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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2023년 몬테네그로 총선 결과와 권도형 폭로의 영향

중동부유럽 기타 김철민 한국외국어대학교 동유럽학대학 교수 2023/06/30

몬테네그로 총선 결과와 권도형 폭로
현지시간으로 2023년 6월 8일, 몬테네그로(Crna Gora/ Montenegro)에서 붙잡힌 권도형 테라폼랩스(Terraform Labs) 대표가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유력 정치인 밀로코 스파이치(Milojko Spajić, 전(前) 재무사회복지부장관 2020. 12~2022. 04)에 대한 정치자금을 후원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우리나라는 물론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총선 직전에 터진 권도형 폭로 결과, 개혁과 반(反)부패 정당으로서 국민의 강한 지지를 받아왔던 PES! 당은 심각한 이미지 손상과 함께 유권자들의 분노를 경험해야 했다. 민심 악화는 총선 결과에도 그대로 이어져 PES! 당 힘만으로 단독 정부 수립이 힘들어진 상황이 연출되었다. 실제인구가 62만여 명에 불과한 몬테네그로에서 지난 6월 11일 열린  총선에서 81개 의석을 놓고 15개 정당이 경쟁했는데, 폭로 이전까지 압도적 승리로 단독 정권 수립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PES! 당은 총선 결과 제1당을 겨우 유지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무엇보다도 폭로 여파로 정치 혐오가 증대되며  투표율이 2020년 총선 대비 20.39%p 감소하여 이례적으로 낮은 56.25%이라는 수치를 기록했다. 

총선 결과 권도형 폭로 이전까지 압승을 예상했던 PES! 당은 25.55% 득표로 24석을 차지하는 데 만족해야 했으며, 과거 장기 집권당이던 ‘사회민주당(DPS, Demokratska partija socijalista/ Democratic Party of Socialists)’은 23.26%로 득표로 21석을 차지해 부패 정당이란 낡은 이미지 속에서 비교적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지난 2020년 8월 총선에서 DPS를 누르고 집권한 야당 연립정권인 ‘몬테네그로의 미래를 위하여(ZBCG, Za budućnost Crne Gore/ For the Future of Montenegro)’ 당은 2022년 이래로 지속 중인 당내 분열 속에 치른 이번 2023년 총선에서 의석 13석으로 3위를 차지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PES! 당과의 연립 여부에 따라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다시 모색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뒤를 이어 2023년 5월 급조된 반(反)부패, 반(反)제노포비아 등을 내세운 ‘용감하게 계산하라(Hrabro se broji!/ Count Bravely!)’야당 연립 정당이 11석을 차지하였다. 현재 PES! 당이 정권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41석이 필요한 상황이다. 즉 자신이 획득한 24석 외에 추가로 17석이 필요한 PES! 당은 13석을 차지한 ZBCG와의 연정을 다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DPS 당 또한 합종연횡(合從連衡)에 따라 다시 한번 집권 혹은 정당 재기를 꿈꾸어 볼 수 있는 정치적 지형이 그나마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권도형 폭로의 전말
지난 6월 7일, 몬테네그로의 드리탄 아바조비치(Dritan Abazović, 재임 2022. 04~)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어 권대표가 자신에게 보낸 자필 편지를 공개하였다. 이 자리에서 그는 권대표가 편지로 ‘지금 유럽!(PES!, Pokret Evropa Sad!/ Europe Now Movement!)’당 대표인 스파이치와 2018년 이래로 깊은 인연을 맺어왔으며, 그에게 막대한 정치자금을 후원해 왔었음을 폭로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권도형 대표는 아바조비치 총리 외에도 마르코 코바치(Marko Kovač) 법무부 장관과 특별검사실에도 같은 내용의 편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몬테네그로 법에 따르면, 외국인의 정당 기부나 선거 운동 자금 지원은 불법으로 만약 이 폭로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스파이치는 물론 그가 당대표로 재임 중인 PES! 당에는 심각한 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바조비치 총리 등 현 집행부는 이번 폭로로 인해 몬테네그로 정치권이 글로벌 사기꾼의 놀이터가 되어 왔음이 확인되었다며, 국격의 심각한 손상을 우려하였다. 회견 직후, 총리는 권도형과 스파이치 당대표 간 불법 정치자금 연관성 관련 진실 여부 파악을 특별 검사실에 지시하였고, 이에 대해 검찰은 6월 14일 권 대표 등이 수감된 구치소 내부를 압수 수색한 것으로 전해진 상황이다. 

가상화폐인 ‘테라’와 ‘루나’ 폭락 사태로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준 권도형 대표는 폭락 사태 직전인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 이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거쳐 세르비아에 숨어 지냈지만, 좁혀오는 인터폴 수사망을 피해 2023년 3월 10일과 11일 사이 인접 국가인 몬테네그로로 밀입국했다고 알려졌다. 권 도형 대표와 그 일행은 이후 3월 23일 몬테네그로 수도 포 드고리차(Podgorica) 국제공항에서 코스타리카 위조 여권으로 두바이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체포됐으며, 공문서위조 혐의로 기소되어 지난 달인 5월 11일 첫 재판을 받았다. 위조 여권 관련 재판은 6월 16일 포드고리차 지방 법원에서 열렸으며, 이번 폭로 사건으로 인해 그 사실 여부를 둘러싼 정치권 간의 치열한 공방전 또한 제기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다.
 
