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트렌드
[이슈트렌드] 인도네시아, 연료 가격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 발생... 최저임금 인상 요구도 나와
인도네시아 EMERiCs - - 2022/09/23
☐ 물가상승에 소비자 구매력 하락
◦ 시민들 연료 인상에 격렬하게 반대
-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이슈가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인도네시아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6월부터 인플레이션이 정부의 목표구간인 2~4%를 꾸준히 상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인도네시아 정부가 연료 보조금 지금을 삭감하는 결정을 내리자 9월 13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Jakarta)와 주요 대도시에서 노동자 수천 명이 정부의 보조금 지급 대상 연료 가격 30%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집회 참가자들은 인도네시아 의회와 정부 청사 건물을 에워싸고 농성을 벌이며 정부에 연료 가격 인상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 인도네시아 정부가 휘발유를 비롯한 연료 보조금 지급 예산을 삭감하여 사회복지 예산을 확충하기로 하면서 9월 3일 인도네시아 국영석유회사 페르타미나(Pertamina)가 정부의 방침대로 휘발유 가격을 30%가량 인상한 바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물가상승으로 서민들이 높아진 생활비 물가에 이미 고통받는 가운데 연료 가격 인상 때문에 다른 생필품 가격도 연쇄적으로 오르면 이를 견디지 못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정치 불안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가 발생했을 때 당시 인도네시아 대통령이었던 수하르토(Suharto)가 연료 가격을 인상하면서 이에 항의하는 대중들의 시위가 전국으로 급속도로 확산했고, 종국에는 30년 넘게 이어진 수하르토 독재 정권이 붕괴했다. 한편, 인도네시아는 2024년 2월 대통령과 국회의원,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장을 선출하는 동시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 집회에 참석한 사무직 근로자 하이룰(Hairul)은 “매일 이륜차로 출퇴근을 하는 데 급여에서 식비와 연료 가격을 제하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어서 요즘에는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전철을 이용한다”고 토로했다. 수라바야(Surabaya)와 메단(Medan)에서도 대학생들과 노동자들이 연료 가격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를 조직했다.
◦ 소비 심리 위축 우려 제기
- 줄키플리 하산(Zulkifli Hasan) 인도네시아 상무부 장관은 인도네시아의 물가상승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2022년 8월 인도네시아 물가상승률은 4.64%로, 물가가 전월에 기록한 4.94% 대비 소폭 낮아졌으나 중앙은행이 정한 물가 목표구간 2~4%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 또한, 많은 시민이 인도네시아 정부가 발표한 물가상승률보다 체감 물가를 더 높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카르타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누르(Nur)는 “예전에는 매주에 식재료 비용으로 50~70만 루피아(한화 4만 6,300~6만 4,800원)이면 충분했는데 현재는 두 배는 더 들고 주변의 다른 가게들도 인스턴트 라면 요리 가격을 10%가량 올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일본 매체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는 물가가 오르면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가 얼어붙어 인도네시아 경제성장률이 둔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ank Indonesia)은 2022년 7월 소비자신뢰지수(CCI, consumer confidence index)가 아직 ‘긍정 구간(optimistic bracket)’에 머물긴 했으나 2개월 연속 하락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에서 민간소비가 GDP에서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이 넘는다. 인도네시아 시중은행인 페르마타 은행(Bank Permata) 소속 이코노미스트인 조수아 파르데데(Josua Pardede)는 “연료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와 생산자의 교통비 부담이 늘어나고 부수적으로 재화 및 서비스 가격이 올라 인도네시아의 CCI가 앞으로 계속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 유가 인상에 성난 민심 달래 비책 필요
◦ 노동계, 물가에 연동한 최저임금 책정 요구
