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연구정보

[경제] 아시아 금융위기 2년, 한국경제의 성적표

동남아시아 일반 국내연구자료 학술논문 송민선 LG경제연구원 발간일 : 1999-07-07 등록일 : 2018-10-05 원문링크

한국은 신속한 금융개혁과 기업 구조조정으로 금융과 실물 부문에서 아시아 금융위기 국가들 중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실업문제 완화와 재정의 건전성 회복이 과제로 남아 있다.

 

7월로 아시아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2년이 되었다. 금융위기 발생 이후 최소한 3∼4년은 아시아 경제가 저성장을 면할 수 없을 것라는 당초의 예측은 아시아 국가들이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빗나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은 금융부문 뿐만 아니라 실물부문에서도 매우 빠른 회복세를 기록하면서 아시아 외환위기국들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을 바꿔놓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그러나 아시아 경제를 낙관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국가별로 경기회복의 속도가 다르고 금융위기의 원인이었던 금융부실 문제 해결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실업과 재정적자 문제가 새롭게 등장하고 있기도 하다. 

아시아 금융위기 2주년을 맞아 한국의 경제성적표를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과 비교하고 향후 과제를 살펴본다. 

환율, 금리, 주가 면에서 한국이 가장 개선

먼저 금융부문에서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현황을 살펴보면 환율, 금리, 주가가 모두 개선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각국의 환율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금리도 금융위기 이전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금융위기의 어려움을 가장 크게 겪었던 인도네시아도 최근 들어 상황이 급속히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국별로 비교해보면 한국의 상황이 가장 개선된 것을 알 수 있다. 한때 금융위기 이전의 55% 수준까지 떨어졌던 한국의 원화가치는 최근 들어 금융위기 이전의 76% 수준을 회복했다. 현재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의 통화가치는 금융위기 이전의 66∼70%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의 통화가치는 최근의 급속한 환율절상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기 이전의 35% 수준에 불과하다. 수출경쟁력을 감안하면 환율절상을 반드시 환영할 수는 없지만 원화의 가치가 한국경제의 건실성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금리인하 면에서도 한국이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하고 있다. 아시아 금융위기 국가들의 금리수준을 비교해 보면 말레이시아가 금융위기 이전의 60%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고 그 다음이 한국으로 금융위기 이전의 70%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위기 발생 이후의 금리 상승폭까지 감안한다면 한국의 금리하락폭이 가장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시아 금융위기 국가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낮은 금리와 환율안정은 각국 주식시장의 활황세로 이어지고 있는데 이 부문에서도 역시 한국의 회복세가 두드러진다.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에서는 최근의 활황세에도 불구하고 주가지수가 아직 금융위기 이전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주가지수는 금융위기 발생 이전의 120%에 도달해 있다. 주식시장의 활성화는 소비와 투자를 촉진시켜 경기회복을 앞당기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부실채권 비중도 가장 낮아 

금융부문의 변화를 살펴볼 때 환율, 금리, 주가지수 등 금융지표와 더불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아시아 각국의 금융개혁 현황이다. 이를 위해 각국 은행의 부실채권 비중을 살펴보면 한국은 7.4%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태국과 인도네시아의 부실채권 비중은 각각 43%, 65%으로 부실채권 문제가 아직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원래부터 금융부실 문제가 매우 심각했던 데다가 정치혼란이 겹치면서 금융개혁이 지연되었다. 과도정권이 갖는 정책추진력의 부족 문제, 재원마련의 어려움 등으로 현재까지 금융개혁 속도가 매우 느린 편이다. 

태국은 금융위기 초기에는 부실 금융기관을 과감히 폐쇄하고 금융감독을 강화하여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98년 하반기 이후 금융개혁이 지지부진해진 경우이다. 태국에서는 지난해 10월로 예정되었던 파산법 및 차압법 제정이 지연되면서 금융개혁 속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태국정부는 민간자본을 활용하여 금융부실 문제를 해결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금융기관의 정상화는 원리금 상환능력을 상실한 기업에 대해 채무 구조조정을 얼마나 빨리 진행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태국 정부는 약 600여개 기업들을 대상으로 금융기관들이 진행하고 있는 채무 구조조정 작업을 촉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빠른 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금리가 낮아지면서 금융시장이 표면상의 안정은 되찾았지만 대출보다는 채권투자에 치중하는 금융기관의 영업행태도 지속되고 있어 실질적인 금융기관 정상화는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인도네시아와 태국의 상황은 한국 정부가 지난해 부실은행들을 폐쇄·합병 조치하고 매입한 부실채권을 이미 상당부분 매각하여 금융구조조정 비용을 회수하는 등 금융구조조정의 마무리에 들어선 것과는 대조적이다. 

