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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정보

[금융] 말레이시아의 외환규제, 통화위기의 해결책인가

말레이시아 국내연구자료 연구보고서 송민선 LG경제연구원 발간일 : 1998-09-30 등록일 : 2018-10-05 원문링크

말레이시아가 외환규제를 도입한 이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국제적인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외환규제 정책이 금융시장 안정과 경기부양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구조조정 노력이 필요하다.


아시아에서 시작된 통화위기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국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국제 금융질서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선진국들은 기존의 국제기구를 개편해 새로운 국제 금융질서를 창출하자는 논의를 진행중이며, 자유로운 자본이동을 옹호하던 IMF도 최근 단기자본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을 인정해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9월초 엄격한 외환규제와 고정환율제를 전격 도입한 말레이시아는 외환규제가 효과적인 통화위기 해결책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외환규제는 국제적인 금융시장 안정화 논의가 아직 시작단계에 불과한 상태에서 개도국이 감행한 자구책이라는 점에서 그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외환규제 정책은 △달러당 3.8링깃의 고정환율제 도입 △말레이시아 거주민들의 해외여행시 링깃화 보유액 제한 △무역거래에서의 링깃화 사용 금지 △10월 1일 이후부터 역외에 존재하는 링깃화 무효화 △주식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금 회수는 투자일로부터 1년 이후로 제한하는 것 등이 핵심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외환규제 정책의 취지를 환율안정과 유동성 확대를 통해 투자 및 소비를 촉진하고, 단기적인 투기자금의 유출입을 억제해 불안정한 국제 금융시장으로부터 자국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는 말레이시아로의 자본유입을 감소시켜 말레이시아를 국제 금융시장으로부터 고립시키는 결과를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

IMF식 개혁정책 실패가 배경

리부안(Libuan)에 역외 금융시장을 설치하면서 동남아 금융중심지를 꿈꾸어 오던 말레이시아가 금융시장 자유화를 포기하고 외환규제를 단행하게 된 것은 98년 들어 심화되고 있는 경기침체의 원인을 IMF식 개혁정책의 실패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금리인상, 재정지출 감소, 포괄적인 경제구조조정으로 특징지워지는 IMF식 개혁정책은 부채비율이 높은 아시아 국가들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잘못된 처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는 데 초점을 둔 IMF식 개혁정책은 투자와 소비를 과도하게 위축시키는 결과만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는 97년말 110억 달러 규모의 단기외채를 충당하고도 남을 만큼의 외환보유고를 지니고 있어 IMF의 금융지원을 요청할 필요는 없었지만 경제구조를 개선해 장기적인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의미에서 IMF식 개혁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통화위기가 시작된 지 1년이 넘記?지금 97년 7.8%의 높은 수준을 기록했던 GDP 성장률은 98년 상반기중 -4.8%로 크게 떨어졌고, 고금리와 유동성 부족 현상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환율도 고정환율제를 도입하기 전까지 통화위기 이전에 비해 약 40% 가량 평가절하된 상태에서 불안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외환규제는 금리인하와 환율안정을 동시에 추구

크루그먼은 통화위기국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금리를 인하하고 재정지출을 확대해 위축된 투자와 소비를 회복시키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각국 통화에 절하압력으로 작용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환율이 높아지면 외채상환 부담이 커지고 이는 기업부도와 유동성 부족현상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따라서 과감한 금리인하와 재정지출 확대가 환율인상이라는 부작용을 낳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일시적인 외환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외환규제를 실시한 직후 정부의 기준대출금리(Base Lending Rate)를 10%에서 8%로 내렸다. 지난 3월까지 13%로 규제했던 은행의 법정 지불준비율도 지난 6월과 8월에 이어 9월에도 두 차례나 하향조정해 현재는 4%를 기록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로써 본원통화가 10% 이상 증가하면서 97년 2/4분기 21.8%에서 98년 2/4분기 7.3%로 급감한 M3 증가율이 크게 높아져 국내 유동성 부족현상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외환규제 정책이 고금리·재정긴축→소비위축→기업부도→생산감소→경제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금리인하→투자·소비증가→생산증가→경기회복의 선순환으로 반전시킬 수 있다는 기대이다.

