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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서발칸 지역의 SDG 관련 성과와 향후 과제
세르비아 Mihajlo Djukic Institute of Economic Sciences Research Associate 2022/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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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유럽의 SDG 추진 현황
2015년에 UN은 지속가능개발을 위한 2030의제(2030 Agenda for Sustainable Development)로 명명된 글로벌 행동계획을 발표해 세계 평화 달성과 전방위적 빈곤 퇴치를 목표로 설정했다(UN, 2015). 본 의제는 세계 모든 기관과 국가들이 경제·사회·환경의 세 가지 차원에서 기존의 개발사업들을 보다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바꾸기 위한 즉각적 행동을 취할 것을 주문한다. 이전 1992년 환경과 개발에 관한 리우 선언(Rio Declaration 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이나 2000년 UN 밀레니엄 선언(UN Millennium Declaration)이 낮은 구체화 수준과 관련해 비판의 대상이 된 것과 달리(Fehling et al. 2013), 2030 의제는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하는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이를 위한 체계적인 감독 및 평가 체계를 명시하고 있다(UN, 2015). 하지만 각국의 개발 우선순위를 존중한다는 기조에 따라 많은 정책결정자들은 정치적 이익이라는 단기적 목표와 지속가능개발목표(SDG,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추진이라는 장기적 이상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기로에 놓이게 되었다(Radovanovic and Djukic, 2014). 이와 같은 맥락에서 Dahl(2016)은 정부 리더십, 발칸 국가 간 협력, 광범위한 사회적 참여, 지역공동체 사업, 개인적 노력, 그리고 책임성 확보를 서발칸 지역에서의 효과적인 SDG 시행을 위해 고려해야 하는 6대 핵심 과제로 지적한다.
하지만 새로운 SDG 목표가 제시된 지 6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서도 각국이 처한 현실과 역량의 차이로 인해 글로벌 목표를 국가정책에 반영하는 과정에 큰 어려움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SDG 시행을 위한 국가적 기획과정을 마련할 수 있는지, 기관 간 협력을 어떻게 촉진할 수 있을지, 그리고 오늘날 나타나고 있는 각종 사회·경제적 경향과 SDG간의 연계성을 어떻게 강화할 수 있을지 등의 핵심 문제에 대한 해답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 글에서는 EU 가입 후보국이기도 한 알바니아, 몬테네그로, 북마케도니아, 세르비아 등 서발칸 지역 4개국에서 지금까지 시행된 SDG 정책이 보인 성과를 분석해보고자 하며, 어느 분야가 가장 큰 성공을 거두었는지, 그리고 가장 큰 장애물에는 무엇이 있었는지를 진단해본다. 여기에서 성과 분석을 위해 사용되는 기준은 EU의 SDG 지표로, UN의 글로벌 SDG 지표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EU의 SDG 지표는 EU에서 각 회원국의 SDG 달성 수준을 판단하기 위해 UN 지표를 기반으로 하되 EU 집행위원회(EC, European Commission)의 정책지침을 보다 구체적으로 반영해 만들어낸 것으로서1), 여기에는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이나 순환경제행동계획(Circular Economy Action Plan)과 같은 사업구상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SDG에 대한 EU의 전반적 접근법은 ‘UN 지속가능개발목표 달성을 위한 포괄적 접근법(Delivering on the UN’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 A Comprehensive Approach)’이라는 문서에 기반하고 있다(EU Commission, 2020c). EU 지표는 총 17개 SDG를 포괄하며, 각 목표당 최대 6개 항목을 통해 집계한다. 여기서 다루는 서발칸 지역 4개국은 EU의 가입후보국으로서 EU 정책과의 연동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나라들이 이룬 성과를 분석하는 데 있어 기타 회원국과의 비교도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Bradas, 2021).
서발칸 지역의 SDG 관련 성과: EU와의 비교를 중심으로
글로벌 SDG 지표 상위 10개국 모두는 유럽에 위치해 있고 이 중 9개국은 EU 회원국이라는 점에서 EU는 세계 SDG 추진을 선도하는 주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EU의 지도자들은 앞으로도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점을 잘 인지하고 있으며, 이들이 지적하는 핵심과제이자 오랫동안 유럽 국가들을 괴롭힌 문제는 각국이 보이는 성과에 상당한 격차에 있다. 유럽 지속가능개발 보고서(Europe Sustainable Development Report)에 따르면(Lafortune, 2021) 서발칸 지역의 4개 EU 가입후보국은 SDG 분야에서 지난 20여년간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기는 했지만, 현재 추세를 바탕으로 북유럽 국가들의 달성 수준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앞으로 52년가량이 더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2020년 기준 서발칸 지역 4개국과 터키의 평균 SDG 지표점수는 55.5%로, 이는 EU 27개국 평균 보다는 16%p, 그리고 SDG 달성 수준이 높은 북유럽 국가 평균 81%에 비해서는 약 26%p가 모자라는 것이다. 이 중 국가 간 격차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분야로는 SDG 제1조, 제3조에서 제9조까지, 그리고 제16조를 들 수 있다. 지금부터는 오늘날 서발칸 지역이 SDG 달성 수준에 있어 어떠한 위치에 있는지를 보다 포괄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자료 가용성과 정책 연관성을 바탕으로 특정 지표를 선정해 비교를 수행하기로 한다.
