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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한국기업이 주도하는 말레이시아 셰퍼드(Shepherd) CCS 프로젝트: 도전과 기회

말레이시아 이지혁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 2024/01/24

넷제로(Net Zero) 과정의 과도기적 대안으로 주목받는 탄소 포집
2015년에 체결된 ‘파리협정(Paris Climate Agreement)’은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해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전 지구적 합의이다. 파리협정의 핵심은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을 산업화(1850~1900년) 이전 대비 섭씨 2도(℃) 이하로 억제하고, 더 나아가 1.5℃를 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것이다. 2020년 만료된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를 대신하는 파리협정은 전자와 달리 각국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설정하고 이를 5년마다 제출하도록 규정한, 종료 시점이 없는 협약이다. 기후정책 평가 및 분석 기구인 기후행동추적(CAT: Climate Action Tracker)에 따르면 2023년 11월 기준 약 145개 국가가 넷제로를 선언했거나 고려 중이고, 한국은 2020년 10월에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각국이 넷제로 목표를 설정하고 공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이는 온전히 실천의 문제다. 많은 국가가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에너지 전환 계획을 앞다퉈 발표하고 재생에너지 및 친환경 자동차 보급 확대에 앞장서고 있지만 목표 달성 여부는 불투명하다. 최근 탄소중립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 탄소를 포집하여 저장하는 CCS(Carbon Capture and Storage)와 이를 활용하는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가 주목받고 있다. 탄소 포집 기술은 1930년대부터 사용된 기술로 처음에는 천연가스의 채굴 생산 공정에서 불순물인 이산화탄소(CO₂)를 제거하여 순수한 가스를 얻기 위해 도입되었으며, 탄소 저장 기술은 1970년대 석유회수증진(EOR: Enhanced Oil Recovery)1)에 적용되었다. 일반적으로 CCS는 탄소포집(화석연료를 연소하거나 산업의 특정 공정 중 발생하는 CO₂ 포집), 운송(이산화탄소를 압축, 냉각하여 액체 상태나 초임계 상태로 바꾼 후 파이프시스템 혹은 선박으로 운송), 저장(포집한 CO₂를 지중 또는 해저에 저장하는 기술)으로 구분되며, CCU는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화학적, 생물학적 변환과정을 통해 시장가치가 있는 물질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말레이시아의 CCU 허브 정책
말레이시아는 한국보다 1년 늦은 2021년 제26차 유엔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COP26)에서 2050년까지 넷제로 달성을 공약했으며, 넷제로 계획을 5년 단위의 국가 중기 발전계획인 ‘제12차 말레이시아 계획(12MP, The Twelfth Malaysia Plan)’에 포함시켰다. 2022년에는 에너지 산업을 사회경제 발전의 핵심 동인으로 간주하고 에너지 발전에 초점을 둔 ‘국가 에너지 정책(NEP: The National Energy Policy) 2022-2040’을 발표했는데, 동 정책은 말레이시아 정부의 넷제로 목표 및 실행 계획, 저탄소 개발, 자원 효율성, 그리고 천연자원의 지속가능성 등을 다루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NEP에 명시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기술 중 하나로 CCUS에 주목하고 있다. 2023년 말레이시아 경제부는 기존 화석연료 기반 경제에서 고부가가치 녹색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구체적 계획을 담고 있는 ‘국가 에너지 전환 로드맵(NETR: National Energy Transition Roadmap)’을 발표했다. NETR은 6대 에너지 전환 과제(6 energy transition levers)에 기반한 10대 촉진 프로젝트(10 flagship catalyst projects)로 구성되어 있는데, CCUS는 6대 과제의 한 부문을 담당한다. 아울러 NETR에는 두 개의 CCS 플래그십(flagship) 프로젝트와 세 개의 CCS 허브 프로젝트가 포함되어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의 표현에 따르면 12MP는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말레이시아의 약속, NEP는 공평하고 포용적인 에너지 전환을 위한 토대 마련, NETR은 에너지 전환의 가속화를 위한 사업 계획을 포함하고 있다.