그러나 본원통화의 증가가 국내 유동성 증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금융시스템이 정상화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금융개혁을 등한시하는 정부정책이 경기부양에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다른 동남아 국가들보다 외채부담이 적기 때문에 금리인하에 따른 환율인상을 용인하는 것이 외환규제정책을 실시하는 것보다 더 바람직한 선택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외환규제 정책의 성공 가능성에 의문

외환규제 정책의 성공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은 자본이동이 자유로와야 자본에 대한 최적배분이 가능해서 경제발전이 촉진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외환규제 정책은 자본이동을 왜곡시켜 장기적인 성장전좇?어둡게 한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의 외환규제 정책이 결국 실패할 것이라는 주장의 근거는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외환규제의 실효성에 대한 것이다. 외환규제가 장기화되면 기업들은 달러를 확보하기 위한 비정상적인 방안을 고안하게 된다. 대표적인 예가 수입대금은 확대 신고하는 반면 수출대금은 축소 신고하는 것이다. 97년 말레이시아의 수출입 규모는 각각 570억 달러를 기록했는데 만약 말레이시아 기업들이 수출입 규모를 각각 10% 이상 축소 또는 확대 신고한다면 현재 200억 달러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외환보유고가 크게 줄어들게 될 것이다. 이는 외환규제가 장기적인 외화유출 억제에는 큰 효과를 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두 번째는 외환규제를 실시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말레이시아는 10,000링깃(2,632달러) 이상의 외환거래는 중앙은행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는 행정절차와 시간 손실은 무시할 수 없을 만큼의 경제적 비용을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뿐만 아니라 과다한 규제는 부정부패를 낳는 온상이 될 수도 있다.

외국인투자 감소 예상

세 번째는 자본통제를 실시하는 데 따르는 부작용이 크다는 점이다.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는 이미 암시장이 발생해 정부가 조사에 나섰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과다한 외환규제는 외국인투자를 가로막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외국인기업의 이자나 배당금, 과실송금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제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지만 외국자본은 유동성 상실과 복잡한 행정절차를 염려해 말레이시아를 꺼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이번에 갑작스럽게 외환정책을 변경하고 새로 변경된 정책에 대해서도 세부적인 지침이 확정되지 않아 한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이 혼란을 겪으면서 말레이시아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하락했다. 국제 신용평가 기관인 IBCA, Moody's, S&P 등은 말레이시아가 외환규제를 실시한 이후 경제정책의 신뢰성 하락을 들어 말레이시아의 신용도를 투자부적격 등급에 가깝게 떨어뜨렸다.

 

말레이시아는 총투자에서 외국인 직접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17.3%로 매우 높은 편이다. 외국인투자는 통화위기 발생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외환규제로 인해 외국인투자가 더 크게 위축된다면 이는 결국 말레이시아의 장기적인 성장잠재력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개혁 추진 여부가 중요

말레이시아 외환규제 정책의 성공여부를 현재 시점에서 가늠하기는 매우 어렵다. 외환규제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중국이나 인도가 해마다 많은 외국인투자를 유치하면서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외환규제로 무조건 외국인투자가 감소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결국 중요한 것은 외환규제로 인한 투자저해 효과를 말레이시아가 가지고 있는 투자 메리트가 상쇄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된다.

말레이시아는 안정된 정치체제, 밝은 성장전망, 비교적 높은 노동생산성, 풍부한 자원 등이 주요한 투자요인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현재 말레이시아에서는 부실한 금융체제가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부수상 안와르 이브라힘의 해임과 관련된 정치적 소요사태는 정치전망까지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외환규제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은 경기회복을 위해 필요한 것은 외환규제 대신 경제개혁을 조속히 마무리짓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크루그먼도 외환규제는 통화위기에 시달리는 국가가 시간적 여유를 얻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일시적인 방안일 뿐이며 이것이 경제개혁을 대체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결국 말레이시아의 미래는 외환규제 정책 자체보다는 금융부문을 포함한 경제개혁을 통해 국제 신뢰도를 얼마나 빨리 회복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이 외환규제 가능성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는 이유도 외환규제가 경제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며 읜湯?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음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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