SDG 제1조: 빈곤 퇴치
SDG 제1조는 모든 차원에서의 빈곤 인구를 절반 이하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빈곤 인구란 각국에서 적절한 삶을 위해 필수적이라 간주되는 상품을 구매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거나(금전수단 결여), 전국 중위소득의 60%에 미치지 못하는 소득으로 살아가는 이들(빈곤 취약 인구)을 의미한다. 서발칸 지역 국가 대부분에서는 이 측면에서 EU 평균과의 격차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특히 북마케도니아와 알바니아에서의 빈곤 및 사회적 배제 취약 인구가 각각 40%와 46%로 집계되는 등 아직 여타 EU 회원국과의 격차가 상당 부분 남아있다(<그림 1> 및 <그림 2> 참조).
SDG 제3조: 건강과 복리 후생
EU통계국은 각국 사람들이 자신의 건강을 ‘매우 좋음’에서 ‘매우 나쁨’ 중 어느 정도로 생각하는지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있으며, 비록 성격이 주관적이기는 하지만 본 지표를 통해 각국 인구의 향후 사망률과 의료서비스 이용률을 효과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 <그림 3>을 살펴보면 자신의 건강을 가장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세르비아인들이며, 반면 알바니아인들의 건강 자가진단 수준은 스위스와 아일랜드를 제외한 모든 EU 회원국보다 높은 유럽 최고 수준이었다. 하지만 또 다른 지표인 영아사망률 측면에서 알바니아는 출산 수 1,000명당 10명을 기록해 1세 이하 영아의 사망확률이 EU 평균에 비해 거의 세 배 가까이 높았으며, 그 다음으로 나쁜 수치를 보인 북마케도니아에 비해서도 2배 수준이었다. 또한 알바니아는 지난 10년간 영아사망률 지표를 전혀 개선하지 못한 불명예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그림 1> 2009~2019년 빈곤 및 사회적 배제 취약인구 비율
단위: %
* 자료: EU 통계국(Eurostat)
<그림 2> 2020년 빈곤 및 사회적 배제 취약인구 비율
단위: %
* 자료: EU 통계국(Eurostat)
<그림 3> 2020년 건강 자가진단 응답이 ‘좋음’ 이상인 비율
단위: %
* 자료: EU 통계국(Eurostat)
<그림 4> 2009~2019년 출산 1,000명당 영아사망률
* 자료: EU 통계국(Eurostat)
SDG 제7조: 저렴하고 청정한 에너지
가용 에너지 단위당 생산량으로 계산하는 에너지 생산성의 경우 서발칸 지역은 EU평균보다 2.5배 낮은 수치를 보였으며, 특히 세르비아가 가장 낮은 순위에 머물렀다. 다만, 재생가능 에너지원의 활용비중은 여타 유럽 국가들과 비견할 만한 수준이었고, 알바니아나 몬테네그로는 EU 평균보다 재생가능 에너지원이 더 널리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EU는 재생가능 에너지원을 통해 60%에 달하는 에너지 수입의존도를 낮추는 것을 핵심 정책으로 삼고 있기에 이와 관련된 지표 개선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 다른 한편으로 일정량의 가치를 생산하는 데 소비되는 에너지의 양을 나타내는 에너지집적도(Energy Intensity) 분야에서 서발칸 지역 4개국은 지난 10년간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했으며, EU와의 격차도 10년 전과 사실상 그대로였다. 현재 EU 국가들의 평균 에너지집적도는 서발칸 지역 국가들에 비해 약 36% 수준으로 같은 가치 생산 시 36% 적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SDG 제8조: 적절한 일자리와 경제성장
미래 경제성장 전망을 밝게 하기 위해서는 청년인구 등 핵심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지만, 서발칸 지역 국가들은 현재 이 측면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래 <그림 7>에 나와 있는 바와 같이 서발칸 지역의 청년실업률은 EU 평균치에 비해 상당히 높은 상태이다. 한편 청년 니트족(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비율 면에서도 EU 27개국 평균인 10.1%는 세르비아에 비해 1.5배 낮고, 북마케도니아와 몬테네그로에 비하면 1.8배 낮은 수준이다(Eurostat, 2021).
<그림 5> 2020년 에너지 생산성, 재생가능 에너지 비중, 에너지 수입 의존도
단위: %
* 자료: EU 통계국(Eurostat), 알바니아 생산성 자료는 부재
<그림 6> 2009~2019년 에너지집적도
단위: 1,000유로 생산에 투입되는 에너지의 석유 환산 킬로그램
* 자료: EU 통계국(Eurostat), 알바니아 에너지집적도 자료는 부재
<그림 7> 2009~2019년 청년실업률
단위: 15~24세 인구 중 백분율
* 자료: EU 통계국(Eurostat)
SDG 제16조: 평화·정의와 효과적인 국가 제도
지속가능개발의 추진에 있어 제도적 발전은 중요한 선결 조건으로 기능하며, 따라서 서발칸 지역 국가들이 여타 EU국가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각종 제도적 결점을 메꿔야만 한다. 이 측면에 존재하는 주요 도전 요소 중 하나는 공평한 개발 기회를 박탈하고 자원의 공정한 분배를 가로막는 부패 문제로, 자료에 따르면 발칸지역은 EU나 동남부 유럽 평균에 비해 심각한 부패에 직면해 있다.
