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터키-키르기스 관계의 발전과 전망

키르기스스탄 김상철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2013/08/01

전 세계 여러 지역 가운데 중앙아시아 지역은 투르크 계통 집단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지역으로, 이는 고대의 역사적인 요인에서 기인하고 있다. 투르크는 이러한 측면에서 키르기스에 대해 특히 강한 정서적인 유대감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공통의 조상을 가지고 있다는 측면, 서부 아나톨리아 반도에서 비잔틴 제국에 맞서 싸워왔던 천여 년이 넘는 시기 동안 이루어져온 역사적인 유대감의 측면에서 그러하다.

1. 터키-키르기스스탄 관계의 현황과 문제점
터키와 키르기스스탄간의 역사는 경제적인 영역과 정치적인 영역을 구분하여 이해될 필요가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터키는 2009년 키르기스스탄에 1억4천만 달러를 수출하였는데, 2010년에는 1억2천9백만 달러로 감소하였다가, 2011년에는 다시 1억8천만 달러로 증가하였고, 2012년에는 1억9천2백만 달러를 기록하였다. 수입 부문에서는 2009년 터키의 수입규모는 3천백만달러 수준이었다가, 2010년에는 3천만 달러로 감소하였는데, 2011년에는 5천2백만달러로 증가하였다가, 2012년에는 5천만 달러로 줄어들었다. 따라서 양국 간의 교역규모는 2억3천만 달러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터키 정부는 이를 10억 달러 규모로 확대하려 하고 있다. 2012년 터키의 대외교역에 있어서 키르기스스탄이 차지하는 위상은 교역규모를 기준으로 대략 85위에 해당되는데, 수단, 에티오피아, 아프가니스탄과의 교역량보다 더 적은 규모이다. 터키와 키르기스스탄간의 강한 사회적인 유대에 비하여 경제적인 연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이러한 경제적인 연계와 협력이 저조한 이유는 세 가지로 설명될 수 있다.

첫째는 키르기스스탄의 경제규모이다. 키르기스스탄은 인구가 5백만 명 정도로, 구매력이 상당히 제한적이다. 따라서 키르기스 경제가 소비해낼 수 있는 전체적인 수입의 규모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둘째는 거리의 문제이다. 키르기스스탄은 중앙아시아의 동부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교통 및 운송의 측면에서 장애요인을 가지고 있다. 국경 및 세관 통과 절차의 문제와 관련되어 상당한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양자 간 교역의 급격한 증대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셋째는 중국의 입지이다. 키르기스스탄은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고 따라서 저렴한 관세를 물고 상품을 쉽사리 수입할 수 있다. 터키가 키르기스스탄으로 물건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비용이 두 배 이상으로 소요된다.

이러한 세 가지 요인들이 터키와 키르기스스탄간의 급격한 교역 증대가 기대되기 어려운 이유이다.

2. 터키-키르기스스탄 관계 증진의 기회들
현재 키르기스스탄이 취하고 있는 터키에 대한 전략적인 중요성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최근 터키주재 키르기스tm탄 대사인 예르멕 이브라이모프는 터키 앙카라의 중동전략연구센터(ORSAM)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양국 간 공동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측면에서 터키는 키르기스스탄의 우선적인 협력 파트너이고 최근 3년간의 양국간 교류는 향후 양국관계의 모델로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20여년이 훨씬 넘는 양국 간의 생산적인 협력과정에서 키르기스스탄은 터키의 국내정책과 대외정책을 관찰해왔고, 이러한 과정에서 미래 양국 간 관계에 있어서 우선순위에 대한 주요 시사점들이 나타난 바 있다.

실제로 지난 20여 년 간 키르기스스탄은 일정부분 터키의 발전모델을 수용해왔는데, 키르기스 공화국이 독립한 이후 제일 먼저 이를 인정한 국가는 터키였다. 이후 양국 간의 관계는 제도화되고 심화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강력한 형제국 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상호관계는 단지 정치적인 차원에서의 협력 확대를 통해서 확대되기에는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으며, 협력의 범위를 확대하고 심층적으로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는 다양한 분야를 통해서 발전하게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터키와 키르기스스탄 간에는 160개가 넘는 국제협정을 통해 군사협력, 경제 및 교육 분야의 협력이 이루어져 왔으며, 1997년 10월에는 터키와 키르기스스탄간의 항구적인 우호 및 협력 논의가 시작되어 1999년 9월 공표되기도 했다.

아울러 시민사회 발전과 관련된 기구들 간의 협력은 키르기스스탄과 터키간의 상호관계를 더욱 강화시키는 기능을 수행하였다. 키르기스의 전통과 가치들은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이루어지는 문화 행사와 키르기스 문화의 날 행사 같은 활동들을 통해 터키사회에 소개될 수 있었다. 이러한 사회적인 이벤트들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한 입장들은 양국 고위층간의 협력과정에서도 확인되기도 했다.

