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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한-아세안 사회문화 교류와 협력 활성화를 위한 제언

동남아시아 일반 홍석준 목포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2019/12/26

한-아세안 사회문화 교류와 협력 관계의 성격 변화
1989년 이전까지 한국과 아세안 간의 공적 교류는 한국과 아세안 국가와의 개별적 외교 관계를 통해 이루어졌다. 1989년 ‘부문별 대화 상대국 관계’로 시작된 한-아세안 관계는 1993년 ‘완전 대화 상대국 관계’, 2004년 ‘포괄적 협력동반자 관계’, 2010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 2014년 ‘신뢰와 행복의 동반자 관계’등으로 2010년 이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되었으며, 이후 한-아세안 간의 인적, 물적 교류 역시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외교 영역에서의 이러한 변화는 민간 영역에서의 변화로 그대로 적용되어 이어졌다. 1970년 1만 4,056명에 불과했던 한국과 아세안 국가 간 상호방문객 수는 1990년 2만 7,202명으로 증가했으며, 2000년 100만 명을 넘어선 후 2013년 582만 8,135명, 2018년에는 1,100만 명을 돌파함으로써, 지난 49년 동안 800배 정도 증가하는 놀라운 기록을 만들어냈다.   이로써 아세안 지역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지역이 되었다.
 
정부 부문과 민간 부문 모두에서 2000년대는 한-아세안 사회문화 교류와 협력이 매우 성숙한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다양한 징후가 나타난 시기였다. 특히 2017년은 ‘한-아세안 문화교류의 해’로서, 부산에 아세안문화원이 설립된 해이기도 했다. 아세안의 문화와 예술, 역사를 국내외적으로 널리 알리기 위한 아세안문화원이 부산에 설립되었다.


아세안문화원의 개원은 한국과 아세안의 사회문화 교류와 협력 관계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중대한 전환점을 제공했다. 아세안문화원은 아세안과 동남아 관련 문화콘텐츠의 수립과 정리, 데이터베이스화 등을 통한 문화자원의 아카이브를 구축하여 한-아세안 사회문화 교류와 협력 관계를 진일보시키기 위한 호기로 삼았다. 아세안문화원의 설립은 한국인들에게는 아세안과 동남아 문화를 만나고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고, 아세안 사람들에게는 한-아세안 사회문화 교류와 협력 관계의 중요성과 의미를 알리는 문화교육의 현장이 되었다. 아세안문화원은 아세안문화원의 발전 방향에 대한 논의를 통해 한-아세안 사회문화 교류와 협력 관계의 쌍방향의 우호적이면서 실질적인 발전 방안을 도출해 내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한국과 아세안 간의 사회문화 교류와 협력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국의 대 아세안 사회문화 교류와 협력은 ‘문화 교류의 기반 확대’라는 대명제보다는 한국의 ‘국가 이미지 제고를 위한 홍보외교’에 치중하고 있다는 느낌에서 자유롭지 못한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아세안 사회문화 교류와 협력  활성화 방안
현재까지 아세안과 한-아세안 관계에 대한 국내외의 연구들이 2000년 이후 급증하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지만, 그것들이 여전히 주로 정치, 경제, 안보, 외교 등의 분야에 치중되어왔다는 점을 쉽게 부인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지난 11월 말에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와 한-메콩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 정부가 한-아세안 교류와 협력에 더욱 각별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한-아세안 교류와 협력은 앞으로 더욱 지속적으로 확대,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다 실질적인 한-아세안 사회문화 교류와 협력 관계의 확대, 심화를 위한 방법의 한 예를 제시한다면, 기존 한국동남아학회와 (사)한국동남아연구소 활동의 노하우를 보다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향후 교류와 협력 활성화를 위해선 사회문화 교류의 창구를 단일화해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선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역시 매우 중요하게 될 것이다. 특히 아세안문화원이 소재한 부산에서 아세안문화원을 통한 한-아세안 사회문화 교류와 협력 활성화를 위한 부산시의 역할의 중요성과 그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중차대한 것이다.


나아가, 각 지방자체단체와 한국동남아학회, 한-아세안센터, 아세안문화원, 각 대학의 국제교류교육원 등과의 교류 및 협조 체제를 구축하여 이를 적극 활용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를 위해, 국제교류와 협력을 위한 다각적인 채널을 활용하되, 국제협력 업무를 전담할 수 있는 기관을, 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전문성과 신뢰성을 갖춘 전문적인 기관으로, 가장 적합하다고 평가되는 기관으로 전격적으로 단일화할 필요가 있다.

