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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과테말라 정부 부패와 시민사회의 반응

과테말라 정이나 부산외국어대학교 중남미지역원 교수 2016/09/27

지난 7월 오토 몰리나 전 과테말라 대통령이 불법 선거자금 수수, 부정 이득, 뇌물 수수, 자금 세탁 혐의를 받아 체포되었다. UN 부패 조사관에 따르면 현재 과테말라 고위 공무원의 사기와 횡령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위와 관련하여, 부산외국어대학교 중남미 지역원의 정이나 교수에게 과테말라 정부 부패와 시민사회의 반응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Q1. 지난 2015년 사임한 오토 페레스 몰리나 과테말라 전 대통령은 누구이며, 그는 왜 사임했는가?
오토 페레스는 과테말라에서 형식적인 민주주의가 정착된 1985년 이후 군부 출신으로는 최초로 2011년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과테말라 사회는 1953년 진보적 성향의 정권이 우파 쿠데타에 의해 전복되면서 내전이 시작되었고, 1996년 평화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약 36년 동안 무장 충돌이 계속되었던 곳이다. 이는 한편으로 과거 과테말라 사회에서 군부의 영향력이 높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내전의 여파로 인한 현재 국내의 열악한 치안 상태와 경제 상황을 설명하는 역사적 배경이기도 하다. 2001년 오토 페레스는 그의 대선 러닝메이트이자 집권 당시 부대통령을 지낸 록사나 발데티와 함께 애국당을 창당하여 2011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다. 그는 2011년 대선에서 무엇보다 점차 악화일로에 있던 과테말라의 불안한 치안 문제 해결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며 당시 유권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군 정보부 출신으로 일찌감치 정치권과 연을 만들어온 몰리나 전 대통령은 미 군관학교 교육을 받은 전형적인 군 엘리트 출신이다. 이 같은 그의 이력은 그의 공약 중의 하나였던 "철의 손(mano dura)", 즉 치안 문제 해결을 위해 강력하고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그의 ‘군인’ 의지를 전면적으로 내세우면서 유권자들의 ‘기대’와 맞물리며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결국 몰리나 전 대통령은 2015년 9월 과테말라 의회가 그에 대한 면책권을 박탈하자 대통령직을 사임하는 것으로 4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물론 그의 혐의는 정경유착형 부패 스캔들이다.  


Q2. 몰리나 전 대통령은 그의 사임에 대해 어떻게 주장했는가?
그는 전격적으로 2015년 9월 3일 사임 의사를 서면으로 의회에 제출했다. 당시 대통령실 대변인에 따르면, 대통령의 사임 결정은 “현 과테말라 행정부의 제도적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대통령 자신을 상대로 기소된 문제를 국가원수가 아닌 일반 개인의 자격으로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는 내용을 기자회견을 통해 짧게 밝힌 바 있다. 오토 페레스가 의회에 제출한 사임 의사에도, 이와 같은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다. 그리고 이어 그는 법의 테두리에서 자신의 결백을 최선을 다해 증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과테말라 발전과 평화를 위해 지켜온 자신의 원칙과 가치를 배반하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결국 그의 사임은 과테말라 의회에서 만장일치로 결정된 면책특권 박탈에 따른 체포영장이 발부되면서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상황적 압력에 따른 것이라 볼 수 있다. 사임 권유를 받아들인 것에 불과하다는 의미이다. 