- 인도네시아 노동계는 고용창출법(Undang-Undang Nomor 11 Tahun 2020 tentang Cipta Kerja)의 부속법령으로 마련된 임금에 관한 행정부령(Peraturan Pemerintah (PP) Nomor 36 Tahun 2021 tentang Pengupahan)의 최저임금 책정 조항에 불만을 표출하고 2023년도 최저임금 인상분을 물가상승에 연동시켜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해당 행정부령은 통계청(BPS, Badan Pusat Statistik)이 고시한 거시경제지표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들이 적용할 최저임금을 책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인도네시아 노동단체들은 2022년도 최저임금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에 훨씬 못 미치는 1.09%에 머물렀다고 항의하고, 최저임금이 노사정 협상을 통해 책정되도록 정책을 환원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헤르만토 아흐마드(Hermanto Ahmad) 전(全)인도네시아 노동자총연맹(KSPSI, Konfederasi Serikat Pekerja Seluruh Indonesia) 사무총장은 최저임금이 노사정 협상을 통해 책정되지 않는다면 2023년에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물가상승률보다 낮게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 헤르만토 아흐마드 KSPSI 사무총장은 국가 경제성장을 위해서라도 노동자들의 구매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9월 13일 인도네시아 대통령실은 최저임금 및 기타 노동 규정을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고, 헤루 부디 하르토노(Heru Budi Hartono) 인도네시아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대통령궁에서 노동자 대표들과 접견하고 노동자들의 요구사항을 경청했다.
◦ 연료 가격 인상에 대통령 지지율 하락
- 인도네시아 현지 여론조사 기관인 인디카토르 폴리틱(Indikator Politik)이 9월 5일부터 10일까지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조코 위도도(Joko Widodo)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지지율이 72.3%에서 62.6%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5월에도 식용유 및 기타 생필품 가격이 오르면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한 바 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연료 가격 인상 조치가 에너지 보조금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 9월 18일 부르하눗딘 무흐타디(Burhanuddin Muhtadi) 인디카토르 폴리틱 사장은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지지율이 높을 때 인기 없는 정책을 밀어붙일 만큼 영리하다”고 평가했다. 집권 2기인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헌법이 정한 연임 제한 규정에 따라 2024년 2월 예정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한편, 연료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이를 수긍한 응답자 비율은 18%에서 24.1%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르하눗딘 무흐타디 인디카토르 폴리틱 사장은 국제유가가 인도네시아 국내 유가보다 훨씬 높기에 연료 가격 인상에 공감하는 유권자도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 그러나, 부르하눗딘 무흐타디 인디카토르 폴리틱 사장은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임기 말 지지율 추락을 막기 위해서는 연료 가격 상승으로 인한 충격을 완화할 모든 수단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국립연구혁신청(National Research and Innovation Agency) 소속 정치 애널리스트인 피르만 누르(Firman Noor)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연료 가격 인상으로 가장 커다란 피해를 겪고 있는 노동단체들과 소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감수 : 장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The Straits Times, Jokowi's popularity drops over fuel price hikes that have stoked protests, 2022.09.20.
Kompas, Ruang Negosiasi Penetapan Upah Minimum Perlu Kembali Dibuka, 2022.09.14.
Reuters, Indonesia to review minimum wage rules after protests over fuel price hike, 2022.09.13.
Nikkei Asia, Indonesians' discontent over rising food and fuel prices grows, 2022.09.12.
[관련 정보]
1. 인도네시아 재무부, 에너지 보조금 예산 1,200억 원 증액 (2022.09.16)
2. 인도네시아 노동단체, 최저임금 인상분을 물가상승에 연동시키라고 정부에 요구 (2022.09.15)
3. 인도네시아, 연료 가격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 발생 (2022.09.14)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 및 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전글 | [이슈트렌드] 인도네시아, 세계 최대 규모 무역협정 RCEP과 한국과의 CEPA 비준하며 FTA에 박차 | 2022-09-17 |
---|---|---|
다음글 | [전문가오피니언] 인도네시아 수소에너지 산업의 발전과 한국 기업 참여 유망분야 | 2022-09-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