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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렌드

러시아의 상사분쟁 해결 제도와 방법

러시아 배규성 - - 2013/08/20

1990년대 초의 러시아는 무정부 상태의 국제사회에서 국가들이 직면하는 “자연상태(state of nature)”와 유사했다. 왜냐하면 국가가 통치질서와 안보를 제공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국가기구와 기업들이 취약한 구조의 환경 속에서 활동했고, 국가의 법이나 규칙에 의하지 않고 스스로의 상호작용을 통해 창조된 구조에 더 큰 영향을 받았다. 이런 환경에서 경제적 기업의 폭력적 잠재력(보호능력)과 폭력관리기구(범죄조직 등)의 경제적 잠재력은 중요했다. 다른 자력구제 시스템에서와 마찬가지로 러시아의 부상하는 시장경제 속에서 관료를 포함하는 조직적 폭력은 중요한 자원이 되었고, 그것에 대한 접근은 국민경제 내에서 차별화된 결과를 가져왔다.

상사분쟁 해결제도와 불완전한 국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기본은 계약자유의 원칙과 기업간 경쟁 그리고 기업의 이윤추구이다. 따라서 경쟁적인 또는 비경쟁적인 기업간의 영리추구를 위한 자유로운 거래는 분쟁의 가능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다.

러시아에도 각종 투자 및 거래 관련 분쟁과 갈등을 재판에 의해 사법적으로 해결하는 방법과 재판에 의하지 않고 중재, 조정 등에 의해 해결을 도모하는 법제도적 장치가 구비되어 있다. 헌법재판소, 일반법원, 중재법원, 중재원, 그리고 러시아연방 상공회의소 산하 국제상사중재원 등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간 분쟁을 해결하는 제도는 사법기관인 중재법원과 비사법기관인 상사중재원 및 국제 상사중재원이다.

소비에트 중앙계획 통제경제 시스템 하에서 기업간 분쟁은 거의 없다고 판단되었고, 따라서 사소한 국영기업간의 의견 차이는 1922년 설립된 국가중재위원회(state arbitration commission)가, 1931년 이후에는 국가중재(state arbitrazh) 제도에 의해 해결되었다. 1991년 “국가중재법원에 관한 러시아연방법”이 채택되고, 1992년에는 “러시아연방 중재소송법”이 채택됨으로써 소비에트의 국가중재제도는 폐지되었다. 1993년에는 중재법원이 러시아연방 헌법상 독립적인 지위를 인정받았다.1)  

그러나 법제도적 장치가 완비되었다고 해도, 국가적 서비스의 윤리성(ethos)이 허약하고, 관료들의 급여수준이 낮은 조건에선 경쟁적 기업간 또는 기업거래에서 특정 형태의 부패(corruption)가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국가관료들은 때때로 그들의 공식적 업무를 충실히 이행함으로써 사적인 이해관계를 감출 수도 있다. 또한 경찰 범죄전담반의 조사와 조세기관의 감사는 기업 중 어느 누군가가 국가적 강제력에 대한 특별한 접근권과 긴밀한 인간관계를 가진다면, 기업간의 사적인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물론 수혜를 입은 기업은 나중에 다른 형태로 보상해준다. 이런 부패와 관련된 사적인 혜택과 교환관계가 조심스럽게 위장되어 있는 경우 거기에 대해 법적인 조치를 취할 방법은 전무하다.2)

기업의 거래전략과 분쟁해결

러시아에서 기업간 분쟁해결과 거래상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사용되는 서로 다른 방법과 전략에 대한 연구는 조사 대상집단의 구조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1990년대 전체를 통해, 러시아 경제는 탈사회주의적 재산권과 경영형태로의 전환을 반영하여 아주 분절되어 있었고 또 이질적이었다.3) 따라서 경영자의 행태에 대한 더 정확한 모습은 몇몇 현존하는 연구결과와 각각의 연구를 통해 확인된 분절된 경제의 병렬적 나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체계적인 연구는 1997년에 수행된 두 개의 독립적 연구이다. 한 연구는 바딤 라다예프를 연구책임자로 하는 러시아 학자들의 연구이고, 다른 연구는 미국의 학자, Kathryn Hendley, Peter Murrell, Randi Ryterman에 의한 연구이다.4)

비록 라다예프 연구의 주제가 더 폭넓고, 거래비용의 구조와 성장하는 시장의 비즈니스 윤리를 다루긴 했지만, 두 연구 모두 러시아처럼 아주 불안정한 사업 환경에서 문제해결의 패턴에 초점을 맞추었다. 두 연구 모두 실질적인 민간기업의 샘플을 채취했으나, 라다예프의 연구에서 기업의 대부분은 새로운 민간기업가에 의해 1989년 이후 설립된 기업인 반면, 핸들리 등에 의해 수행된 연구결과는 시장개혁 이전에 존재했던 전 소비에트 국영기업에 대한 연구였다. 전자의 연구의 샘플은 주로 중․소형, 상대적으로 잘나가는 기업들인 반면, 후자의 연구에 포함된 샘플기업의 약 70%는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처해 있었고, 가동능력 훨씬 이하로 운영되는 기업들이었다.

