남, 보건 분야는 캄보디아, 농업과 식량 안보는 미얀마, 연계성은 라오스, 교육과 에너지는 태국과 각각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LMI는 현재 1,500명의 미국 단원을 파견하여 사회·환경 분야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1,000명의 교사가 혁신 기술을 증진하는 데 참여하고 있으며, 49개의 청정에너지 프로젝트를 착수했다. 또한, 메콩 유역국으로부터 3,800명의 공무원·교사·학생을 선발하여 영어 교육 연수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중국은 메콩 지역을 동남아시아, 남아시아의 연결로로 중시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동부 해안과 비교해 낙후된 서부 내륙 지역의 개발과 수자원 개발의 중요성도 갖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사업에 있어서 지리적으로 인접한 메콩 유역을 우선순위 지역으로 삼고 있다. 일대일로에 있어서 중국은 메콩 지역을 에너지·유통·산업단지와 같은 유형적 연계와 경제적·사회적·문화적 네트워크와 같은 무형적 연계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또한 2016년 란창-메콩 협력회의(LMCM: Lancang-Mekong Cooperation Mechanism)를 출범시켜 메콩 유역국과 협력을 강화했다. LMCM은 메콩 유역의 사회경제적 발전과 역내국의 개발격차 감소를 목표로 한다. LMCM은 3+5 협력체제 즉 정치안보·경제와 지속가능개발·문화와 인적교류로 구성된 3개 협력 분야와 연계성·생산역량·국경 무역 경제협력·수자원·농업과 빈곤감소라는 5개의 우선순위를 골자로 한다. 중국 역시 미국과 유사하게 국별 협력 분야를 선정하여 5년간(2018~2022년) 계획을 세웠다. 미얀마와는 수자원과 녹색 개발, 태국과는 수자원 관리와 기후변화 적응, 캄보디아는 농촌 개발과 수자원 보호, 라오스는 지속가능한 수자원 개발과 에너지 안보, 베트남은 국제하천협력과 정보 공유를 각각 협력하기로 했다.
일본은 메콩을 무역·투자·원조 지역으로 오래전부터 협력해왔다. 일본은 냉전 시절인 베트남·캄보디아에 막대한 원조를 제공한 바 있으며, 탈냉전 시기인 1990년대 초에는 아시아개발은행(ADB: Asian Development Bank)의 GMS(Greater Mekong Subregion) 프로젝트를 주도해왔다. 2008년부터는 일본-메콩 장관회의를 시작하였으며, 2009년부터는 일본-메콩 정상회의를 개최함으로써 현재까지 협력의 틀을 강화했다. 일본은 메콩 지역에 2,000억 달러(2018년 누적액 기준)를 투자했으며, CLMV(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베트남) 등 저개발 메콩국에는 연간 총 40억 달러의 ODA를 공여하고 있다. 2018년 발표한 도쿄 전략은 메콩에 추가 ODA의 지원과 ACMECS와의 협력을 천명하는 등 메콩 국가와의 협력을 심화시키고 있다.
향후 전망 : 지속성과 구체성
올해 제 3차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ASEAN-ROK Commemorative Summit)가 부산에서 개최되는 동시에 한-메콩 정상회의(Mekong-ROK Summit)가 처음으로 개최된다. 2011년부터 한-메콩 장관회의가 지속하였지만, 이번 한-메콩 정상회의로의 격상은 상호 정치경제적 우호관계를 심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메콩은 앞 단락에 살펴본 바와 같이 주요국의 협력 거버넌스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 이외에도 실질적인 한-메콩 경제관계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어 이와 같은 한-메콩 협력의 격상은 적절한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2022년 한국과 대 메콩 무역은 연간 250억 달러로 10대 교역 대상이 되며, 투자는 연간 10억 달러로 8대 해외 투자지역으로서의 위상을 갖게 된다. 한-메콩 관계가 실질적인 협력의 증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 올해 열릴 한-메콩 정상회의는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지속성과 구체성을 갖추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한-메콩 정상회의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같이 향후 정기적인 회의로 정착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메콩 장관회의, 한-메콩 비즈니스 포럼, 한-메콩 전문가 포럼 등을 통해 정부는 물론 기업과 관련 학자가 광범위하게 협력 증진을 위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실천해 갈 수 있는 시스템이 확립되어야 할 것이다. 한-메콩 비전이 핵심 분야를 언급하고 있지만, 더욱 구체적인 제안을 통해 실행에 옮겨야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한-메콩 협력기금(Mekong-ROK Cooperation Fund)’은 기존에 100만 달러에서 2019년 200만 달러로 확대하고 2020년 300만 달러로 확대하겠다는 약속을 했는데 어떤 분야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세부적 제안과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한-메콩 협력기금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메콩 지역에 투입되는 중국·일본의 막대한 자금에 비해서 양적으로 경쟁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인 만큼 한국의 비교 우위 산업과 메콩 국가의 시급한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발굴과 지원을 통해 이를 보완해 나가야 한다. 또한, 미국과 중국의 사례와 같이 협력국-협력 분야의 일대일 매칭을 통해 국가별 목표와 우선순위를 선명하게 제시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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