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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CIS경제통합의 전개와 한계

러시아ㆍ유라시아 일반 박지원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2013/07/26

1990-2000년대 주요 경제협력의 역사
CIS가 성립된 직후인 1990년대 초반은 각 국가 간의 교역이 크게 줄고 환율이 폭락하는 등 주요 경제 기반이 붕괴하던 시기로, CIS 국가들은 이러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CIS의 구조를 명확히 하기 위해 새로운 경제연합 구성에 합의하였다. 1993년 5월 경제통합에 대한 논의가 활기를 띠게 되었고, 9월 CIS 정상회의에서 경제연합조약(Economic Union Treaty)을 체결하였다. 이 조약은 다자간의 자유무역지대와 관세연합의 구성, 상품과 서비스, 자본, 노동에 대한 공동시장의 형성, 통화연합을 목표로 초기에 9개국이 참여하였으며, 이후 1993년 12월 조지아와 투르크메니스탄이 회원국으로, 1994년에는 우크라이나가 준회원(associated member)으로 가입되었다. 이 조약은 조약 자체로서는 CIS 국가들 간에 큰 구속력을 갖거나 단기적인 경제성과에 목적을 둔 것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 대신, 원칙적인 측면에서 각 국가들 간의 협력을 강조한 것으로 시장경제에 바탕을 둔 향후 공동경제공간의 창조와 경제협력의 발전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큰 협력의 틀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CIS 국가들은 경제통합의 기본적인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다자간 협약 체결에 노력을 기울였으며 이에 따라,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은 1994년 4월 투르크메니스탄을 제외한 모든 국가들에 의해 서명되었다. 그러나 이 협약은 러시아 의회에서 비준되지 않아 효력을 상실하게 되었고, 이후 CIS 국가들 간의 자유무역에 관한 양자 간 협약이 실제적으로 효력을 상실한 다자간 협약을 대신하게 되었다. 이러한 양자 간 협약은 영토내의 자유로운 상품의 이동과 모든 재화의 무관세에 의한 교역을 추진하는 것으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과 비슷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거의 대부분의 CIS 국가들이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에 참여하였으며 협정들은 무역과 경제협력에 있어 상호간 호혜적인 최혜국대우(MFN)를 제공하였다. 대체로 협정은 모든 재화와 서비스를 포함하였고,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에서 제외된 농산물들을 포함하는 경우도 있었다.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의 협약 내용 가운데는 ‘조건부, 일시적 보호책, 반덤핑, 세이프가드’와 같은 조항들이 종종 명기되었는데, 각 국가들은 이러한 조항을 활발하게 이용하여 수출품이나 수입품에 대한 일시적인 수량제한을 통해 국내시장에서 상품의 부족이 예상되는 경우, 특정 상품의 교역으로 인해 대규모 재정적자가 예상되는 경우, 국내생산자의 잠재적 손실이 예상되거나 재수출 통제가 필요한 경우 등 자국에게 불리한 상황에서 일방적인 자국 상품 보호조치를 시행하였다. 이로 인해, 실제로 CIS 내부의 수많은 양자 간의 자유무역협정의 비준에도 불구하고, 이 역시 큰 실효를 거두지 못하게 되었다. 아르메니아를 제외한 모든 CIS 국가들에게 적어도 한 개 이상의 실행되지 않은 협정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1990년대 CIS 국가 간 자유무역협정이 각 국 간의 실제적인 경제적 협력에 기여하지 못한 표면적 수사에 그쳤다는 점을 보여준다.

