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폴란드의 대응
폴란드 Levi Nicolas Vistula University Lecturer 2022/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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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러시아가 2022년 2월 24일부로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돌입하면서 유럽의 사회 지평은 큰 변곡점을 맞았다.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 경제에 엄청난 경제적 영향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양 당사국의 국내 정세에도 큰 변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1918년부터 소련 회원국이었던 우크라이나는 1991년 공산권 붕괴와 함께 유럽의 정치 지도에 독립국으로서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으며, 당시 동방정책을 추진하던 폴란드는 1992년 1월 2일 자로 우크라이나를 세계 최초로 승인했다(Baburska 2002: 6).
2000년대에 발생한 우크라이나의 경제위기와 뒤따른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크름반도, Crimea) 합병 이후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이주민들의 주요 행선지로 떠올랐다. 이전까지 자국 경제상황이 나아지지 않은 점에 실망해 폴란드로 이주하던 우크라이나인들은 이제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을 피하기 위해 국경을 건너고 있다.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와 총 535km에 달하는 국경을 공유하는 인접국이라는 점도 지금까지 나타난 양국 간의 긴밀한 협력을 설명해 주는 또 다른 요소이다.
유엔 난민 고등판무관(UN High Commissioner for Refugees) 측의 자료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를 떠난 난민의 수는 2월 27일까지 36만 8,000명을 기록한 이후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전쟁으로 인해 그 수가 최대 500만 명까지 늘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쟁 발발 이후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착수했으며, EU 각국의 국방장관이 모인 2월 28일 회의에서는 러시아 침공군에 맞서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을 위한 물자 지원 전략을 모색하고 국가 간 역할을 어떻게 분배할지를 논의했다. 또한 EU는 4억 5,000만 유로(한화 약 6,000억 원) 규모의 지원금에 더해 5,000만 유로(한화 약 670억 원) 상당의 방어장비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방안에 합의했고, 시간이 갈수록 지원 규모는 더욱 커지는 중이다1).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한 폴란드의 사회적 지원
러시아는 전쟁 발발 이전까지 13만~19만 명에 이르는 병력을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 배치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지난 40년 기준 유럽에서 동원된 최대 규모의 병력이다. 2월 24일 자로 결국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이 개시되자 폴란드인들은 이웃 나라인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수송 수단 제공, 난민수용시설 마련, 식품 및 생필품 지원 등의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난민들을 돕는 작업에 수십만 명 이상의 폴란드인들이 참여했으며, 페이스북(Faccbook) 등 SNS에 올라오는 정보를 통해서도 각종 지원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개전 초기인 2월 27일까지 페이스북에서 ‘우크라이나 돕기(Pomoc dla Ukrainy)’를 주제로 한 토론에 참여한 계정은 80만 개 이상이다.
폴란드에서는 민간인들이 자발적으로 난민들에게 주거지, 교통수단, 의료·심리상담 서비스 및 식료품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100개 이상의 기술분야 기업이 해시태그 #TechForUkraine 아래 활동을 전개하고, 각종 법률사무소에서는 무료 법률상담을 제공하며, 의사들도 우크라이나 난민을 위한 의료지원에 나섰다. 1,800여 명의 우크라이나 출신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폴란드의 유통기업 비에드론카(Biedronka)는 우크라이나 시민권을 가진 근로자 각각에 220 유로(한화 약 29만 원)씩을 지급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민간병원인 다미안(Damian)도 폴란드로 이주해 오는 우크라이나인들이 자사 병원시설을 이용해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으로, 이 경우 내과 및 소아과 1차 진료는 무료로 받을 수 있고, 한 달에 최대 100명까지 질병 예방용 검진을 통해 건강진단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에서 건너오는 의사, 간호사, 의료인력을 위한 근로 기회가 제공되고, 필요시 우크라이나에서 취득한 관련 학위를 폴란드에서 인정받는 과정에도 지원이 이루어질 계획이다2).
또한 시민권 증빙자료를 소지한 우크라이나 국민은 피케이피 인터시티(PKP Intercity)에서 운영하는 보급형(TLK) 및 도시간(IC) 철도의 2등석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이밖에 다른 기업들에서도 무료 수송 서비스를 개시했다3). 여기에 더해 우크라이나 난민을 수용하는 폴란드 국민은 280 유로(한화 약 37만 원)의 지원금을 폴란드 정부로부터 지급받게 된다4).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폴란드 경제에 가져오는 영향
경제적 관점에서 살펴볼 때, 이번 전쟁은 우크라이나의 무역대상국 중에서 액수를 기준으로 중국 다음의 2위에 자리한 폴란드의 수출업계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폴란드 경제연구소(PIE, Polish Economic Institute)에 따르면 폴란드 기업 중 3분의 1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으며, PIE와 국가경제은행(Bank Gospodarstwa Krajowego)이 공동 집계하여 2월에 발표한 경제환경 월간지표(Monthly Index of the Economic Climate)에서도 응답 기업의 최대 3분의 1가량이 기업활동에 큰 악영향을 우려하는 등 기업환경에서의 불확실성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을 가장 크게 체감하는 것은 소규모 기업들로, 조사에 참여한 소규모 기업들 중 거의 절반인 47%가 이번 사태로 인한 위협을 느낀다고 답변했다. 이에 비해 대기업 중에서 같은 응답을 고른 비중은 13%로 집계된다5).
