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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인도 시민권 개정안 갈등의 정치 사회적 의미

인도 이광수 부산외국어대학교 인도학부 교수 2020/01/06

시민권 개정안을 둘러싼 갈등의 폭발
모디 인도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Bharatiya Janata Party)이 주도하여 만든 시민권 개정안(Citizenship Amendment Act)이 12월초부터 논란이 되는 와중에 결국 연방 하원과 상원을 통과하였다. 이에 대한 반대 시위가 전국적으로 연일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현재는 매우 심각한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12월 21일 현재 전국에서 시위대 20명이 사망하였다. 이달 초부터 시작된 시위로 4천명 이상이 구금됐고, 17일부터는 시위가 전면 금지됐으며, 주요 분규 지역인 웃따르 쁘라데시(Uttar Pradesh) 일부에서는 통행금지령마저 떨어졌고, 20일 오후에만 웃따르 쁘라데시 주에서 시위대 6명이 경찰과의 충돌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다. 대다수가 경찰의 발포에 의한 총탄에 의해 사망하였고 일부는 밟혀 죽은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도되었다.

 

시위는 처음 동북부의 앗삼(Assam)에서 시작되었고 인도에서 가장 큰 주인 북부의 웃따르 쁘라데시 주에서 가장 격렬하게 이루어졌다가, 19일에는 남부 인도의 망갈루루(Magalluru) 에서도 벌어져 시위대 2명이 경찰에 의해 숨지기까지 했다. 소요의 진앙이라 할 수 있는 앗삼 주와 지금까지의 시위 가운데 가장 강력한 시위를 벌인 수도 델리에 있는 이슬람 대학인 자미아 밀리아 이슬라미아 (Jamia Millia Islamia) 대학에서는 인터넷이 한 때 차단되었다. 시민법 개정안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이렇게 심각한 갈등이 발생하고, 그럼에도 모디 정부가 이런 개정안을 강행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치, 사회적 차원에서 분석해 보기로 하자.

 

이번 시민권 개정안은 남아시아 8개국에서 무슬림이 다수를 차지하는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방글라데시에서 종교를 이유로 박해를 받아 인도로 이주해 온 힌두교도, 시크교도, 불교도, 자이나교도, 파르시교도, 기독교도 중 2014년 12월 31일 이전에 도착한 이들에겐 인도 시민권 신청 자격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한편 2014년 이전에 인도에 들어왔다 할지라도 무슬림들에게는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는다. 정부는 남아시아 이웃 나라에서 종교 박해를 받는 소수 집단을 보호하기 위해 불법 이민자에게도 시민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개정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그 대상이 왜 힌두교, 시크교, 불교, 기독교 등을 대상으로 할 뿐 유독 이슬람교는 제외 했는지에 대해선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않는다. 참고로 현재 인도 13억 5천만 명 인구 가운데 80%가 힌두교를 믿고, 이슬람을 믿는 무슬림도 15% 즉 2억 명에 가깝다.

 

인도 헌법의 근간 세속주의에 위배되는 시민권 개정안
이번 시민권 개정안은 겉으로 볼 때 불법 이민자에 대한 관용 정책으로 보이지만, 실제는 무슬림만 배제하여 이 법안이 모든 종교를 평등하게 대한다는 세속주의를 표방하는 인도 헌법을 심각하게 위배한다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세속주의는 연방제, 의원내각제 등과 함께 인도라는 국민국가를 지탱해주는 가장 중요한 기둥이다. 비록 1947년 무슬림을 중심으로 건국 된 파키스탄과 분단되어 힌두가 전체 인구의 80%로서 다수를 차지하지만, 인도에는 14%인 2억 명의 무슬림이 여전히 시민권을 가지고 있는 엄연한 세속주의를 근간으로 하여 민주주의 전통을 세운 국가이다.

 

인도는 1947년 8월 15일 영국의 식민 지배로부터 벗어나 인도공화국(Republic of India)으로 성립된 국민국가다. 이 과정에서 오랫동안 한 나라로 살아왔지만, 영국의 식민 지배와 그에 대한 저항 차원에서 발전시킨 민족 운동의 과정에서 종교공동체주의(Communalism)로 인한 갈등이 증폭되었고, 그것을 막지 못해 두 나라로 분단되었다. 그 와중에 난민이 발생하고, 그러다 보니, 시민권이 복잡한 문제가 된 것이다. 현재 인도에 거주하는 인도 시민권자가 아닌 경우는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엔알아이(Non-Resident Indian. NRI)라고 규정되는 부류로 유학이나 취업 때문에 일시적으로 인도를 떠나 해외에 체류하는 사람이다. 이 부류는 문제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두 번째, 조상이 인도인이지만 분단 이전에 해외로 나가 인도 시민권이 없는 사람이다. 시민권은 없지만, 그에 버금가는 여러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경우로 피아이오(Person of Indian Origin. PIO)라고 규정 지어지는 사람들이다. 인도 정부는 4세대 이하의 인도인 혈통이 인정되는 외국인에 대해 이 피아이오 지위를 부여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피지, 남아공, 모리셔스, 말레이시아 등 식민지 시절에 건너간 인도인 조상이 후손들만 해당되고, 아프가니스탄, 방글라데시, 부탄, 네팔, 파키스탄 등의 인접 국가들과 중국, 이란 국적자 등은 이 부류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 또한 문제가 될 수 없다.