〈표 1〉 국가 에너지 전환 로드맵(NETR) 기본 구조 


자료: National Energy Transition Roadmap, KOTRA 쿠알라룸푸르무역관


말레이시아 정부는 포집한 탄소를 격리할 장소가 필요한 국내외 기업을 위해 자국을 CCS 허브로 개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해양 지질조사를 통해 자국 영해에 CO₂가 안전하고 영구적으로 저장될 수 있는 지하 암석이 많이 분포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고갈된 폐유전 및 가스전을 거대한 이산화탄소 저장소로 개발하기 위해 한국 및 일본 기업들뿐만 아니라 쉘(Shell), 토탈(Total), 엑손모빌(ExxonMobil) 등 글로벌 에너지 기업과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인 페트로나스(Petronas)는 CCS 가치사슬을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개발하고 있다. 페트로나스 내 ‘말레이시아 광권관리국(MPM: Malaysia Petroleum Management)’의 주장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의 고갈된 16개 유전에서 약 46조 입방 피트(ft³) 이상의 잠재적 탄소 저장 공간이 확인되었다. 현재 페트로나스는 사라왁 지역 연안에서 카사와리(Kasawari) CCS 프로젝트2)를 추진하고 있는데, 완공 시 이는 세계에서 가장 큰 해양 CCS 프로젝트가 될 전망이다. 

한편 2023년 말레이시아 정부는 2040년까지 CCS 기술을 사용하여 CO₂ 배출량을 경감시키는 사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을 도입했다. CCS 관련 사업을 직접 수행하는 기업은 10년간 100% 투자세액공제, 2023년부터 2027년까지 CCS 기술 장비에 대한 수입세 전액 및 판매세 전액 면제, 영업개시일 기준으로 과거 5년 동안 사업 착수를 위해 사용했던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를 지원받을 수 있다. 한편, CCS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10년간 100% 투자세액공제, 10년 동안 법정 소득세의 70% 면제, 2023년부터 2027년까지 CCS 기술장비에 대한 수입 관세 및 판매세 면제, 서비스 수수료에 대한 세액공제를 제공한다.

한-말레이시아 셰퍼드(Shepherd) CCS 프로젝트
크로스보더(cross-border) CCS는 포집한 탄소를 국경 너머로 운반하여 매립하는 것을 의미한다. 2022년 8월 한국의 6개 기업(삼성엔지니어링·SK에너지·SK어스온·삼성중공업·롯데케미칼·GS에너지)과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는 한국의 산업단지에서 발생한 CO₂를 포집해 국내 허브에 집결한 뒤, 4,000㎞ 떨어진 말레이시아로 이송해 폐가스전(혹은 유전)이나 대염수층3)에 저장하는 사업인 셰퍼드 CCS 프로젝트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2023년 8월 한국 석유공사, 한화, 쉘(Shell Gas & Power Developments B.V), 에어리퀴드코리아(Air Liquide Korea)가 참여하면서 MOU를 새롭게 갱신하였다. 참여기업들은 CCS 가치사슬 내에서 각 사의 기술력과 전문성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예컨대 사업개발 및 허브 구축에는 삼성엔지니어링, 탄소 포집에는 롯데케미칼, GS에너지, SK에너지, 액화 CO₂ 운송에는 삼성중공업, 저장소 탐색 및 선정은 SK어스온과 페트로나스가 담당한다. 후발주자로 참여하는 기업의 역할에 대해서는 아직 잘 알려진 바가 없으나, 한국석유공사는 동해 가스전 활용 CCS 실증사업을 추진한 경험을, 에어리퀴드코리아는 CO₂ 포집 및 액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Shell은 말레이시아에서 페트로나스와 협력하여 CCS 허브를 개발하고 있으며, 한화오션은 선박용 이산화탄소 포집 장치를 개발한 노하우가 있다.

