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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비(非) 아랍 테헤란 중심의 새로운 중동진출 전략이 필요한 시기

이란 홍성민 중동경제연구소 소장 2016/04/06

 

한국 해외건설이 새 역사를 썼다. 대우와 한화건설이 지난 3월 24일 총사업비 23조 원에 달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신도시개발1)에 따른 10만 채 주택건설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그렇지 않아도 저유가에 세계 경기침체로 어려운 한국경제에 반가운 희소식이다. 지난 1월 17일 이란의 경제제재조치 해제로 우리 업계의 기대감이 충만한 상태에서 중동의 아라비아반도에서 이룩한 쾌거다.

하지만 이제 중동시장에 대한 접근도 재점검할 시기가 되었다. 21세기 중동의 시장 환경이 크게 변했기 때문이다. 9‧11사태이후 2008년 국제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중동의 정치, 경제상황도 크게 달라졌다. 2003년 이라크전쟁 이후 이란과 터키의 부상이 대표적 사례다. 이 사실은 현재 IS와의 전쟁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그만큼 중동이 세계화했다는 증거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북한군 2개 부대가 시리아 내전에 참전해 친정부 편에서 싸우고 있다.”고 한다. 시리아내전의 개입이 확대될 경우, 중동에서 남북한의 대결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극단적인 비유를 하는 이유는 21세기 중동시장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1970년대 이후 한국의 대중동진출은 걸프 아랍 산유국, 그 가운데서도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를 중심으로 ‘두바이 시장’ 위주의 진출 전략이 주류다. 이 과정에서 비(非)아랍 국가인 터키와 이란이 배제된 채 아랍‧산유국위주의 진출 전략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중동의 시장 환경이 크게 변화하는 지금은 시장을 세분화하고 다양화된 진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따라서 두바이(Dubai) 위주의 아랍 진출 전략에서 비(非)아랍 진출방안이 별도로 마련되어야 하는 새로운 계가가 마련돼야 하는 시기다.

 

비(非)아랍 터키와 이란의 부상과 뉴 실크로드(New Silk Road)

일반적으로 중동란 이란, 터키, 모로코 및 아라비아반도 남부지역을 잇는 지역을 말한다. 이 가운데 중동의 아랍 국가는 20여 개국으로 약 3억 5천만 명의 인구를 갖는 이슬람 국가들이다. 그 나머지 터키, 이란 및 이스라엘 등 비(非)아랍 국가들의 인구도 약 1억 5천 명 정도가 된다.

20세기 인류의 석유사용이 보편화되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중동의 중심은 이집트에서 아랍의 산유국으로 옮겨지게 되었다. 아래 [실크로드 지도]에서 노란 선으로 표시되는 국경선은 향후 중동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분계선이 될 수 있다. 그 가운데 두드러진 국가가 이슬람국가이지만 비(非)아랍국가인 이란과 터키다.  

이란은 이슬람 가운데서도 시아파라는 특성 때문에 서구사회에서는 마치 극단적인 이슬람국가로 인식돼왔다. 그 배경에는 미국의 친 사우디정책도 큰 몫을 하였다. 터키 또한 석유자원에 가려져 잘 부각되지 못했다. 하지만 두 국가 모두 이슬람국가이며 인구도 각각 8,500만 명 정도에 자원 부국이다. 여기에 중앙아시아의 이란-터키계 민족까지 합치면 두 국가의 인구잠재력은 2억 명 이상으로 확대된다.

전 세계 인구의 약 20∼25%를 차지하는 약 16억 명의 무슬림은 커다란 경제단위다. 무슬림의 20%는 아랍국가에 거주하며, 인도 아(亞)대륙에 30%, 인도네시아에도 15.6%의 무슬림이 있다. 중앙아시아 또한 다수의 무슬림들이 있으며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을 거쳐 동남아국가로 연계된다. 우리는 이 점을 주목해야 한다.

같은 이슬람국가이긴 하지만 이란은 항상 고립된 상태였다. 1979년 ‘이란혁명’ 이후 미국과 단교한 까닭에 국제사회, 특히 서구에서는 접근조차 어려운 국가였다. 그러한 이란이 경제제재조치의 해제와 함께 37년 만에 국제사회로 복귀하고 있다. 이란이 오랜 침묵을 깨고 국제사회로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중국의 지원과 협력에 힘입은 바 크다.

위 [실크로드 지도]에서 쉽게 알 수 있듯이, 2013년 9월 중국 시진핑 주석이 제시한 중국의 새로운 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一帶 一路: one belt one road)' 프로젝트에서도 이란은 중요하다. 중국-이란 우호 관계를 증명이라도 하듯, 이란에 대한 제재가 해제되자마자 2월에는 중국의 저장(浙江)성에서 출발한 고속화물열차가 약 1만 Km 떨어진 테헤란에 17일 만에 도착하여 위용을 과시하기도 했다.


