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ㆍ유라시아

[Russia·CIS Talk] 식량 위기에 빠진 타지키스탄, 원인과 해법은？

타지키스탄 강하람 /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러시아·CIS 학과 / 202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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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CIS Talk] 서구의 대러 수출 통제는 성공적인가？

러시아 박수련 /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러시아·CIS 학과 / 석사 2024-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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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투르크메니스탄: 중앙아시아 에너지 지정학적 관점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서론중앙아시아 지역에는 석유와 가스를 비롯한 풍부한 탄화수소 자원이 매장되어 있다. 투르크메니스탄 역시 방대한 천연가스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전략적 위치 덕분에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투르크메니스탄의 중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본고에서는 가스 파이프라인을 중심으로 중앙아시아와 유럽 대륙의 에너지 역학에서 투르크메니스탄의 역할을 분석해 보기로 한다. 특히 투르크메니스탄-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인도(TAPI: Turkmenistan-Afghanistan-Pakistan-India) 파이프라인, 트랜스-카스피안 가스 파이프라인(TCGP: Trans-Caspian Gas Pipeline), 중앙아시아-중국 가스 파이프라인(Central Asia-China Gas Pipeline) 등 주요 에너지 인프라 프로젝트 추진의 동기를 분석하고, 이러한 프로젝트가 지역 안정성, 권력 균형, 그리고 주요 글로벌 및 지역 행위자들이 관련된 광범위한 지정학적 경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의한다. 또한 아프가니스탄을 포함한 역내 분쟁과 권력 이동의 맥락 속에서 중국, 러시아, EU 등 주요 이해 관계자들과의 관계 변화가 투르크메니스탄의 에너지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분석해 보고, 이를 통해 중앙아시아 에너지 지정학에서 투르크메니스탄의 역할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를 제공하고자 한다.에너지 지정학에서 투르크메니스탄의 위치2022년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앙아시아에는 312억 배럴의 원유와 23조 4,000억 입방미터(㎥)의 천연가스가 매장되어 있다. 이러한 방대한 자원은 중앙아시아의 지정학적, 지경학적, 전략적 가치를 크게 제고했다. 소련 붕괴 이후, 지역 에너지 자원은 주요 강대국의 관심을 끌었으며, 중앙아시아 각국은 이러한 자원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1) 중앙아시아 5개국(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국가들 중에서도 투르크메니스탄은 가장 많은 천연가스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2) 이는 지역 에너지 부문에서 투르크메니스탄의 중요성을 확대하여 이웃 국가들과 글로벌 강대국들과의 관계를 균형 있게 유지할 수 있게 해줄 뿐 아니라 지역 파트너들 및 중국, 이란 등에도 천연가스를 수출하는 주요 에너지 공급자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에너지 시장 정세가 급변하는 가운데3) 투르크메니스탄은 국제 경제 관계를 다각화하고 있는데, 특히 가스 공급원을 다변화하고자 하는 EU와의 관계가 크게 개선되고 있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역동적인 에너지 환경 속에서 중국, 러시아 및 EU와의 관계를 신중하게 재정립하고 있으며 풍부한 가스 매장량과 지리적 입지를 활용해 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동시에 경제 성장과 정치적인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국-중앙아시아 가스 파이프라인을 통해 중국과 상호작용하며 투자와 인프라 개발 혜택을 누리고 있으며, 전통적으로 우호관계를 유지해 왔던 러시아와 러시아에 대한 높은 가스 의존도를 감축하려는 EU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면서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국가 경제 발전을 꾀하고 있다. <그림 1> 투르크메니스탄을 둘러싼 가스 파이프라인 자료 : Enerpo Journal투르크메니스탄 주요 파이프라인 프로젝트에너지 파이프라인은 자원이 풍부한 지역과 주요 소비지역을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요 인프라 프로젝트인 TAPI 파이프라인은 투르크메니스탄의 갈키니쉬(Galkynysh) 가스전에서 인도까지 매년 최대 330억㎥ 규모의 천연가스 운송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을 경유하기 때문에 진행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1990년대 초에 구상된 이 파이프라인은 지정학적 도전과 안보 위협으로 수많은 지연을 겪은 후 2018년에 공사가 시작되었으며4), 투르크메니스탄 구간이 완공된 가운데 파키스탄 구간의 건설에 속도를 내기로 양국 고위급 관계자들이 합의한 상태이다.5) 2021년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의 정권을 장악한 이후 아프가니스탄 구간 건설의 불안정성은 더욱 강화되었다. 파이프라인 건설이 아프가니스탄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감안하면 탈레반 정부 또한 이 프로젝트의 진행을 막을 이유가 없고, 탈레반은 프로젝트의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6) 그러나 건설이 완료된다고 하더라도 긴 파이프라인은 반군들에게 상당히 유혹적인 자금원이 될 수 있으며, 전체 파이프라인을 경비한다는 것은 경제난에 시달리는 탈레반 정부에게는 불가능한 일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탈레반에 직접 자금 지원을 꺼리는 많은 국제 금융기관들의 지원이 없이는 건설 비용 조달도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러나 여전히 탈레반 정부는 파이프라인 건설의 의지를 강력히 피력하고 있다.7)  TAPI 파이프라인의 지정학적 의미는 지역 경계를 넘어선다. 러시아는 이 프로젝트를 남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를 연결할 기회로 보고 있다. 2023년 1월 러시아 특사 자미르 카불로프(Zamir Kabulov)는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방문하여 TAPI 프로젝트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8) TAPI 프로젝트로 강화된 연결성은 국제 남북 교통 회랑(International North-South Transport Corridor)을 통해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에 이바지할 가능성이 있다. 인도에 TAPI 파이프라인은 기회와 도전을 동시에 제시한다. 새로운 에너지 공급원을 제공할 가능성도 있지만 파키스탄을 경유하는 파이프라인 경로 특성상 물류 및 정치적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프로젝트가 부활하고 성공적으로 실행된다면 지역의 에너지 역학이 재편될 수 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은 남아있다.9)  TCGP, 트랜스-카스피안 가스 파이프라인은 중앙아시아의 에너지 전략에서 또 다른 중요한 요소이다. 이는 현재 논의 단계에 있는 파이프라인으로, 투르크메니스탄과 카자흐스탄의 천연가스를 카스피해를 가로질러 아제르바이잔으로운송하고, 남코카서스 파이프라인(SCP: South Caucasus Pipeline) 및 남부 가스 회랑(SGC: Southern Gas Corridor)과 같은 기존 인프라를 연결한다. 주요 목표는 중앙아시아산 가스가 러시아와 이란을 우회하여 유럽 시장에 도달할 수 있도록 경로를 제공하는 것이다. 연간 160억 ㎥를 운반할 수 있으며 총연장은 300km에 달한다. 이 파이프라인이 완공되면 유럽 시장으로의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10) 그러나 TCGP도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러시아와 이란은 각각 다른 이유로 이 프로젝트에 반대하고 있다. 러시아는 EU가 러시아 가스 의존도를 줄이면 유럽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잃을 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이란은 지역 내 자체 전략적 이해관계로 인해 반대하고 있다. 2018년의 카스피해의 법적 지위에 관한 협약11)으로 카스피해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인접한 다섯 개국 모두의 승인이 필수 요구사항이 되면서 또 다른 복잡성이 추가되었다. TCGP는 유럽의 에너지 공급원을 다양화하고 러시아 공급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는데, 이는 대체 에너지 경로를 확보하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려는 EU의 노력과 일맥상통한다. 일부 국가들의 반대와 규제에도 불구하고 TCGP는 중앙아시아의 에너지 자원을 유럽 시장에 통합하려는 광범위한 노력의 주요 전략이 될 전망이다. 연간 550억 ㎥ 용량을 가진 중앙아시아-중국 가스 파이프라인은 중국의 에너지 전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파이프라인은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을 중국의 신장 지역과 연결함으로써 중국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해상 경로에 대한 의존도를 줄인다.12) 2022년 투르크메니스탄은 중국에 약 350억㎥의 가스를 수출했다. 중국의 중앙아시아 가스 수입량의 약 75%를 차지하는 수치이다.13) 중국에 이 파이프라인은 일대일로 주도권을 위해 필수적인 인프라이며, 중앙아시아와 경제적 유대를 강화하고 해상 에너지 경로와 관련된 위험을 완화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중국의 지정학적 영향력을 강화하여 전통적인 러시아의 지역 지배력에 도전하는 데 활용되기도 한다. 중국은 2020년 시진핑(Xi Jinping) 중국 주석이 206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이후 태양광, 풍력, 원자력, 수력 발전 용량을 확대하고 석탄 화력 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과정에서 중간 단계로 천연가스를 활용하는 저탄소 전략을 채택하면서 가스 수입량이 크게 증가한 바 있다.14)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후 투르크메니스탄의 천연가스 수출량은 전반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으며, 이웃한 중앙아시아 경유국들도 이에 따른 경제적 이익을 누리고 있다. 전반적인 기술 및 생산 효율 개선이 필요하지만, 남아 있는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가스 운송을 위한 파이프라인들은 지역 에너지 역학과 경제 전략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표 1> 2023년 투르크메니스탄 가스 수출 상대국 상위 5개국자료 : State Committee on Statistics of Turkmenistan, BP Statistical Review of World Energy, 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투르크메니스탄의 미래 에너지 전략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공급망의 재편으로 방대한 천연가스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투르크메니스탄의 지정학적 위상이 크게 제고되었다. EU는 러시아에 의존해오던 천연가스 수입 상대국을 다변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고려하게 되었고, 원활한 공급을 위해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활용하고자 한다. 남코카서스 파이프라인(SCP)과 트랜스-아나톨리아 파이프라인(TANAP)을 포함하는 남부가스회랑(The Southern Gas Corridor)은 투르크메니스탄 가스를 유럽 시장에 연결하는 전략적 이니셔티브이다. 그러나 투르크메니스탄을 유럽과 연결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 개발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과정이다.15)   반면 중국은 투르크메니스탄 최대의 천연가스 수출 상대국으로, 2023년 1월 시진핑 주석은 투르크메니스탄과의 에너지 협력을 강화할 것을 강조하며 중국 에너지 안보에 있어 투르크메니스탄의 전략적 중요성을 언급했다.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 필수적인 에너지 안정성 확보를 위해 투르크메니스탄은 중국에게 매우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투르크메니스탄은 지역 파트너 및 중국에 대한 에너지 수출을 우선시하면서 유럽 시장으로의 잠재적 진출을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즉각적인 수요를 만족시키는 동시에 다가올 기회를 준비하는 균형적인 정책을 택한 것이다. 이러한 투르크메니스탄의 에너지 전략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에너지 다변화를 추구하며 변동하는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광범위한 영향력을 확장해 나갈 것이다.2024년 6월 투르크메니스탄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세르다르 베르디무하메도프(Serdar Berdimuhamedow)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양국이 에너지, 조선, 교통, 환경보호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데에 합의했다. 특히 에너지 부문에서 갈키니쉬 가스전(Galkynish Gas Field) 탈황 플랜드, 키얀리(Kiyanly) 폴리머 플랜트 협력 합의서를 체결하며 향후 양국 간 관계 발전에 대한 기대감을 고취시켰다.  결론지정학적 변화와 진화하는 글로벌 에너지 수요로 투르크메니스탄의 에너지 지형은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에 에너지 공급을 의존하고 있던 많은 국가들에 경종을 울렸고, 에너지원 다변화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투르크메니스탄의 방대한 천연가스 매장량은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끌게 되었고, 중국이나 EU와 같은 주요 국가들과의 적극적인 협력이 진행되고 있다. 중앙아시아-중국 가스 파이프라인은 투르크메니스탄과의 에너지 협력을 강화하여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 중요한 공급 라인이 되어주고 있다. 반면, EU의 에너지 공급원 다변화 정책은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서 투르크메니스탄의 위상을 제고한다. 러시아와 이란의 반대 등 지정학적 도전에도 불구하고, 투르크메니스탄의 에너지 전략은 즉각적인 지역 수요와 장기적인 유럽 시장 통합 사이와 균형을 맞춰 성장하고 있다. 투르크메니스탄이 앞으로 복잡한 국제 관계를 조율하고 새로운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른다면 세계 주요 에너지 공급국으로서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 각주1) https://www.ankasam.org/anka-analizler/the-issue-of-energy-in-central-asia-and-the-role-of-turkmenistan/?lang=en 2) https://adi-analytics.com/2021/05/28/regional-spotlight-oil-gas-in-central-asia/3) https://www.caspianpolicy.org/research/energy/the-importance-of-turkmen-gas-exports-in-a-shifting-energy-landscape4) https://www.adb.org/projects/44463-013/main 5) https://interfax.com/newsroom/top-stories/104496/6) https://eurasianet.org/Taliban-vows-to-guarantee-safety-of-trans-Afghanistan-gas-pipeline7) https://wenewsenglish.pk/afghan-taliban-regime-pledges-implementation-of-tapi-pipeline-project/8) https://www.newscentralasia.net/2023/01/21/russia-is-ready-to-participate-in-tapi-project-in-afghanistan-and-pakistan/9) https://www.eurasian-research.org/publication/energy-policies-of-turkmenistan-importance-and-perspectives-of-tapi-natural-gas-pipeline/ 10) https://ec.europa.eu/energy/maps/pci_fiches/PciFiche_7.1.1.pdf 11) http://www.en.kremlin.ru/supplement/532812) https://www.lowyinstitute.org/the-interpreter/beijing-digs-central-asia-china-gas-pipeline 13) https://globalvoices.org/2024/06/06/china-increases-gas-imports-from-turkmenistan-for-green-energy-transition-its-impact-is-unclear/ 14) https://www.shell.com.cn/en_cn/media/media-releases/2022-media-releases/shell-partners-with-cnooc-guangdong-government-exxonmobil-on-offshore-carbon-capture-and-storage-hub-in-china/_jcr_content/par/textimage_1693550235.stream/1642171116580/9c08ca486937fc6153a981cde04539f28f90f733/china-sketch-narrative.pdf 15) https://www.aa.com.tr/en/asia-pacific/turkmenistan-on-brink-of-exporting-gas-to-turkiye-europe-president-erdogan/3239740 

