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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폴란드의 2023년 총선결과와 외교정책 노선 동향 분석

폴란드 Levi Nicolas Vistula University Professor 2023/12/19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개요
2023년 10월 폴란드 총선에서 지난 8년간 집권한 보수 민족주의 우파 법과정의당(PiS, Prawo I Sprawiedliwość)이 시민연합당(Koalicja Obywatelska)을 주축으로 하는 민주, 중도, 친유럽 성향의 야당 연합에  패배했다1). 야당 연합은 도날트 투스크(Donald Tusk) 전 폴란드 총리(2007~2014년)가 이끄는 시민연합당과 제3의길(Trzecia droga)2) 및 뉴레프트(Lewica) 당으로 구성되며, 이번 총선에서 폴란드 의회 460석 중 248석을 차지했다. 이는 폴란드 의회 과반보다 17석 더 많은 의석수이다. 
   
정권 교체의 배경
이번 총선으로 유럽연합 회의주의(Euroscepticism), 반이민 성향을 가진 포퓰리즘적 보수 민족주의 정당인 법과정의당의 집권이 8년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법과정의당의 최종 득표는 전체의 35%로 단일 정당으로는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지만3), 야당연합을 구성하는 시민연합, 제3의길, 뉴레프트의 합산 득표율이 54%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법과정의당은 전체 표의 약 3분의 1을 가져가며 여전히 폴란드 제1당의 지위를 유지였으나 460석 중 198석만이 확보되어 폴란드 하원(Sejm)에서 과반을 상실했다. 더구나 연합을 구성할 마땅한 파트너를 찾기도 쉽지 않다. 법과정의당과 연합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었던 극우, 반이민, 반체제, 민족주의, 급진적 자유주의 정당인 국가연합당(Konfederacja)은 14석을 차지하며 기대해 미치지 못했다. 더욱이 선거기간 내내 두 당은 차이점만 확인하며 연합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실히 했다. 

이번 총선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국내외의 관심을 모았다. 폴란드인의 투표 참여율은 74.25%로 공산당 정권이 무너진 직후인 1989년 첫 자유선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그 누구도 이번 총선 투표 결과의 정당성을 의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정권이 교체되며 폴란드 역사에 큰 전환점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난 8년 동안 법과정의당은 급격한 사회변화를 시도했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을 포함, 사법권의 독립성을 위태롭게 하는 개혁을 단행했고 사법부에 대한 감시를 강화했다. 사법부에 대한 폴란드 정부의 결정이 유럽연합(EU)의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평가가 있었고, 현재 600억 유로(한화 약 85조 1,800억 원) 규모의 폴란드 회복 및 복원계획(Recovery and Resilience Plan) 자금이 동결된 상태이다. 폴란드는 현재 100만 명 이상의 우크라이나 난민을 수용하였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쪽 경계선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상 폴란드뿐만 아니라 동맹국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하여 군비 현대화에 많은 자금이 투입되고 있어, 해당 기금의 동결 해제가 시급한 상황이다. 

야로슬라프 카친스키(Jaroslaw Kaczynski) 법과정의당 대표는 총선 캠페인 내내 폴란드가 EU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진스키 대표는 폴란드가 이미 EU에 의사결정권을 상당 부분 양도했으며 EU를 구성하는 회원국은 주권 국가여야 한다고 덧붙였는데, 이는 법과정의당이 국정을 잘못된 방향으로 운영하며 종국에는 EU를 탈퇴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경고해 온 전 EU 집행위원장 도날트 투스크 야당연합 대표의 비난에 근거가 없다는 주장과 함께 폴란드의 주권까지도 포기하려 한다는 간접적인 비난을 담고 있기도 했다. 한편 2021년 10월 진행된 설문조사 결과 폴란드인의 90%는 EU 잔류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4)

법과정의당이 도입한 폐쇄적인 조치들은 사법부에 국한되지 않는다. 법과정의당은 지난 8년 동안 언론과 공영방송을 통제했으며, 성소수자를 배척하고 벨라루스 국경에철조망을 건설해 이민을 제한하는 등 다양한 봉쇄 정책을 시행했다. 또한 폴란드는 유럽에서 가장 제한적인 낙태권을 가진 나라가 되었다. 법과정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이민 제한을 위한 국민투표도 함께 진행하도록 했는데, EU에서 추진하고 있는 ‘난민 의무 수용 제도’에 대하여 찬반 여부를 묻는 질문에 유권자의 40%만이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민이라는 매우 분열적인 주제로 부동층의 결집을 시도하던 법과정의당에 또 하나의 실패를 안겨주었다.

