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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정보

[경제] 안정 찾아가는 동남아 외환시장

동남아시아 일반 국내연구자료 학술논문 송민선 LG경제연구원 발간일 : 1998-04-08 등록일 : 2018-10-05 원문링크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의 외환시장이 이들 국가의 적극적인 구조개혁, 외채 구조조정, 경상수지 개선 드에 힘입어 다소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의 외환위기 등 불안요소가 남아 있어 본격적인 안정국면에 진입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 외환시장이 안정기미를 보이고 있다. 97년 7월초 달러당 25바트에서 지난 1월 중순 56바트대까지 치솟았던 태국 바트화의 대달러 환율은 3월말 현재 38바트대로 크게 낮아졌다. 말레이시아와 필리핀도 금년 1월 초순을 정점으로 환율이 하향세로 돌아서 3월말 현재 각각 달러당 3.6링깃과 37.8페소대를 유지하고 있다. 98년 1월초, 통화위기 발생 이전에 비해 45∼58% 수준까지 떨어졌던 동남아국가들의 통화가치가 최근 63∼70%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인도네시아 환율이 IMF와의 갈등으로 등락을 거듭한 지난 2개월 동안 이들 동남아 3국의 환율은 약간의 변동은 있었지만 점진적인 하향 안정추세를 유지해 왔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동남아국가들의 외환시장이 이미 최악의 고비를 넘어섰으며 설령 인도네시아의 외환위기가 심화된다고 해도 그 전염효과가 1월에 경험했던 것만큼 심각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동남아 외환시장의 안정요인은 무엇이고 안정세가 지속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적극적인 경제개혁으로 신뢰 회복


2월 이후 동남아 외환시장의 안정을 주도해 온 요인은 크게 네가지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동남아국가들의 적극적인 구조개혁 노력으로 이들 국가에 대한 국제적인 신뢰가 점차 회복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특히 태국은 지난 해 11월초 츄안 릭파이 정권이 들어선 후 IMF와의 합의에 따라 예산 삭감, 부실금융기관 정리, 파산법 개정, 국영기업 민영화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개혁안을 발표·추진하면서 다자간 기구와 선진국들로부터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태국이 추진하고 있는 가장 핵심적인 정책은 금융부문에 대한 개혁이다. 태국정부는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 58개 금융회사 중 56개사를 지난 해 12월 폐쇄조치하고 우리나라의 성업공사에 해당하는 금융재건기구(Financial Restructuring Agency)를 설치하여 자산 정리에 들어갔다. 나머지 30여개의 금융회사와 15개 시중은행에 대해서도 2000년까지 금융기관의 건전성 기준을 국제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강화된 자산분류기준과 대손충당금 비율에 맞춰 각각 올해 9월 15일과 8월 15일까지 자구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태국정부는 금융기관에 대한 외국인소유 제한을 철폐함으로써 금융구조 개혁에 외국자본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자간 기구와 선진국 정부의 금융지원


태국정부의 적극적인 개혁의지를 호의적으로 평가한 IMF는 3월초 2차분 지원금 2억 7천만 달러를 제공하여 외환시장의 안정화에 도움을 주었다. 이와 함께 ADB, World Bank 등 다자간 기구와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들도 태국의 개혁정책을 높이 평가하고 무역금융, 중소기업 지원, 실업구제 등을 위해 적게는 1,500만 달러, 많게는 15억 달러 이상의 금융지원을 약속했다. 특히 ADB는 미국 및 유럽계 은행과 함께 10억 달러의 무역금융을 태국에게 제공하기로 했는데 이 중 9억 5천만 달러는 국제 민간은행들이 신디케이트론 형식으로 빌려주는 것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국제 자본시장의 주요멤버인 민간 상업은행들이 태국을 투자할 만한 시장으로 다시 여기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신호이다. 

경제개혁 노력은 말레이시아에서도 활발하다. 통화위기가 심각해지기 시작한 12월초 말레이시아 정부는 예산삭감, 대규모 프로젝트 연기, 금융부문 구조개혁 등을 포함한 개혁안을 발표하고 이를 추진해 왔다. 

35년 동안 IMF의 관리를 받아온 필리핀도 2월초 석유규제완화 법안을 통과시켜 그동안 IMF가 요구해 오던 경제개혁을 일단락지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IMF는 최근 필리핀에 대해 유사시에 대비하기 위한 13억 7천만 달러의 대기성 차관을 승인했는데 이는 필리핀이 그동안 추진해 온 경제개혁에 대한 보상의 성격을 띠고 있다. 

태국 단기외채 만기연장 추진


외환시장 안정을 주도한 두 번째 요인은 외채 구조조정이다.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은 약 450억 달러규모의 외채가 있지만 말레이시아는 외환보유고가 충분하고 필리핀은 단기외채 비중이 낮아 채무상환에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태국은 98년 1월초 환율이 폭등하면서 단기외채 상환이 어려워지자 한때 모라토리움 가능성까지 대두되었다. 