투르크메니스탄 Nargiz Hajiyeva / Azerbaijan State University of... / Political Scientist 2024-08-28

#투르크메니스탄 #중앙아시아 #에너지 #지정학 #파이프라인 #가스관 자세히보기

[전문가오피니언] SCO의 성장: 카자흐스탄과 한국에 주는 시사점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서론 중국과 러시아는 최근 수십년에 걸쳐 국제사회의 정치∙경제적 무게중심을 유라시아 지역으로 이동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 국가를 주축으로 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 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는 원래 중앙아시아 지역을 둘러싼 안보 및 경제 이슈를 논의하는 포럼으로 출발했으나, 현재는 역외 국가인 인도(정회원)와 튀르키예(대화 파트너)까지 참여하는 대규모 협의체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외연 확장의 이면에는 가맹국들의 이익이 서로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내부 응집력의 부재라는 문제도 존재한다.1)SCO 회원국으로서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목표중국에게 있어 SCO는 자국의 장기적∙전략적 이익 실현을 지원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SCO가 지향하는 중앙아시아 지역의 안정은 중국의 서부 국경지대 안보에 기여하며,2) SCO 자체가 중국의 경제적 통합 사업을 홍보하거나 일대일로 구상에 따른 주요 인프라 사업을 추진하는 플랫폼의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3) 중국은 이러한 SCO를 활용해 인접국과 교류하면서 자국의 외교구상을 홍보하고 국제사회에서의 입지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4)중국의 SCO 활동이 추구하는 주요 목표 중 하나는 중앙아시아 역내 서방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것인데, 중국은 이를 위해 가맹국과의 다자주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서방과는 성격이 상이한 대안적 개발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5) 민주주의, 인권, 시장 자유화 등의 요소를 중시하는 서방식 모델과는 달리, 중국이 선호하는 개발 모델은 개별국의 내정에 대한 불간섭 원칙을 기본 정신으로 삼는다.한편 러시아도 SCO를 통한 역내 안보 강화 활동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러시아는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취지로 ‘평화임무(Peace Mission)’를 비롯한 다양한 공동 군사훈련을 추진하고 있다.6) 또한 SCO는 유라시아 경제연합(EAEU: Eurasian Economic Union)과 같이 러시아가 주도하는 주요 경제 구상을 지지함으로써 러시아와 역내 국가들 간의 경제적 통합을 도모하고 러시아의 영향력을 확대하여 궁극적으로는 역내에서 서방의 영향력을 견제하고 러시아의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7)SCO 내부에서의 중·러관계중국과 러시아는 각각이 추구하는 전략적 이익이 서로 다르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SCO 내부적으로는 서로 간의 공통분모를 바탕으로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중러 양국은 특정 국가나 국가군이 국제무대를 주도하지 않는 다극체제를 지지한다는 공통점을 지니며,8) 인프라와 에너지, 안보 분야에서의 공동사업도 다수 진행하고 있다.9) 이러한 공동사업의 사례 중 하나인 러시아-카자흐스탄-중국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사업은 한편으로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제재에 직면한 러시아가 아시아 시장에서 에너지 및 상품 매출을 늘릴 수 있도록 해주고, 다른 한편으로는 카자흐스탄이 자국 중부, 북부, 동부 지역에 충분한 에너지와 상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돕는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10)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중앙아시아에서 각각의 영향력 신장을 기도하는 경쟁국이기도 하다. 특히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전통적인 최강국의 지위를 유지하고자 하는 러시아는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와 공격적 투자정책을 우려 섞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중국은 지금까지 자국과 중앙아시아 각국을 연결하는 도로와 철도, 에너지 운송 파이프라인 등 인프라 건설에 많은 자금을 투자했고, 이는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존재감과 위상을 제고하여 역내에서 러시아의 지위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11) 아울러 중국과 러시아는 경제개발과 지역 통합에 대한 접근법 측면에서도 차이를 보이는데, 일대일로 구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중국과 EAEU의 발전에 중점을 두는 러시아 사이의 견해차이가 SCO 차원의 정책 결정을 위한 내부적 의사 조율에 어려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SCO의 성격과 성과에 대한 비판초창기부터 현재까지 지역과 세계적 차원 모두에서 상당한 관심을 받아온 SCO는 가맹국 사이의 협력을 강화하고 중앙아시아 지역 내 안보 환경을 개선했다는 일부 성과에도 불구하고 다음의 다양한 이유에서 비판받기도 한다.먼저 SCO가 지닌 주요 문제점 중 하나는 가맹국 각각이 추구하는 이익과 중점과제가 서로 큰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이다. 중국, 러시아, 인도, 파키스탄 등 주요 가맹국들은 SCO를 통해 서로 다른 전략적 목표를 실현하고자 하는데, 이는 공동 정책결정을 어렵게 만들고 SCO라는 조직의 효과성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져12) SCO가 특정 이슈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거나 국가 간 행동을 조율하는 데에 한계를 만든다. 가맹국 간 견해차가 테러리즘 및 극단주의 대응과 같은 지역 공통의 이슈에 대한 효과적 대응을 저해한 사례는 이와 같은 SCO의 내부 응집력 부족 문제를 잘 보여준다.13)또한 역내 안보에 봉사하는 핵심 주체를 자처하는 SCO가 과연 안보 측면에서 얼마나 큰 실질적 성과를 거두었는지에 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며, SCO 차원에서 진행되는 공동 군사훈련이나 대테러 작전 훈련이 실제 안보위협에 대응하는 데에는 별다른 도움을 주지 않는 상징적 제스처라는 평가도 존재한다. SCO 가맹국들이 참여하는 공동 군사훈련의 사례에는 2021년에 러시아에서 개최되었던 ‘평화임무’가 있는데,14) 가맹국들 간의 협력 상호운용성 제고, 공동전선 홍보, 상호 이해 촉진 등을 취지로 한 일련의 훈련은 실제 안보 위협을 줄이는 데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비판론자들은 저마다의 전략적 이익을 지닌 참여국들의 협력을 상징하고 외교적 교류를 촉진하는 데 중점을 둔 이 공동훈련이 현실에 존재하는 복잡한 이슈보다는 철저히 통제된 시나리오를 상정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테러 네트워크를 저해하는 성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한편 가맹국들의 경제적 협력과 통합을 지향한다는 SCO의 또 다른 비전도 현재 상당한 난관에 직면해 있다. 이는 가맹국 사이에 존재하는 무역장벽과 각국의 보호주의 정책기조가 무역과 투자 잠재력을 저해하고 있기 때문으로, 일례로 일부 가맹국들은 중국이 지역 전체를 경제적으로 장악할 것을 우려해 일대일로 구상 참여를 주저하기도 한다.이외에도 SCO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주요 사안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SCO의 정책결정 과정에 투명성이 결여되어, 외부 시민사회가 SCO 내부 활동에 관한 정보를 얻기 어렵다. 둘째, SCO가 유라시아 지역에서 서방이 행사하는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수단이자 서방 소재 국제기구에 대한 대체제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서방국들은 SCO가 현존 국제질서를 저해하고 권위주의적 정치 모델을 옹호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셋째, SCO는 양대 주도국인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문제도 안고 있는데, 이 점에서 SCO가 가맹국 모두를 위한 평등한 협력 플랫폼이 아닌 양대 강국의 지정학적 야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단순한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15)2024년 SCO 정상회의 개최국 카자흐스탄의 전략적 상황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에서 2024년 7월에 열린 SCO 정상회의는 역내 외교 주도국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자 하는 카자흐스탄의 의지를 보여준 중요한 행사였다. 이번 SCO 정상회의의 목적은 구체적 정책을 결정한다기보다는 중국과 러시아가 SCO 내부적으로 긴밀히 협력하고 있음을 대내외에 선전하는 데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이 점에서 중국과 러시아라는 양대 강국의 이익이 합치함을 강조하는 상징적 메시지의 발신을 2024년 SCO 정상회의가 거둔 중대 성과 중 하나로 평가해볼 수 있을 것이다.외교 분야에 상당한 관심 보여 온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Kassym-Jomart Tokayev)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타국과의 다양한 협상 플랫폼을 만들어내는 데 특별한 관심을 쏟고 있으며, 이 때문에 카자흐스탄 내부에서는 그를 ‘외교 대통령’이라는 별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카자흐스탄은 러시아, 중국,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제 행위자들 사이에서의 중립을 유지하고자 하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이 단행한 대러 제재는 카자흐스탄에게도 여러 잠재적 리스크를 유발하고 있다. 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다른 국가들이 공식적으로 중립을 표방하고 있는 카자흐스탄의 진의를 서로 다르게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과 EU의 대러 제재가 강화될수록 여기에서 발생하는 제재 리스크도 점증하게 되고, 미래에는 러시아와의 경제관계를 유지한다는 사실 자체가 서방의 제재에 휘말릴 단초를 제공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16) 만약 서방국들이 러시아에 관한 입장을 더욱 명확하게 표명하라는 압박을 가해올 경우, 카자흐스탄의 기존 대외전략이나 다원적 외교 정책(multi-vector diplomacy)17)의 입지도 불확실해질 수 있다. 이러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카자흐스탄은 중립성 유지, 다양한 국가 및 국제기구와의 경제적 연계, 외부 경제 파트너 다변화와 같은 요소에 방점을 둔 능동적 외교전략을 지속하고, 이를 통해 자국이 서방에 대한 의존 이외에도 다양한 선택지를 보유하고 있음을 보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의 구체적 사례에는 중국, 인도, 중동 등 기타 국가들과의 무역∙투자관계 심화, 그리고 SCO나 EAEU와 같은 지역∙국제기구와의 협력 확대가 있다.SCO의 역할 확대가 한국에 주는 함의한국은 SCO의 정식 가맹국은 아니지만 문화교류와 경제적 파트너십, 개발원조 등 소프트파워를 바탕으로 대부분 SCO 회원국들로 이루어진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어느 정도의 존재감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앞으로 SCO의 역할이 더욱 확대되고 아시아 전역의 지정학적 환경이 변화하게 되면 소프트파워를 활용해 중앙아에서의 영향력 신장을 도모한다는 한국의 전략도 새로운 기회와 도전요소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한국은 현재 지정학적 역학의 변화, SCO 가맹국이 주도하는 경제사업과의 경쟁 심화, 전략적 파트너십 확대 소요 증가와 같은 도전요소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방의 영향력 축소에 초점을 둔 SCO가 지금보다 영향력을 확대할 경우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의 외교정책 기조를 재평가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으며, 따라서 한국은 지금부터 SCO의 미래 성장에 대비해 중앙아시아 지역과의 효과적 교류를 위한 외교 및 소프트파워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SCO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지정학적 환경과 경제적 여건이라는 맥락 아래 한국이 고려할 수 있는 대응방안에는 기존의 무역, 투자, 안보 전략 수정, 그리고 중앙아시아 주요국들과의 새로운 형태의 교류방안 모색 등이 있다. 예를 들어 한국-중앙아 경제 협의회를 신설하는 방안은 쌍방의 경제적 이익 실현과 공동 투자사업 추진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신규 무역협정이나 투자기회 모색도 잠재력이 높은 방안 중 하나로, 이를 바탕으로 무역∙투자 상대국이 다변화되면 전통적 시장에의 의존도 축소와 경제적 회복력 강화라는 혜택도 기대할 수 있다. 이외에 한국과 중앙아시아의 사이버 보안 및 재난 대응 협력은 지역 안정화에 기여하고, 수력발전소 등 에너지 인프라 개발사업 참여는 한국이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어줄 수 있다. 이러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파트너십 강화는 △카자흐스탄이나 우즈베키스탄 등 고속으로 성장하는 시장에 대한 접근성 향상 △중국 및 러시아의 역내 영향력 견제 △독자적∙다원적 외교노선 강화 등 다양한 방면에서 한국에 전략적 이점을 제공할 것이다.결론카자흐스탄은 지정학 분야의 협상 중재국, 경제 분야의 파트너, 안보 분야의 협력국을 자임하면서 2024년도 SCO 정상회의를 성황리에 개최하는 등 SCO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가맹국 사이의 이익 상충이라는 근본적 문제로 인한 한계와 상당한 발전 잠재력을 동시에 지닌 SCO는 역내 회원국들뿐만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협력 국가들에게 새로운 기회와 도전 요소를 제공한다. 이러한 맥락 아래 한국은 미래 SCO의 성장에 대비해 더욱 능동적인 외교정책과 경제전략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서방국들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가고 있는 가운데 한국 또한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대응하기 위한 유연한 자세를 견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오늘날의 국제정세는 지정학적 환경 변화, 경제정책의 변동, 새로운 안보 위협의 등장, 대외 교류 필요성 증대 등의 요소를 배경으로 매우 역동적 성격을 띠고 있으며, SCO의 역할 확대도 앞으로 한국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관심요소이다. 따라서 한국은 다가오는 변화에 맞추어 중앙아시아 지역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역내국과의 새로운 파트너십을 형성함으로써 미래의 기회와 도전요소 모두에 대응할 대비태세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각주1) https://web.archive.org/web/20150503173641/http://www.brookings.edu/research/opinions/2001/05/04china-gill2) https://eng.globalaffairs.ru/articles/chinese-policy-in-central-asia/3) Azizi, S., 2024. China’s Belt and Road Initiative (BRI): The Role of the 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 (SCO) in Geopolitical Security and Economic Cooperation. Open Journal of Political Science, 14, pp.111-129.4) https://www.eurasian-research.org/publication/chinese-view-on-the-expansion-of-the-shanghai-cooperation-organization/5) https://web.archive.org/web/20150503173641/http://www.brookings.edu/research/opinions/2001/05/04china-gill6) https://tass.com/defense/15498337) https://valdaiclub.com/a/highlights/sco-potential-for-expanding-and-deepening/8) https://www.jstor.org/stable/262708169) Azizi, S., 2024. China’s Belt and Road Initiative (BRI): The Role of the 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 (SCO) in Geopolitical Security and Economic Cooperation. Open Journal of Political Science, 14, pp.111-129.10) https://www.reuters.com/markets/commodities/kazakhstan-russia-map-out-gas-pipeline-china-2023-05-16/11) https://www.rferl.org/a/china-kyrgyzstan-tajikistan-megaprojects-central-asia-belt-road/33007345.html12) https://carnegieendowment.org/russia-eurasia/politika/2024/07/sco-summit-china-russia?lang=en¢er=russia-eurasia13) https://www.gisreportsonline.com/r/china-russia-challenge-global-system/14) https://www.globaltimes.cn/page/202109/1234029.shtml15) https://www.gisreportsonline.com/r/china-russia-challenge-global-system/16) https://thediplomat.com/2023/06/kazakhstan-is-vulnerable-to-secondary-sanctions/17) 다원적 외교정책이란 러시아, 중국, 미국, EU와 같은 글로벌 강국들과 균형잡히고 다변화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카자흐스탄의 전략적 외교정책을 의미한다.