Q3. 몰리나 전 대통령은 자신이 부패 사건에 연루된 것은 정치적인 동기(미국이 배후에 있다는 등)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현재 몰리나 전 대통령이 혐의를 받는 정경유착형 비리 스캔들, 적어도 현재 전면에 드러나 있는 라리네아(La Línea)사건은 세관 시스템을 이용하여 기업의 세금 탈세를 묵인하는 명목으로 뇌물을 받은 혐의인데, 이에 대한 조사는 UN 산하 과테말라 반면책 국제위원회(CICIG)가 주도했다. 물론 과테말라 검찰의 수사와 함께 이루어진 것이지만, 현재 과테말라의 헌정 질서가 결코 검찰의 독립적인 수사나 권한이 보장되기는 어려운 조건이다. 민주주의의 삼권분립이라는 순수한 발상은 금물이다. 제노사이드로 기소된 전직 군인을 기소한 판사가 방탄조끼를 입고 법원을 드나드는 곳이 과테말라의 현실이다. 따라서 현직 대통령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수준의 부패 스캔들이 폭로되기 위해서는 결코 내부 세력으로는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왜 과테말라 검찰이 아니라 CICIG의 주도로 조사가 이루어졌는지를 생각해본다면 몰리나 전 대통령의 주장이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물론 그의 비리 혐의가 결백하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의 혐의가 왜 이렇게 수면에 노골적으로 떠오르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대목이다. 그동안 있었던 수많은 정치권 부패와 비리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Q4. 과테말라 법원은 몰리나 전 대통령의 비리 스캔들에 대해 어떠한 판결을 내렸는가?
몰리나 전 대통령의 2011년 러닝메이트였던 록사나 전 부대통령은 현재 비리 스캔들의 기폭제가 된 인물이다. 두 사람은 2012년부터 긴밀한 정치적 파트너였을 뿐 아니라 록사나 부대통령은 임기 초반부터 정경 유착형 비리 스캔들에 끊임없이 거론되었던 인물이었으며 그때마다 몰리나 대통령은 그녀를 비호하는 태도로 일관해왔다. 이번 스캔들이 세상에 공개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도 록사나 부대통령 개인비서로 있었던 까를로스 몬손(Carlos Monzón)의 폭로였다. 그러나 얼마 전 과테말라 법원은 까를로스 몬손의 구두 증언에 대한 법적 효력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리기도 하였다. 이번 결정이 현재 기소된 사람들에게 상당 부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기소 중인 몰리나 전 대통령과 록사나 부대통령을 포함 고위급 공무원, 기업인 등을 포함하면 최초 57명에서 53명으로 축소되었으며 재판은 계속 진행 중이다. 과테말라 사법 절차상 앞으로 몇 년이 더 계속될지 모르는 지난한 싸움이 될 것이다. 현재까지는 몰리나 전 대통령의 비리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충분한 물적 증거가 확보된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개인 재산 압류 절차 중이다. 하지만, 판결이 확정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Q5. 몰리나 전 대통령이 부패 혐의로 사임한 이후에도 현재까지 과테말라 내 다수의 고위 공무원이 부패 혐의로 체포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바란다.
현재 몰리나 전 대통령이 받는 부패와 비리에 대한 혐의는 록사나 부대통령을 포함한 행정부 수반의 모든 기관이 밀접하게 연관된 구조이다. 강력한 차기 대선 후보였던 통신부 장관은 부패 스캔들이 터지자 사임하고 당을 탈퇴하였으며,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몰리나 전 대통령의 최측근 중의 하나이자 내무부 장관을 지낸 마우리시오 보니야(Mauricio Bonilla)은 현재 부패 혐의로 기소 중인 사람들이다. 현재 몰리나 전 대통령의 비리 혐의에 연루된 다수의 고위 공무원은 실제로는 몰리나 전 대통령의 이너 써클(Inner Circle) 정치인이다. 현재 불거진 정치권 부패 스캔들은 사실상 과테말라 정치권의 만연된 부패와 비리의 단면일 뿐이다. 그리고 과테말라의 경우는 공무원 채용이 우리나라처럼 일정한 제도적 절차를 통해 독립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새로운 인물로 교체되는 구조이다. 따라서 비리나 부패의 규모도 결국 개인이 아니라 정권을 잡은 ‘집단’에 의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Q6. 현재 과테말라 의회는 작년부터 이어져 온 부패스캔들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보이는가?
2015년 4월부터 일명 “라리네아” 사건이 불거지고 급기야 국세청장이 체포되면서 시작된 비리 스캔들은 곧바로 록사나 부대통령 사임으로 이어지고, 결국 몰리나 전 대통령 사임으로 막을 내렸다. 물론 아직까지 이에 대한 조사는 진행 중이다. 그리고 바로 9월 대통령 선거가 시작되었고 이와 함께 국회의원 선거도 함께 치러졌다. 그러니까 새로운 행정부와 의회가 들어선 셈이다. 2015년 발표된 세계 부패 인식지수에서 과테말라는 168개 국가 중에 123위를 차지했다. 부패 정도가 가히 심각한 수준이다. 그리고 몰리나 전 대통령의 부패 혐의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가운데 새로운 행정부와 의회가 구성되어 2016년에 시작되었다. 하지만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2016년 임기를 시작하는 새로 선출된 168명의 국회의원(중미의회 의원 20명 포함)이 채용한 보좌관은 2천여 명이 넘고 있으며, 이 중에는 친인척은 물론이고 친구와 가까운 지인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의회에는 2천 명이 넘는 보좌관이 일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이 없음은 물론이고 이들에게 지급되는 급여 기준이나 원칙도 없이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는 사실이 올해 초에 폭로되었다. 이 같은 의회가 과연 작년부터 이어져 온 부패 스캔들에 대한 딱히 어떤 입장을 가질 수 있을까.


Q7. 과테말라에서 이렇게 정부 부패가 만연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과테말라에는 형식적인 혹은 정치적인 민주주의만이 정착되었기 때문이다.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선출할 수 있는 유권자로서의 정치적 권리만 국민에게 주어졌다는 의미이다. 한 사회의 구조적 문제, 즉 그것이 만연한 부패이든 비리이든 그것은 의회에 모여 있는 한 줌의 국회의원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더욱이 그 의회를 구성하고 있는 인물들이 정치권력을 개인의 사리사욕과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여긴다면 더욱 그러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오랫동안 내전을 겪은 사회에서 과테말라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민주주의란 상당히 제한적이었다. 국가 폭력이 정점에 달했던 1980년대, 그리고 국제사회의 압력으로 등 떠밀려 체결된 1996년 평화협정은 과테말라 사회를 크게 바꾸어 놓지 못했다. 여전히 과테말라는 일부 소수 기득권층, 흔히 과두 지배세력이 독점적으로 국가를 운영하는 구조이다. 이들이 소수 독점한 경제카르텔은 고스란히 정치권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으며, 이 같은 고리는 전형적인 정경유착을 만들어내는 기제로 작동한다. 그리고 정치에 입문하기 위한 ‘의욕이 넘치는’ 인물들도 결코 이들과 유착을 하지 않고서는 막대한 선거 자금은 물론이고 정치적 기반도 위태로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일단 정치에 입문하면 해결된다. “정경유착”이라는 좋은 ‘제도적 장치’를 통해 충분히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몰리나 전 대통령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이다.