3. 키르기스스탄의 유라시아 관세동맹 가입 가능성과 터키의 입장
키르기스스탄이 벨라루스, 러시아 및 카자흐스탄이 주도하고 있는 관세동맹으로의 편입은 키르기스스탄과 터키간의 관계 발전에 저해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키르기스스탄은 중국과의 교역이 활발하며, 상당한 수익을 거두고 있기도 하다. 중국 역시 키르기스스탄으로의 수출은 매우 낮은 관세율 혜택을 받고 있어 이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다. 중국으로부터 수입된 섬유제품들은 독립국가연합의 다른 국가들로 재수출되고, 이는 키르기스스탄 경제에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키르기스스탄은 러시아에 네 번째로 섬유제품을 많이 수출하는 국가이다. 관세동맹에 키르기스스탄이 가입할 경우 공동 역외관세(Common external tariff: CET)가 도입 및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키르기스스탄의 관세는 관세동맹 공동 역외관세의 절반 이하수준이다. 이는 결국 키르기스스탄이 관세동맹에 가입하는 경우 저렴한 중국산 제품을 수입하여 재수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대적인 이익이 급격히 감소될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말할 나위 없이 이는 중국에서 수입된 상품을 재수출하는 기능이 중심인 비쉬켁 남부 도르도이 시장, 북부 카라수 시장의 역할에 상당한 타격을 가하게 될 것이다. 이 두 시장의 교역규모가 키르기스스탄 GDP의 1/3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키르기스스탄의 관세동맹 가입은 키르기스스탄 세입의 급감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히 검토될 필요가 있다.

사회적인 측면으로 보면 관세동맹은 키르기스스탄 사회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이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의학 분야이다. 현재 키르기스스탄은 수입의약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지만, 관세동맹의 가입은 의약품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이는 의심할 여지없이 상당한 보조를 필요로 하는 사회 계층인 연금생활자들과 평균생활수준 이하의 빈곤층에 심각한 곤경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환자 계층과 빈곤 계층 역시 의약품 가격 상승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에 바로 노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아탐바예프 대통령은 이미 여러 차례 관세동맹 가입의 의지를 반복적으로 표명한 바 있는데, 현실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키르기스스탄 국가의 발전 측면에서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이 관세동맹 가입을 통해서 키르기스스탄은 관세동맹 국가라는 대규모 시장을 바탕으로 봉제업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의 키르기스 경제에 대한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아탐바예프 대통령은 카자흐스탄과 벨라루스가 관세동맹 가입을 대가로 경제적인 모험을 감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을 하고 있지 않다. 키르기스스탄 역시 관세동맹에 가입하게 될 경우 유사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상당수 정책결정자들은 유라시아 연합의 출현 가능성에 대해 공개적인 언급을 해 왔다. 이러한 인물 가운데 한명이 러시아 정부 유라시아경제공동체 통합 및 거시경제부 장관인 타티아나 발로바야인데, 그녀는 2012년에 이미 확고한 의견을 표명한바 있다. 이에 따르면 ‘세계적인 위기의 새로운 파고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며, 세계 경제는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위기 탈출과정에서 유라시아 통합은 중요한 국면으로 부각될 것이다. 유라시아 연합은 세계 경제시장에서 중요한 행위자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2013년 상반기에 발로바야 장관은 관세동맹의 확대는 관련 당사국간의 교역 및 해외 직접투자의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발언을 통해 유라시아 경제공동체 추진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재확인한 바 있다.

같은 흐름 하에서 유라시아 경제 위원회 위원장인 빅토르 흐리스텐코는 키르기스스탄이 이미 가입 신청을 했고, 실무 그룹은 이미 중요한 여러 차례 논의를 마무리 짓고 가입 로드맵을 수립하고 있음을 언급한 바 있다. 그는 벨라루스의 알렉산더 루카센코 대통령, 카자흐스탄의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 러시아의 블라지미르 푸틴 대통령 간에 2013년 말 이전에 키르기스스탄의 관세동맹 참여에 대한 최종적인 동의가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관세동맹 가입은 프로세스의 종료가 아니라 궁극적인 목표인 2015년 1월 1일을 기점으로 유라시아 경제공동체가 유라시아 연합 출범으로 이어지는 추진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 간과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터키는 이미 러시아, 카자흐스탄 시장에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진출해있고, 투자가 이루어져 왔다. 이러한 측면에서 키르기스스탄의 관세동맹 가입으로 인해 확보되는 새로운 영역은 터키 기업의 새로운 투자 확대로 이어질 것이다. 터키-키르기스스탄 관계는 다원적인 국면을 가지고 있고 양국 관계는 양국이 역사적인 측면에서 가지고 있는 신뢰와 자신감을 기반으로 활성화되어왔다. 터키는 국제사회에서의 위상 증대를 위해 국력을 증대시키고 있고, 터키의 역사적인 고향이라 할 수 있는 중앙아시아는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앙아시아 지역에 대해서 터키 정부당국은 중앙아시아가 민주적인 체제와 자유시장 경제철학을 기반으로 자립할 것이라는 입장을 지지해왔다. 이러한 입장은 여러 차례 터키중동전략연구센터에서 이루어진 워크숍에서 정리된 바 있으며, 터키는 키르기스스탄이 보여주고 있는 의회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노력에 대해 다양한 지지 표명 등을 통해 경제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역사문화적인 공통성을 기반으로 제 분야에서 적극적인 협력에 대한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고, 이를 실현하고 있다.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