카자흐스탄 Bexultan Zhapar / The European Governance Lab(EG... / CEO and Fellow Researcher 2024-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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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전략적 에너지∙수송 허브로 도약하는 남코카서스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아제르바이잔, 조지아, 아르메니아가 소재한 남코카서스는 지정학으로 큰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본고는 핵심 에너지 회랑으로서 남코카서스가 지닌 지정학적 중요성에 초점을 맞추어 지역∙세계 강국 사이의 경쟁, 그리고 역내 국가들 간에 진행 중인 분쟁이 에너지 안보 및 국가의 안정성에 주는 영향을 분석하고자 한다. 지정학적 경쟁관계의 부활,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투자 확대, 중국 등 신흥 강국의 영향력 신장 등 최근의 주요 이슈에 더해 남오세티야(South Ossetia), 압하지야(Abkhazia), 나고르노-카라바흐(Nagorno-Karabakh) 분쟁과 역내 국가들에 대한 러시아의 견고한 영향력 등의 요소를 고려해 남코카서스의 현재 상황을 종합적으로 조망해 보기로 한다.남코카서스 국가들에 큰 영향력을 갖는 주요 사안으로는, 우선 중국의 일대일로가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은 중앙아시아와 남코카서스를 중국과 전 세계를 연결하는 에너지∙수송 분야의 핵심 허브로 삼고자 한다. 한편 2022년에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지정학적 위협을 재점화하고 기존 에너지 공급망의 취약성을 드러내면서 국제적으로 엄청난 파급효과를 일으켰고, 유럽연합(EU)은 에너지 공급망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안으로 남코카서스, 그 중에서도 특히 아제르바이잔을 고려하게 되었다. EU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에너지 공급원을 다변화하고 대러 의존도를 낮춤으로써 에너지 안보와 지정학적 회복력을 강화하고자 한다. 또한 총선을 앞둔 조지아의 선거 동향, 제29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 개최국인 아제르바이잔의 정책 동향, 아르메니아의 국내 정치 동향도 서방 진영과 러시아의 오랜 각축장이었던 남코카서스의 역학관계에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 다음에서 분석해 볼 국제 정세의 현안은 남코카서스가 외부 압력에 취약한 상태에 있다는 점, 그리고 해당 지역을 둘러싼 지정학 관계의 미래와 에너지 안보 문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남코카서스의 전략∙지정학적 중요성소련의 붕괴를 계기로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한 남코카서스 지역 역내 국가들은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연결점으로서 매우 큰 지정학적 중요성을 지닌다. 이 지역은 한편으로 EU의 유럽근린정책(ENP: European Neighbourhood Policy)이나 동방 파트너십(Eastern Partnership)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유럽과의 전략적 연계를 추진해왔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견고한 러시아의 영향력이 서방측의 구상과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복잡한 이해관계에 노출되기도 한다. 러시아는 역사, 문화, 군사적 수단을 동원해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남코카서스의 안보 및 지정학적 측면에서 존재감을 유지하고자 한다. 이외에 역내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국가로는 이란, 튀르키예 등이 있으며, 이 중 이란은 역사적 연결고리와 지리적 인접성을 바탕으로 남코카서스에서 경제 파트너십이나 안보협력을 추진하면서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특히 이란은 역내에서 생산되는 에너지의 대외 공급로 역할을 담당할 잠재력을 지닌 국가라는 점에서 에너지 분야에서 큰 중요성을 지닌다.1) 한편 유럽과 아시아의 교차점이라는 전략적 입지를 보유한 신흥 강국 튀르키예는 트랜스 아나톨리아 천연가스 파이프라인(TANAP: Trans Anatolian Natural Gas Pipeline)을 비롯한 지역 차원의 에너지 구상에 적극 참여하고 있으며, 경제적 연결성 심화, 지역 안정화 지원, 분쟁 중재와 같은 수단을 통해 남코카서스 등지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강화하고자 한다. 튀르키예는 TANAP이나 트랜스 아드리아 파이프라인(TAP: Trans Adriatic Pipeline) 등 동방과 서방을 연결하는 에너지 공급로가 지나는 에너지 수송의 핵심 허브로서, 유라시아 전체의 경제역학이나 지정학 전략에도 큰 영향을 준다.에너지 및 인프라 네트워크 구축 노력중앙아시아와 남코카서스 간에는 에너지 협력의 무한한 잠재력이 존재한다. 이는 역내 국가들의 경제 체력을 제고하고 국제적 영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현재는 조지아, 아제르바이잔, 튀르키예, 카자흐스탄이 참여한 카스피해 횡단 동-서-중앙회랑(Trans-Caspian East-West-Middle Corridor, 이하 ‘중앙회랑’) 협정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2023년에는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카자흐스탄의 합작 철도회사 출범, 트빌리시 도로포럼(Tbilisi Road Forum)에서의 물류협정 체결, 중앙회랑 개발에 관한 조지아와 카자흐스탄의 10월 협정 체결 등으로 지역 간 수송역량 신장의 주요 전기가 될 중앙회랑 사업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되었다. 남코카서스 소재국들은 TAP, TANAP, 중앙회랑을 비롯한 에너지 사업을 바탕으로 에너지 허브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러한 에너지 합작사업은 외부 세력 의존도 축소, 에너지 안보 강화, 지정학적 입지 견고화, 통일성과 영향력을 지닌 지역 블록 형성에 기여하게 된다.2)현존 에너지 인프라 및 수송 네트워크남코카서스는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에너지 네트워크의 요충지이다. 위에서 소개한 TAP나 TANAP를 포괄하는 남부가스회랑(Southern Gas Corridor)은3) 카스피해 인근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유럽까지 운송하는 수단으로서 유럽이 가스 공급원을 다변화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4) <그림 1>은 TAP과 TANAP, 남코카서스 파이프라인(SCP: South Caucasus Pipeline)을 연결하는 남부가스회랑의 경로를 보여준다.<그림 1> TAP, TANAP, SCP를 포괄하는 남부가스회랑자료: 아제르바이잔 에너지부TAP과 TANAP은 최근 수년간 높은 수준의 에너지 수송 실적을 올렸다. 이 중 그리스-튀르키예 국경선에서 튀르키예 -조지아 국경선으로 이어지는 TANAP의 경우 연간 설계 수송량이 160억 입방미터(㎥)이고, 실수송량은 2022년에 100억㎥, 2023년에 120억㎥ 를 기록한 후 2024년에는 유럽에서의 가스 수요 증가로 최대 수송량인 160억㎥ 를 달성할 전망이다. 다음으로 남부가스회랑의 마지막 구간으로서 그리스-튀르키예 국경선에서 이탈리아로 이어지는 TAP의 설계 수송량은 현재 연간 100억㎥ 이지만, 이 수치는 미래에 200억㎥  수준으로 확대될 수 있다. TAP의 연간 실수송량은 2022년에 80억㎥, 2023년에 95억㎥  였으며, 2024년에는 설계용량인 100억㎥ 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점쳐진다.남코카서스 지역에는 전 세계로 에너지를 공급하는 데 필수적인 대규모 에너지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그 중에서도 에너지 부문의 주요 행위자인 아제르바이잔은 1일당 120만 배럴의 수송량을 지닌 바쿠-트빌리시-제이한(BTC: Baku-Tbilisi-Ceyhan, 2006년 개통) 파이프라인을 통해 석유를, 그리고 연간 설계 수송량 70억㎥ 규모의 SCP를 시작점으로 하는 남부가스회랑을 통해 천연가스를 각각 수출하고 있다. 아울러 조지아 또한 바쿠-숩사(Baku-Supsa) 파이프라인(1999년 개통, 1일당 수송량 14만 5,000배럴)과 BTC 파이프라인이 지나는 에너지 운송의 요충지이다.5)<표 1>에 따르면 아제르바이잔산 석유를 가장 많이 구입하는 5개국은 이탈리아, 튀르키예, 이스라엘, 인도, 독일 순이다. 이탈리아의 경우 에너지에 대한 전략적 수요가 크고 아제르바이잔산 에너지 공급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며, 튀르키예는 아제르바이잔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데다 무역관계도 활발하다. 이어 이스라엘, 인도, 독일도 아제르바이잔산 석유 수입을 통해 에너지 공급 안정화나 에너지 수입원 다변화 효과를 누리고 있다. 다음으로 아제르바이잔의 천연가스 수출 대상국 순위에서는 TANAP으로 연결된 튀르키예가 1위, TAP로 연결된 이탈리아가 2위,6) 그리고 에너지 공급원 다변화와 대러 가스 의존도 축소를 목표로 하는 그리스와 불가리아가 3, 4위에 올랐다. 또한 아제르바이잔산 에너지 수출의 경로로 활용되는 조지아도 대체로 국내 소비용으로 천연가스를 수입하며 5위를 기록했다.<표 1> 아제르바이잔의 석유 및 천연가스 수출 대상국자료: 아제르바이잔 국영 석유공사(SOCAR)역내 분쟁이 지역 안정성 및 에너지 안보에 미치는 악영향남코카서스는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에너지 수송 허브로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지만, 오랜 기간 이어진 역내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그 중에서도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둘러싼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의 분쟁은 지역의 안정성과 에너지 안보에 악영향을 미치는 핵심 이슈이다. 2020년에 발발한 양국 간 전쟁은 BTC 파이프라인의 정상 가동에 큰 위협이 되었고, 안정적인 에너지 운송 경로로 입지를 굳히는 데에 장해가 되었다. 이에 더해 사르상(Sarsang) 저수지를 비롯한 수자원 통제권 관련 분쟁이 격화되면서 아제르바이잔 내 일부 지역의 물 공급이 위협받고 지역 안정성이 저해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7) 러시아는 조지아 영토인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를 점령하고 이를 지정학적 영향력 유지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조지아와의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에너지 가격을 조정해 천연가스 가격의 변동을 유도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이는 남코카서스의 안정성을 저해하고 조지아의 독립적 에너지∙경제성장 정책 추진을 가로막는다. 이 사례는 무역 및 에너지 부문의 대러 의존이 각국에 취약성을 안겨준다는 문제점을 보여준다. 한편 조지아는 러시아의 비호를 받는 분리주의 지역의 존재 때문에 해외 투자 유치나 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EU의 에너지 허브로 도약한 남코카서스남코카서스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중대 계기로 EU의 핵심 에너지 허브로 부상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의 에너지 환경에 일대 변혁을 야기하면서 대러 에너지 의존도 축소와 대안적 에너지원 발굴의 필요성을 일깨워주었고, 이 과정에서 아제르바이잔이 주요 에너지 파트너로 주목받으면서 남코카서스가 유럽의 에너지 안보를 위한 대안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아제르바이잔의 전략적 중요성 증대를 확인할 수 있었던 계기 중 하나는 2022년 7월에 열렸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EU 집행위원장과 일함 알리예프(Ilham Aliyev)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사이의 정상회담이다.8) 이 회담에서 양 정상은 아제르바이잔산 천연가스의 유럽 수출 확대를 논의하고 유럽의 에너지 공급원 다변화 과정에서 아제르바이잔의 역할을 강조했으며, 회담 이후 채택된 양해각서는 아제르바이잔산 천연가스의 EU 수출량을 2027년까지 2배로 늘린다는 내용을 담으면서 유럽에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하고자 하는 아제르바이잔의 의지를 드러냈다. 상기 정상회담 이후로도 유럽과 아제르바이잔은 에너지 파트너십 심화를 위한 구체적 조치를 취해왔다. 일례로 2022년 12월에는 아제르바이잔과 헝가리 간에 사상 최초로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생산된 전력 공급 계약이 체결되었는데, 이는 아제르바이잔이 단순한 에너지 공급에 그치지 않고EU의 에너지 전환 목표에 맞추어 녹색 에너지 구상을 진전시키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2022 년 이후 EU는 러시아 에너지 부문에 제재를 가하고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아제르바이잔을 대안적 공급원으로 선택했고, 이 과정에서 남부가스회랑은 러시아를 거치지 않고 아제르바이잔산 천연가스를 유럽으로 직접 수송하면서 EU 가맹국들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9)아제르바이잔이 이처럼 유럽의 믿음직한 에너지 파트너로 등극할 수 있었던 데에는 몇 가지 배경이 존재한다. 첫째, 풍부한 천연가스 매장량과 전략적 입지가 유럽으로의 에너지 수송에 적합하다. 둘째, 안정된 정치환경과 능동적 에너지 정책이 유럽 파트너들과의 신뢰∙협력관계 구축을 도왔다. 이러한 요소들을 바탕으로 아제르바이잔은 BTC 파이프라인이나 TANAP 등 주요 에너지 사업에 참여하면서 지역 에너지 인프라의 중핵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한편 조지아 또한 아제르바이잔산 에너지를 유럽으로 수송하는 주요 경로로서, 자국의 전략적 입지를 바탕으로 남부 가스회랑 등 역내 사업에 협력하면서 남코카서스가 핵심 에너지 회랑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조지아의 참여는 에너지 자원의 원활한 수송을 도와 역내 안정화 및 에너지 안보 강화에도 기여한다.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의 유럽 정세는 아제르바이잔을 위시한 남코카서스가 유럽의 에너지 지평에서 중심적 행위자로 등극하는 계기가 되었다. 개전 이후 수립된 여러 전략구상과 파트너십은 유럽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지속가능 에너지로의 이행을 진전시키는 과정에서 남코카서스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에너지 분야 파트너로서 특히 각광받는 아제르바이잔의 사례는 남코카서스가 유럽으로의 안정적 이고 안전한 에너지 공급을 책임지는 주요 에너지 회랑으로서 활약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결론남코카서스에 위치한 국가들은 이란, 러시아, 튀르키예 등 세계∙지역 강국들이 만들어낸 복잡한 지정학적 환경에 놓여있다. 또한 나고르노-카라바흐나 조지아의 분리독립 영토 등 분쟁지역에서의 전략적 이익을 보유한 러시아는 해당 지역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역의 안정화와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여러 강국들 사이에서의 균형외교가 필수적이며, 남코카서스의 미래 전망은 협력외교와 전략적 연계를 통해 기회요소는 극대화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를 완화하려는 노력의 성패에 달려있다.한편 지역의 에너지 안보나 지정학적 안정성에 기여하는 TAP나 TANAP과 같은 대규모 인프라 사업들은 남코카서스가 동방과 서방을 연결하는 에너지 회랑으로서 지닌 전략적 중요성을 보여준다. 남코카서스가 앞으로도 각국 이익의 균형 잡힌 조율, 에너지 및 경제협력 진전, 인프라 네트워크 개선 등의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한다면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핵심 수송 허브로서 더욱 발전할 가능성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각주> 1) https://www.cmi.no/publications/8911-changing-geopolitics-of-the-south-caucasus-after-the-second-karabakh-war2) https://academic.oup.com/book/2493/chapter-abstract/142779105?redirectedFrom=fulltext3) https://www.tanap.com/en/tanap-project4) https://www.socarmidstream.az/project/tanap/5) https://www.sgc.az/en/project/scp6) https://minenergy.gov.az/en/xeberler-arxivi/tap-ile-avropaya-neql-olunan-azerbaycan-qazinin-hecmi-10-milyard-kubmetre-catib7) https://www.politico.eu/article/nagorno-karabakh-new-battle-water-azerbaijan-armenia/8) https://neighbourhood-enlargement.ec.europa.eu/news/statement-president-von-der-leyen-azerbaijani-president-aliyev-2022-07-18_en9) https://gfsis.org.ge/files/library/pdf/Eng-3371.pdf