태국의 경우 외채 구조조정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필수적인데 최대 채권국인 일본이 2월초 태국에 대한 채권의 80∼90%을 만기연장 해주기로 합의한 이후 독일, 네덜란드, 한국 등도 태국에 대한 채권 중 상당부분을 만기연장 해주거나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일부 채권기관들의 상환요구로 단기외채의 일부가 상환되기도 했지만 외채 만기협상이 비교적 성공적으로 진행되면서 350억 달러 정도이던 단기외채 규모가 98년 2월말에는 206억 달러로 줄어들었다. 외채 구조조정은 달러수요 감소로 이어지면서 환율안정에 크게 기여했다. 태국정부는 나머지 206억 달러의 단기외채중 절반가량이 일본 금융기관이 태국내 일본기업에게 대출해 준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추가적인 외채구조조정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경상수지 개선으로 외화수급에 여유


세 번째 요인은 경상수지의 개선이다. 동남아 통화위기를 촉발시킨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동남아 각국이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해 왔다는 점이다. 96년 경상수지 적자가 태국은 GDP의 8%에 달했고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에서도 GDP의 5%를 넘었다. 

그러나 환율이 오르기 시작한 97년 하반기부터 동남아 각국에서는 무역수지 적자폭이 줄어들거나 무역수지 흑자가 발생하면서 경상수지가 개선되고 있다. 특히 태국에서는 지난해 9월 무역수지와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선 이후 6개월째 흑자를 기록하고 있고 그 폭도 점차 커지고 있다. 비록 현재의 무역수지 흑자가 수출증가보다는 수입감소에 의해 발생하고 있는 측면이 크지만 무역금융이 원활해지면서 수출증가세가 높아져 무역수지 흑자기조가 정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IMF에서는 98년 태국이 GDP의 4%규모에 달하는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에서는 98년도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서지는 못하겠지만 적자폭이 GDP의 3∼4%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경상수지의 이같은 개선은 외화수급에 여유를 갖게 함으로써 외환시장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외국인투자도 재개


네 번째 요인은 외국인투자이다. 외국인투자가 많이 이루어지면 외화유입이 많아져 환율을 하향 안정시키는 요인이 된다. 통화위기 발생 이후 다소 주춤했던 동남아 국가에 대한 외국인투자가 최근 들어 점차 재개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태국에서는 금융기관에 대한 외국인지분 소유제한을 폐지함에 따라 네덜란드의 ABN Amro가 Bank of Asia 지분의 75%를 매입하기로 했고 대만의 China Development Corp., 싱가포르의 DBS Bank, 프랑스의 Societe Generale 등도 태국 금융회사에 대한 투자에 나섰다. 크라이슬러와 포드 등 미국계 자동차 회사도 태국내 자회사에 대한 지분을 확대하여 태국시장 공략에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에 대해서도 독일의 Siemens가 말레이시아의 Multimedia Super Corridor계획과 관련해 총 35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하고 일본의 후지쯔가 필리핀 내에 제2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등 외국인투자가 지속되고 있다. 

UNCTAD(United Nations Conference on Trade and Development)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세계적인 다국적기업들 중 88%가 아시아에 대한 투자를 계획대로 추진하거나 투자를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화위기 이후 외국인이 투자할 수 있는 분야가 확대되고 지분제한도 완화된 데다가 환율인상으로 동남아의 현지 자산가치가 크게 떨어져 외국인투자자들에게 유리한 사업환경이 마련되고 있다. 하반기부터는 외국인 직접투자가 활발해질 가능성이 크며 이것은 외환시장의 안정을 유지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본격적인 안정국면 진입에는 시간 필요


이와 같은 점들을 종합해 보면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동남아국가들은 2월 이후 금융개혁과 외채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경상수지를 개선하고 여기에 외국인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면서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부실금융기관 정리와 경상수지 개선 등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면 경제전반의 건실도가 높아져 현재의 외환시장 안정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동남아 외환시장이 조만간 본격적인 안정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아직 여러 가지 불안요소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우선 지적할 수 있는 것은 태국과 필리핀의 외환보유고가 적정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태국의 외환보유고는 262억 달러에 달하지만 이 중 선물거래로 발생한 외환보유고 손실분을 제외한 순외환보유고는 2월말 현재 99억 달러에 불과하다. 필리핀의 외환보유고도 90억 달러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다. 동남아 각국의 외환보유고가 외환시장의 안정을 보장할 수 있는 수준까지 축적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도네시아의 외환위기가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동남아국가들의 경제여건이 호전되면서 인도네시아의 외환위기가 다시 심화된다고 해도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악영향이 단기적인데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동남아경제는 이제 하나의 권역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동남아 외환시장에 안정세가 완전히 정착되기 위해서는 인도네시아의 외환위기 해소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와 IMF와의 재협상이 타결되긴 했지만 경제개혁이 실행에 옮겨지고 외채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동남아 외환시장이 본격적인 안정국면으로 진입하는 데에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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