라다예프의 연구는 많은 변수들에 의해 기업을 차별화시켰다. 기업연혁, 규모, 보호비용의 수준 등과 같은 변수들은 기업가들이 분쟁해결의 방법으로서 국가의 법이나 대안적 메카니즘에 호소하려는 의도와 폭력을 이용하려는 성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유감스럽게도, 미국학자들에 의한 연구는 문제해결 방법에 대한 경영자들의 선택과 그것들의 효율성에 대한 평가를 특정 독립변수에 연계시키지 못했다. 왜냐하면 표본으로 추출된 경영자들과 그들의 기업을 동질적인 그룹으로 취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연구는 그들이 연구대상으로 삼은 분절된 경제에 상응하는 결론을 이끌어 낸 뛰어난 연구로 볼 수 있다. 

공식적인 법이냐 비공식적인 네트워크냐?

이 두 연구로부터의 자료와 유사한 쟁점에 대한 다른 연구로부터의 자료를 바탕으로 1990년대 러시아 경제의 분쟁해결과 강압적 개입(enforcement)의 진화를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현존하는 사회적 관계(친족관계, 우정, 활동경험 공유 등)는 탈사회주의 경제의 새로운 경제적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주요 자원으로 활용되었다. 이것들은 재산권의 형태, 전문분야, 나이 등과 무관하게 비즈니스 관계를 유지하고 통제하는 핵심이 되었다. 비공식적 “평화적” 해결이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긴장완화의 메카니즘으로 여전히 존속했지만, 누가 개입되고, 해결의 실질적인 내용이 어떤 것인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지금까지의 어떤 연구도 외형적으로 명백한 이런 방법이 의미론적으로 외부적인 강압적 개입과 정반대된다는 사실이외에 어떤 구체적인 내용을 개입시키는 지 밝혀내지 못했다. 1990년대 전체를 통해 구 소비에트 사업가들과 새로운 기업가들은 계약의무의 이행을 강제하기 위해 폭넓은 네트워크를 활용했고, 네트워크의 단합을 유지하기 위해 외부기관에 호소하는 것을 극히 피하면서 분쟁해결을 위해 비공식적 협상을 활용했다. 그러나 협상에 실패하면 구 국영기업의 경영자들은 개인적으로 지방정부의 관료에게 호소하거나 중재재판소에 소를 제기하는 경향이 있었다. 1997년 공식적 비공식적 회합이 거래상 문제의 선호되는 해결방법이었던 반면, 중․대형 구 국영기업의 경우 중재재판을 이용하는 경우(25.46%)가 지방정부(10.43%)나 민간 해결사(2.76%)와 같은 외부기관의 이용보다 많았다.5) 보수주의, 함께 일한 오랜 역사, 현금부족, 기업의 고도의 기술적 복잡성, 국가기관과의 긴밀한 관계, 구 소비에트 기업들의 전형적인 특징 등이 거래전략을 결정하는 가장 유력한 요소들이다. 위협과 폭력에 직면했을 때, 이 그룹은 보호를 위해 국가경찰력에 호소하는 일관적인 경향을 보여준다.6)

대부분이 젊은 기업가들로 구성된 새로 설립된 민간기업의 일부에서도 비즈니스 네트워크에 대한 의존부분에서 유사한 모습들이 보여 진다. 그러나 제3자적 강압(enforcement)과 관련해서는 다른 모습들이 나타난다. 기업가들이 사업을 일찍 시작하면 할수록, 범죄집단에 의한 보호를 더 자주 이용하고, 폭력적 경향이 더 강해진다. 1989-93년 신속한 자본축적을 위해 설립된 기업들, 즉 낮은 투자 필요성, 낮은 기술성, 가장 중요한 빠른 자금회전의 기업들은 적어도 1997년까지 범죄적 중재에 심각하게 의존했다. 1990년대 늦게 등장한 기업일수록 법원판결 또는 강압적 해결과 관련하여 더 많은 선택권이 있었다. 개혁된 중재재판소가 1992년 업무를 시작했지만, 사건의 폭증은 1996년에만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기업가들은 비록 1997년까지 24%가 분쟁해결을 위해 중재재판소를 선호했지만, 국가적 중재의 효율성에 만족하지 않았다. 단 11%만이 공개적으로 언제든 폭력의 사용에 준비되어 있다고 시인했고, 55%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든 “비공식적 협상”을 선호했다.7)