<표 1> 2015~2020년 부패인식지수
* 출처: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
서발칸 지역 SDG 성과 진작을 위한 핵심 과제
위에서 살펴본 자료에 따르면 서발칸 국가들은 지난 10여 년간 대부분의 SDG 관련분야에서 일정 수준의 지표 개선을 이루어 냈으며, 견실한 경제성장이 빈곤 완화나 건강 상태 개선 등 목표 달성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특히 에너지 효율성이나 국가제도의 질 면에서는 여타 유럽 국가들과의 상당한 격차가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향후 서발칸 지역 국가들이 SDG 관련 성과를 얼마나 낼 수 있을지를 결정하게 될 요소로는 다음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1. EU와의 통합
서발칸 지역의 SDG 달성을 위해서는 EU와의 통합에 더해 EU 법령집(Acquis Communautaire)2)의 국가 법률체계 반영 요건 준수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EU 통합의 진전 여부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는 개혁정책의 사례로는 에너지 관리, 자원 활용, 제도적 역량 강화사업 등이 있으며, 지난 몇 년간 통합이 지지부진해짐에 따라 상기 분야에서의 성과도 마찬가지로 지체되었다. 이에 따라 서발칸 지역 국가들은 경제의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GDP 성장을 바탕으로 사회·환경적 비용을 줄이는 데에는 실패함으로써 개발 없는 성장이라는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을 겪고 있다.
2. 녹색 성장
녹색 성장은 오늘날 가장 중요한 이슈이자 국가적 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World Bank, 2021). 하지만 오늘날 많은 나라에서는 정치적 의지의 부재로 인해 지속가능한 개발에 맞춘 국가적 기획체계나 전략 측면의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책 체계를 개혁하는 과정에서는 이른바 조기 탈산업화와 관련된 문제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는데, 이는 각국 정부가 진정한 제도적 변화를 위한 노력 없이 단순히 표면적 성과만을 위한 개혁 사례를 따라하는 데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EU의 지속가능성 구상을 준수한다는 구색을 갖추기 위해 단순한 세율 인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정책은 다양한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위험성을 지니는데(Silajdzic et al., 2021), 이와 같은 정책은 지역 기업들의 경쟁력을 저해할 뿐 아니라 EU 부가가치망으로의 통합 노력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3. 제도적 발전
또 다른 문제점은 지속가능성 의제 추진 의무가 모호하게 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Sormaz(2021)는 세르비아의 지속가능개발 관련 제도적 기반을 분석한 결과 지역 정책 수준에서는 지속가능개발이 전혀 중점사업으로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더해 세르비아 정부나 대통령, 여타 기관들에서도 SDG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정식 전략을 마련하지 않고 있어 지속가능 의제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Dahl(2016)은 총 169개의 구체적 SDG 목표 중 107개가 지역사회 수준에서 추진할 수 있는 성격이라고 분석했지만, 현재까지는 소규모 지역공동체에서 시작하는 상향식 접근법을 지원하기 위한 구상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4. 국가적 개발계획
서발칸 지역 국가들은 각종 관찰보고서를 작성하고 자료를 수집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EU의 SDG 지표 중 3분의 2 이상이 국가적 통계체계를 통해 정기적으로 수집되고 이 중 대부분이 개발정책 수립에도 반영된다. 하지만 본고가 관찰한 4개국 중 국가적 개발계획을 공식화해 발표하거나 SDG 활동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체계를 갖춘 나라는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또한 SDG 달성 책임을 어떻게 분배할지에 대한 기준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고, 각종 대규모 투자사업도 공적 차원에서의 진지한 논의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사업이 장기적으로 지닌 환경·사회적 영향에 대한 검토가 시행되지 않고 있음에 더해 제3자에 의한 외부 평가 노력도 거의 나타나지 않으며, 재생에너지로의 이행이나 이산화탄소 배출량 저감에 필요한 재정도 제한되어 있다. 이밖에 지역적 차원에서도 정책결정자들이 해외로부터의 투자 유치에 급급해 환경적 악영향을 미치는 기술을 들여오는 경우가 관찰되는 등의 현 상황에 비추어볼 때, SDG 분야에서 진정성 있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국가와 지역 모두를 포괄할 수 있는 공식 전략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진단한다. 이와 같은 지속가능개발 전략에서는 탄소배출 저감의 가속화, 에너지 효율성의 향상, 녹색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구조적 개혁 등 지역마다 달성을 위해 노력해야만 하는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그 실현 방안을 진지하게 강구해야만 할 것이다.
* 각주
1) https://ec.europa.eu/info/strategy/priorities-2019-2024_en
2) https://www.eurofound.europa.eu/observatories/eurwork/industrial-relations-dictionary/acquis-communauta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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