홍해의 아덴만과 수에즈운하는 여전히 유럽진출의 중요한 교두보

중동은 아시아와 유럽 및 아프리카를 잇는 교두보로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두바이가 국제시장으로 발돋움하기 이전 중동의 큰 시장은 이집트의 카이로였다. 하지만 오일머니의 힘이 강화되자 그 축이 걸프만의 아라비아반도를 중심으로 이동하였다. 하지만 이집트는 여전히 아시아에서 유럽-아프리카로 향하는 물류의 집산지로서 매우 중요하다.

수에즈운하의 역할 때문이다. 지중해와 홍해를 잇는 수에즈운하는 1869년 11월 처음으로 개통된 이후 현재 세계에서 가장 긴 193.3km의 운하다. 연간 1만 7천여 척의 선박이 이 운하를 통과하며 세계 해상물동량의 약 8%가 이곳을 거치고 있다. 그러나 수에즈운하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집트 자체는 물론 홍해 지역의 정치적 불안정과 깊은 관계가 있다.

홍해 지역의 핵심 해상국가는 예멘이다. 예멘은 아프리카-유럽 항해에 중요한 아덴 항을 갖고 있다.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내전에 휩싸여 있는 아덴 항은 수에즈운하와 더불어 원유 및 상품수송로서의 역할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이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구축을 위한 항만개발 프로젝트가 홍해 지역에서 활기를 띠고 있는 점 또한 원유수송로와 관계가 깊다. 중국은 2013년 11월 예멘과 아덴 항, 모카 항의 컨테이너 부두확장을 위해 5억 달러의 차관제공과 함께 운영권을 확보하여 ‘진주목걸이’라 불리는 수송로가 완성되었다.

중국은 홍해의 해상요충지인 예멘의 모카 항과 아덴 항의 개발에도 착수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예멘에서의 내전해결에도 중국은 이란의 경험을 바탕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점은 중국이 추진하는 진주목걸이 전략과 일본의 안보다이아몬드 전략으로 간단히 설명될 수 있다. (위 [지도 참조])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의 군사동맹(한국, 일본, 필리핀, 호주)과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이 중국의 일대일로 추진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미국이든 일본이든 중국이든 모두가 유럽이나 아프리카로 해상진출을 하기 위해서는 홍해가 중요하고 그 가운데서도 아덴만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 밖에도 유럽-아프리카 진출의 교두보로는 마그레브 지역의 모로코, 리비아, 튀니지, 알제리 등의 국가가 있다. 아무튼 이제까지 언급된 중동시장의 교두보는 기존 ‘두바이 중심의 아랍시장’의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테헤란 중심의 비아랍 시장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안이 필요

이제까지 중동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한 곳이 UAE의 ‘두바이’임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아랍, 터키, 이란 및 아프리카 전체의 전진기지로서 우리의 전략적인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중동의 정치, 경제 상황이 크게 변모한 지금! 시장을 세분화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란 진출 역시 두바이시장 범주에 놓여있었기에 오류(誤謬)를 범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예를 들면 아랍의 상관습을 그대로 적용하거나 심한 경우에는 민족이나 언어조차 혼동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란이 이슬람 국가이긴 하지만 민족이나 언어의 기원이 아랍과는 전혀 다르다. 인도-유럽어 계통의 이란어를 사용하며 아리안족의 후예로서 페르시아 대제국의 문화적 자긍심 또한 매우 높다. 달력도 태양력인 이란력을 사용하며 회계연도 개시를 춘분인 3월 20일로 하는 독특한 체계를 갖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위 [실크로드 지도]의 노란 선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노란선 좌측이 셈족으로 이뤄진 아랍인이 주축이라면, 우측은 비(非)아랍 중심의 경계선으로 크게 구분된다. 그 대표적인 나라가 이란과 터키이고 이와 연계된 중앙아시아국가들,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이 크게는 BRICs국가와 연계된다.

9‧11테러사태 이후 중동에서 질서변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변화다. 이라크 전쟁 이후 중동에서 소용돌이, 특히 알카에다와 치른 ‘테러와의 전쟁’이 현재 IS와의 전쟁으로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 대국으로 급부상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된 결과다. 중국의 영향력 확대는 과거 실크로드를 통해 중동을 거쳐 유럽과 아프리카로 향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약 70여 년 동안 이어진 국제금융 질서는 2008년 국제금융위기로 큰 타격을 받았다. 이에 경제 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은 미국중심의 국제금융질서의 한계를 인식하고 인프라 투자은행(AIIB)와 같은 국제금융기구를 설립하여 막대한 외환보유고(약 4조 달러)를 투입하고 있다.

