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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정보

[경제] 동남아 경제 회복기에 접어들었나

동남아시아 일반 국내연구자료 학술논문 송민선 LG경제연구원 발간일 : 1999-02-17 등록일 : 2018-10-05 원문링크

동남아 경제가 부분적으로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전반적인 내수와 수출 부진으로 경기침체 국면은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최악의 상황은 벗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침체를 거듭해 오던 동남아 경제에 희망적인 소식이 들리고 있다. 동남아 국가들의 경제지표 중 일부가 최근 들어 호전되고 있는 것이다. 동남아 경제는 98년에 심각한 통화위기 여파에 시달리면서 평균 -7%의 저조한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올해에도 플러스로의 성장률 반전을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동남아 경제가 경기침체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다고 할 수 있는지, 동남아 각국의 경제현황을 경제지표를 통해 살펴본다. 

국별 차이 살펴야

동남아 경제에 대한 평가에 들어가기에 앞서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금융부문에서는 동남아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안정세를 보여왔지만, 실물부문에서는 국별로 상황이 매우 다르다는 점이다. 경기침체의 정도에 따라 동남아 국가들을 크게 두 가지군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98년도 성장률이 -6∼-15%대로 떨어진 동남아 외환위기 국가들이다.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이 여기에 속하는데 이들 국가에 대해서는 소비, 생산, 수출, 투자 등에서 나타나고 있던 감소세가 어느 정도 진정되었는지, 언제쯤 플러스 성장률 달성이 가능한지 등이 주요 관심사항이 된다. 

두 번째는 통화위기의 영향을 받긴 했지만 그리 심각한 타격은 입지 않은 국가들로서 싱가포르와 필리핀이 이에 해당한다. 싱가포르와 필리핀 경제도 98년 3/4분기와 2/4분기부터 큰 폭은 아니지만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해왔는데, 성장감소세가 더 심화될 가능성은 없는지, 99년 성장률은 얼마나 될 것인지가 관건이 된다. 

태국에서는 내수회복 조짐

동남아 외환위기국들 중에서 소비가 회복되고 생산감소 추세가 둔화되는 조짐은 태국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태국에서는 자동차, 음료수, 맥주 등의 판매와 백화점 매출이 얼마 전까지 큰 폭의 감소세를 기록했으나, 최근 들어 감소세가 둔화되거나 플러스로 반전되기 시작했다. 이 중 가장 큰 변화를 보인 분야는 자동차 판매이다. 자동차 판매는 98년 1∼11월까지 월평균 3,600대 수준에 불과했지만 12월에는 6,500대로 늘어났다. 이것은 전년동기 대비로는 15.6%, 전월대비로는 69%나 증가한 것이다. 

생산부문에서도 태국의 제조업 생산지수가 98년 8월에 최저치를 기록한 이래 조금씩 높아지는 등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98년 12월의 전년동기대비 제조업생산 감소율은 -1.8%를 기록했는데 이는 8월의 -10.4%에 비해 크게 완화된 것이다. 

태국에서 내수가 조금씩 호전되고 있는 것은 환율안정과 금리인하 추세가 정착되고 경제혼란이 재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부유층을 중심으로 소비심리가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98년 외국인 투자가 97년에 비해 2배 이상 크게 늘어난 것도 생산감소 추세를 완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말레이시아 수출증가율 플러스로 반전

한편 수출부문에서는 말레이시아의 변화가 눈에 띤다. 말레이시아의 수출은 98년 1월부터 8월까지 월평균 -9.7%의 감소세를 보였다가 9월부터는 플러스 신장률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12월에는 수출증가율이 더욱 높아져 15.5%를 기록했는데, 말레이시아 경제의 수출의존도가 상당히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경기회복을 앞당기는 매우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말레이시아가 98년 9월부터 실시한 고정환율제의 긍정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무역거래의 안정성이 높아진데다,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의 환율이 98년말에 접어들면서 빠른 절상추세를 보이자 말레이시아의 가격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경상수지 흑자폭이 커지자 외환보유고도 98년 9월 200억 달러 수준에서 98년 12월에는 260억 달러 수준으로 크게 늘었다.

