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부유럽

☐ 슬로바키아 4당 연립 정부, 갈등 끝에 한 정당의 탈퇴로 분열

◦ 슬로바키아 4당 연립 정부는 인플레이션 대응 법안에 대한 견해차로 갈등을 빚어옴

- 현 슬로바키아 정부는 4당 연립 체제로 평범한 사람과 독립적 인격당(OĽANO, ORDINARY PEOPLE and Independent Personalities), 자유와 연대당(SaS, Sloboda a solidarita), 우리는 가족당(We Are Family), 민중의 당(For the People)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OĽANO의 이고르 마토비치(Igor Matovič) 슬로바키아 재무부 장관이 12억 유로(한화 약 1조 6,000억 원) 규모의 인플레이션 대응 법안을 발의하면서 연립 정부의 분열이 시작되었다. 마토비치 장관이 발의한 법안에 대해 리하르트 술리크(Richard Sulik) 슬로바키아 경제부 장관을 비롯해 SaS의 의원들은 정부 재정 부담과 투명성을 문제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에 마토비치 장관은 6월 극우 정당 의원들과 협력하여 찬성 83표를 얻어 법안을 통과시켰다.

- 술리크 장관과 SaS는 마토비치 장관이 극우 정당과 협력한 것을 이유로 마토비치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기 시작했으며, 8월 말까지 마토비치 장관이 스스로 사임하거나 에두아르드 헤거(Eduard Heger) 슬로바키아 총리가 마토비치 장관을 해임하지 않을 경우, 연립 정당에서 떠날 것이라 경고했다. 이에 헤거 총리는 인플레이션 대응 법안이 통과된 이후 재무부 장관을 교체하겠다며 SaS에 협상안을 제시했으나 술리크 장관은 마토비치 장관의 해임이 이루어질 때 협상에 응하겠다며 완고한 태도를 보였다. 

◦ 자유와 연대당은 요구가 수용되지 않자 정부에서 떠나

- 8월 31일 술리크 장관은 기한까지 마토비치 장관의 해임 요구가 수용되지 않자 연립 정부에서 떠난다는 의미로 장관직을 사임했다. 다른 SaS 소속 장관들은 마토비치 장관이 스스로 물러날 기회를 주겠다며 9월 5일로 기한을 새로 정했으나 해당 요구도 수용되지 않았다. 이에 9월 5일 이반 코르콕(Ivan Korcok) 슬로바키아 외무부 장관, 마리아 콜리코바(Maria Kolikova) 슬로바키아 법무부 장관, 브라니슬라브 그뢸링(Branislav Gröhling) 슬로바키아 교육부 장관이 사임하면서 연립 정부에서 떠나게 되었다.

- 주자나 차푸토바(Zuzana Čaputova) 슬로바키아 대통령은 4명의 SaS 소속 장관들의 사임을 수락했으며, 9월 13일 이들의 후임자를 임명했다. 차푸토바 대통령이 새로 임명한 4명의 장관 중 3명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며, 정당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 전문가인 카렐 히르만(Karel Hirman)이 경제부 장관, 직업 외교관이자 전 미국 주재 슬로바키아 대사 출신 라스티슬라프 카세르(Rastislav Kacer)가 외무부 장관, 슬로바키아 변호사 협회 회장 빌리엄 카라스(Viliam Karas)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되었으며, 교육부 장관의 경우 적임자를 찾지 못해 임시로 헤거 총리가 임명되었다.

☐ 연정 분열로 여당 과반의석을 상실...국정운영에 차질 불가피

◦ 연정 분열로 여당은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국정운영 동력을 상실함

- SaS가 연립 정부에서 탈퇴함에 따라 연립 정부에 남은 3개 정당은 의회에서 73개 의석을 보유하게 되면서 법안 통과를 위한 과반수 기준인 76개 의석보다 적은 의석수를 차지하게 되었다. 차푸토바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촉발된 금융, 에너지 위기로 실업자가 발생하여 경제적 취약 계층이 증가하고 있으며, 의료 부문의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두 정당이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차푸토바 대통령은 헤거 총리에게 소수 여당이 된 내각을 어떻게 이끌 것인지, 중요한 입법에 대한 지지를 어떻게 얻어낼 것인지 국민에게 설명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 연립 정부가 갈등을 빚으면서 과거 부패 스캔들로 정권을 잃었던 방향-사회 민주주의당(Smer–sociálna demokracia)의 의원들이 여론 조사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 전문가들은 연립 정부가 분열될 경우, 야당인 Smer와 목소리-사회 민주주의당(Hlas – sociálna demokracia)의 지지율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또한, Smer의 대표인 로베르트 피초(Robert Fico) 전 총리가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어 조기 총선을 요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기 총선 가능성 타진... 국민 투표로 의견을 수렴해 결정할 예정

- 정치 전문가들은 연립 정부에서 SaS가 이탈하여 3개의 정당으로 구성된 소수 여당 정부가 될 경우, 조기 선거가 치러져 4년 임기를 마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8월 24일 연립 정부가 분열되기 전 Smer, Hlas와 공화당(Republika)은 차푸토바 대통령에게 38만 1,960명의 서명이 담긴 청원서와 함께 국민투표를 실시할 것을 요청했다. 청원서에는 국민투표나 의회의 결정에 따라 의회 임기를 단축할 수 있도록 하는 개헌안과 헤거 총리의 사퇴안을 국민투표로 묻자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 이에 9월 12일 차푸토바 대통령은 3당이 제출한 청원서로 국민 투표 시행 조건을 충족했기 때문에 국민 투표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차푸토바 대통령은 헤거 총리의 사퇴 문제는 법리상 문제가 없는지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지방 선거가 예정된 10월 29일에는 국민투표가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야당은 차푸토바 대통령의 발표에 대해 비난했다. 피초 전 총리는 이미 슬로바키아 국민이 조기 총선과 정권 교체를 원하고 있지만 현 정부는 8월 국민투표가 위헌이라며 무산시켰고, 이번에도 4년 임기를 마치기 위해 의도적으로 국민투표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Hlas의 대표 페테르 펠레그리니(Peter Pellegrini) 의원은 국민투표를 헌법재판소에 회부 하려는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말했으며, 슬로바키아 국민당(Slovenská národná strana)은 차푸토바 대통령은 더 이상 모든 슬로바키아 국민의 대통령이 아니며 사회를 양극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 감수 : 김철민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AP News, Slovakia has new ministers after party leaves coalition, 2022.09.13.

Reuters, Slovak president appoints new ministers in minority government, 2022.09.13.

Tyzden, President will issue a referendum about early elections, 2022.09.12.

Slovak Spectator, Slovakia will hold opposition-initiated referendum, 2022.09.12.

Euractiv, Slovak coalition crisis culminates in minority government, 2022.09.06.

Euronews, Slovakia's government loses majority after junior party quits coalition, 2022.09.05.

Intellinews, Slovakia’s economy minister resigns as coalition crisis climaxes, 2022.09.01.

Reuters, Slovak prime minister seeks deal to keep government together as economy minister resigns, 2022.08.31.

Euractiv, Slovakia inches toward minority government as ultimatum demands loom large, 2022.08.22.

Pravda, Matovič: Sulík je posadnutý nenávisťou voči mne. Bude škodiť, 2022.08.20.

[관련 정보]

1. 슬로바키아 정부, 연합 정당의 탈퇴로 과반의석 상실 (2022.09.07)

2. 슬로바키아 경제부 장관, 연정 위기로 사임 (2022.09.05)

3. 슬로바키아 정부, 소수 여당 정부로 전환 준비 (2022.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