러시아ㆍ유라시아 일반 Nargiz Hajiyeva / Azerbaijan State University of... / Research Fellow 2024-08-13

#에너지 #지정학 #긴장 #코카서스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아르메니아 자세히보기

[전문가오피니언] 중국-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CKU) 철도 프로젝트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CKU의 추진 배경 및 경과중앙아시아(CA: Central Asia) 국가들은 물류 운송에 러시아를 통과하는 경로를 주로 이용해 왔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해당 경로에 대한 물리적 위협과 국제사회의 對러시아 제재로 인한 제약이 증가하면서 수출입 경로의 다각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CKU: China-Kyrgyzstan-Uzbekistan) 철도 건설 프로젝트도 그 중 하나이다. <그림 1> CKU 철도 프로젝트 노선출처:  https://www.intellinews.com/central-asia-blog-whisper-it-but-work-on-25-year-old-china-kyrgyzstan-uzbekistan-railway-project-may-finally-start-247096/ 중국,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2024년 6월 6일 베이징에서 CKU 철도 프로젝트 추진 관련 정부 간 협정을 체결하였다. CKU 철도는 중국 구간 213km, 키르기스스탄 구간 260~280km, 우즈베키스탄 구간 50km로1) 구성되며, 총연장 523km로 2030년 완공을 목표로 2024년 10월 착공될 예정이다.2) CKU 철도 프로젝트는 중국 서부 카슈가르(Kashgar)에서 시작하여 키르기스스탄 토루가르트(Torugart)-아르파(Arpa)-막말(Makmal)-잘랄아바트(Jalal-Abad)를 거쳐 우즈베키스탄 남동부 안디잔(Andijan)을 연결할 예정이며,3) 이후 우즈베키스탄의 기존 철도망과 연결되어 인접국인 투르크메니스탄 및 이란으로 이어지게 된다. 철도뿐만 아니라 물류 창고, 화물 터미널, 정류장 등 추가 인프라도 함께 건설될 예정이다. CKU 철도 프로젝트와 관련한 양해각서(MOU)는 1997년에 이미 체결되었고, 이후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 포함되어 카자흐스탄과 러시아를 경유하는 북부 경로에 대한 대안으로 대두되었다. CKU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기존 중국-유럽을 연결하는 육상 경로를 약 900km 단축하고, 소요 기간 역시 7~8일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은 모두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국가 간 상품 거래는 구소련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중앙아시아 전역 및 중국에서 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CKU 철도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서아시아, 중동 및 유럽으로 향하는 상품과 천연자원의 주요 운송경로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한편, 중국,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은 2023년 5월 중국 시안(Xian) 정상회의를 통해 CKU 철도 프로젝트를 2023년 하반기부터 추진하기로 합의하였으나,4) 이후 중국이 투자 불확실성 등의 이유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진행이 지연되었다. 사디르 자파로프(Sadyr Japarov) 키르기스스탄 총리는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은 이번 프로젝트 추진에 긍정적인 입장이나, 중국은 적극적이지 않다’5)라고 언급한 바 있다. 중국의 태도와 관련하여 정확한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러한 중국의 입장으로 인해 CKU 프로젝트 추진이 상당히 지연되고 있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CKU 철도 프로젝트의 총비용은 약 80억 달러(11조 880억 원)로 추산되고 있으며, 이 중 키르기스스탄 구간을 건설하는 데에만 약 47억 달러(약 6조 5,140억 원)가 소요될 전망이다.6) 전체 비용의 51%를 중국이 부담하고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이 각각 나머지 비용의 24.5%씩을 부담하기로 합의했으며,7) 키르기스스탄의 경우 중국의 대출을 통해 자금을 충당할 계획이라고 밝혔다.한편, 중국과 중앙아시아 국가 간 표준 궤간(gauge) 불일치 문제(중국: 1,435mm, 중앙아시아: 1,520mm)는 철도 건설 과정에서 극복해야 할 주요 과제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 궤간을 연결하는 별도의 역을 건설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매년 약 1만 3,000회 이상의 지진 및 눈사태가 발생하는 키르기스스탄의 험난한 자연 조건을 감안, 원활한 철로 운영을 위해 90개 이상의 교량 및 50개의 터널을 신규로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CKU 철도 프로젝트 관련 3국의 주요 고려사항1.  중국현재 중국은 카자흐스탄과 러시아를 통해 남코카서스(South Caucasus), 중동 및 유럽을 연결하는 철도망을 운영하고 있는데, △도스틱(Dostyk)-오렌부르크(Orenburg) -브레스트(Brest) 노선 △시베리아 횡단철도(Trans-Siberian Railway) △도스틱-알라샨쿠(Alashankou) 통과 지점(crossing point) 등을 통해 철도 운송에 있어 독점적인 지위를 갖고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고 있다.CKU 철도 프로젝트는 낮은 기술적 이행 가능성과 증가하는 비용 문제로 인해 중국의 주요 관심 사안이 아니었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앙아시아의 지정학적 중요성 증대로 인해 중국의 입장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국과 러시아 간의 긴장 속에서 중국은 명백히 러시아를 지원함과 동시에, 전 세계와 자유롭고 제한 없는 교역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최근 필리핀을 중심으로 남중국해를 둘러싼 국가들과 분쟁이 계속되면서 중국의 해상 운송이 제한될 가능성도 커진 상황이다. 대만 문제 및 인도-태평양, 북극-유라시아 내 주요 국가들과의 다양한 외교·안보 이슈에 대한 논의에서도 중국이 국제사회의 규범과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 이에 중국은 물류, 운송, 교역 등 분야의 우군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새로이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2.  키르기스스탄키르기스스탄은 CKU 철도 프로젝트를 통해 중앙아시아 운송경로에 통합되면서 제한된 물류 연결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키르기스스탄 정부의 최우선 전략 과제는 철도를 통해 남부와 북부 지역을 연결하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키르기스스탄 남부와 북부는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고, 겨울철 결빙으로 통행이 어려우며, 주민들의 가치관 및 사고방식의 차이, 경제적 발전 수준 차이에서 발생하는 정치·경제적 격차가 커서 통합이 어려운 상황이다.8)한편, CKU 철도 프로젝트는 키르기스스탄에 있어 상당한 도전과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재 키르기스스탄 외채 총 40억 달러(약 5조 5,440억 원) 중 약 43%가 중국은행의 자금으로, 키르기스스탄은 對중국 채무 비율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CKU 철도 프로젝트가 진행됨에 따라 키르기스스탄이 중국발 부채의 함정(debt trap)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으며, 키르기스스탄의 천연자원 거래 및 중요 인프라에 대한 접근 권한이 중국에 이양될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키르기스스탄은 CKU 철도 프로젝트 완공 이후 연간 최대 2억 달러(약 2,754억 원)의 통행료(transit fee) 수익을 예상하고 있으나, 건설 비용 및 중국의 대출금 상환에 필요한 액수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된다.9) 일각에서는 키르기스스탄의 주요 무역 상대국인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및 중국과의 거래에서 수입이 수출을 큰 폭으로 상회하며 무역 적자폭이 매우 크다는 점을 지적하며 CKU 철도 프로젝트가 키르기스스탄의 중·장기 무역 수지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10) 한편, 키르기스스탄의 잘랄아바트 지역은 금(gold), 철광석(iron ore), 석고(gypsum), 희토류(rare earth elements), 우라늄(uranium) 등의 풍부한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나11) 적절한 교통수단이 없어 이렇다할 개발이 진행되지 않고 있는데, 중국이 CKU 철도 프로젝트를 통해 해당 지역의 천연자원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3.  우즈베키스탄우즈베키스탄은 접경국인 아프가니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 이란 등을 경유하여 해양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개발 프로젝트를 오랜 기간 추진해 왔다. CKU 철도 프로젝트도 이러한 운송경로 개발 전략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CKU 철도 프로젝트 내 우즈베키스탄 구간은 키르기스스탄 구간에 비해 상당히 짧으며,12) 우즈베키스탄은 이미 광범위한 철도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이번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상대적으로 큰 절박함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CKU 철도 프로젝트를 현재 운행 중인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과의 철도 연결을 바탕으로 역내 더 큰 물류 연결성을 위한 또 다른 기회로 간주하고 있다.우즈베키스탄은 현재 정책적으로 중앙아시아와 아프가니스탄을 거쳐 남아시아를 연결하는 아프가니스탄 국제회랑(Trans-Afghan Corridor)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Shavkat Mirziyoyev)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은 향후 CKU 철도 프로젝트가 아프가니스탄 국제회랑을 통해 남아시아 및 중동 시장에 접근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13) CKU 철도 프로젝트의 지정학적 영향중국은 국제사회의 對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으면서 러시아를 통한 해상 및 육상 운송경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교역을 지속해 왔고, 2024년 1/4분기 양국 간 화물 수송량은 약 4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14)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CKU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는 배경에는 러시아-중국의 외교관계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데, CKU 프로젝트가 러시아의 운송경로 수익(transit interest)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15)마찬가지로 중국은 카자흐스탄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카자흐스탄은 2013년 중국 일대일로 이니셔티브가 처음 발표된 국가로,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의 최대 우호국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몇 년 동안 카자흐스탄은 중국과의 국경을 따라 도스틱-모인티(Mointy) 구간, 다르바자(Darbaza)-막타라랄(Maktaaral) 철도, 제티겐(Zhetygen)-카즈벡 비(Kazbek Bi) 철도, 바흐티(Bakhty)-아야코즈(Ayakoz) 구간 등을 개선하는 작업을 추진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 왔다.16) 키르기스스탄은 교역을 위한 운송 접근성 측면에서 카자흐스탄 북부 지역에 일정 부분 의존하고 있는데, 카자흐스탄은 자신의 영토를 통과하는 화물에 대해 키르기스스탄으로의 경유를 제한하여 경제적으로 불이익을 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카자흐스탄이 키르기스스탄 상품의 국경 통과를 지연 혹은 중단시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으며, 키르기스스탄은 유라시아 경제 연합(EEU: Eurasian Economic Union) 등 다자간 플랫폼에 이러한 문제에 대한 중재를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키르기스스탄은 CKU 철도 프로젝트를 통해 운송·물류 부문에서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필요한 정책적, 법적 조치들이 어떻게 실행될지는 불분명하다. 카자흐스탄은 CKU 철도 프로젝트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는 역내 물류 및 운송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지역협의체 자체의 부재 때문이기도 하다. CKU 철도 프로젝트가 2030년 예상대로 완료될 경우, 인접 국가인 카자흐스탄과 러시아는 이를 통해 다양한 기회를 얻는 동시에 많은 도전 과제에 직면할 수 있다.결론CKU 철도 프로젝트는 건설 초기 단계부터 많은 의문 및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특히 자금 조달, 투자, 기술적 실행 가능성 및 지정학적 영향 등에 대한 우려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CKU 철도 프로젝트를 중국이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의 천연자원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하고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장기적인 계획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 문화센터, 전통의학센터 및 중국 직업교육 시스템 도입을 위한 노반공방(Luban Workshop) 등을 개설하여 정치적, 문화적 영향력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키르기스스탄은 CKU 철도 프로젝트를 물류 연결성 개선의 기회로 간주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경제성장, 일자리 창출 및 빈곤계층을 대상으로 한 경제적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키르기스스탄 정부는 CKU 철도 프로젝트와 관련된 다수의 도전과제를 극복할 의지를 가지고 있는 반면, 카자흐스탄과 러시아는 해당 프로젝트의 진전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며 필요한 경우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 위한 준비를 지속하고 있다.    <각주>1) https://www.globaltimes.cn/page/202405/1312716.shtml2) https://eurasianet.org/kyrgyzstan-uzbekistan-china-when-is-a-done-deal-really-done3) https://www.rferl.org/a/china-kyrgyzstan-uzbekistan-railway-project-challenges/32661996.html4) https://www.caspianpolicy.org/research/uzbekistan/a-possible-end-to-china-kyrgyzstan-uzbekistan-railway-line-137605) https://www.voanews.com/a/kyrgyz-officials-optimistic-about-china-kyrgyzstan-uzbekistan-railway-project-/7566261.html6) https://thediplomat.com/2024/05/china-kyrgyzstan-uzbekistan-construction-to-begin-in-october-kyrgyz-president-says/7) https://vlast.kz/english/60686-the-china-kyrgyzstan-uzbekistan-railway-between-optimism-and-concern.html 8) https://www.eurasiareview.com/29062024-why-does-china-need-another-railway-through-central-asia-analysis/9) https://www.eurasiareview.com/29062024-why-does-china-need-another-railway-through-central-asia-analysis/10) https://thediplomat.com/2024/05/china-kyrgyzstan-uzbekistan-construction-to-begin-in-october-kyrgyz-president-says11) https://eutoday.net/who-will-benefit-from-the-construction-of-the-china-kyrgyzstan-uzbekistan-railway/12) https://www.rferl.org/a/china-kyrgyzstan-uzbekistan-railway-project-challenges/32661996.html13) https://timesca.com/china-kyrgyzstan-uzbekistan-railway/14) https://www.eurasiareview.com/29062024-why-does-china-need-another-railway-through-central-asia-analysis15) https://jamestown.org/program/shifting-geopolitics-threaten-to-shelve-china-kyrgyzstan-uzbekistan-railway-project16) https://www.eurasiareview.com/29062024-why-does-china-need-another-railway-through-central-asia-analysis

