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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터키의 녹색경제 정책: 현황과 향후과제

튀르키예 Gözde ERSÖZ Fenerbahce University Associate Professor 2022/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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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경제 및 관련개념의 의미
경제성장과 환경 사이의 관계가 경제개발과 관련한 담론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의 일이고, 이후 지속가능한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1)과 녹색 경제성장(Green Economic Growth)2)에 기반한 성장전략이 점차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한편 산업화 과정에서의 오염물질 발생, 세계 인구 폭증, 식량생산에 들어가는 천연자원의 무분별한 소비 등은 전통적 방식의 경제개발이 이제 그 한계에 달했다는 사실을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며(Koyuncu & Karabulut, 2021), 이 점에서 기존의 발전방식에 대한 대체재로서 등장하게 된 것이 녹색경제(Green Economy) 개념이다. UN환경계획(UNEP, 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의 개념정의에 따르면 녹색경제란 환경적 위험요소 및 생태계에 대한 악영향을 저감하고 인간복리 및 사회적 공평성 강화를 도모하는 정책을 지칭하며(UNEP, 2011), 본 개념이 추구하는 핵심 목표로는 글로벌 경제 활성화,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방식으로의 경제성장, 신규 일자리 창출을 통한 실업문제 해결,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 확대 등을 들 수 있다(UNEP, 2011).

터키 녹색경제의 현황
미국의 자문회사 듀얼시티즌(Dual Citizen)은 2010년부터 각국의 녹색경제 이행 현황을 분석 및 수치화해 그 순위를 공개하고 있는데, 여기에 따르면 터키는 2018년 기준 글로벌 녹색경제지수(Global Green Economy Index)에서 0.4870점을 기록해 130개 조사대상국 중 60위를 기록했다(Dual Citizen LLC, 2018). 이 같은 결과는 터키에서 녹색경제 개념의 중요성이 점차 부상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국내정책에서 확고히 자리잡지는 못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아직 엄청난 수준의 재생가능 에너지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가 국내 소비량이 많은 천연가스와 석탄 등 화석연료의 상당 부분을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는 터키의 입장에서, 지속가능한 개발정책은 앞으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터키 생산가능인구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실업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녹색경제 분야에서의 고급 일자리를 새로이 창출해 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터키의 녹색경제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단체의 사례로는 터키 순환경제 플랫폼(CEPT, Circular Economy Platform of Turkey)과 디큐브 순환경제 협동조합(DCUBE Circular Economy Cooperative, 이하 디큐브)을 들 수 있다. 이 중 CEPT는 녹색경제로의 이행을 추진하고자 하는 기업에 각종 훈련 및 재정지원,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며(CEPT, 2021),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세계기업위원회(World Business Council for Sustainable Development) 터키지부의 하부기관인 지속가능한 산업 및 순환경제 그룹(Sustainable Industry and Circular Economy Group)에서도 CEPT에 참여해 필요정보 및 자원 제공, 성과측정 지원, 기술지원금 제공, 협력기회 모색 등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SKD Turkey, 2021). 한편 디큐브는 순환경제모델을 적용해 터키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한 개발정책이 시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고, 특히 농업·식품·에너지·직물류·수자원 분야를 핵심대상으로 지원 사업을 전개하는 중이다.

상기한 바와 같은 많은 단체들의 노력 덕분에 현재 터키의 많은 생산기업들은 유럽 수출을 위한 제품 생산과정에서 녹색경제에 친화적인 원료와 필수자재를 도입하기 시작했으며, 국내 최대규모의 직물생산기업들도 지속가능성 향상이라는 기치 아래 녹색경제 개념을 보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밖에 터키 최대의 화학기업 중 하나인 아킴(Akkim)도 해당 분야에서의 녹색 기업경영 선두주자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연구를 개시 했으며(Sustainability Policy, 2021), 글로벌 ESG 경영 조사기관인 에코바디스(EcoVadis)에서 수행한 2020년 지속가능성 평가(Sustainability Evaluation) 자료에 의하면 아킴은 구매행태의 환경친화성·사회성·윤리성·지속가능성 면에서 상위 3%를 기록해 이전의 상위 22%에서 훨씬 진보한 모습을 보여주었다(Sustainability is in Our Chemistry, 2021). 이처럼 개별기업 수준에서의 고무적인 성과가 일부 나타나고 있는 시기인 만큼 세계은행(World Bank) 기준으로 개발도상국에 속하는 터키는 앞으로 경제성장 목표와 지속가능성 보장이라는 두 가지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녹색 경제성장 개념에 바탕을 둔 정책을 마련해야만 할 것이다.

