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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싱가포르-인도네시아 2019 정상회의 배경과 향후 전망

싱가포르 / 인도네시아 이요한 한국외국어대학교 동남아연구소 교수 2019/12/02

양국 정상회의의 배경
리센룽(Lee Hsien Loong) 싱가포르 총리와  조코 위도도(Joko Widodo)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2019년 10월 8~9일  이스타나(Istana-싱가포르 대통령궁)에서 휴양지 정상회의(Retreat Meeting)를 개최하였다. 재선(再選)에 성공한 조코위 대통령이 1기(2014~2019년) 퇴임 직전에 가진 이번 정상회의는 앞으로 5년간(2019~2024년)의 2기 재임 동안 양국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만남이었다. 양국 정상은 조코위 1기 재임 기간(5년)에 휴양지 회담을 4번이나 개최할 만큼 상호 우호와 협력 관계를 중시해왔다.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는 상호 최대 무역·투자·관광국이다. 싱가포르는 인도네시아의 광대한 자원과 영토 그리고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는 한편, 인도네시아는 싱가포르의 기술과 자본 집약적 산업의 유치와 세계적인 수준의 금융과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 싱가포르는 2014년 이후 인도네시아의 최대투자국으로 2018년 한 해 투자액만 92억 달러에 달했다. 대표적인 투자 사례로, 싱가포르는 자바 중부의 캔달 산업단지(Kendal Industrial Park)에 약 8억 달러를 투자했다. 캔달 산업단지는 2019년 11월 현재 60개의 회사가 입주하였으며 7,000 명 가량의 고용을 창출했다. 이외에 바탐(Batam) 지역에 농사 디지털단지(Nongsa Digital Park)도 조성하여 90개의 회사가 입주하여 800명의 인도네시아 기술자가 채용되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상호 방문 관광을 증진하기 위해 유람선(cruise) 산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인도네시아를 방문하는 싱가포르 관광객은 180만 명에 이르며 싱가포르를 방문하는 인도네시아 관광객은 300만 명에 이른다. 양국 관광객의 최대 유입 경로는 싱가포르에서 출발하여 인도네시아의 빈탄(Bintan), 수라바야(Surabaya), 발리(Bali)로 도착하는 유람선 여행이다. 2019년 5월부터는 바탐-빈탄-카리문(Karimun)을 연결하는 여객선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리센룽 총리는 이번 회담에서 조코위 대통령의 재선을 축하하고 10월 20일 개최하는 인도네시아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약속하였다.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조코위 대통령의 1기 재임 시절 양국 관계의 신뢰와 협력이 강화된 것을 만족스럽게 평가하는 한편, 양국의 경제·인적교류·안보 분야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4개 분야의 MOU(양해각서)를 체결하였다.

 

경제협력, 인적교류 그리고 남중국해 이슈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의 최우선 협력 과제는 경제협력 분야로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금융과 투자 부문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역내 통화와 금융의 안정을 위해 10억 달러(13.8억 싱가포르 달러) 규모의 통화협정을 체결했다. 양국은 재정적 압박이 가중될 때 외화(外貨) 부족을 해결하거나 자국 통화를 방어하기 위해 상호 통화와 미국 달러에 대한 접근권을 강화하기로 하였다. 2018년 10월 발리에서 맺은 통화협정은 양국의 중앙은행이 유사시 상호 통화를 교환(swap)하거나 달러에 관한 재구매(repurchase) 조항이 있는데 이번 회담에서 협정 기한을 1년 더 연장한 것이다. 이와 같은 싱가포르·인도네시아 통화협력은 양국은 물론 아세안 내 금융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양국 정상은 상호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내 싱가포르 기업과 싱가포르 내 인도네시아 기업 활동을 보호하는 데 합의했다. 양국은 2018년 체결한 양국투자조약(Bilateral Investment Treaty)을 인도네시아 의회에서 조속히 인준하기로 했다. 동시에 1991년 체결한 이중과세방지협정(Avoidance of Double Taxation Agreement)이 최근의 경제 환경을 반영할 수 있도록 개정하기로 하였다. 또한, 양국 정상은 싱가포르를 허브로 한 항공과 해상 관광이 인도네시아 지역의 관광으로 연결되기 위한 MOU를 체결하였다. 해상 관광을 위해 마리나베이 크루즈센터(Marina Bay Cruise Center)를 비롯해 유람선 관광 인프라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고, 창이(Changi) 공항을 경유하는 바탐과 빈탄 지역 관광객의 환승 서비스를 확대하기로 했다.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양국은 디지털 경제에 대한 협력도 확대하기로 했다. 양국의 국경 무역을 증진하기 위해 통관 단일창구(National Single Window)를 강화하고 농촌 디지털단지를 ‘디지털 격차(digital gap)’를 해소하기 위한 센터로 활용하기로 했다. 현재 99명의 인도네시아 학생이 첫 연수대상으로 참여하고 있다.