 

경제지표 향상은 부분적인 현상일 뿐

그러나 태국과 말레이시아의 경기회복을 낙관하기는 힘들다. 개선을 보이고 있는 경제지표가 부분적인 데 불과하고, 악화되고 있는 경제지표들도 많기 때문이다. 

태국에서는 바트화의 환율이 강세를 보이면서 가뜩이나 침체상태를 보이고 있던 수출이 98년 12월 들어서는 감소폭이 더 커졌다. 미약하게나마 나타나기 시작한 내수부문의 회복세를 대외부문의 침체가 지연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게다가 민간투자 증가율이 98년 10월 -22.9%, 11월 -23.2%로 감소폭이 계속 확대되고 있어서 생산활동 회복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자동차 판매 감소율이 다소 완화되었을 뿐 은행의 소비대출, 정부의 판매세 징수액 등은 감소폭이 확대되고 있어서 소비가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제조업투자는 98년 11∼12월까지 97년에 비해 90% 가까이 줄어든 상태에서 회복되지 못하고 있고, 산업생산증가율도 감소폭이 커지고 있다. 수출은 늘어나고 있지만 내수는 아직 침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인도네시아에서는 자동차 판매가 98년 12월까지 감소세가 지속되고 수출과 투자 관련 지표도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내수와 대외부문 모두 별다른 성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동남아 외환위기국에서 경기하강 국면이 멈췄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태국의 소비와 생산, 말레이시아의 수출 등에서 나타나고 있는 변화는 매우 긍정적인 것으로서 경기회복을 위한 계기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일부 분야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경제활력이 얼마나 빨리 다른 분야로 확산될 수 있느냐이다. 

싱가포르와 필리핀도 경기 낙관 못해

싱가포르와 필리핀에서도 부분적인 성과가 있었지만 경기 회복을 낙관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싱가포르에서는 98년 11월의 자동차 판매가 전월대비로는 24.9%, 전년동기대비로도 25.4%의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고, 그동안 부진을 보였던 의류, 가구, 백화점 매출 등이 다소 회복되는 조짐을 보였다. 전년동기대비 제조업 생산감소폭도 98년 10월 -7.6%에서 12월에는 -2.7%로 완화되었다. 그러나 싱가포르 경기회복에 가장 중요한 변수인 수출부문은 98년 10월 이후 전년동기대비 감소폭이 오히려 더 커졌다. 

필리핀에서도 자동차 판매가 98년 11월부터 다시 증가하기 시작하는 등 부분적으로는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98년 상반기까지 20%대를 기록하던 수출증가율이 12월에는 13%대로 낮아졌고, 전년동기대비 제조업 생산이 98년 10월에 -14.6%, 11월에는 -24.4%로 감소폭이 확대되었다. 98년말의 기상이변으로 99년초의 농작물 생산도 악영향을 받게 되어 99년 상반기 중에 필리핀 경제가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동남아경제에 대한 비관론 약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부분적인 경제지표의 개선만으로는 동남아 경제가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동남아 외환위기국들은 아직 경기하강 국면에 머물러 있으며, 통화위기의 피해를 상대적으로 적게 입은 국가들도 당분간 경기하락 압력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악화되기만 하던 경제지표가 부분적이나마 개선되고 있다는 것은 동남아 경제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일본경기 회복을 통한 수출환경 개선, 기후조건 완화에 따른 농업생산량 증가, 태국과 말레이시아의 금융개혁 진전, 인도네시아의 정치안정 등 몇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되면 동남아경제가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도 크다. 

그런데 99년중에 수출환경이 크게 개선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싱가포르의 99년 성장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도 99년 11월 대통령 선거까지는 정치안정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경기회복은 2000년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융개혁을 착실히 추진하고 있는 태국과 말레이시아는 99년 3/4분기부터 경기회복이 본격화되면서 99년 연간 성장률도 플러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필리핀도 하반기부터 농업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연간 1∼2%대의 성장률을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관련해 최근 석달 사이에 국제 투자기관들이 동남아 경제에 대한 성장률 전망치를 조금씩 상향조정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동남아 경제에 대한 낙관론은 금물이지만 비관론도 점차 수그러들고 있는 것이다. 동남아에 관심있는 한국기업들은 동남아 경제환경이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예의주시하면서 본격적인 동남아 경제 회복기에 대비해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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