정권 교체와 폴란드의 민심
이번 총선의 투표율은 74.25%로 전례 없이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체 투표자의 53.5%(약 1,100만 명)가 시민연합, 자유보수 성향의 제3의길, 뉴레프트에 법치를 재구축하고 폴란드를 친유럽 노선으로 되돌려 놓으라는 권한을 부여했다.  도날트 투스크 대표는 법치를 회복하고, 낙태 규제를 완화하고, EU 회복 및 복원계획 자금 동결 해제를 위한 합의점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관점을 가진 세 야당을 통합해야 할 것이고, 정치적 야망을 포기할 리 없는 법과정의당과도 맞서 싸워야 한다. 법과정의당이 더 이상 의석 과반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제1야당으로서 영향력은 여전하다. 안제이 두다(Andrzej Duda) 폴란드 대통령은 마테우스 모라비에츠키(Mateusz Morawiecki) 전(前)총리에게 새로운 각료 이사회 구성 권한을 부여했다. 그러나 의회 과반을 차지한 야당연합은 모라비에츠키 총리 신임안을 부결하였고, 이어진 신임 총리 지명안을 가결하여 2023년 12월 11일 도날트 투스크 대표가 폴란드의 새로운 총리로 선출되었다. 

오늘날 폴란드는 여전히 두 이념으로 갈라진 국가이다. 총선에서 과반 확보는 실패했지만 폴란드 인구 다수가 여전히 법과정의당의 정책을 지지한다. 법과정의당은 포퓰리즘 정책의 일환으로 2016년 은퇴 나이를 남자 65세 여자 60세로 낮췄다. 같은 해 어린이 1명당 500즐로티(한화 약 164만 원) 상당의 가족 수당을 신설하기도 했는데 2024년에는 인플레이션을 반영하여 800즐로티까지 상승할 예정이다. 폴란드 동부 지역에 몰려 있는 은퇴 인구 사이에서 법과정의당의 인기는 여전하지만, 물질적인 혜택을 위해 법과 정의당에 투표했던 다른 많은 유권자들은 법과정의당이 번영과 안정보다는 양극화, 권력 남용, 갈등 유발을 통한 지지 확보를 시도한다고 판단하여 실망하고 등을 돌린 것으로 평가된다. 