러시아ㆍ유라시아 일반 Zhulduz Baizakova / Al Farabi Kazakh National Univ... / Senior researcher 2024-08-13

#중국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철도 #CKU #중앙아시아 #운송망 자세히보기

[전문가오피니언] 우즈베키스탄의 WTO 가입: 기회와 도전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서론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 최대의 인구 대국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1991년 독립 직후 약 2,100만 명이었던 우즈베키스탄의 인구는 2022년 기준 3,650만 명으로 증가했다.1) 국제통화기금(IMF)은 우즈베키스탄의 GDP가 2023년 908억 9,000만 달러(약 126조 원)에서 2024년 말에는 979억 6,000만 달러(약 135조 원)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카자흐스탄에 이어 중앙아시아 두 번째로 큰 경제규모에 해당한다. 우즈베키스탄의 경제는 2018년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2029년에는 GDP가 1,700억 달러(약 235조 6,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2) 이러한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우즈베키스탄의 경제는 현재 높은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에 직면해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전 세계적인 경제 침체에 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우즈베키스탄의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은 상승하고 공급망은 훼손되었다. 우크라이나, 러시아와 이웃 국가로서 밀접한 무역 관계를 맺고 있던 우즈베키스탄의 경제 상황은 크게 악화되었다. 그 결과, 2023년 연평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12.3%에 이르렀다.3) 2023년 말 기준 실업률은 6.8%로, 전쟁이 발발했던 2022년의 8.9%보다는 다소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4) 전쟁의 영향으로 우즈베키스탄 이주 노동자의 이동도 감소했고, 서방 제재와 그로 인한 러시아의 경제 침체도 우즈베키스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다.1991년 독립 이후 우즈베키스탄은 면화 기반 경제에서 산업 생산 중심의 경제로 전환했으며, 현재는 자동차 산업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2024년 기준으로 산업 및 서비스 부문이 GDP 성장의 주요 동력이며, 농업의 기여도는 상대적으로 미미하다.5) 그러나  GDP의 약 4분의 1은 여전히 농업으로 구성되어 있다(<그림 1> 참조).6) <그림 1> 우즈베키스탄 산업별 GDP 비중(단위: %)자료: Word Bank, World Development Indicator https://databank.worldbank.org/source/world-development-indicators# * 2022년 및 2023년 자원 지대(Mineral Rent)는 저자의 전망치임.우즈베키스탄의 국제 무역은 전통적으로 구소련 시절의 선례를 답습했다. 2014년 독립국가연합(CIS) 자유무역지대에 가입했고 2020년에는 유라시아 경제연합(EAEU)의 옵서버가 되었다. 러시아 경제 영향력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대표적인 경제 협력체들이다. 비교적 최근인 2021년에 들어서야 EU의 일반특혜관세제도 플러스(GSP+) 지위를 획득하여 EU와의 무역에서 많은 제품에 대한 관세가 철폐되었는데, 이를 계기로 수출입 규모가 크게 증가하였다((그림 2> 참조). 우즈베키스탄은 수출 증대와 세계 경제 통합을 촉진하기 위해 WTO 가입 또한 추진하고 있는데, 최종 가입을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개혁과 무역 장벽 완화가 요구된다.7)<그림 2> 우즈베키스탄 수출입액(단위: 10억 달러)자료: Word Bank, World Development Indicator, https://databank.worldbank.org/source/world-development-indicators# 우즈베키스탄 경제 독립의 역사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첫 10년 동안 우즈베키스탄의 경제 정책은 경제적 자립을 추진하면서 안정성을 보장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독립 직후 우즈베키스탄은 러시아와 아시아발 금융 위기로 여러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우즈베키스탄 숨(UZS)과 다단계 외환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점진적 개혁을 이루었다. 독립 후 두 번째 10년(2002-2011)은 우즈베키스탄이 세계 경제와의 통합을 확대하고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며, 특히 미국과 강한 유대를 형성한 시기였다. 이 기간에 중국, 터키와의 무역 관계와 FDI 유입도 증가했다. 2000년대에는 조지아, 우크라이나, 키르기스스탄 등 구소련 국가에서 비폭력 저항 운동인 ‘색깔 혁명(color revolutions)’이 연이어 발생했는데, 이때 서방과 다국적 NGO들은 구소련 국가들의 민주화를 위해 많은 지원을 제공했다. 2005년 우즈베키스탄에서도 민주화 시위의 일종인 안디잔(Andijon)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를 계기로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서방과의 통합에 신중하게 접근하면서 러시아와의 관계를 다시금 강화하게 되었다. 이후 2016년 초대 대통령 이슬람 카리모프(Islam Abduganiyevich Karimov)가 사망한 후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Shavkat Mirziyoyev) 대통령이 취임한 후에야 우즈베키스탄은 전 세계 및 서방과의 관계를 개선하게 되었다.8) 경제 성장과 번영을 추구하는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의 정책은 지난 몇 년간 우즈베키스탄 경제 성장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다양한 도전에도 불구하고, 전략적 경제 정책 및 정치적 선택은 다른 개발도상국 및 구소련 국가들과 차별화되며 두드러진 성과를 이루어 냈다.우즈베키스탄의 WTO 가입 노력우즈베키스탄은 2026년 카메룬에서 열리는 제 14차 각료회의까지 WTO 가입을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6년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우즈베키스탄의 세계 경제통합을 강화하고 무역 및 투자를 개선하기 위하여 WTO 회원국으로 공식 가입을 재추진한다고 선언했다. 1994년에 시작되고 2007년 중단되었던 우즈베키스탄의 WTO 가입 노력은 역사상 가장 긴 가입 과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9) 2024년 5월에 열린 우즈베키스탄의 WTO 가입 제8차 실무 회의에서 관계자들은 지식재산권, 무역 장벽, 위생 조치, 관세 등 WTO 기준에 맞춘 무역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자믈리드 카드자에프(Jamshid Khodjaev) 우즈베키스탄 부총리가 이끄는 정부 간 위원회가 WTO 가입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 개혁과 법안 도입을 주도하고 있다.10) 2024년 6월,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Ngonjo-Iweala) WTO 사무총장이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하여 고위급 회의에 참석해 가입 절차와 경제 개혁에 관한 논의를 진행했으며, WTO 관계자들은 우즈베키스탄의 강력한 가입 의지와 빠른 개혁 추진에 주목했다.11) 지금까지 우즈베키스탄은 10개 CIS 국가와 자유 무역 협정을 체결했다. 또한, 27개의 EU 회원국, 중국, 미국, 터키를 포함한 47개의 파트너와 양자 최혜국 대우(MFN: Most Favored Nation) 협정을 맺었다. 이러한 협정을 맺지 않은 국가와의 무역에 대해서는 전면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12) 우즈베키스탄의 경제적 이익WTO 회원국이 되면 우즈베키스탄의 세계 시장 접근성이 개선되고, 무역 장벽 및 관세 감소, 그리고 수출 다변화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는 2030년까지 상위 중간 소득 경제로 도약하려는 우즈베키스탄의 목표와 일치한다. 우즈베키스탄이 중간 소득 경제로 도약하려면 수출 증가와 1인당 소득 증가가 필수적인데,13) 우즈베키스탄이 WTO에 가입하게 되면 즉시 상당한 규모의 무역 자유화가 시행될 것이며 이는 자연스럽게 무역량 증가와 국민 소득 증대로 이어질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WTO 가입을 위해 도입하는 정책 변화가 클수록 가입 이후의 혜택도 커진다.14) 독립 이후 우즈베키스탄은 꾸준히 무역 파트너를 다변화해 왔다. 독립 초기인 1991년부터 2010년까지의 대외무역은 러시아가 장악하고 있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2010년 이후로는 점차로 러시아 이외의 국가들과 무역 규모를 확대하였고, 중국·카자흐스탄·한국·터키가 우즈베키스탄의 수출 및 수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그림 3>, <그림 4> 참고).15) WTO 가입으로 우즈베키스탄은 교역 상대국 범위를 더욱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즈베키스탄보다 먼저 WTO에 가입한 키르기스스탄의 경우, 1998년에 WTO에 가입한 후 국제기구와 기부자의 지원에 힘입어 진행된 구조 개혁을 통해 경제를 자유화하였고, 이는 세계 경제로의 통합을 촉진하여 무역량을 크게 증가시킨 것으로 평가된다.16)  <그림 3> 우즈베키스탄 상위 5개 무역 상대국 총수입 규모(단위: 10억 달러)자료: IMF, Direction of Trade Statistics<그림 4> 우즈베키스탄 상위 5개 무역 상대국 총수출 규모(단위: 10억 달러)자료: IMF, Direction of Trade StatisticsWTO 회원국 자격은 안정된 무역 환경의 보증이 되어 국제사회의 신뢰를 확보하고 외국인직접투자 유입을 촉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은 WTO 가입 이후 상당한 FDI 증가를 경험했으며, 이는 산업 성장으로 이어졌다.17) 우즈베키스탄의 FDI는 2018년 이후 증가하고 있지만, 포스트 소비에트 경제로서 장기적인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FDI 유치가 필요하다(<그림 5> 참고). WTO 가입을 위해서는 많은 국내법과 정책 개혁이 필수적인데, 이는 비즈니스 환경 개선과 그에 따른 외국인 투자 유치에 도움이 된다. 우즈베키스탄도 WTO 가입으로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국제 기준에 맞춰 법률을 정비하여 비즈니스 및 투자자 신뢰를 향상하며, 경제를 다양화하여 더 큰 회복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18) <그림 5> 우즈베키스탄 외국인직접투자 총유입 (단위: 100만 달러)자료: World Bank, World Development Indicators, https://databank.worldbank.org/source/world-development-indicators# 경제 및 외교적 의의: 미국, 중국 및 러시아의 입장 미국과 러시아는 우즈베키스탄의 WTO 가입을 지지하지만, 경제 방향에 대한 견해는 다르다.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의 유대 관계는 여전히 강력하다. 미국은 우즈베키스탄이 유라시아 경제연합(EEU) 회원국이 되면 WTO 가입에 장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한다. 중국은 우즈베키스탄의 WTO 가입이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와 일치하기 때문에 반대하지는 않는다.미국은 경제 자유화를 촉진하고 중앙아시아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우즈베키스탄의 WTO 가입을 지지한다. 전략적 파트너십과 민주적 개혁은 미국-우즈베키스탄 관계에서 핵심적이며, 우즈베키스탄은 2002년 3월에 체결된 전략적 파트너십 선언 이후 미국의 중요한 지역 파트너로 여겨진다.19) 우즈베키스탄의 전략적 중요성은 9/11 테러 이후 증가했으며, 우즈베키스탄의 세속적 지도부는 급진적 극단주의와의 전쟁 및 아프가니스탄에서 ‘항구적 자유 작전(OEF: Operation Enduring Freedom)’을 지지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2005년 안디잔 사건 이후 미국과 서방의 지원으로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 우크라이나, 조지아에서 정권이 전복되었고 이에 따라 마국-우즈베키스탄 관계가 악화된 바 있다.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의 WTO 가입 추진은 서방 및 미국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려는 신호로 이해될 수 있다.중국의 거대한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는 지역 경제 통합, 중앙아시아 국가 간의 육로 연결성 증가 및 상품과 서비스의 간소화된 운송을 목표로 한다.20) 따라서 우즈베키스탄의 WTO 가입은 무역 경로와 경제적 유대를 강화하려는 중국의 이익과 상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21) 반면, 중국은 경제 통합을 지지하면서도 우즈베키스탄의 WTO 가입을 통한 미국의 영향력 증가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러시아는 중국보다 우즈베키스탄의 WTO 가입에 대해 더 신중하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앙아시아에서 이미 취약해진 러시아의 영향력을 더욱 약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유라시아 경제연합과 같은 지역 조직을 통해 지배력을 유지하려 하지만,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이 지역에서의 영향력, 대중적 지지 및 경제적 접근이 심각하게 훼손되었다.22) 향후 방향 및 도전 과제내부 및 외부적 도전과제중앙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우즈베키스탄 수입 관세는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1991년부터 2016년까지 재임한 카리모프 대통령 시절부터 유지해 온 보수적인 경제 및 무역 정책의 영향이다. 특히 자동차, 화학, 농업 부문은 우즈베키스탄에서 특별 보호를 받는 산업이다.일부 연구자들은 우즈베키스탄의 WTO 가입이 경쟁을 심화하고 자동차 산업, 특히 우즈베키스탄의 주요 국영 자동차 제조 및 조립업체인 우즈아브토사노아트(Uzavto sanoat)에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자동차 산업과 함께 보호받는 기업의 지역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중한 협상과 긴 단계적 폐지 기간이 필요하다.23) 반면, 화학 부문에서 연구자들은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다른 전망을 내놓았다. 첫 번째 시나리오에서는 수입량이 증가하며 소비자 복지(Consumer Welfare) 수준이 약간 증가하지만 세수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두 번째 시나리오에서는 세수가 증가하는 반면 수입량과 소비자 복지 수준이 감소하며 보다 공정하고 경쟁적인 환경이 조성된다.24) 농업 부문의 경우, WTO 가입을 위해 우즈베키스탄 관세를 유라시아 경제연합(EEU) 관세와 통일시키는 것이 최적이라고 여겨진다. 현재 우즈베키스탄의 관세가 EEU보다 낮으면 변동 없이 유지되고, 높으면 EEU 수준에 맞추어 조정된다. 이 접근 방식은 농업 부문 수입량을 약간 감소시키겠지만 정부의 관세 수입을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25)2026년 14차 각료회의 전까지 추진될  주요 마일스톤우즈베키스탄의 WTO 가입을 위한 실무단은 WTO 일반이사회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관심 있는 모든 WTO 회원에게 열려 있다. 가입 절차는 다자간, 다수 간, 양자 간 트랙을 병행하여 진행된다. 우즈베키스탄은 외국무역 체제에 관한 양해각서(MFTR: Memorandum on the Foreign Trade Regime)를 준비했으며, 실무단은 Q&A 세션을 통해 이를 검토했다. WTO 사무국은 현재 우즈베키스탄의 가입 약속을 상세히 기술한 초안 실무단 보고서(DWPR: Draft Working Party Report)를 작성 중에 있다.26)양자 협상 과정에서 우즈베키스탄은 상품 및 서비스 제안과 요청을 기반으로 다른 WTO 회원국들과 관세 양허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완료된 협정은 WTO 사무국에 제출되어 모든 서명 회원국이 검증할 초안 양허 및 약속 문서(Concessions and Commitments Schedule)로 작성된다.27) 다수 간 협상에서 우즈베키스탄은 특정 분야에 관심 있는 WTO 회원국과 논의한다. 주요 주제 중 하나인 농업은 아직 완전히 논의되지 않았으나, 이 절차들이 완료되면 실무단은 초안 가입 패키지를 최종화할 것이다. 이 패키지는 일반이사회에서 검토하여 우즈베키스탄 가입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결론우즈베키스탄의 WTO 가입 추진은 세계 경제와의 통합을 향한 중요한 전략적 움직임이다. 역사적으로 면화에 의존하던 경제에서 산업 및 서비스 중심의 경제로 전환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은 WTO 회원국이 되면 경제 다각화, 무역 장벽 축소, 시장 접근성 향상 플랫폼을 제공받게 된다. 더 안정된 무역 환경을 조성하고, 투자자 신뢰도를 높이며, 잠재적으로 외국인 직접 투자(FDI) 유입을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경제 개혁은 우즈베키스탄의 장기적인 성장과 2030년까지 상위 중간 소득 국가가 되겠다는 목표에 필수적인 단계이다.WTO 회원국이 되는 것은 정치적으로도 우즈베키스탄에 매우 중요하다. 미국, 러시아, 중국과 같은 주요 강국들의 지원은 중앙아시아에서 우즈베키스탄의 지정학적 입지를 보여준다. 이들 국가는 우즈베키스탄과 경제적 이해관계를 맺고 있다. 미국은 경제 자유화를 촉진하고, 러시아는 지역적 영향력을 유지하려고 하며, 중국은 우즈베키스탄을 자신의 일대일로에 통합하려 한다. 우즈베키스탄이 이러한 관계를 균형 있게 유지하면서 보다 광범위한 글로벌 통합을 추구하는 우즈베키스탄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신중한 외교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각주>1) World Bank, 20242) IMF, 20243) International Trade Administration, 20234) Daryo.uz, 20245) Uzstat, 20246) World Bank, 20227) International Trade Administration, 20238) Sakal, 20179) Pomfret, 2020; World Bank, 2022, p. 610) WTO, 2024a11) WTO, 2024b12) German Economic Team, 202313) 세계은행, 2022, p. 614) Allee & Scalera, 201215) Sakal, 201716) Smeets et al., 201917) Bhat, 200918) Escaith & Chemutai, 201719) Akbarzadeh, 200420) Melnikovov , 202021) Umarov & Kassenova, 202422) Lubin & Goodby, 2023; Standish, 202423) Turakulov & Umirdinov, 201924) Melnikovov  et al., 202225) Moyliev, 202326) WTO, 2024c27) Ibid.