권도형 폭로, 정치적 계산 합의의 결과물?
이번 폭로의 희생자가 된 스파이치는 2022년 6월 창당하여 정치적 파란을 일으켰던 PES! 당 대표이자, 이번 총선 이후 수립될 연립정권에서 차기 총리로 거론 중인 유력 인사이다. 그는 몬테네그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일본 정부 장학생으로 오사카대에서 계량경제학을 공부했다. 파리 경영대학원에서 석사 학위 취득한 후 그는 미국의 골드만삭스와 싱가포르 펀드 회사에서 근무하는 등 투자와 실무 경영 경험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아왔다. 스파이치는 무엇보다도 총선 직전에 이런 폭로가 이루어지고, 현 정권이 미확인된 폭로 내용을 신속하게 발표한 것에 대해 그 정치적 배경과 의도를 의심하는 중이다. 그는 2018년 초 자신과 당시 자신이 근무하던 회사가 테라폼랩스에 투자한 것은 인정하지만, 권도형에게서 어떠한 정치자금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 권도형을 몬테네그로에서 체포할 수 있도록 당국에 정보를 준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며, 진실 규명을 위한 공정 수사를 요구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해 스파이치의 후임이자 현재 임시 정권 실세로 부상 중인 필리프 아쥐치(Filip Adžić, 내무부 2022. 04~, 국방부 2022. 10~) 내무국방 장관은 스파이치로부터 해당 정보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그의 주장을 일축했다. 오히려 스파이치가 권도형을 위해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 은신처인 고급 아파트를 제공했으며, 양자가 공유한 베오그라드의 만남 장소까지 이미 확보하였고, 압수한 권도형의 노트북에서 그를 비롯한 정치자금 수령자들의 명단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스파이치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몬테네그로 국민 사이에서는 스파이치가 지난 장관 시절 가상자산 업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몬테네그로 시민권을 부여받은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과 함께 자국 암호화폐 산업 장려 활동을 펼쳤던 사실을 들어, 그의 정치자금 수수 가능성에 대해 의심하는 상황이다.
   
권도형 폭로 여파가 이번 몬테네그로 총선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쳤는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이번 폭로가 지난 총선에 비해 투표율을 급격하게 떨어트린 주요 동인이었다는 점과 함께, 무엇보다도 PES! 당의 개혁 이미지 실추와 스파이치의 부정적 이미지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 배경 또한 현 몬테네그로 정치 지형이 지닌 복잡성과 특이성에서 기인한다. 
    
권도형 폭로에 대한 가장 합리적 추론으로는 한국 혹은 미국으로의 송환 지연을 모색 중인 권도형 대표 측과 그를 이번 총선에서 정치적으로 활용하고자 했던 ZBCG 당과 일부 정치 세력, 그리고 재기를 모색 중인 DPS 당 등 몬테네그로 정치권의 치밀한 정치적 계산이 서로 맞물린 결과물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스파이치가 당 대표로 있는 PES! 당은 개혁 정당으로서의 이미지 구축과 함께 당명에서 확인되듯 ‘친유럽’적 중도 정당으로 2022년 6월 창당한 신생 정당이다.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부정부패 타개와 5년 내 EU 가입을 핵심 공약으로 내건 PES! 당은 작년 10월 지방선거에서 선전한 데 이어, 2023년 올해 4월 대선에선 이 정당 소속의 야코브 밀라토비치(Jakov Milatović, 대통령 재임 2023. 05~)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파란을 일으켰다. 2023년 3월 19일(1차), 4월 2일(2차) 투표 끝에 58.88%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된 밀라토비치는 스파이치와 당의 공동 창시자이며 유럽중앙은행 근무 이력을 바탕으로, 독립 이래 36세라는 가장 어린 나이로 대통령이 된 인물이다. 몬테네그로 극우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한 장기 집권과 권력 독점으로 비난받아 왔던 DPS 당의 밀로 쥬카노비치 전임 대통령(Milo Đukanović, 대통령과 총리 재임 1991~2023)은 이번 3월 대선에서 41.12%라는 역대 가장 저조한 최종 득표율로 낙선하였다. 실제 쥬카노비치 전 대통령과 그가 이끄는 DPS 당은 각종 정치 부패와 정치 추문으로 2019년 이래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초래했으며, 같은 해 12월 몬테네그로 민족성 강화를 위한 조치로 재산권 등 세르비아 정교회로부터의 독립과 이를 강조한 종교법 강행으로 인해 정교회로부터도 강한 반발을 받아왔다. 이는 지난 2020년 8월 치른 총선에서 ‘친(親)세르비아-친(親)러시아’ 입장을 표방했던 야당 연립 정당인 ZBCG 당에게 권력이 이양되는 결과로 이어졌다1).