Q8. 과테말라 국민은 정부의 부패 스캔들에 대해 어떠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가?

과테말라 정치권 부패 스캔들에 대한 국민은 별다르게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수없이 일어났던 정치권 부패 스캔들에 하나가 더 추가되는 정도로 이미 일상화된 정치권의 부패이다. 물론 과테말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임기 중에 있는 대통령이 사임하고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지만, 결코 이것으로 과테말라 정치권 전반에 만연해 있는 부패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몰리나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두르러지게 부각되고 있는 과테말라 정경유착형 비리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사실 바로 이 점이 몰리나 대통령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미국이 배후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몰리나 전 대통령은 마약 합법화에 대한 문제로 미국에 대해 정면으로 도전하며 갈등 관계에 놓여있었고, 2015년 안티구와에서 개최된 중미정상회담을 방해했다며 미국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과테말라는 전형적인 친미국가이다. 과테말라 현직 대통령이 미국과 정면으로 맞서는 것은 1953년 이후 처음일 것이다. 몰리나 전 대통령이 자신의 부패 스캔들 배후에 미국을 지목한 것은 일부분 사실일 수 있는 정황적 논리는 충분하다. 과테말라 정치에 미국이 깊숙이 관여해온 것은 이미 역사적으로도 충분히 입증된 사실이다. 그렇다고 몰리나 대통령이 억울한 누명의 희생자라는 것과는 무관하다. 몰리나 행정부의 급속한 추락이 단순히 부패 스캔들로만 설명하기에는 여전히 많은 의혹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Q9. 몰리나 전 대통령의 사임 이후 치러진 2016년 대선의 결과는 어떠했는가?
과테말라 국민이 정치에 대한 혐오, 불신 그리고 냉소적인 반응은 오랜 시간 축적되어온 것이다. 몰리나 대통령에게 원했던 것은 무엇보다 적어도 그의 주요 대선 공약이었던 치안 문제 해결이었다. 과테말라의 치안은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만큼 상당히 심각하다. 물론 대다수 국민이 빈곤층에 속하고 높은 실업률로 인해 생계형 범죄도 많이 일어나지만, 조직적인 범죄로 인한 살인, 강도, 갈취 등의 범죄들도 일상이 되어있다. 전시상태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같은 범죄로 인해 목숨을 잃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몰리나 대통령의 대선 공약은 유권자들에게 믿고 싶은 ‘약속’이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치안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그동안 수없이 반복되어온 정치권 부패 스캔들로 온 나라가 다시 시끄러워졌다. 이쯤 되면 과테말라 국민의 선택은 기존 정치권이 아닌 새로운 인물,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2016년 임기를 시작한 지미 모랄레스 대통령이 과테말라 국민의 선택이었다.


Q10. 이번 대선의 결과는 어떠한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하는가? 또한 이 결과가 과테말라 국민의 어떠한 바람을 담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2015년 말 대선에서 당선된 지미 모랄레스는 개그맨 출신 대통령으로 더욱 그 유명세를 탔다. 기존 정치권에서 존재감이 없었던 그였다. 정치인으로 2011년 과테말라 믹스코(Mixco)시 시장으로 출마했으나 낙선한 경험이 전부다. 그리고 4년 뒤인 2015년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과테말라 국민의 선택이 그를 향한 까닭은 무엇일까? 거두절미하고 기존 정치판에 느낀 혐오와 실망이다. 이미 정치권에 만연해있는 부패, 비리 등은 이미 일상화된 현실이고, 이에 반해 과테말라 대다수 국민은 빈곤층이고 사회의 심각한 양극화는 오래된 비극이다. 영양실조로 죽어가는 국민들은 늘어가고 상대적으로 부와 권력은 소수에게 집중되며, 마약을 둘러싼 조직범죄들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 현재 과테말라의 모습이다. 과테말라 국민이 정치를 통해 바꾸고 싶은 것은 바로 이 같은 현실일 것이다. 그리고 기존 정치권을 통해서는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이미 수없이 증명된 셈이다. 그리고 우연히 새로운 정치인이 등장했고 그것이 현재 지미 모랄레스 대통령이다. 그가 과연 과테말라 국민의 바람을 들어줄 수 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지미 모랄레스 행정부는 과테말라 기득권 세력과 얼마만큼의 협상력을 보여주는가에 따라 그 운명이 달라질 것이다. 그 기득권층에는 과테말라 국민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기존 정치권도 포함된 역설적인 상황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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