우즈베키스탄 Halil Burak Sakal / Cappadocia University / Professor 2024-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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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2024년 몽골 총선 결과와 전망

지난 6월 28일 몽골에서는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치러졌다. 1992년 첫 총선 이후 아홉 번째 선거다. 선거는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고, 개표도 큰 잡음 없이 완료되었다. 몽골 국내외 언론의 평가도 대체로 긍정적이며, 선거 전후 과정을 지켜본 외국인 선거감시단도 선거운동 과정, 선거 과정, 개표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고 발표했다. 그렇다고 전혀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6월 15일 밤 제1선거구인 우부르항가이 아이막(우리의 ‘도’에 해당) 상트 솜(우리의 ‘군’에 해당)의 민주당 위원장이 인민당 선거운동원에 의해 살해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한 것이 그 한 사례다. 그 밖에도 선거와 관련하여 크고 작은 일이 있었지만, 역사상 가장 많은 후보가 난립한 선거 치고는 그런대로 조용히 치러졌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이번 선거에는 19개 정당, 2개 정치연합, 40여 명의 무소속 후보를 비롯해 총 1,341명의 후보가 126석을 두고 경쟁했다. 그 결과 집권당인 인민당 68석, 제1야당인 민주당 42석, 훈당(HUN party) 8석, 민족 연합 4석, 시민의 용기-녹색당이 각각 4석을 차지했다. 2016년 총선(총 76석 중 인민당 65석, 민주당 9석, 기타 2석), 2020년 총선(총 76석 중 인민당 62석, 민주당 11석, 기타 3석)과 비교하면 획기적인 의석의 변화다. 이로써 인민당은 다수당으로서 단독 정부를 구성할 수 있게 되었고, 야당도 국정을 견제할 수 있는 충분한 의석을 확보했다. 외형적으로는 이상적인 의석 분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각 당과 현재의 몽골 정치 상황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한 몽골인 작가가 적절하게 지적했듯이 2024년 총선 결과는 “구름 낀 하늘에 무지개가 뜬” 상황이다. 구름이 걷히지 않아 불안한 가운데, 그래도 무지개처럼 의회 내 정치 세력이 다양해졌다는 뜻이겠다.주요 정당의 사정계산이 가장 복잡한 당은 12년 연속 집권을 예약한 인민당이다. 인민당은 2016년과 2020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었다. 총 76석 중 65석과 62석을 차지했으니 명실상부한 압승이다. 그러나 의석수가 126석으로 늘어난 2024년 총선에서는 6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이는 겨우 집권당의 지위를 유지할 정도의 의석이다. 일부 평론가들이 이번 선거를 사실상 인민당의 패배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장기 집권에 대한 견제 심리, 반복되는 부패 사건, 어려운 서민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선거 전 분위기는 인민당에 그리 나쁘지 않았다. 전문가에 따라 전망이 다르긴 했지만, 일부 분석가들은 인민당이 80석까지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우선 100여 년 역사를 가진 가장 오래된 정당으로서 인민당에는 충성심이 강한 다수의 고정 지지층이 있다. 최근 3년 동안 총리 주도로 추진한 부패와의 전쟁도 국민으로부터 어느 정도 호응을 얻었다. 인민당은 또한 8년의 집권 기간에 구축한 공무원 조직, 국가 기구, 정책 수단을 두루 활용할 수 있는 데다가, 국영 TV를 비롯하여 우호적인 언론이 있다는 것이 그 근거였다. 예컨대 인민당은 작년부터 임금과 각종 보조금 인상, 목축민들의 협동조합 구성 지원 등에 국가 예산을 대규모로 쏟아부었다. 정부의 영향력 아래 있는 국영 TV의 밤 8시 선거 방송은 누가 봐도 인민당에 유리하게 편성되었다. 선거 방송에서 인민당이 점하는 비중이 57%로 민주당 18%, 훈당 9%에 비하여 압도적으로 높았다는 것이 이를 확인해 준다.그렇다면 이렇게 유리한 환경에서 인민당이 저조한 성적표를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2016년 이후 8년간의 장기 집권에 대한 견제 심리이다. 1992년 총선 이후 몽골인들은 대선과 총선에 대하여 대체로 교차로 투표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대통령과 집권 세력의 당이 다를 경우 국정에 다소 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견제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런데 인민당은 2016년과 2020년 총선에서 압승하고 2021년 대선에서도 큰 승리를 기록했다. 1당 독주가 이어지면서 어떤 식으로든 견제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은 서민 경제, 2022년 말 드러난 국가의 주요 자원인 석탄의 불법 수출, 중소기업 재단을 비롯한 정부 산하에 있는 각종 재단의 불법 대출 등 정경유착과 부패 사건 등은 집권 세력으로부터 유권자들의 등을 돌리게 했다.제1야당인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42석을 얻어 이전에 비하여 크게 약진했다. 비록 정부를 구성할 정도의 의석은 아니지만, 강력한 야당으로서 역할을 하기에 충분한 의석을 얻었다. 사실 지난 8년 동안 민주당은 소수당으로 전락하여 야당의 역할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그러기는커녕 내부 분열로 당대표와 지도부 자리를 놓고 소송전을 벌이면서 그 위상이 땅에 떨어졌다. 이러한 분열과 내부 권력투쟁은 공천과 선거운동 과정, 심지어 선거 당일까지 이어졌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런 제반 사정을 고려하면 민주당의 총선 성적표는 기대 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물론 민주화 이후 몽골의 주요 정당으로서 위상도 있지만, 그보다는 인민당 1당 지배에 대한 견제 심리와 애써 쟁취한 민주주의의 훼손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카타르 언론 알자지라(Al Jazeera)는 이번 선거 보도에서 관측통들의 말을 인용하여 몽골의 언론 자유 지수가 떨어지고, 법에 대한 존중이 현저히 낮아졌다고 보도했다. 국제기구의 여론조사를 보아도 몽골의 민주화 지수는 최근 2년 연속 하락하는 추세이고, 지난 5월에 발표된 몽골의 대표적인 여론조사 기관 상트 마랄(Sant Maral) 재단의 조사에서도 설문에 응한 몽골 국민의 33.8%가 ‘몽골이 독재로 가고 있다’고 답했다. 모두 인민당 집권 이후에 벌어진 일인데, 이러한 분위기가 여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2024년 총선에서 야당으로서 국민의 신임을 얻은 민주당이 내부 분란을 극복하고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뿌리 깊은 계파 갈등 때문이다. 민주당은 처음 1980년대 말~1990년대 초기 민주화 과정에서 등장한 다양한 정파들이 모여 만든 정당이다.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이들은 여당일 때나 야당일 때나 한결같이 계파 갈등에 시달렸다. 처음에는 4개 혹은 5개 계파로 나뉘어져 있었지만, 그중 일부는 아예 민주당을 떠나고, 현재는 대략 3개 정도로 정리되었다. 하나는 엘벡도르지(T. Elbegdorj) 전 대통령(2009~2017년 재임)이 중심에 있는 ‘그랜드 몽골’이다. 이들은 몽골의 남북 이웃인 중국과 러시아보다는 서방 쪽에서 출구를 찾는 자유주의에 편향된 정파다. 다른 하나는 바트톨가(H. Battulga) 전 대통령(2017~2021년 재임)이 중심에 있는 ‘몽골 민주 연합’이다. 이들은 대체로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정파로서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에의 정회원 가입도 전적으로 부정하는 입장은 아니다. 세 번째는 현재 민주당 대표를 맡고 있는 강투무르(L. Gantumur) 등이 소속된 된 ‘하나의 몽골’이다. 하나의 몽골은 그랜드 몽골과 몽골 민주 연합 사이의 중재자이며, 당내 최대 계파로서 정치 성향은 다소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이만큼의 성적을 거둔 것은 강투무르 대표의 중재자로서 능력과 지도력이 큰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향후 민주당의 앞날은 단기적으로 보면 강투무르 대표가 지도력을 발휘하여 조각난 당을 하나로 묶어낼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7월 7일 민주당의 ‘민족 정책위원회’는 강투무르 대표의 유임을 결정했지만, 선거 직후부터 일부 당원들은 당헌을 근거로 그와 현 지도부의 교체를 요구했다. 민주당 당헌에는 총선에서 집권당이 되지 못하면 대표와 지도부가 사임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대표 교체 건은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그간 민주당이 걸어온 길을 보면 이 문제는 언제든지 재현될 수 있다.훈당 역시 이번 총선에서 크게 약진했다. 2020년 선거에서 단 1석으로 의회에 진출한 훈당은 2021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득표율 2위를 기록할 만큼 주목을 받았다. 당대표 도르즈한드(T. Dorjkhand)는 8대 의원으로서 민주당이 하지 못한 야당 역할을 잘 수행했다. 그리고 이번에 능력 있는 후보를 공천하고 선거운동을 효율적으로 수행하여 8석을 얻는 쾌거를 이루었다. 훈당은 비록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할 만한 의석(10석)을 얻지 못했지만 희망이 있는 정당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그 때문인지 총선에서 기업의 후원금도 인민당 다음 두 번째로 많이 받았고, 재외 국민투표에서는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다만 이 당이 주로 지식인과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어 전통과 조직을 가진 현재의 양당 구조에 균열을 낼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그러나 현재의 선거제도가 훈당에 불리하지 않고, 지난 4년간 축적한 국민의 신뢰를 고려하면 적지 않은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그 외 2024년 총선에서는 민족 연합과 시민의 용기-녹색당이 비례대표로서 원내에 진출했다. 집권당이 정국을 주도할 만큼 압승을 거두지 못한 상황에서 이들 역시 각자 고유한 영역에서 일정한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2024년 총선의 특징2024년 총선의 가장 큰 특징은 1992년 제1대 총선에서 8대까지 유지된 의원 수(76명)를 126명으로 대폭 늘린 점이다. 일부 헌법 조항 수정과 선거법 개정에 따라 지역구에서 78명을 선출하고, 정당 명부식 비례대표제를 통하여 48명을 선출했다. 지역구는 지방을 권역별로 7개 선거구, 울란바타르를 6개 선거구로 나누었다. 몽골의 고질적인 정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하여 도입된 이 선거제도는 정치권뿐만 아니라 일부 시민 사회의 합의로 성사되었다. 그 결과 의석 분포가 이전에 비하여 다양해졌다. 일곱 빛깔 무지개는 아니지만, 5개 정당과 정치연합이 의석을 갖게 된 것이다. 그뿐 아니라 정당 명부식 비례대표제를 통하여 기술자, 교사, 법률가, 경제학자, 장애인 등 여러 분야 전문가가 대거 의회에 진출했다. 한 평론가의 말대로, ‘휠체어 탄 분’의 의원 당선은 선거제도 개혁으로 가능했던 부분이다.2024년 선거의 또 하나의 특징은 여성 의원 숫자가 대폭 늘어난 점이다. 이번에 당선된 여성 의원은 지역구 8명, 비례 24명 총 32명으로 전체 의석의 25.4%를 차지한다. 이는 이전 제8대 국회의 여성 의원 비율 9%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여성 의원 수가 많이 늘어난 데는 정당 명부에 성비를 1대 1대로 맞출 것을 규정한 선거법이 큰 영향을 미쳤다. 정당 명부로 선출된 의원 48명 중 절반인 24명이 여성 의원이다. 물론 총 78명을 뽑는 지역구에서는 여성 의원이 8명 밖에 안 되어 여전히 진입장벽이 높음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여성 의원 비율이 확대된 것은 획기적이라 할 수 있으며, 2028년 제10대 의회는 여성 의원 비율이 40%가 되도록 규정해 놓았기 때문에 그 비율을 더 늘어날 전망이다.2024년 총선에서 젊은 층의 약진과 더불어 세대교체가 이루어진 점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당선자 126명 중 70%가 초선이고, 초선 의원 대부분이 젊은 층이다. 반면에 일부 거물 정치인들이 의회를 떠났다. 인민당 출신 현역 국회 의장 잔당샤타르(G. Zandanshatar), 역시 인민당 출신 현역 경제 발전부 장관 후렐바타르(C. Khurelbaatar), 현직 인민당 원내대표 토그토흐수렝(D. Togtokhsuren)이 지역구에서 낙선했다. 이들이 다음 선거에 출마할지는 알 수 없지만, 이번 선거를 통하여 드러난 인민당의 지지율 하락과 세대교체 바람으로 볼 때 생환은 쉽지 않아 보인다.