국가적 중재를 선호했던 기업가들 중에는 낮은 보호비용 수준이 압도적이었다. 그들의 보호비용이 높다고 평가한 기업가들 또한 비공식적 문제해결과 폭력의 사용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1990년대 전체를 통해 신흥기업들이 부담했던 보호비가 증가했지만, 일부는 더 안전하다고 느낀 반면, 일부는 더 불안해졌다. 기업가들의 상당부분(30%까지)이 실질적인 보호비를 지불했다. 그들은 다른 것보다 범죄집단의 서비스를 더 선호했고, 개인적 경험속에 계속 폭력과 대면했다. 40%가 넘는 또 다른 그룹은 보호비의 가치를 만끽했다. 안정적으로 느껴졌고, 범죄적 해결사를 거의 이용할 필요가 없었고, 비공식적 해결을 선호했다. 그러한 기업가들은 보호를 내재화하거나 좀 더 효율적인 비공식적 국가적 “보호(크리샤)”를 어쨌든 확보했다. 법에 의존하려는 경향은 상대적으로 여전히 낮았다.

합법과 불법 사이

종합하면 이들 연구들은 러시아 기업의 거래전략과 분쟁해결 활동과 관련하여 범죄적 보호활동의 침투정도와 중재/형사 재판에 대한 신뢰가 일반적으로 생각되었던 것보다 낮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러시아의 높은 범죄화(criminalization)는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의 특징이었고 경제의 특정분야에만 관계되었다. 범죄율은 국가의 사법체계가 기능을 회복하기 시작한 1990년대 말까지 계속 떨어졌다. 동시에 사법체계는 외형상 아주 분절적이었다. 서로 다른 경제 주체 그룹들은 서로 다른 사법/비사법 체계를 활용했다. 따라서 그런 일반적인 경향은 밝혀내기가 아주 어렵다. 그러나 경영자나 기업가들 대부분은 두 체계 모두를 피하려고 하고 대신 개인간 관계에 의존하면서 두 사법체계 사이 어딘가에 머무르길 선호한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모든 것들은 여론조사에서 보여진 것처럼, 국가사법체계에 대한 국민들의 낮은 신뢰수준을 배경으로 해서 보아야 한다. 1990년대 전체를 통해 검찰, 법원, 경찰은 노동조합과 정당에는 조금 미치지 못하지만 가장 신뢰받지 못하는 기관들이었다.8)

 

배규성

배재대학교 한국시베리아센터 연구원

 

1) 김한칠, “러시아 법률분쟁 해결 시스템” 국제지역정보 제8권 1호, 통권 126호. 2004.1.1.
2) Vadim Volkov, Violent Entrepreneurs, The Use of Force in the Making of Russian Capitalrism, (Ithaca: Cornell University Press, 2002) pp. 168-169.
3) David Stark & Laslo Bruszt, Post-Socilaist Pathways: Transforming Politics and Property in East Central Europe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8) 참조. 
4) Vadim Radaev, Formirovanie novykh rossiiskikh rynkov: Transaktsionnye izderzhki, formy kontrolia I delovaya etika (Moscow: Tsentr politicheskikh tecknologii, 1998); idem, “Corruption and Violence in Russian Business in the Late 1990s,” in Economic Crime in Russia, ed. Alena Ledeneva and Marina Kurkchiyan (london: Kluwer, 2000); Kathryn Hendley, Peter Murrell, Randi Ryterman, “Law, Relationships and Private Enforcement: Transactional Strategies of Russian Enterprises” Europe-Asia Studies 52, 4 (2000) pp. 627-56.
5) Kathryn Hendley, Peter Murrell, Randi Ryterman, “Law, Relationships and Private Enforcement: Transactional Strategies of Russian Enterprises” Europe-Asia Studies 52, 4 (2000) p. 636.
6) Vadim Radaev, Formirovanie novykh rossiiskikh rynkov: Transaktsionnye izderzhki, formy kontrolia I delovaya etika (Moscow: Tsentr politicheskikh tecknologii, 1998) p. 190.
7) Ibid., p. 128.
8) Lev Gudkov, “Otnoshenie k pravovym institutam v Rossii,” (Attitudes toward institutions of law in Russia), Monitoring obshchestvennogo mneniya 3 (May-June 2000) pp. 3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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