CIS 국가들 가운데 러시아, 벨라루스 양국은 1995년 관세동맹을 체결하였으며 이후에 여기에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및 타지키스탄이 가입하며 2000년 유라시아경제공동체(EurAsEC, Eurasian Economic Community)를 구성하였다. 기존의 관세동맹의 틀에서 합의되고 인준된 모든 사항은 유라시아경제공동체로 승계되었으며 유라시아경제공동체의 전략은 지역 내의 관세동맹과 단일통화 창설에 역점을 두었다. 특히 자유무역, 관세, 공동 시장이나 생산품, 서비스와 노동, 통화 동맹의 5가지 분야에서의 협력에 관심을 두었는데 2002년 몰도바와 우크라이나가, 2003년에는 아르메니아가 참관국으로, 2006년에는 우즈베키스탄이 공식회원으로 가입하였다. 유라시아경제공동체는 국제연합에 의하여 승인되어 국제지역협력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기대되었으며 기존의 관세동맹과는 달리 더 큰 강제적 권한을 갖는다는 측면에서 차별성을 가졌다. 회원국들은 다른 국가나 국제기구들과 또 다른 경제적 관계를 맺거나 조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유라시아경제공동체는‘ 정부 간 의회(The Interstate Council)’라는 최고 의결기구를 두었는데, 이는 각국의 국가수반으로 이루어져있으며 전략과 방향설정, 통합의 발전전략 규정, 목표 수행을 위한 의사결정과 같은 주요 결정에 대한 주요 문제들을 다룰 수 있었다. 또한 유라시아경제공동체는 공동시장을 위한 참여 국가들의 관세, 가격 정책과 같은 대외 정책에 있어서의 서로 상이한 구조를 조정하는 등의 의사결정 과정을 필요로 했고 이러한 의사결정은 각 국가의 가중치에 따라 배분되었다. 이 가운데 러시아가 40%, 벨라루스와 카자흐스탄이 각 20%,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이 각 10% 의 권한을 가졌다. 주요 정책에 대한 결정은 2/3 이상의 찬성이 요구되었고 이것은 러시아가 적어도 2개 국가의 동의를 요하는 것을 의미하였으며 동시에 모든 사안에 대해 러시아가 거부권을 갖게 된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2006년 우즈베키스탄의 가입으로 각 국가의 권한은 조정되었는데 유라시아경제공동체 예산에 대한 각국의 기여도에 따라 러시아 40%,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이 각 15%,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이 각 7.5%를 갖게 되었다. 소비에트 붕괴 이후 다른 협약과 비교하여 유라시아경제공동체의 장점은 명확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가졌고, 이의 실현을 위한 조직을 구성했다는 것이다. 즉, 다른 탈 소비에트 지역협력체와 비교할 때 유라시아경제공동체는 5개 분야의 협력이라는 상세한 목표를 구체화 했으며 의사결정을 위해 기존의 국가 간의 협의체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제3의 의사결정기구를 설립하고 실행하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2003년 러시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의 4개국은 공동경제구역(Single Economic Space)을 설립하였다. 러시아는 경제적 이익보다는 지정학적 이익에 의거해 공동경제구역에 대한 강한 지지를 표명하였다. 러시아 국영통합전력시스템의 회장인 추바이스(Anatoly Chubais)는 공동경제구역을 통한 러시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의 경제적 통합은 러시아 제국의 부활을 향한 직접적인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였으며, 공동경제구역의 창설은 향후 러시아를 중심으로 CIS 국가들을 아우르는 ‘자유제국(liberal empire)’ 건설의 직접적인 행보라고 언급하였다. 기존의 다른 경제통합과 비교할 때 공동경제구역의 차별성은 이전까지 통합을 위한 발전된 형태로의 경제협력에 대한 참여를 거부했던 우크라이나의 참여에 있다. 그러나 공동경제구역의 목적은 통화동맹을 포함한 단일시장을 실현하는데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인된 공동경제구역의 안은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하지 않은 합의사항에 불과하였다. 따라서 각 국은 단일시장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갖지 않았고, 모든 국가가 이에 대한 동일한 해석을 하고 있는지도 불투명하였다. 이후 우크라이나는 2004년 친 서방 성향의 유센코(Viktor Yushchenko)대통령 당선 이후, 공동경제구역에 대한 거부입장으로 선회하였으며, 반면 벨라루스는 러시아와의 통화동맹에 대한 명확한 원칙들을 합의해 나갔다. 이후 공동경제구역에서 우크라이나를 제외한 2009년 11월, 러시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의 3국이 관세동맹(Customs Union)의 구성에 합의하였고, 2010년 7월 1일부터 3국간의 관세동맹은 효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러시아는 3국 간의 관세동맹의 성립을 위한 정책결정과정에서 중요한 행위자로서 역할을 수행했는데, 이와 같은 관세동맹을 통해 러시아가 얻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CIS 시장에 대한 정치-경제적인 통제였다.