이처럼 여성 의원 비율이 높아지고, 많은 젊은이가 의회에 진출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정된 선거제도에는 여전히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울란바타르와 바양-울기 아이막을 제외한 지역에서 3~4개 아이막을 묶어 하나의 대선거구로 편성한 결과, 이미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 아니면 지역구 진출이 극히 어렵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또한 선거구가 광역에 걸쳐 있어 경제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선거운동 자체가 힘들다는 것도 큰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이런 이유로 인민당과 민주당 외 정당들은 지방 지역구에 거의 후보를 내지 못했다. 이에 반하여 거의 모든 정당이 울란바타르 지역구에 공천했다. 그 결과 원래 인민당이 강세인 지방에서도 인민당이 승리하고, 수도권에서도 야당의 표 분산으로 인민당이 선전할 수 있었다. 여기에 광역 선거구마다 인구 편차가 심하여 많은 표를 얻고도 낙선하고, 적은 표를 얻고도 당선된 사례도 있다. 예를 들면 잔당샤타르 전 의장은 제1선거구에서 5만 3,649표를 얻고 낙선했는데, 제13구에서 출마한 산닥-오치르(Ts. Sandag-Ochir) 의원은 1만 363표를 받고도 당선되었다.2024년 총선 당선자 중에는 특이한 경우도 많다. 우선 역사상 처음으로 몽골국 소수민족인 카자흐족(총인구의 3.9%) 출신 의원이 5명이나 배출되었다. 지역구에서는 제3선거구인 바양-울기 아이막에서 3명, 인민당과 시민의 용기-녹색당에서 비례로 2명이 선출되었다. 시민의 용기-녹색당 출신 자미라(S. Zamira) 의원은 몽골국 최초의 카자흐족 출신 여성 의원이라는 기록까지 세웠다. 이 모두가 양성평등 구조를 만들고, 민족 간 균형을 유지하려고 한 의도적인 노력의 결과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5명은 126명의 정확히 3.9%다. 이런 점에서 보면 9대 의회 구성은 외형적으로 매우 희망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바트톨가전 몽골 대통령이 지역구에서 당선되고, 후렐수흐(U. Khurelsukh) 현 대통령의 자문위원 5명도 당선자 명단에 이를 올렸으며, 대통령 동생 오트공바야르(U. Otgonbayar 도 의회에 진출했다.연립 정부의 명암이렇게 2024년 몽골 총선은 여러 측면에서 기록을 남기고 마무리되었다. 무엇보다도 헌법 수정과 선거법 개정으로 무려 5당이 의석을 갖게 되고, 전문가들이 의회에 진출하여 의회 내 정파와 인적 구성이 다양해진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8년 내내 국정을 맡아온 인민당이 또다시 집권당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인민당 집권이 무려 12년이나 이어지게 된다. 굳이 위로의 말을 찾자면 지난 8년간 인민당은 의회 내 절대 다수당으로서 일방적으로 국정을 운영했다면, 이번에는 가까스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여 독단적인 국정 운영이 불가해졌다는 점이다. 그래서 선거가 끝난 직후 인민당은 의회에 진출한 여러 정파를 향해 연립 정부(이하 연정으로 축약) 구성을 제안하고, 7월 8일 인민당, 민주당, 훈당이 연정에 합의하고, 7월 10일 3당 연립 정부가 공식 출범했다.그러나 연정에 대해서는 정치인, 연구자, 전문가들 사이에서 찬반이 크게 엇갈린다. 연정을 지지하는 쪽은 국가적 과제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사업 환경이 좋아지고, 국가 신인도가 높아져 외국 자본 유치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고 주장한다. 1990년대 초기 체제 전환 이후 몽골 정치 과정을 보면 국책사업이 여야 정쟁에 휘말려 좌초되거나 지체된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말은 일면 설득력이 있다. 그동안 몽골에서는 1990~1992년, 2004~2008년, 2008~2012년, 2012~2012년 등 여러 차례 연정이 꾸려졌다. 4번의 연정은 존속 기간도 다르고, 처한 상황도 달라 하나로 묶어 말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연정 존속 기간에 정쟁이 중단되어 국가적 과제가 해결된 긍정적 측면이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정치 혼란도 컸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선거가 가까워지면 한쪽이 일방적으로 연정을 깨고 나가버리는 경우인데, 사실 이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정국이 크게 요동치고, 연정 때의 합의 사항도 흐지부지된 일도 있었다. 이 때문이겠지만 저명한 몽골 저술가 바바르(Baabar)는 20세기와 21세기 몽골 땅에서 이루어진 연정을 소개하는 글에 ‘연립 정부의 모험’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명시적인 반대는 아니지만, 국정을 하는데 굳이 모험을 감행할 것까지 있겠냐는 뜻이겠다.그러나 연정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정부의 독주를 견제할 야당이 없어지고, 인민당(MAN)과 민주당(AN)을 아우르는 ‘MANAN’이라는 뿌리 깊은 이권 동맹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정 구성에 반대한 엥흐바야르(N. Enkhbayar) 전 대통령(2005~2009년 재임)도 이점을 가장 걱정했다. 그리고 이 우려는 지난 30여 년의 정치 과정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동안 인민당과 민주당이 여야를 주고받으면서 어떻게 자신들의 각종 이권을 챙겼는지를 몽골 국민은 잘 알고 있다. 공교롭게도 몽골어 MANAN은 안개라는 뜻과 더불어, 혼란이라는 뜻도 갖고 있다. 논자들은 도대체 누구를 위하여 그런 MANAN, 즉 혼란을 되풀이하려 하냐고 비판한다.당장 연정에 대한 몽골 국민의 생각을 정확하게 진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연구자와 평론가들의 기고문이나 관련 기사와 논설, 이것들에 대한 일반인들의 의견, 몽골 지인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부정적 의견이 더 많은 것 같다. 이유 또한 간단하다. 비판 세력 없는 의회와 정부가 건전하겠냐는 것이다. 지난 7월 8일 몽골 경제포럼에 참가한 CNN의 유명 경제 전문 프로그램 ‘퀘스트 민즈 퀘스트(Quest Means Quest)’의 진행자 리처드 퀘스트(Richard Quest)가 강투무르 민주당에 대표에게 “그러면 야당은 누가 합니까? 민주주의는 어디에 있습니까?”라고 질문한 것도 이런 우려 때문일 것이다. 바트-울(E. Bat-Uul) 전 울란바타르 시장(2012~2016년 재임)은 “권력과 공직을 신성시하는 감춰진 인식을 갖고 있는 MANAN이 민주주의에 얼마나 큰 재앙을 뿌렸는지 사람들은 오늘날까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좀 더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그러나 이런저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여야는 이미 연정에 합의하고 구성까지 마쳤다. 연정에 참여한 세 당은 하나 같이 안정적인 정부를 구성하고, 국가의 당면 과제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국민 통합을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이를 그대로 믿을 몽골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먼저 오용-에르덴(L. Oyun-Erdene) 총리는 막대한 인적 물적 자원을 쏟아붓고, 각종 정책 수단을 동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싸운 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또한 민주당은 전직 대통령과 총리 등 정치력을 갖춘 사람이 충원된 데 반하여, 인민당은 노련한 정치인 다수가 낙선한 데다 비례 의원은 대부분 정치 경험이 없는 젊은 해외 유학파다. 이런 취약한 정치 기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의석 구성상 야당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할 수밖에 없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야당의 비판에 앞서 당 내부의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용-에르덴 총리가 선거 직후부터 연정 얘기를 꺼낸 것은 어쩌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연임 총리로서 3여 년 동안 자신이 추진해 온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싶을 마음도 여기에 한 몫했을 것이다. 또한 일각에서는 자신이 추진한 정책을 지지해 준 두 야당 대표에 대한 ‘보은’과 상호 신뢰 때문이라고 하는데, 만약 그렇다면 연정의 출범은 곧 새로운 MANAN의 시작이 셈이다.민주당은 8년간 소수당으로 전락하여 국정에서 완전히 배제되었다. 많은 민주당 계열 사람들이 공직에서 물러나고, 그 직책은 인민당 계열 사람들로 채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지도부는 연정을 당에 활기를 불어넣고, 내부 결속을 가져올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겼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내부 분열로 위치가 불안한 강투무르 대표로서는 연정에 참여해야 직책이 없는 당원들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고, 이를 통하여 자신의 지도력도 강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는 연정 합의 전인 7월 5일 강수흐(N. Gansukh) 민주당 사무총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하여 연정 참여를 “일부 장관 자리에 그치지 않고 공기업과 공무원으로도 진출하는 것”이라고 솔직하게 말한 데서도 확인된다. 참고로 몽골은 정권이 바뀌면 공무원이 대대적으로 교체된다. 제3당인 훈당 역시 창당 이후 처음으로 정부 각료로서 국정에 참여하게 된 것을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연정 참여는 전문가 집단으로서 당의 실력을 국민에게 보여주고 선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며, 당대표가 자랑하는 많은 전문가에게 직업을 나눠줄 수도 있게 되기 때문이다.한 마디로 연정이라는 큰 게르(몽골 전통 가옥)에서 3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는 7월 10일 출범한 오용-에르덴 정부의 내각 구성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신정부에는 16개 부처, 총리를 포함하여 23개의 각료 자리가 있는데, 이를 인민당 13개, 민주당 8개, 훈당 2개로 사이 좋게 나눴다. 그리고 인민당과 민주당이 차지한 각료 자리는 철저하게 각 당 내부의 계파 이익에 따라 분배되었다. 몽골의 한 언론이 지적했듯이 철저한 ‘이해관계의 정부’다.이익 집단은 이익이 적어지거나 더 큰 이익이 있으면 언제든지 헤어지는 것이 불변의 진리다. 그 시점은 아무리 늦어도 2028년 총선 1년 전이다. 적어도 그간 연정의 역사를 보면 그렇게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연정 파탄 혹은 혼란은 그 이전에도 올 수 있다. 계속될 이익 분배 과정의 갈등과 더불어 각 당 내부 사정 때문이다. 인민당의 경우 과반 의석을 얻고도 굳이 연정을 구성하고, 집권의 이익을 야당과 나눔으로써 자신들이 몫이 줄어든 데 대한 불만이 오용-에르덴 총리에 대한 반대로 나타날 수 있다. 그간의 역사를 보면 이익 분배 과정에서 민주당은 늘 분열했으니 역시 예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훈당은 연정 참여가 참신한 그간의 면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따라 운명이 달라질 것이다.오용-에르덴 총리가 이끄는 몽골 신정부의 국내외 정책은 큰 틀에서 이전의 기조를 이어갈 것이다. 사실 연정에 참여하는 3당의 공약은 복지 문제, 국영 기업 처리 문제, 감세 문제 등 몇 가지 사항에서 미세한 차이가 있을 뿐 거의 같다고 볼 수 있다. 3당은 물론 국민에게 약속한 공약을 검토하여 정부 정책에 반영하기로 합의했다지만, 이 역시 극히 일부에 그칠 공산이 크다. 물론 연정 초기 여야의 정쟁 중단으로 국정 과제가 신속하게 결정되는 등 국내 시장과 대외교역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권력과 공직과 이해관계로 뭉친 연정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그간의 연정 실험에 근거하면 전망은 어둡다고 보는 것이 사실에 가깝다.1990년대 초기 이후 몽골의 대외정책은 정권에 상관없이 일정한 기조를 유지해 왔다. 후렐수흐 대통령도 의회 개원 연설에서 몽골국의 외교 안보 정책이 있을 뿐 의원 개인의 외교 안보 정책은 없다고 훈계할 정도로 1990년대 이후 몽골의 외교 안보 정책은 일관성을 유지해 왔다. 따라서 새로 꾸려질 신정부의 대외정책에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고, 한국과 한반도 문제에 관한 몽골의 입장도 종전의 방향을 따를 것이다. 바트체첵(B. Battsetseg) 장관이 전 정부에 이어 외교부 장관직에 임명된 것 자체가 대외정책의 일관성을 말해준다.