〈그림 1〉 셰퍼드 프로젝트 개념도


자료: 한국석유공사 



참여기업들은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 드림팀의 아시아 최초 탄소 포집·저장 가치사슬 개발 사례’라고 강조한다. 셰퍼드 CCS 프로젝트는 여러 기업이 배출한 탄소를 허브를 통해 한꺼번에 처리함으로써 처리 및 이송 과정이 경제적이고 탄소 관리가 효율적이라고 평가된다. 무엇보다 아시아 국가 간 이산화탄소 포집-수송-저장 등 가치사슬 전 단계를 아우르는 프로젝트에서 우리 기업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한편 국내에 국한되었던 CCS 사업의 지평을 국경 밖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런던의정서(London Protocol) 개정안 수락이 선행되어야 한다. 해양오염을 예방하기 위해 폐기물 및 기타 물질의 해양투기를 규제하는 런던협약(London Convention)이 1972년 체결되었고, 1996년 동 협약의 이행 의무를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런던의정서가 채택되었다. 런던의정서는 자국 해역에서의 CO₂ 스트림(제철소·발전소 등 산업시설에서 포집된 CO₂) 저장은 허용하나, 국가 간 이동(수출)은 금지한다. 그러나 2009년 런던의정서 당사국총회에서 일정 절차에 따라 CO₂ 스트림의 해외 이동을 허용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이 채택되었으며, 2019년에는 발효 전이라도 해당 개정안을 수락하고 잠정 적용을 선언하는 국가 간의 CO₂ 스트림 이동을 허용하는 법안이 채 택되었다. 한국 정부는 CO₂ 수출에 대한 법적 규제를 해결 하기 위해 2022년 3월 런던의정서 개정에 대한 수락서를 국제해사기구(IMO) 사무국에 기탁하기로 결정했다.

도전과 기회 
지구의 온도 상승을 억제하고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탄소 포집이 주목받으면서 이에 대한 문제점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예컨대 CO₂를 포집하고 액화해서 운송하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해외 저장소 이용 시 해당 국가에 이용료를 지급해야 하며, 포집·운송 과정에서 추가적인 온실가스가 배출될 가능성이 있으며, 석유회수증진처럼 CCUS가 재생에너지 확대가 아닌 화석연료 사용을 정당화하고 유지하려는 방편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아울러 이산화탄소 수출이 마치 선진국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개도국으로 이전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셰퍼드 CCS 프로젝트도 이러한 비판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으나, 말레이시아 정부의 CCUS 개발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와 우리 기업 및 정부의 CCUS 정책 사이에는 큰 교집합이 있다.4) 우리 정부는 2023년 4월 10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탄소중립‧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제1차 국가 기본계획’을 발표하였는데, 동 계획에는 CCUS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종전의 1,030만 톤에서 1,120만 톤으로 90만 톤 상향 조정하는 것과(2030년 기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추진과제로 국내뿐 아니라 국외(호주, 말레이시아)의 탄소 저장소 확보가 포함되어 있다. 
 
탄소 포집 및 저장 비용과 관련된 문제는 기술력으로 극복해야 할 사항이지만 EOR과 관련된 사항은 셰퍼드 CCS 프로젝트와는 무관해 보인다. 아울러 선진국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개도국에 버린다는 지적은 CCS의 허브 국가가 되기를 희망하는 말레이시아의 상황에는 부합하지 않는다. 한국은 탄소 제거 수요와 탄소 포집 기술력은 있으나 국내 저장소가 부족하고, 폐유전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말레이시아는 지금도 에너지의 90% 이상을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어 CCUS 기술을 넷제로 달성의 중요한 솔루션으로 간주한다.

비슷한 이유로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싱가포르 등 화석연료 의존이 높은 동남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CCUS 프로젝트가 활발한 상황이다. CCS를 찬성하는 측의 목소리를 더하자면 석유화학, 시멘트 등 공정 과정에서 배출되는 CO₂ 감축은 포집・저장・활용 기술이 유일한 대안이다.



* 각주
1) EOR 기법은 석유 및 가스 생산 공정에서 일차, 이차 회수 이후 잔존 석유·천연가스의 추가적인 회수를 목적으로 인위적인 물질을 유전에 주입하는 기법이다. 
2)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 사라왁 연안의 카사와리(Kasawari) 가스전에서 MYR 45억 달러(약 10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CCS 프로젝트를 개발 중이다. 카사와리 플랜트가 2026년 완공되면 해마다 330만 톤의 CO₂를 감소시켜 세계에서 가장 큰 해양 CCS 프로젝트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3) 염수를 함유한 지하 지층 
4) 우리 정부는 2023년 4월 10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탄소중립‧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제1차 국가 기본계획’을 발표하였는데, 동 계획에는 CCUS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종전의 1,030만 톤에서 1,120만 톤으로 90만 톤 상향 조정하는 것과(2030년 기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추진과제로 국내뿐 아니라 국외(호주, 말레이시아)의 탄소 저장소 확보가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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