 

양국의 인적교류 강화 역시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였다. 기존에 활용하던 ‘싱가포르·인도네시아 청년지도자 교환프로그램(Youth Leaders Exchange Program)’을 매년 3회에 걸쳐 실시하고, 2020년부터는 공무원 분야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싱가포르·인도네시아 행정포럼(Civil Service Forum)’을 개최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수천 명의 인도네시아 공무원이 싱가포르에서 연수를 받은 바 있는데 이를 더욱 강화하기로 함으로써 싱가포르의 선진행정과 투명한 거버넌스를 공유하기로 한 것이다.

 

양국의 이번 정상회담에서 강조한 것은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평화적 접근이다. 남중국해 이슈와 관련해 양국은 특히 중국의 일방적인 영유권 주장과 군사적 움직임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관련해서 정상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리센룽 총리는 군사 분야에서 협력, 인적교류, 연계성을 강화할 것을 언급하였다. 더불어 항공분야를 포함에 남중국해 지역에서의 싱가포르와의 군사훈련 분야를 협력하기로 하였다.

 

회담 이후 남겨진 과제
싱가포르·인도네시아 2019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의 협력 관계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세안공동체의 출범 이후 양국 간 무역의 확대, 투자의 증가는 가속화될 것이며, 항공과 해상 인프라의 확충으로 양국의 인적교류와 관광 분야의 협력 강화 추세는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양국 정상회담에서 안보와 군사 이슈에 대해서는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안보 문제에 있어서 인도네시아가 주장해온 인도-태평양 전략(Indo-Pacific)에 대해 싱가포르가 소극적인 부분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특히, 공군 훈련 이슈 문제에 있어서 ‘UN 해양법에 관한 협약(UNCLOS: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을 지난 수개월 간 양국이 협상을 진행해 왔지만, 이번 정상회의 때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인도네시아는 그동안 싱가포르가 1946년부터 보유한 리아우(Riau) 섬 지역의 ‘비행정보구역(FIR: Flight Information Right)’ 운영권을 양도해 달라고 요청해왔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이 지역에서 실시되고 있는 싱가포르 공군 훈련을 지속해서 반대해 왔지만, 싱가포르는 이 훈련이 UNCLOS를 준수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조코위 대통령은 향후 이 문제를 위해 장기적인 협상이 필요하다고 언급하였으며, 싱가포르 외교부 장관은 양국의 핵심 이익과 권리에 대해 존중해야 한다는 원론적 생각을 밝혔지만, 이견의 실질적인 해소까지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양국 정상의 회담 이후 인도네시아 영자(英字) 일간지인 자카르타포스트(Jakarta Post)는 싱가포르가 인도네시아의 영토, 영해, 영공 주권을 존중하기를 바란다며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어지지 않은 연무(Haze) 또한 양국 관계의 해묵은 과제이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의 밀림 지역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싱가포르는 매년 연무 문제로 고통을 받아왔다. 특히 2019년 9월에 발생한 연무는 최근 수년간의 연무 가운데 최악의 대기 질을 나타냈다. 인도네시아는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불법 벌목을 비롯해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연무 문제는 양국의 갈등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이 될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이 친목적인 분위기에서 이루어진 만큼 연무 문제는 다루어지지 않았지만, 향후 5년간의 재임을 시작하는 조코위 대통령의 싱가포르 관계에 있어서 핵심 과제로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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