몽골 이평래 /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앙아시아연구소 / 초빙연구원 2024-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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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제재 하의 러시아 경제는 어떻게 유지되는가?

서방의 대(對)러 제재와 러시아 경제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의 경제제재로 인해 산업, 투자, 소비 등 대부분의 거시경제 지표에서 러시아 경제는 전년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내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러시아 경제는 강한 하방지지를 보이며 2022년 하반기로 갈수록 제재의 영향은 오히려 눈에 띄게 희석되었다. 2023년 러시아의 경제는 극적인 반전을 보였다. 연간 경제성장률은 3.6%를 기록했으며 경기는 눈에 띄게 개선되었다. 소비자들은 시장에서 제재의 영향을 체감하기 어려웠고 실업률도 연이어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러시아에서 사업을 중단한 서방 기업들을 대신하기 위해 수천 개의 새로운 브랜드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러시아 경제개발부는 거시경제의 여러 지표 측면에서 제재의 부정적인 여파는 2024년에 대부분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2024년 경제성장률은 2.3%에 이르고 2024~2026년에도 지속적인 플러스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4년 재정수지는 2023년보다 개선된 GDP 대비 △0.9%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며 정부는 이후에도 GDP 대비 △1% 이내로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외부의 평가는 더 낙관적인데, 2024년 4월 IMF는 러시아의 2024년 연간 경제성장률을 기존의 2.6%에서 0.6%p 상승한 3.2%로 상향 조정하였으며 2025년 성장률도 기존의 1.2%에서 1.8%로 수정했다.1) 과거 서방으로부터 제재를 받았던 쿠바나 베네수엘라의 경우 피제재국 경제는 제재의 혹독함으로 인해 참담하게 추락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렇다면 현재 서방으로부터 매우 가혹한 경제제재를 받으면서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 경제는 왜 이렇게 견고한 모습을 보이는 것인가?러시아 경제를 유지하는 3개의 축첫째는 산업생산이다. 제재의 영향으로 2022년 러시아의 산업생산은 1/4분기의 플러스 성장분을 대부분 반납하였다. 특히, 제재가 본격화된 3월부터 제조업 생산이 급감하였으며 부품 등의 수급이 가장 어려웠던 4~6월까지 전년 대비 두드러진 하락세를 보였다. 제재의 영향이 적었던 식품이나 석유화학 제품의 경우를 제외하고 원재료나 부품의 수급이 어려웠던 △담배 △제약 △가전 △자동차 및 트레일러 생산과 서방의 수입 축소로 인한 △철강 △목재 제품의 생산 감소가 두드러졌다. 하지만 2023년부터는 제조업의 산업생산이 크게 증가하면서 전체 산업생산을 견인하고 있는 모습이다. 2023년 2/4분기와 3/4분기의 산업생산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5%와 10.8%를 기록하였으며, 2024년 1/4분기 성장률도 8.8%를 나타냈다.2) 특히, 컴퓨터·전자·광학 제품 부문의 성장이 두드러지는데, 2023년에는 전년 대비 32.8%, 2024년 1분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42.8%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또한, 자동차·트레일러와 기타 차량 및 장비 생산과 금속제품 생산도 2024년 1/4분기 성장률이 각각 35.7%와 35.2%에 달했다. 이러한 품목들은 대체로 군사용품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수 부문과 관련된 제조업 부문의 생산이 다른 제조업 부문의 성장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나타나고 있는데, 2022년부터 관련 제조업의 성장률은 약 35% 수준에 달한다.정부의 국방비 지출이 확대됨에 따라, 관련 산업의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부터 계속된 군수 장비의 생산 증가로 러시아의 군산복합체(military industrial complex)는 특수를 누리고 있는데,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은 2024년 2월 “지난 1년 반 동안, 약 6,000개의 군산복합체에서 52만 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되었으며 현재 약 350만 명이 여기에서 일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3) 둘째는 민간 소비이다. 2022년 양국 간 무력 충돌의 발생과 불안정한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러시아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는 급격히 위축되며 소비보다는 저축을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2022년 소매매출액은 42조 5,125억 루블(약 682조 2,000억 원)로 전년 대비 6.7% 감소했다. 본격적인 소매 매출 증가는 2023년도부터 시작되는데, 2023년 2/4분기부터 4/4분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각각 10.2%, 9.7%와 6.9%에 달했다.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낙관적인 견해는 2024년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는데, 통계청이 러시아 전역의 5만 1,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2024년 2월 향후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낙관적인 예상은 2023년 4/4분기에 비해 8%p 상승하였으며, 개인의 향후 재정 상황 변화의 예상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도 이전 분기보다 6%p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2014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와 같이, 소비 심리 개선과 소비 증가가 이어지는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특히 △노동 시장안정에 따른 개인 소득 증가 △대출 확대의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4) 러시아 근로자의 월평균 명목 임금은 2021년부터 꾸준한 상승을 기록했으나 2022년 4/4분기에 7만 1,377루블(약 114만 원)로 크게 상승하면서 연평균으로는 6만 5,338루블(약 104만 5,000원)을 기록했다. 2023년에도 근로자의 임금 상승은 지속되었는데, 2023년 4/4분기에는 8만 3,684루블(약 133만 9,000원)로 올라섰으며, 2024년 1/4분기까지 8만 루블(약 128만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2023년부터 대출을 확대해 온 것도 소비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는데, 대출을 받은 사람의 수가 2023년부터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2022년 10월 총대출자는 4,340만 명이었으나 2023년 7월 총대출자는 4,670만 명으로 330만 명 증가하였고 대출 금액도 같이 늘어났다. 소비자들의 총대출금은 2022년 10월 283조 루블(약 4,528조 원)에서 2023년 7월에는 305조 루블(약 4,880조 원)로 빠르게 증가하였다. 소비자들이 임금 증가와 대출 확대를 통해 적극적으로 소비를 늘려왔음을 알 수 있다. 세 번째는 수출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2022년 러시아의 주요 수출품인 원자재의 글로벌 가격이 상승하면서 러시아는 경제적으로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서방의 경제제재가 부과된 상황에서 러시아로부터의 자금 유출액은 2022년에만 약 2,350억 달러(약 325조 7,100억 원)에 달했으나 에너지 판매 대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됨에 따라 러시아는 경제안정을 위해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5) 2022년 러시아의 경상수지 흑자는 2,380억 달러(약 329조 8,600억 원), 2023년은 506억 달러(약 70조 1,300억 원)에 달했다.수출을 통한 외화 유입은, 중앙은행이 급격한 물가 상승 및 루블화 평가절하에 대응하여 금리를 20%까지 인상하고 유동성 부족을 겪는 금융기관에 자금을 제공하여 은행이 기업과 소비자에게 대출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러시아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 정책을 가능하게 했다.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과 그에 따른 서방의 경제제재 당시, 단기간에 러시아로부터 외화가 유출되고 글로벌 에너지 가격하락으로 외화 유입이 고갈되자 러시아 금융기관들이 큰 혼란에 빠졌던 것과는 대조되는 상황이다.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로부터의 에너지 수입을 단절하고 원유에 대해서는 가격상한제를 도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러시아의 에너지 수익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상황은 여의치 않다. 2022년 7월 에너지 부문 제재 도입 초기에는 이와 같은 제한이 준수되면서 가격 통제가 이루어졌으나, 2023년 하반기부터 러시아가 규제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원유 및 석유제품을 수출하면서 제재 효과가 희석되고 있다. 그 원인 중의 하나는 러시아 원유를 운송하는 선박이 기존의 EU 및 G7 국가 소유에서 러시아가 운용하거나 국적을 알 수 없는 선사로 전환되면서 원유 가격상한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 경우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 가격이 현재와 같이 유지된다면 원유 수출에 의한 러시아의 경제적 이익은 일정 부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전망 및 시사점미국 재무부는 2023년 12월 발표 자료에서, 서방의 제재가 2022년 기준 러시아의 교역과 외국인 투자 유입을 위축시키고 물가상승을 초래하여 궁극적으로 경제성장률을 제한하는 등 일정 수준 이상 러시아 경제에 타격을 주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평했다.6) 하지만, 서방 내부에서도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성공적이지 못하다는 인식에 대한 공감은 광범위하며, 계속해서 추가 제재를 발표하고 있다는 점이 기존 제재의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러시아는 제재 초기에 다소 어려움을 겪었으나, 점차 적응하며 오히려 제재에 대응한 반(反) 제재 정책을 내놓고 중국·이란 등 우호국들과 연대하며 제재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 정부의 투자가 과도하게 군수산업에 집중되며 왜곡된 경제구조를 낳고 결국 장기적으로 러시아 경제의 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소비는 과열의 양상을 보이고 있고, 수출은 글로벌 경기의 영향에서 자유롭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래서 러시아 경제는 단기적으로는 좋아 보일 수 있으나 앞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러시아로서는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지난 2년 반 동안, 러시아 정부는 제재에 대응하여 자국 경제의 꺼져가는 불씨를 살리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는 앞으로 대내적으로는 수입 대체 산업화를 통한 산업 자립에, 대외적으로는 우호국과의 연대를 통한 제한적 외연 확장이라는 형태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러시아의 노력이 향후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해 보아야 할 것이다. * 각주1) International Monetary Fund. “World Economic Outlook. Steady but Slow: Resilience amid Divergence,” Washington, DC. April, 2024, p. 12.2) “О ПРОМЫШЛЕННОМ ПРОИЗВОДСТВЕ В 2023 ГОДУ,” https://rosstat.gov.ru/storage/mediabank /60_24-04-2024.html, (검색일: 2024년 7월 3일)3) Путин заявил о создании в ОПК 520 тысяч новых рабочих мест,” https://ria.ru/20240202/ra bota-1925074730.html, (검색일: 2024년 7월 3일)4) “ПРОГНОЗ СОЦИАЛЬНО-ЭКОНОМИЧЕСКОГО РАЗВИТИЯ РОССИЙСКОЙ ФЕДЕРАЦИИ НА 2024 ГОД И НА ПЛАНОВЫЙ ПЕРИОД 2025 И 2026 ГОДОВ,” СЕНТЯБРЬ 2023 ГОДА, с. 7.5) Yuriy Gorodnichenko, Iikka Korhonen and Elina Ribakova, “Russian economy on war footing: A new reality financed by commodity exports,” CEPR Policy Insight No. 131, May, 2024, p. 13.6) “Sanctions and Russia’s War: Limiting Putin’s Capabilities,” https://home.treasury.gov/news/ featured-stories/sanctions-and-russias-war-limiting-putins-capabilities, (검색일: 2024년 7월 3일)

러시아 박지원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 전문위원 2024-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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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문승원 /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러시아·CIS 학과 / 2024-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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