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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렌드

[이슈트렌드] 말레이시아, 사바주 영토 주권 수호 다짐하며 술루 술탄국 후예를 테러리스트로 지정

말레이시아 EMERICs - - 2023/04/21

☐ 말레이시아, 사바주 영토 주권 침해 문제에 강경 대응

◦ 말레이시아, 술루 술탄국 후예를 테러리스트로 지정
- 말레이시아 정부가 사바(Sabah)주 영토 주권을 침해하려는 그 어떠한 시도도 좌시하지 않겠다며 칼을 빼 들었다. 2023년 4월 11일 말레이시아 내무부는 술루 술탄국(Sultanate of Sulu) 후예를 자칭하는 사람들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돈세탁 방지법 및 테러방지법에 따라 무함마드 푸아드 압둘라 키람(Muhammad Fuad Abdullah Kiram)을 테러리스트 명단에 올렸다고 밝혔다.
- 카이룰 자이미 다우드(Khairul Dzaimee Daud) 말레이시아 법무부 국장은 무함마드 푸아드 압둘라 키람이 술루 술탄국 후예를 자칭하는 8명의 무리 중 한 사람일 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 정부가 테러 단체로 지정한 술루 술탄국 군대(RSF, Royal Sulu Force)에도 가담한 전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4월 6일 자 말레이시아 연방 관보(federal gazette)에 따르면, 무함마드 푸아드 압둘라 키람은 69세의 필리핀 국민이고 테러 행위 가담 및 사주 혐의를 받은 바 있다. 
- RSF는 2013년에 대원들을 조직하여 말레이시아 영토인 라하드 다투(Lahad Datu)를 침범했고 이 과정에서 말레이시아 경찰과 교전을 벌이면서 많은 인명 피해를 발생시켜 말레이시아 정부로부터 테러 단체로 낙인이 찍혔다. 2023년 3월 말레이시아 정부는 술루 술탄국 후예를 자칭하는 사람들이 RSF에 가담했는지를 파악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들을 테러리스트로 지정하기 위한 수준을 밟아나갔다. 

◦ 말레이시아 정부, 사바주 반환 소송에 적극적으로 대응
- 이른바 술루 술탄국 후예들은 자신들의 조상이 1878년 영국 북보르네오회사(British North Borneo Company)에 사바주 영토를 임대했으며 대영제국의 채무를 승계하게 된 말레이시아 정부가 이를 반환해야 할 당연한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2017년에 말레이시아 정부를 상대로 해외의 상사 중재재판소에 토지 무단 점용에 따른 배상금을 청구하는 소(訴)를 제기하였다. 처음에 말레이시아 정부는 일국의 국내법원이 타국 또는 타국 정부 재산에 대해서 재판관할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국제법상 주권면제(sovereign immunity) 법리를 원용하고 중재재판소가 본소의 재판을 담당할 적법한 관할권이 없다고 보아 미온적으로 대응했다.
- 그러나 2022년 3월 프랑스 파리(Paris) 소재 중재재판소가 술루 술탄국 후손들의 손을 들어주며 말레이시아 정부에 625억 9,000만 링깃(한화 약 18조 6,305억 원)에 달하는 배상금 지급을 명령했고, 같은 해 7월 11일 룩셈부르크 법정이 말레이시아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나스(Petronas)의 룩셈부르크 소재 자회사 두 곳의 재산을 가압류하면서 말레이시아 정부로서도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됐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2022년 9월 29일 파리 중재법정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를 결정하면서 송무를 맡을 국제 변호사를 고용하고 소송 비용으로 3,100만 링깃(한화 약 91억 원)을 지출하였다. 또한, 말레이시아 정부는 사이풋딘 나수티온 이스마일(Saifuddin Nasution Ismail) 말레이시아 내무부 장관을 중재재판이 열렸던 프랑스, 스페인, 룩셈부르크, 네덜란드로 파견하여 정부 측 입장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려는 등 이전과는 다른 자세로 본 사건에 임하고 있다.