 

그런데 세 번째 경우가 문제가 된다. 1947년 8월 15일 정부가 수립됨을 선포한 후 현재까지 파키스탄(당시 동파키스탄 추후 방글라데시 포함)에서 이주해 온 난민이다. 인도에는 여러 난민이 있는데,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남아시아 인접 국가에서 발생해 들어온 난민들 가운데 인구가 많고 나라가 가난해 인도로 대거 불법 이주해 온 방글라데시 난민들의 경우다. 1971년 방글라데시 해방 전쟁 때 이래로 콜카타(Kolkata)로 유입되어 온 난민들의 수가 엄청나게 많았고, 그로 인해 콜카타의 경제가 크게 타격을 받았다. 현 연방 정부 여당인 인도국민당 (Bharatiya Janata Party)은 그들 난민이 전국 각지로 이주하면서 그 지역의 노동시장에 악영향을 끼쳤으니 추방해야 한다는 주장을 오랫동안 해왔다.

 

힌두 민족주의 차원의 정책
모디 정부는 2014년 연방 정부 여당이 된 후 암소 도축 문제나 불가촉천민 문제 혹은 히말라야, 갠지스 강, 야무나 강 등에 인격권을 주는 문제라든가 하는 등의 여러 부문에서 힌두 민족주의를 앞세운 정책을 내세워 정치를 해나갔다. 그 과정에서 무슬림이나 불가촉천민 등의 반발과 다수 힌두 수구 세력들의 폭력이 갈수록 심해졌다. 암소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무슬림들에게 테러를 가한 암소 자경단이 좋은 예다. 모디 정부는 2019년 상반기 선거에서는 카슈미르에서 테러를 자행한 이슬람 무장 근본주의자들을 응징하는 폭격을 감행하여 테러리스트 은둔처를 소탕했다는 주장을 했고 그 후 2019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었다. 선거에서 이긴 모디 총리는 헌법에서 규정된 카슈미르 특별법 즉 인도 연방 정부의 헌법 및 법률이 카시미르 지역에 유효하게 적용되기 위해서는 카슈미르 주 의회의 승인이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이 지역의 주민은 특별 지위 및 특혜를 보장한다는 헌법 370조를 일방적으로 폐지해버려 많은 갈등을 야기시켰다. 

 

