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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암울해지는 2020년 인도경제 전망

인도 이순철 부산외국어대학교 인도통상학부 교수 2020/01/02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 12월 21일 토요일에 각료들과 마라톤 회의를 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회의 주제는 주요 분야에 대한 성과를 검토하고 향후 4년 반 임기 동안의 비전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가장 많이 논의 된 부분은 농업과 이와 관련된 부문, 그리고 인프라 부문이다. 각료회의가 오전 10시 반에 시작하여 오후 6시가 넘어서 끝날 정도로 논의된 경제적 현안들이 매우 심각했다.

 

지난 10월까지만 해도 인도경제에 대한 2020년 전망은 선거의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정부와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정책 등으로 그리 나쁘지 않았다. 세계은행은 7.5%의 성장률을 전망하였고, ADB 역시 6.5% 이상, IMF도 7%대의 성장을 전망하여 앞으로 3대 경제대국으로 순탄한 성장의 길로 갈 것으로 예상하였다. 이러한 전망은 모두 10월 이전에 이루어진 것들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인도경제에 대한 전망은 나름 괜찮았다. 하지만 11월이 되면서 인도경제에 대한 전망치가 갑자기 요동치기 시작했다. OECD는 지난 11월에 인도경제가 2019년에 5.8%를 기록한 후 2020년에는 6.2%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그래도 OECD는 인도경제가 올해의 부진을 딛고 내년에는 회복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하지만 DBS 은행은 다른 기관의 전망치 보다 훨씬 낮은 경제성장률을 지난 12월초에 발표하였는데, 올해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6.8%를 기록한 후 내년에는 경기부진으로 인하여 5%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그나마 2021년에는 5.8%대로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치가 위로가 될 정도이다.


그런데, 지난 12월 19일 인도 전 경제수석과 하버드 대학 교수 공저로 인도경제의 대부진(India's Great Slowdown)이 예상된다는 보고서를 내면서 인도경제에 대한 암울한 전망은 크게 확대되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경제는 경기순환적 위기와 경제구조적 문제가 동시에 심화되면서 앞으로 급속히 붕괴되어 장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수출과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은행과 인프라관련 업체들이 유동성 위험에 직면하여 은행, 인프라, 비은행금융회사, 부동산 회사 등 4대 재정위기(four balance sheet)에 처해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은 이미 한계에 달하여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경기부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정책적 대안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실물경제의 부진은 장기적인 침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앞에서 세계 주요 경제전망기관들이 인도경제를 전망한 것은 2분기(6-9월) 자료들이 발표되기 전에 나온 분석들이다. 12월이 되면서 2분기 자료들이 하나씩 발표되기 시작하였는데, 경제성과가 기대 이하이다. GDP는 2017-18년 4분기를 기점으로 끝없이 하락하고 있다. 2019-20년 1분기에 4.9%의 경제성장률이라는 최악의 성장률을 기록한 후 약간 반전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2019-20년 2분기 성장률은 오히려 4.3%라는 최악의 기록을 남겼다.1) 이에 따라 인도경제가 2019년에 5%의 성장은 고사하고 4%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IMF도 새로운 전망치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라닐 살가도 IMF 아시아태평양 담당은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여 12월 24일에 인도경제가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어 긴급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간소비가 인도경제를 지탱하고 있으나, 1분기에 부진한 후 2분기에 약간 회복세를 보이는 등 전체적인 추세는 하향세이다. 총고정자본형성도 2018-19년 3분기부터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2019-20년 1분기에 반짝 상승하였으나, 2분기에 다시 하락하는 추세로 전환되었다. 수출 역시 2019-20년 2분기에 약간 상승하였지만, 지난 3분기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수입은 더 큰 폭으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하여 무역수지 적자가 약간 개선되고 있지만, 이는 불황형 무역구조에 의한 것으로 그리 반가운 부분은 아니다.

 

이러한 부진에 비해 인도정부의 지출은 지난 3분기 이후 크게 증가하였다. 재정지출이 지난 2019-20년 1분기까지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인도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확대재정정책을 추진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하지만 2분기에 그 지출규모도 약간 하락하여, 재정정책의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는 주장을 어느 정도 뒷받침해주는 듯하다.