하지만, 이상과 당 가치가 상이한 정당 간 연합체였던 ZBCG 당은 연립기간 동안 당내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우선 향후 EU 가입을 위해서라도 EU와의 외교적 친밀 노선을 강화하자는 세력과 친(親)세르비아적 행보를 보이는 일부 정치가들 간 갈등이 지속되었으며, 그 외 여러 정치적 사안에도 다양한 정치적 목소리들이 제기되면서 몬테네그로 정국은 이번 총선 전까지 혼란의 시기를 겪어야 했다. 이를 이유로 당시 대통령이던 쥬카노비치는 여러 정치적 계산 끝에 대선 3일 전인 3월 16일, 의회 해산을 명령하였다. 하지만 정치적 재기를 모색하려던 그의 의도와 달리, 결과적으로 그는 대선에서 패배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로전에 따른 PES! 당의 예상 밖 부진과 DPS 당의 제2당 안착은 미래 정치적 부활을 다시 한번 모색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이유로 스파이치는 자신의 불법 자금 수령 폭로설이 PES!당 총선 승리를 막기 위해 조작된 것이라는 ‘조작된 음모론’을 강력히 주장 중이며, 그 근거로 그는 총선 몇 주 전부터 유력한 다른 정당들이 이런 비슷한 시나리오를 꾸민다는 제보들이 있었음을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 연립 정당인 ZBCG 당으로서는 이번 총선에서 친(親) 유럽적 개혁 성향을 분명히 하는 PES! 당의 단독 정권이 수립될 경우 향후 ZBCG 당 해산은 물론 치명적인 미래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또한 DPS 당에게도 PES! 당의 단독 정권 수립만큼은 피하고 싶은 결과였다. DPS 당은 극우 몬테네그로 민족주의 정책과 더불어, 중국 자본의 몬테네그로 경제 침투 용인, 중국 ‘일대일로 구상(BRI, Belt and Road Initiative)’의 적극적 참여 그리고 장기 집권 등에 따른 부패 문제로 국민으로부터 지난 총선을 전후로 외면받아 왔다. 따라서 DPS당은 정치-경제 개혁을 내세우며, 민족 간 통합 행보를 보이는 PES! 당이 단독 정권을 수립하면 심각한 정치적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 예상했다. 이러한 두 주류 정당들의 견제 심리가 이번 권도형 폭로와 연결되지 않았나 하는 의심을 하게 되는 이유이다.

6월 16일 권도형은 위조 여권 사건에 대한 지방 법원 재판 출석할 예정이며, 이후 이와 별도로 불법 정치자금 제공 의혹 관련 소환 조사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권 위조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불법 정치자금 수사가 본격화되고 기소까지 이어진다면, 권도형 대표의 국내 혹은 미국 송환은 더 지체될 것이다. 실제로 이번 폭로로 인해 6월 15일 불법 정치자금 건을 담당한 몬테네그로 고등법원은 범죄인 인도 절차를 이유로 6개월간 권도형의 구금을 연장한 상황이며, 향후 기소 여부와 조사에 따라 현지에서의 구금 기간은 더 연장될 것으로 예측된다.

권도형이 현지에 수감되어 있는 동안 폭로 내용 진위를 둘러싼 갈등으로 몬테네그로 정국은 계속해서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신생 정당으로 제1당이 된 PES! 당의 정치적 개혁 의지와 스파이치의 미래 행보에 커다란 걸림돌로 남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합리적 의심이라는 측면에서 한국 혹은 미국 송환을 거부하고 있는 권도형 대표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국내 로펌으로부터 송환 지연 전략 차원에서 어떠한 법률 조언을 받았는지, 그리고 그가 그런 폭로를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 시점에 자행한 이유 등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번 폭로 사건이 권도형 대표와 현(現) 몬테네그로 일부 정치 세력 간 상호 정치적 이득을 둘러싼 계산 측면에서는 매우 일치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더 분명한 것은 이로 인한 국내·외 피해자들의 고통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점이다. 전략적 계산과 의도 그리고 양자 간 합의에서 비롯된 것이라 의심되는 권도형의 이번 폭로사건이 어떤 파문과 결과를 가져올지 계속해서 지켜봐야 하는 이유이다. 


* 각주
1) 문화적 요소에 따라‘우리(We)’와 ‘그들(They)’을 구분 짓는 ‘문화적 민족주의(Cultural Nationalism)’ 성향이 강한 몬테네그로에 있어, 이 지역의 다양한 민족 구성은 현 정치 지형도 구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할 것이다. 2020년 기준으로 현재 민족 구성은 몬테네그로인 45%, 세르비아인 28.7%, 보스니아인 8.6%, 알바니아인 4.9%, 기타 12.7%이며, 이에 기초한 종교 분포도는 정교도 72.1%, 이슬람 19.1%, 가톨릭과 개신교 3.9%, 이슬람 등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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