부실채권 비중이 그리 높지 않은 말레이시아나 필리핀에서도 금융시스템의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는 진전이 별로 없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태국과는 달리 공적자금을 투입해 부실채권을 매입하는 등 태국정부보다 적극적으로 금융부실 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부실채권 비중은 98년말에 비해 크게 개선되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가 아직도 부실기업에 대한 대출을 지원하는 등 금융기관이나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노력도 미흡한 편이다. 필리핀은 비교적 건실한 금융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지만 경기침체의 여파로 99년 들어 부실채권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한국 수출은 부진한 편이지만 경상수지는 가장 호전

금융시스템의 정상화와 관련된 국별 차이는 실물 부문에서도 이어진다. 아시아 금융위기 국가들은 지난해까지 소비, 투자, 수출 등 실물부문에서 극히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었다. 99년 들어서는 수출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면서 산업활동이 활발해지고 부분적으로 소비가 살아나는 등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국별 차이가 있다. 

먼저 아시아 금융위기 국가들이 최근 들어 모두 호조를 보이고 있는 부문으로는 산업생산, 물가, 수출 등을 들 수 있다. 98년에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아시아 각국의 산업생산 증가율은 최근 들어 모두 플러스로 반전되었다. 특히 한국은 99년 1/4분기부터 산업생산이 두 자리수 대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여 다른 국가들을 크게 앞서 있다. 물가수준도 5월에 디플레 현상을 보인 태국을 제외하면 한국이 가장 안정적인 모습이다. 

수출 부문에서는 필리핀과 말레이시아가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필리핀은 98년에도 17%의 높은 수출증가율을 기록했으며 말레이시아는 98년 4/4분기부터 수출증가율이 플러스를 기록하기 시작해 99년 1/4분기에도 14.5%의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에 비하면 5월 들어서야 수출증가율이 플러스로 돌아선 한국은 실적이 미미한 편이다. 그러나 98년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아시아 금융위기 국가들 중 가장 큰 4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소비, 투자 부문에서 한국 약진

국별차이가 특히 뚜렷하게 나타나는 부문은 소비와 투자 부문이다. 소비부문에서는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회복세가 두드러진다. 한국에서는 내수용 소비재 출하 증가율이 올해 2월부터 두 자리수대를 기록하는 등 회복기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도 자동차 판매가 올해 들어 급증세를 보이고 소비재 수입도 3월부터 플러스 신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태국에서는 자동차 판매와 백화점 매출 등 소비동향을 나타내는 지표들이 아직 마이너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투자 부문에서는 다른 아시아 금융위기 국가들이 아직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반면 한국이 유일하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 99년 1/4분기부터 설비투자가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하고 국내 건설 수주액도 4월부터 두 자리수대의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태국에서는 99년 1/4분기에도 민간투자 증가율이 -20%대에 머물러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도 산업투자청에 인가를 신청한 제조업 투자신청액수가 3월에도 전년동기에 비해 70%나 줄어들면서 99년 1/4분기 증가율이 -46.3% 를 기록했다. 인도네시아의 투자도 저조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한국의 실업문제 상대적으로 심각

금융부문과 실물부문을 종합적으로 볼 때 아시아 금융위기 국가들 중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나라는 단연 한국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은 금리, 환율 등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산업생산, 소비, 투자 등 실물부문도 호전을 보이면서 99년 1/4분기에 4.6%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금융위기로 인해 발생한 실업과 재정적자 문제를 살펴보면 한국의 상황이 다른 아시아 국가들보다 오히려 더 악화된 측면이 있다. 

아시아 국가들의 실업률은 금융위기 발생 이후 크게 높아져 98년말 인도네시아 15.5%, 필리핀 9.7%, 한국 6.8%를 기록했으며 태국과 말레이시아는 상대적으로 낮은 4.0%와 3.9%를 기록했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에서는 금융위기 이전부터 실업률이 높았고 인도네시아를 제외하면 97년과 98년 사이 한국의 실업률 상승폭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업문제로 인한 고통이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심각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업문제는 한국이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에서 실업률 상승폭이 높게 나타난 것은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이 기업 구조조정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했고 한국의 기업 구조조정이 주로 잉여인력의 해고라는 형태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실업문제는 경기회복이 빨라지면서 다소 완화되고 있긴 하지만, 한국경제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금융과 기업의 구조조정이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쉽게 해소되기 어려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재정의 건정성 회복도 과제

금융위기 이후 등장한 또 하나의 문제는 재정적자를 들 수 있다. 재정적자가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 정부 부채가 늘어나 국가신인도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세금부담을 확대시켜 장기적인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한다. 아시아 외환위기 국가들은 금융위기 이후 부실채권 처리와 공공투자 및 사회안전망 확대를 위해 재정지출을 크게 확대했다. 그 결과 금융위기 발생 이후 예외없이 재정적자를 기록했는데 이 중 98년 한국의 재정적자 규모는 GDP 대비 4.5%로 아시아 금융위기 국가들 중 가장 높았다.


재정지출이 경기회복을 앞당기고 금융위기로 인한 사회적 고통을 완화하는 데 기여했다면 재정적자를 반드시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 

그러나 실업과 재정적자 문제는 한국 경제가 경기회복과 더불어 앞으로 주목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실업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재정 지출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이를 재정적인 건전성 회복 문제와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지속적인 구조조정 추진과 함께 향후 한국경제의 과제라고 하겠다.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