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동북아시아 지역협력을 달성하는 데 있어 APEC이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는가를 연구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우선 APEC의 성립과 성장과정을 검토하고 있으며, 그 결과 APEC은 아시아태평양 전지역을 포괄하고 있긴 하지만, 동아시아 중심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한다. 이어 APEC의 주요한 두 가지 역할에 주목한다. 첫째, 경제협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역할이고, 다음으로 정치안보적 현안을 조율하고 해결하는 역할이다. 지역경제협력체로서 출발한 APEC은 후자보다는 전자의 역할을 주로 수행하였는데, 최근 들어 후자의 역할도 강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정치안보적 현안이 APEC의 새로운 의제로 등장하면서 APEC의 정체성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와 더불어 역할 변화를 촉구하는 요구도 증대하고 있다. 본 논문은 이러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APEC이 동북아시아의 지역협력을 달성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비록 APEC이 동북아시아 지역 국가들간의 경제협력을 달성하기 위한 제도화된 절차나 레짐을 갖추고 있지는 않지만, 실무급회의, 각료 및 정상회의 등 각종 회의를 통해 경제현안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APEC이 동북아시아의 정치안보적 현안을 구체적으로 협의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제도화된 기구나 정례화된 지역 국가들간의 회담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는 않지만, 당면한 현안에 대해 각료 및 정상들이 협의를 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제공하기도 한다. 따라서 2005 APEC 정상회의는 북한 핵문제, 영토 문제로 촉발된 갈등, 동북아시아의 다양한 정치적 현안 등을 해결하는 적절한 역할을 수행하여 동북아시아 지역협력을 촉진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하지만 경제적 이슈보다는 정치적 이슈가 지나치게 부각될 경우 APEC의 정체성 논란을 유발할 가능성도 간과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