터키 녹색경제 정책의 현황과 한계 
터키가 추진한 5개년 개발계획의 내용을 살펴보면 환경문제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심이 역사적으로 공공정책에 어떻게 반영되어 왔는지를 알아볼 수 있다. 일례로 제3차 5개년 개발계획(Five-Year Development Plan)은 당시 세계의 산업화 경향이 가속화되며 터키에서의 화석연료 사용량도 크게 증가했음을 보여주며, 그 반대급부로 환경보전의 필요성이 국내에서 담론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때이기도 하다. 뒤따른 몇차례의 개발계획에서는 제한적 수준으로만 언급되었던 장기적 환경보전이 보다 넓은 분야로 확대된 것은 1990년에 시행된 제6차 개발 계획부터로, 여기에서는 환경문제를 경제정책의 모든 단계에서 반드시 고려해야만 하는 요소로 규정했다(DPT, 1990). 이후 제7/8차 개발계획도 경제와 환경 간의 상호작용을 크게 강조하였고(DPT, 1995, 2000), 제9차 개발계획은 환경분야의 정부규제가 EU 차원에서의 규제와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혁신적 내용을 담았으며, 이어 제10차 개발계획에서는 녹색성장이라는 개념이 처음으로 정부의 공인을 받았다(Ministry of Development, 2013). 

녹색경제 이행을 위해서는 관련주제에 대한 국제회의에 참석하고 각종 기후변화협약에 참여하는 노력도 필수적이며, 이 점에서 터키도 환경보전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인정하면서 지지를 보내고 있다. 1992년 리우 회의(Rio Conference)의 결과로 체결된 기후변화에 관한 UN 기본협약(UNFCCC, UN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은 기후변화에 대응해 나가는 국제공동체의 중요한 첫 발걸음으로서 체결국에 다양한 수준의 의무를 부과하는데, 터키도 2004년에 이 협약에 서명해 자체적으로 달성해야 하는 목표를 부여 받았다. 한편 UNFCCC와 높은 연계성을 지닌 국제협약인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는 각국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핵심 목표로 하며, 터키도 2014년 페루에서 열린 회담에서 본 의정서의 취지에 따라 2020~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 21%까지 줄이기로 합의했다. 터키는 이후 2016년에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한 또다른 국제 협력 사례인 2015년 파리협약(Paris Agreement)에 가입했다.

터키는 녹색경제를 위한 국내·외적 구상의 일환으로 사회·경제·환경분야에서 지속가능한 개발을 추진하기 위한 법률안을 마련해 시행해왔다. 이와 같은 법률의 구체적 사례로는 환경법, 문화/자연유산 보호법, 보스포루스(Bosphorus)법, 국립공원법, 용도지역(Zoning)법, 해양법, 습지·육상 수렵법, 농업/임업/촌락지역법, 산림법, 관광진흥법, 보건의료보호법 등을 들 수 있다(Ministry of Foreign Affairs, 2021; Yıldız, 2021).

2000년대에 들어서 녹색경제 담론은 터키에서 자주 회자되는 주제가 되었으며, 따라서 21세기 들어 시행된 정책을 평가하는 데 있어 녹색경제 구상이 얼마나 잘 반영되어 있는지의 여부도 유용한 잣대가 될 수 있다. 특히 학계와 전문가집단은 각국이 경제개발 정책을 어떠한 방식으로 추진하는지를 조사해 이들의 목적이 다른 모든 요소를 무시하는 일방적 성장인지, 혹은 지속가능한 성장인지를 평가하고 있는데, 그 결과 터키의 녹색경제정책 현황은 다소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오늘날 터키 경제계획의 실상이 녹색성장의 이상과는 다소 동떨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중이다.