EU 통계국(Eurostat) 자료에 의하면 우크라이나는 폴란드 총수출액 중 2.2%(상위 14위)에 해당하는 52억 유로(한화 약 6조 9,000억 원)를 차지하고, 폴란드 총수입액 중 1.1%(상위 18위)인 25억 유로(한화 약 3조 3,000억 원)를 담당해 절대적 수치상으로의 무역 비중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로 수출되는 주요 품목에는 기계 및 수송장비(전체의 30%), 기초가공자재 및 원자재로 분류되는 산업용품(20.4%), 화학물질 및 관련제품(16.2%), 기타 산업용품(14.2%), 식품 및 생물류(13.0%) 등이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폴란드 수출액 중에서 의미 있는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은 유지(油脂) 및 동/식물성 왁스(해당 품목 총수출액 중 5.1%)와 화학물질 및 중간가공물(해당 품목 총수출액 중 3.7%)의 두 가지 정도에 국한된다.
만약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수출이 전면 중단될 경우 폴란드 국내총생산(GDP)이 최초 1년간 약 1%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6). 한편 2021년 1월부터 11월까지 폴란드의 대(對)러시아 수출액은 87억 달러(한화 약 10조 7,000억 원)로 전체의 2.8%를 차지하며, 여기에 벨라루스의 0.7%와 우크라이나의 약 2%(2019년 기준)를 더하더라도 총합이 6%에 미치지 않는 것으로 집계된다. 따라서 개별 기업이 받게 될 상당한 피해를 잠시 논외로 할 경우, 이들 3개국을 대상으로 한 수출액 감소가 폴란드 국가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비교적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의 에너지 안보 문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EU를 비롯한 서방 진영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개시했고, 폴란드 정부는 러시아에서 EU로 향하는 모든 원자재의 수입을 금지하자는 강경한 봉쇄 조치를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EU에 천연가스, 석유, 석탄을 공급하는 주요 주체이기에 전면적 수입금지 조치가 러시아뿐 아니라 EU 회원국에도 큰 피해를 줄 수 있어 이 방안이 단기간 내에 채택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EU 통계국은 2020년 EU가 수입한 천연가스의 49%가 러시아산인 것으로 집계하고 있고, 핀란드, 스웨덴, 몰도바 등의 국가들은 자국에서 소비하는 가스의 상당 부분을 러시아에서 들여오고 있다.
폴란드 또한 상당량의 러시아산 석탄을 수입하고 있는데, 2021년의 1~7월간 폴란드가 러시아에서 들여온 석탄은 약 800만 톤으로, 이는 2020년 폴란드 국내 생산량 전체의 15% 수준이다7).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석유 가격은 2월 24일부터 3월 3일까지 이미 15%가량 상승했고, 유럽에 공급되는 천연가스의 가격도 함께 올라갔으며, 이와 같은 에너지 가격의 폭등은 폴란드 경제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폴란드는 에너지 자립성 확보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국내 석탄 자원을 다시 활용하자는 주장과 친환경 재생에너지로의 이행을 더욱 가속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서로 충돌하고 있다. 상기 맥락 아래 폴란드 정계에서는 앞으로 수 주간 에너지 안보와 관련한 정책 방향을 확정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결론 및 향후 과제
우크라이나에서 건너온 난민들을 향한 폴란드 사회의 시선은 대체로 따뜻한 환영의 성격을 띠고 있으며, 이는 세계 많은 나라들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폴란드가 앞으로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도 다수 존재하는데, 이를 단기적 및 장기적 차원에서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단기적 관점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수면 아래로 내려간 국내 정치 분야 제반 논쟁의 부활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이전에 코로나19 팬데믹이 처음 등장했을 당시에도 폴리시 딜(Polish Deal)이라 불린 대규모 조세개혁안, 페가수스(Pegasus) 스파이웨어 스캔들과 같은 기존 정치 이슈들이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국내 정치 문제들이 언젠가는 다시 주요 논쟁점으로 부상할 것이 확실시 되기에, 이전과는 달라진 환경에서 관련 논의가 어떠한 방향으로 진행될지가 주요 관심사이다. 이에 더해 전쟁 발발 이후 폴란드 사회는 우크라이나 난민의 폭증으로 인한 큰 변화를 겪고 있는데, 여기서 폴란드가 답해야 할 두 가지 중요한 질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폴란드 사회에 얼마나 잘 적응할 수 있는가? 둘째, 전쟁이 종식된 이후에도 폴란드에 남고자 하는 난민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한편 장기적 측면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안보 위협에 폴란드가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현재 실현 가능성이 있는 대응 방안으로는 폴란드 북서부 항구도시인 시비노우이시치에(Świnoujście)에 소재한 액화시설을 활용한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석탄 및 원자력발전으로의 회귀, 그리고 재생가능 에너지원에 대한 투자 증대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에너지 공급 안정화를 위해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일시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론되고 있지만, 각계 전문가와 정계에서는 지금이 오히려 녹색에너지 이행을 위한 최적기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 사태가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는지, 그리고 우크라이나 경제가 침공으로부터 얼마나 큰 타격을 받게 될지 등의 요인에 따라 위에서 설명한 우크라이나 거주민의 향후 거취 문제, 그리고 난민 유입으로 인한 사회적 변화에 대응할 만한 폴란드 내부 인프라 역량의 보유 여부 문제 등의 단기적 이슈가 장기적 차원의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 각주
1) Polska będzie hubem logistycznym dla przerzutu sprzętu na terytorium Ukrainy: 2022
2) Firmy w Polsce wspierają Ukrainę. Biedronka daje po tysiąc złotych: 2022
3) Bezpłatne przejazdy pociągami dla obywateli Ukrainy: 2022
4) 1200 zł miesięcznie dla pomagających uchodźcom. Premier zdradził szczegóły: 2022
5) 34 proc. polskich firm obawia się negatywnego wpływu ewentualnej agresji Rosji na Ukrainę: 2022
6) Wojna. Jak silne są powiązania handlowe Polski z Ukrainą?: 2022
7) Węgiel z Rosji to nie tylko problem Polski. Kupuje go nawet Ukraina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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