경기침체와 저유가로 인한 산유국의 투자부진으로 세계 경제가 다시 침체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큰 시점이다. 세계은행은 ‘2016년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브릭스의 경기둔화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퍼펙트 스톰'이 발생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IMF에 따르면, 2016년도 전 세계는 3.2% 성장하며 중국은 6.5%, 중동은 2.2%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 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중동의 경제성장이 저조한 것은 한국경제에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이런 와중에 이란이 긴 터널을 지나 세계무대로 귀환하고 있다. 실크로드의 화려한 부활을 꿈꾸는 중국과 함께 이란이 새로운 경제 질서에 편승하고 있다. 세계경기가 어두운 가운데서도 이란의 경제성장 전망치는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약 1,000억 달러에 달하는 해외 동결자산도 해제될 전망이다.
한국으로서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차제(此際)에 중동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법 모색으로 중앙아시아까지 공략할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거시적 안목에서 거대시장을 공략하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한국은 이미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이 ‘유라시아 이니시어티브’를 제안하였다. 러시아의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중국의 횡단철도(TCR)를 연결하는 좋은 대안이 중동진출에서도 마련될 수 있다.

따라서 이제 ‘아랍-두바이’ 중심의 시장전략에 더하여 ‘비아랍-테헤란’ 중심의 새로운 진출 전략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란의 테헤란(Tehran)을 중심으로 유럽진출의 교두보인 터키까지 다각적인 진출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아울러 이란을 통한 투르크메니스탄-터키-유럽(러시아) 및 중앙아시아-중국을 잇는 새로운 시장접근 전략은 향후 거대한 글로벌 시장에의 접근을 용이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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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프로젝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북쪽으로 약35km 떨어진 곳에 분당신도시의 2배에 달하는 ‘다히야트 알푸르산’ 신도시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2009년 UAE의 원전수주(186억 달러)나 이라크의 비스마야 신도시(101억 달러)보다도 규모가 큰 것이다.

2) 여기서 ‘일대(一帶: one belt)’는 중국과 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실크로드 경제벨트를 말하며, ‘일로(一路: one road)’는 중국에서 출발해서 동·서남아시아를 거쳐 유럽과 아프리카로 이어지는 해상실크로드를 의미한다. 일대일로(一帶 一路) 주변 국가들의 인구는 약44억 명으로 전 세계인구의 63%에 달하며, 경제규모도 21조 달러로 세계경제규모의 29% 정도를 차지한다.

3) 이집트 정부는 2015년 8월 6일 72km 길이의 제2의 수에즈운하 개통했다. 이로써 전체 운하 통과시간이 7시간 단축되고 물동량도 2배로 증가할 수 있게 되었다.

4) 중국은 원유수입의 80%, 천연가스수입의 50%, 그리고 전체 수출입의 42.6%를 말라카 해협을 통해서 수송하고 있다.

5) 이 내용에 관해서는, 홍성민, “저유가 시대의 중동경제: 역사적 고찰과 대응전략,” 제3회 KIEP-이슬람법학회 공동 세미나, 2015. 12.10. 참조.

6) ‘퍼펙트 스톰’이란 2011년 6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유로존 위기, 미국의 더블 딥(이중 침체), 중국경제의 경착륙 등이 겹쳐 2013년께 발생할 수 있다”고 쓴 용어다.

 

[참고문헌]

- 연합뉴스, 세계(중동/아프리카), 2016, 01∼03.
- 이태경, “天地 흔들 '중국판 세계화.” [Weekly BIZ], 2015.07.25   
- 정성삼, [중국의 일대일로 추진 계획 및 시사점], WORLD ENERGY MARKET Insight Weekly, 제3-185호-1 62호 2015. 5.13.
- 중동경제연구소, “중동지역이란?”
http://hopia.net/kime/nation/mid.htm 2012.
- 최수영, [일대일로’ 전략과 한·중 협력방안], KDI 북한경제리뷰 2015년 12월호.
- 해외경제연구소.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 추진 동향 및 시사점], Vol. 2015-지역이슈-09. 2015. 7.
- 홍성민, “저유가 시대의 중동경제: 역사적 고찰과 대응전략,” 제3회 KIEP-이슬람법학회 공동 세미나, 2015. 12.10.
- 홍성민, EMERICS 전문가칼럼, “기지개 펴는 이란(Iran),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접근해야,” 2016.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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