이러한 결과를 보면, 실물경제가 생각보다 어려운 상황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경제를 담당하고 있는 실물부문을 보면, 경제부문에서 상대적으로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 공공서비스부분을 제외하고는 모든 부문에서 GDP 성장률에도 못 미치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모든 부문들이 지난 2018-19년 4분기(2019년 초) 또는 2019-20년 1분기(3-6월) 이후에 하락하고 있는데, 제조업은 지난 2018-19년 1분기부터 침체기에 이미 진입하여 실물경제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인도경제에서 가장 크게 공헌을 하고 있는 금융, 전력 및 유틸리티 등도 연속적으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다만 농업이 올해 초 이후에 반등하고 있으나, 완전히 침체에서 벗어났다고 속단하기에는 미미한 수준의 반등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현상은 산업생산지수(IPP)에서 매우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산업생산지수가 지난 7월을 기준으로 큰 폭으로 하락하여 2018-19년의 지수보다 하회하기 시작하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10월에 약간 반등하고 있다는 점이지만, 여전히 지난 회기연도에 비해서 낮은 상태이다.

 


제품별 산업생산지수의 변화를 보면, 지난 6월 또는 7월 이후부터 하락하는 추세로 전환된 것을 알 수가 있다. 특히 인프라 및 건설관련 제품, 자본재, 그리고 소비자 내구재의 생산지수가 크게 하락하였다. 그나마 10월에 인프라 및 건설관련 제품, 중간재, 기초산품의 지수가 약간 상승함에 따라 앞으로 약간 개선될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

 


안정세를 보이던 소비자 물가도 올해 초부터 서서히 상승하는 추세로 바뀌었고, 특히 8월부터 상대적으로 급속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물가를 형성하는 식료품 가격이 그 동안 공급과잉으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다가 최근에 공급부족으로 크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국제유가의 하락으로 연료물가가 크게 하락하여 급속한 물가 상승을 어느 정도 억제해 주고 있다는 점이다.

 

 

인도중앙은행은 적극적인 경기부양을 위해 2월 이후에 여러 차례 기준금리(CRR)를 인하하였다. 이러한 인하조치로 인하여 현재 기준금리는 5.15%로 최근 들어 가장 낮은 상태이다. 이에 반해 대출금리(MSF)는 7월까지 약간 상승하거나 보합세를 보였으며, 그 이후로 연속되는 기준금리 인하에 영향을 받아 하락하고 있으나, 기준금리와의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한 것보다 시장에서의 금리인하가 더디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인도에서 확장적 금융정책의 한계가 어느 정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환율의 경우 지난 7월 이후 급격하게 평가절하를 기록하였다. 그 이후 약간의 보합 또는 절상의 변동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7월의 급격한 평가절하가 상대적으로 너무 커서 여전히 인도의 루피는 1달러당 70루피를 상회하고 있다. 이러한 평가절하는 일반적인 경우 수출을 증대시키고 수입을 감소시켜 무역수지를 개선시키지만, 앞에서 보았듯이 무역수지는 오히려 불황형 구조를 보이고 있어, 루피화의 평가절하가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재정적자는 확장적 재정정책에 의한 지출확대와 축소되는 경제활동으로 인하여 재정수입으로 인하여 정책 목표인 3.3%를 달성할 가능성이 낮아짐에도 불구하고 인도 정부는 대외적인 신뢰도를 고려하여 정책적 목표인 3.3%를 고수할 것으로 판단된다.

 

 

종합해보면, 인도경제가 글로벌 경기부진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 가운데, 국내시장의 부진으로 인하여 경기가 회복기에 들어서지 못하고 오히려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분기에 선거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모디 정권의 재집권에 따라 다양한 개혁과 확장적 경제정책을 추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과 대외부진으로 시작된 수요부진 및 유동성 부족이 서서히 부정적인 경제성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된다. 인프라 및 다른 실물경제가 전반적으로 악화되면서 성장률을 끌어 내리고 있고, 이러한 부진으로 인하여 소비까지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가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는 구조적 문제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결과로 인하여 올해의 경제성장률은 5%대에 머물고 내년에도 5%대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갈등이 내년에 해소되고, 브렉시트(BREIXT)의 불확실성이 제거되는 등 대외여건이 좋아진다면 인도의 대외부분이 개선되면서 경기가 예상보다는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비록 금융 및 재정정책이 큰 효과를 보이지는 못하고 있지만, 여전히 개혁과 개방정책이 꾸준히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여전히 높은 외환보유고와 일정한 수준의 재정수지 적자 유지, 그리고 안정적인 유가로 인하여 인도경제는 급격한 침체보다는 2019년보다는 약간 낮은 상태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즉 최악의 상태까지 인도경제가 부진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카슈미르 지역 및 시민권법에 의한 정치적 소용돌이로 인하여 내수가 부진해 질 수 있는 불확실성과 같은 정치적 요인들이 내재해 있다는 점도 경기회복에 부정적 요인이라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각주

1) 인도의 회계연도는 4월1일에 시작하여 익년 3월 31일까지로, 1분기가 3월부터 시작한다. 이에 본고에서도 인도의 회계연도 기준에 따라 1분기를 3월부터 적용하여 기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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