 

한편, 한-아세안 사회문화 교류와 협력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선 현재 정치, 외교, 안보, 경제 위주의 시스템에 대한 재고가 선행되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한-아세안 사회문화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국내 대학과 동남아 소재 대학과의 교류와 협력에 대한 지원 역시 중요하다. 대학은 한-아세안 교류와 협력의 실질적인 방안 마련과 수행을 위한 씽크탱크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사회경제적, 문화적 측면에서, 무궁무진한 발전 잠재력을 갖고 있는 아세안은 한국의 제2의 교역 파트너이며 역시 두 번째로 해외직접투자가 많이 투여된 지역으로 한국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결혼 이주, 노동 이주, 한류, 관광, 유학, 예술 교류 등을 통해 문화적으로 한국과 한국인들과 매우 가까워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 한국인들의 동남아, 아세안 지역에 대한 이해는 매우 미흡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 또한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무엇보다 한국인들이 동남아 문화 전반에 대해 폭넓고 심도 있는 이해를 갖고 있어야 대 동남아 정치안보, 외교와 경제 협력 등 다방면에서 교류와 협력이 진정성을 갖고 깊어질 수 있는 바, 대 동남아 정치안보, 외교, 경제 협력, 문화 관광 등의 교류와 협력 분야에서 교두보 역할을 수행해 온 한-아세안센터의 향후 역할은 더욱 크고 막중해질 전망이다. 이는 다문화사회가 날로 진전, 심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한국 사회의 시대적 요청이자 국가적인 아젠다라고 말할 수 있다.


지난 11월 말에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한-메콩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 사회는 한-아세안 정치안보, 외교, 경제, 사회문화 분야의 교류와 협력의 성과를 제고할 수 있는 호기를 맞이하였다. 한국과 아세안 사이에 상호 균형 잡힌 사회문화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지방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한국동남아학회, 아세안문화원, 한-아세안센터, 한국과 아세안의 대학 등과 전략적 제휴 협정을 맺고 상호 협의 채널을 상시 가동하는 방안이 적극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한-아세안 관계를 정상화하고 쌍방 간의 상호 인정 하에서의 교류와 협력 관계를 제대로 정립하기 위해선 정치경제적 구도와 단순한 경제 블록에 기초한 경제공동체 논의에서 벗어나 사회문화의 관점과 시각에서 이를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최근 한국 사회는 다문화사회의 실험장이 된 지 이미 상당한 시간이 흘렀으며, 다문화사회의 진전 역시 상당 수준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 사회의 이러한 변화를 주도한 주된 원인으로는 동남아로부터의 결혼 이주, 노동 이주, 한국과 동남아 사이의 해외여행의 증가와 그 의미의 변화, 한국과 아세안 국가 사이의 쌍방 간의 유학, 한국인들의 사업 대상으로서의 동남아 진출, 한국 교회의 대 동남아 선교 활동의 급증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한국과 아세안 사이의 상호 접촉과 교류가 빈번해지고 그 성격 역시 종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졌으며, 이러한 현상이 이미 한국의 현실이 된 지도 이미 상당 기간이 흘렀다. 글로벌화에 대한 로컬화, 즉 글로벌화(glocalization)으로 인해 한국과 아세안 국가 사이의 정부와 민간 차원의 교류와 협력이 증가하고 있으며, 한국의 지방자치단체와 아세안의 지방정부와의 직접 교류와 협력 역시 매우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한-아세안 교류와 협력 활성화를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이제 한국 사회는 한-동남아의 실질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이를 상호 우정관계에 기반을 둔 선린 우호관계를 수립, 공고히 하기 위한 새로운 관점과 접근방식이 요구되는 시점에 와 있다고 판단된다. 한 예로, 한-아세안 청소년 교류는 미래지향적 문화 교류의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 교류가 제대로 된 문화 교류가 되기 위해선 언어 습득이나 문화에 대한 감수성과 상상력을 증진하기 위한 방향으로 조정되어야 한다. 이 경우, 언어와 문화에 대한 감각의 발전을 도모하며 개인과 집단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문화 교류의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청소년 교류에 대한 단기적 관점이나 근시안적 안목에서 벗어나 중장기적 관점과 미래지향적인 원근법적 안목으로 쌍방의 문화에 대한 상호 이해를 확대, 심화할 수 있는 중장기적인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할 필요가 있다.

 

이를 한-아세안 관계를 사회문화적 교류와 협력 활성화의 측면에서 올바로 정립할 수 있는 시발점으로 삼는 것 역시 한-아세안 사회문화 교류 및 협력의 활성화를 위한 보다 실질적인 한국의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위해 한-아세안 사회문화 교류 및 협력 활성화를 위한 연구, 조사, 교육 등의 지원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 및 활용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아세안 사회문화 교류와 협력에 대한 시각과 목표를 명료화, 구체화하기 위한 시도로 읽힐 수 있는 이러한 강령에는 문화 개념의 구체적이면서도 현실적인 규정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사업의 실행을 위해 비정부조직, 즉 NGO들의 역할을 확대하고 다양한 문화 관련 기관 간의 네트워크 구축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아세안 사이의 사회문화 교류와 협력은 상호 이해에 기반을 둔 대안적 가치의 창출이라는 과제를 설정하는 것에서부터 이를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용적이며 현실적인 아젠다를 실질적인 행동강령에 포함시켜야 하며, 한국을 중심으로 하는 일방통행적인 원조나 기부가 아닌 쌍방향의 소통체계 확립 및 가치체계의 구현이라는 방향으로 재조정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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