☐ 사바주가 말레이시아 영토라는 사실 입증할 주장 제기돼

◦ 말레이시아 정부, 사바주에 대한 영토 주권 강조
- 말레이시아 총리실(Prime Minister’s Department) 산하 법률·제도개혁처(Law and Institutional Reform)는 “주권 국가 말레이시아가 주권면제를 포기하지 않은 상황에서 술루 술탄국 후예들이 국제 중재법정에 말레이시아의 주권이 미치는 사바주 영토 영유권을 주장하는 행위는 말레이시아 주권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중대한 사안이다”라고 경고하였다. 1962년 코볼드 위원회(Cobbold Commission)와의 협의를 통하여 사바주 주민이 직접 말레이시아 연방(Federation of Malaysia)에 통합되기로 하였고, 그 결과로 이듬해인 1963년에 말레이시아 연방이 결성되었으므로 사바주가 말레이시아 영토라는 사실에는 확고한 근거가 있다는 게 말레이시아 정부의 설명이다.
- 코볼드 위원회란 영국 식민지였던 북보르네오(North Borneo)와 사라왁(Sarawak) 주민들이 말레이시아 연방 창설 제안을 지지하는지 조사하기 위하여 영국 정부가 구성했던 조사위원회였다. 한편, 1960년대 초반에는 필리핀 정부가 사바주 영토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말레이시아와 커다란 외교적 갈등을 빚기도 하였다.

◦ 말레이시아 전문가, 역사적 근거 들어 술루 술탄국 후예들의 주장 반박
-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Kuala Lumpur) 소재 싱크탱크 바이트 알아마나(Bait Al Amanah) 소속 연구원 아이자 모하마드(Aiza Mohamad)는 파리 중재법원이 1878년 조약 문구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몰역사적인 오류를 범했다고 주장한다. 조약문에 적시된 말레이어 단어 ‘빠작(padjak)’은 임대(lease)나 양도(cession)를 의미할 수 있는데, 조약문의 스페인어 번역본은 해당 문구를 임대라고 번역했으나 영문 번역본에는 양도로 적혀있다. 파리 중재법원 재판관이 스페인어 번역본을 정본(正本)으로 채택하였으나 스페인어 번역본을 정본으로 삼을 근거가 부족하다는 게 아이자 모하마드 연구원의 주장이다. 
- 특히, 1903년 술루 술탄국의 군주 자말룰 키람 2세(Jamalul Kiram II)가 1878년 조약을 갱신했을 때 ‘빠작’이 아닌 양도를 나타내는 더 정확한 말레이어 단어 ‘머녀라칸(menyerahkan)’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아이자 모하마드 연구원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로 들었다. 특히, 아이자 모하마드 연구원은 자말룰 키람 2세가 오늘날 사바주가 위치한 북보르네오의 주권적 통치자였다는 사실 자체에도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아이자 모하마드 연구원은 브루나이 역사가 자밀 알수프리(Jamil Al-Sufri)와 영국인 식민지 총독 스탬퍼드 래플스(Sir Stamford Raffles)가 남긴 기록을 인용하여 “술루 술탄국이 북보르네오 양도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으므로 애초에 북보르네오가 술루 술탄국에 넘어가지 않았다”고 강조하였다.

< 감수 : 윤진표 성신여자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The Straits Times, Malaysia lists Sulu heir as a terrorist in claim over Sabah, 2023.04.11.
The Borneo Post, Govt determining if Sulu ‘heirs’ affiliated with armed group behind 2013 Lahad Datu invasion, 2023.03.14.
Fulcrum, Malaysia’s Sulu Problem: Logical Flaws in the Arbitration Process, 2023.03.06.
The Borneo Post, Sulu group claims: RM31 mln spent on legal dispute, says law minister, 2023.02.16.
Financial Times, The sultan, his family and a $15bn dispute over oil in Malaysia, 2022.07.17.
Financial Times, Petronas subsidiaries seized as lawyers press $15bn claim on Malaysia, 2022.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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