지난 5년 동안 진행하고 있는 힌두 국가 만들기 정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모디 정부는 앗삼(Assam) 주를 위시로 한 인도 동북부를 이번 문제의 진앙으로 택했다. 앗삼과 나갈랜드, 마니뿌르, 미조람, 뜨리뿌라 등 7개 주가 있는 동북부 지역은 흔히 말하는 인도 ‘본토’와는 여러 가지로 성격이 다른 지역이다. 인종은 ‘본토’ 사람들이 아리야어를 사용하는 코카서스 인종인데 반해 이 지역은 티벳-지나 계통의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몽골리안 인종으로 대부분이 기독교인이다. 그렇지만 그들 못지않게 그 지역에서 상당한 종족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영국 식민 지배기에 벵갈 지역으로부터 이 지역으로 내부 이주해 온 벵갈 사람들이다. 그 가운데는 힌두도 있고, 무슬림도 있다. 그리고 영국 식민 지배기에 이곳의 무슬림들을 같은 영연방 식민에 속한 미얀마로 대거 강제 이주시켰으나 최근 미얀마 수치 정부의 탄압을 받아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 또 다른 '불법' 이민자 로힝야 사람들도 있다. 이 지역의 국경은 매우 복잡하다. 방글라데시, 인도의 서벵갈 주, 앗삼 등 일곱 개 주 그리고 중국과 미얀마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다 브라흐마뿌뜨라 강과 갠지스 강 그리고 벵갈해가 만나면서 조성하는 해안선과 히말라야 산맥의 끝자락 산들이 만드는 땅의 경계가 매우 복잡하다. 그래서 불법 이민이 쉽게 이루어지는데, 특히 방글라데시 이민이 인도의 앗삼 지역으로 많이 들어온다. 그 바람에 여러 사회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앗삼 주에서는 이미 지난 8월에 국가등록시민(National Register Citizens. NRC) 절차를 실시하여, 무슬림 2백만 명을 순식간에 추방한 바 있다. 그로 인해 엄청난 소용돌이가 일어났다. 국제분쟁 전문가 이유경 기자는 이 앗삼 주의 문제를 미얀마의 로힝야 사람들을 박해하여 추방하는 것과 비슷한 것으로 해석한다. 그에 따르면 미얀마는 1982년 법 개정을 통해 국가인종(national race)라는 개념을 적용시키기 시작했고, 이에 시민을 3등급으로 나누고, 이 가운데 외부인에 대한 ‘온전한 시민권(full citizenship)’ 은 1824년 이전에 조상이 오늘날 미얀마 땅에 살았다는 걸 증명해야 부여가 된다는 법을 시행 중에 있다. 82년 시민권 법 개정 후 주민증을 교체하는 작업을 했고, 그 과정에서 로힝야 에게는 새 주민증을 주지 않아 그들을 쫓아내는 것을 합법화한 것이다. 그 후 1991년 정부는 135개 공식 인종을 공표하였고, 여기에 끼지 못하는 로힝야 사람들은 결국 ‘불법 이민자’가 되어 쫓겨나기에 이른다. 모디 정부의 시민권 개정안은 바로 이런 차원에서 앗삼을 비롯한 동북부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불법 무슬림 이주민들을 인도 땅에서 더 이상 살지 못하게 하고 쫓아내겠다는 의미다. 결국 이번 시민권 개정안은 큰 차원에서 볼 때 2014년 정권을 잡은 이후 노골적으로 실시하는 중인 힌두주의(힌두뜨와, Hindutva)를 근간으로 하는 힌두 국가(힌두 라슈뜨라, Hindu Rashtra) 건설 속에서 무슬림 배제 정책의 연속선상에서 나타난 것이다.

 

모디 정부가 벌이는 국내 정치의 꽃놀이 패
이번 시민권 개정안은 힌두 근본주의에 토대를 둔 모디 총리와 인도국민당이 2019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후 당분간 큰 선거가 없는 사이에 지난 5년 동안 꾸준히 진행 해 온 힌두 국가 만들기 차원의 국내 정치 전술의 일환일 뿐이다. 결국 이번 시민권 개정안 문제는 모디 정부로는 ‘꿩 먹고 알 먹기’의 정치 게임인 셈이다. 시위가 맨 먼저 터진 앗삼 지역 사람들은 난민을 받아들이면 무슬림이 아닐지라도 그 외부인들이 자신들의 일자리와 재산과 땅을 빼앗아 차지할 것이고, 나아가 문화적 정체성마저 깨지고 흔들린다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지난 총선에서 이 지역에서는 현재 연방정부 집권당인 인도국민당이 승리하였는데, 그 후 이 지역에서 무슬림 불법 이민자 추방과 탄압이 심하게 일어났다. 그런 폭력 분위기는 엄연한 인도 시민권자 무슬림에게까지 영향을 끼칠 정도로 악화되었다. 결국 반(反)이슬람의 혐오 정치가 강력하게 퍼지는 상황에서 이를 부추기는 셈이 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번 시민권 개정의 여파는 모디가 예상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 반대 저항이 전국적으로 엄청나게 커져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수의 무슬림들이  정부에 의해 테러를 당하고 목숨과 재산을 빼앗기는 일이 벌어진다면 인도 내의 무슬림 극단주의자들이나 2008년 뭄바이 테러에서 보았듯이, 파키스탄이나 다른 이슬람 국가에서 잠입한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힌두 다수에 대한 ‘묻지마’ 테러가 발생할 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런 상황이 오면 이번에는 2002년 구자라트(Gujarat) 주 학살 등에서 봤듯이 힌두 수구 세력들이 인도 거주 무슬림들을 학살하거나, 인도 정부가 파키스탄과 분쟁 지역이자 테러리스트 소굴이라 추정하는 카슈미르의 특정 지역을 공습하거나 국지전 을 획책할 수도 있다. 항상 그렇지만 다수를 차지하는 힌두 정체성을 가지고 소수 무슬림을 혐오하는 힌두 민족주의 기반 힌두 국가 건설 정책은 모디 총리와 인도국민당에게는 최고의 정치 꽃놀이 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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