아직도 갈 길은 멀지만, 최근 수 년간 정권을 잡고 있던 집권당을 국민의 뜻으로 교체했다는 점에서 이번 폴란드 총선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웃 국가인 헝가리, 튀르키예, 세르비아 등이 이루지 못한 민주주의로의 큰 진전을 이루어 냈다는 평가와 함께, 유럽 전역에 퍼지고 있는 우파, 반유럽적 포퓰리즘의 부상을 멈출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포한다. 이 메시지는 폴란드 국경을 넘어 유럽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선거 결과와 폴란드 외교 정책 
총선 결과로 폴란드의 외교 정책 노선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폴란드의 동맹국들은 선거 결과를 환영하는 분위기인데, 도날트 투스크 대표는 능력을 인정받은 전직 유럽 공무원 출신이다. 폴란드와 EU 간 갈등을 봉합할 적임자인 것으로 평가되며, 시민연합당의 승리는 폴란드와 EU 간 새로운 이해와 안정의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된다. 법과정의당의 정치외교 노선에 마뜩잖은 반응을 보였던 미국과는 원전 사업 협력을 중심으로 더욱 밀접한 관계로 발전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러시아의 최우방국인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에게 러시아는 여전히 안보상의 큰 위협이다. 이에 도날트 투스크 대표의 대러시아 외교 노선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 때까지는 폴란드-러시아 관계의 즉각적인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폴란드의 아시아 지역 주요 경제 파트너로서 2023년 600개 이상의 한국 기업이 폴란드에 투자했으며5), 60개 이상의 폴란드 기업이 한국에 진출해 있다. 2000년부터 2022년까지 폴란드에 투자한 자본 규모 상위 10개 투자자 중 6개가 한국 기업이고, 2022년 폴란드와 한국 교역액은 100억 달러(한화 약 13조 2,000억 원)에 달했다6). 2022년 페카오 은행(Pekao S.A.)과 KB 국민은행이 업무 협약을 체결하면서 기업 무역과 투자 금융 또한  활성화 되고 있다7). 법과정의당 집권 시기에 진행되었던 공항, 원전 등 주요 인프라 건설 부분에서 한국과의 협력 사업도 계속해서 추진될 예정이며, 러시아의 위협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과의 군사 부문 협력도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시몬 호워브니아(Szymon Holownia) 폴란드 하원의장이 이전 정부에서 한국과 체결한 계약을 몇 주 안에 재검토하겠다고 발언하여 한국의 방산 수출에 타격이 우려된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호워브니아 의장이 언급한 계약은 152대의 K9 자주포에 대한 25억 달러 규모의 계약으로, 해당 계약은 2023년 11월 셋째주에 폴란드 임시정부에 의해 체결되었고 폴란드가 개발한 국산 자주포의 성능도 이미 검증된 상태였기 때문에 계약 체결 당시부터 논란이 되고 있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한국과 폴란드의 관계는 더 광범위하고 단단하다. 유럽의 국제정세,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하여 한국과의 관계 악화가 폴란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결론
도날트 투스크 대표가 이끄는 연립 야당의 총선 승리는 그동안 사법부 독립, 소수자 권리 등 다양한 문제로 EU와 긴장 관계를 유지해 온 폴란드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높은 투표율은 변화를 원하는 국민적 열망을 보여준다. 해외에서도 총선 결과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고, 이는 동맹국과 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러시아의 위협이 지속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안보는 폴란드의 가장 중요한 현안이므로, 새 정부는 당분간 군비 확충 및 현대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집권당의 정치 성향과 관계없이 미국과 협력하고 러시아를 경계한다는 폴란드의 기조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며, 안보 문제 해결 후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거대한 다른 유럽 국가들과 관계 개선에 집중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 각주
1) Gazetaprawna, 2023-10-17, https://www.gazetaprawna.pl/wiadomosci/kraj/artykuly/9323508,wybory-parlamentarne-2023-oficjalne-wyniki-podzial-mandatow.html
2) 제3의당: 중도우파 폴란드 연합을 이끄는 중도파인 폴란드 2050(Polska 2050)과 농업인 폴란드 인민당(Polskie Stronnictwo Ludowe) 연합
3) Gazetaprawna, 2023-10-17, https://www.gazetaprawna.pl/wiadomosci/kraj/artykuly/9323508,wybory-parlamentarne-2023-oficjalne-wyniki-podzial-mandatow.html
4) https://www.bankier.pl/wiadomosc/Prawie-90-proc-Polakow-chce-pozostac-w-Unii-Europejskiej-Sondaz-IPSOS-8199707.html
5) FIRMA, 2023-7-15, https://firma.rp.pl/eksport/art38889941-rekord-w-handlu-z-korea-poludniowa
6) STOCK WATCH, 2023-9-18, https://www.stockwatch.pl/wiadomosci/korea-poludniowa-stala-sie-najwiekszym-inwestorem-azjatyckim-w-polsce,zagranica,308211
7) Bank Pekao, 2022.6.10, https://media.pekao.com.pl/pr/770894/bank-pekao-bedzie-wspolpracowal-z-najwiekszym-bankiem-korei-poludniowe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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