일례로 2018년 터키 경제의 부문별 성장률을 2004년 수치와 비교해보면 농업에서는 4배, 제조산업에서는 7.2배, 건설업에서는 8.6배, 서비스업에서는 6.2배 수준의 성장률 증가폭이 확인된다. 전체 경제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기준으로 하면 서비스, 제조산업, 건설업이 터키의 경제성장을 견인한 3대 부문으로 나타나고, 그 뒤를 농업이 차지한다. 이 중 건설업 부문의 성장은 국내시장에서 해당 부문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했음을 의미하는데, 건설업은 창의성이나 혁신의 잠재력이 낮고 부가가치 창출액도 미미하면서 적절한 도시계획 없이는 다수의 환경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어 내기에 다소 불리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터키의 건설업계가 지금까지 보인 성장의 양상을 살펴보면 환경적 영향에 대한 고려가 미진하다는 점을 알 수 있고, 실제로도 농지, 초지, 삼림, 고원, 해안, 자연유산을 비롯해 많은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무분별한 도시화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저해하면서 상당한 수준의 환경적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 건설업에 의존하는 경제성장모델이 가진 또 하나의 단점으로는 자원배분의 최적화를 저해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Yıldız, 2021). 하지만 많은 수의 투자자들이 수요가 보장되는 데다 수익률도 큰 건설업 부문에 몰리고 있고, 그 결과 터키는 터키의 기업가들을 녹색경제 부문의 창의적 기업활동으로 유인하기 위한 요소를 충분한 수준으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결론 및 향후 과제
여타 분야에서의 지속가능한 녹색 개발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선결 조건으로서의 녹색경제 이행은 이제 선진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에서 중요한 담론으로 떠올랐으며, 신흥국들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는 녹색채권(Green Bond)과 사회적 채권(Social Bond)도 정부와 투자자 모두에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새로운 기회요소를 제공해주고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규제기관과 정책시행기관 모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환경적 관심을 환기하는 한편 지속가능성에 친화적인 방향으로의 재원 활용을 독려하기 위해 녹색경제에 점차 더욱 많은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이 같은 노력의 구체적 사례로는 은행업계 총대출액의 일정 부분을 녹색경제 사업에 의무적으로 할당하고 관련사업에 다양한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관련사업의 수와 규모를 늘리고 녹색경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제고하는 조치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녹색경제를 위한 규제수단을 신속히 마련함과 동시에 관련분야에 대한 수요를 진작하기 위한 조치를 시행하는 데에도 정책의 중점을 두어야 한다. 이 같은 노력의 구체적 사례로는 민간기업에 보다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주고 투자자가 더욱 쉬운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녹색경제 친화적 기업활동이 지녀야 할 특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표준화 연구를 수행하거나, 시장 규제 및 기업표준 마련, 조세유인책 도입, 시장이 인식하는 리스크의 완화, 각종 비용요소 절감을 통해 녹색채권의 시장 정착을 지원하는 등의 조치를 들 수 있다. 상기한 바와 같은 정부의 노력을 통해 필요적절한 법령체계와 각종 유인정책이 자리를 잡고 나면 녹색채권을 구매하는 투자자와 녹색사업을 추진하는 기업가가 재생가능 에너지 자원 활용을 위한 재원을 확보하는 과정도 더욱 용이해지고, 이를 통해 친환경적이고 탄소배출량은 낮은 경제발전의 길이 보다 크게 열리면서 국가경제 전체가 혜택을 보게 되는 선순환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각주
1) 지속가능한 개발이란 우리가 오늘날 누리는 번영을 미래세대에게도 보장해야 한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빈곤 및 불평등을 완화하며, 보건의료·에너지·식수 등 필수적인 서비스를 적절히 공급하기 위한 일련의 개발방식을 말한다. 
2) 녹색 경제성장은 국가경제의 확대를 도모하는 데 있어 현존하는 자원 및 여기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는 개념에 기반한 것이다(Yiğit & Canöz,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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