CIS 경제협력의 한계와 문제점
CIS 지역에서 체제전환 이후 경제통합의 양태를 보면, 1990년대에는 경제통합의 초기적 형태인 양자 간의 자유무역협정과 관세동맹을 중심으로 경제통합의 시도가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2000년 대 에는 이를 기반으로 하여 더 큰 경제통합을 목표로 한 공동시장 창출과 화폐동맹을 지향하는 경제협력체 구성과 같은 경제통합의 시도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경제적 협력체의 구성은 2000년대 중-후반에 이르기까지 실제로는 큰 실효적 성과를 내지 못하였다. 당시, CIS 국가들 간의 많은 경제협정들이 단지 실제적인 효력을 갖지 못하고, 제한적인 성과만을 거두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관련된 조항이 제한적이고 불분명하여 협정자체가 효력이 발생하지 않거나 관련이 없는 사항이 많이 존재하였다. 둘째, 협정의 여러 조항들이 지대(rents)를 발생하는 메커니즘을 만들어 이익의 충돌, 무역 분쟁, 조항실행의 지연과 저지 등을 초래하였다. 셋째, 강제조항에 대한 비용이 특혜관세와 관련된 이익보다 종종 더 크게 나타나 수입업자들이 특혜율 적용을 포기했다. 넷째, 국가 간의 조정을 담당하는 조직이 부재하여 실행력의 약화를 가져왔다. 다섯째, 부가세 징수에 대한 협의가 부족하여 많은 무역 분쟁을 초래했으며 특정 이슈에 대하여는 협정의 적용이 유예되었다. 또한 유라시아경제공동체와 같이 조정을 위한 기구가 존재하더라도 각 국가 간의 경제적 이익이 대립되는 상황에서 강제적으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권한을 갖지는 못하였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러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유라시아경제협력체와 공동경제구역과 같은 경제협력체들은 러시아의 CIS 지역에 대한 정치-경제적 영향력 강화라는 목적 하에 가시적인 협력기구의 구성과 같은 제한적인 성과를 보여 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또 공동경제구역을 기반으로 러시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3국은 관세동맹이라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실효성 있는 경제통합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하게 되었다. 하지만, 러시아를 배제한 CIS 국가들만의 다자간의 협력체는 실제로 경제적 성과가 도출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통합의 논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것은 러시아를 제외한 다른 CIS 국가들은 모두 개발도상국 또는 경제적 개발도상국(north countries)으로 분류될 수 있는 국가들로서 개발도상국간 또는 경제적 후진국간의 경제통합은 현실적으로 통합 동맹국 모두의 경제적 이익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즈베키스탄과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아제르바이잔과 조지아의 경우, 양 국가 모두 협정에 있어서 자국에 불리한 품목과 조항에 대한 예외규정에 고착하는 등 자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대응하였고, 러시아를 제외한 CIS 각 국가들 간의 경제구조가 상호보완적이지 않아 자유무역협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필요성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역 내에서 러시아의 영향력강화를 배제하기 위해 1997년 조지아, 우크라이나,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잔, 몰도바 등의 국가들이 결성한 ‘구암(GUUAM)’은 이후 우즈베키스탄의 탈퇴와 우크라이나의 경제공동구역 참여로 인해 사실상 동맹국간의 구체적인 정책실행을 이루어보지도 못한 채 유명무실화 되었다. 중앙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은 1994년 상품, 자본, 노동력의 자유로운 이동과 공동의 외환, 관세, 가격 정책 등의 추진을 위해 중앙아시아연맹(Central Asian Union)을 구성하였다. 1998년 타지키스탄이 가입하면서 중앙아시아경제연맹(Central Asian Economic Union)으로, 2001년에는 중앙아시아협력기구(Central Asian Cooperation Organization)로 명칭을 변경하였다. 그러나 중앙아시아 국가들만의 경제공동체는 동맹국간의 교역비중이 7-8%에 그치는 등 경제적인 동력을 찾을 수 없었고, 그 해결책으로는 러시아와 같은 외부세력의 유입이 반드시 필요하였다. 또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체제전환 이후 다른 경제적 개혁과정을 겪어왔고, 각 국가가 추구하고 지향하고자 하는 경제발전전략에도 큰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는 공동의 경제협력체를 통한 지역공동의 이익을 산출하는 데 방해가 되었다. 이후 중앙아시아협력기구에 2004년 러시아가 가입하였고, 2005년 결국 유라시아경제공동체에 흡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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