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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칠레 교육제도 개혁에 대한 ‘아우성’: 또 다른, ‘잃어버린 10년’이 될 것인가?

칠레 이태혁 부산외국어대학교 중남미지역원 HK교수 2016/09/26

최근 칠레의 학생들은 정부의 교육 개혁에 대한 시위를 이어갔다. 그들은 바첼렛 대통령이 대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무상 교육의 이행을 주장했다. 위와 관련하여 부산외국어대학교 중남미지역원 이태혁 HK교수와 <칠레 교육제대 개혁에 대한 아우성 : 또 다른, ‘잃어버린 10년’이 될 것인가?>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Q1. 칠레 교육제도 개혁에 대한 학생들의 시위가 여전히 칠레 내 가장 큰 범사회적인 이슈이다. 학생들이 거리로 나온 배경은 무엇인가?
칠레 학생들이 ‘또다시’ 거리로 나와 현 정부를 향해 요구하는 것은 ‘온전한’ 교육개혁 이행의 촉구이다. 2016년 부 현재 소득분위 50% 이하 가정의 대학생들에 한해서만 무상으로 대학교육을 제공할 것이 아니라, 바첼렛 현 정부가 정권 재창출 시 약속한 대로 무상교육의 전면시행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올 하반기 들어서도 학생들이 거리 시위를 지속해서 감행하고 있으며, 경찰이 집회 등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학생을 포함해 일반시민의 부상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학생들은 교육이 ‘사회권리’인 만큼 사장 논리 하에 운영되고 있는 현재의 교육시스템의 전면적 개편으로 모든 학생이 보편적이며 평등한 교육기회를 통해 사회적 불평등의 재생산을 단절하자는 목소리이다. 이러한 학생들의 ‘울림’이 10년째 지속되고 있다.


Q2. 지난 10년 동안 학생들이 교육개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는 것이 놀랍다. 지난 10년 간 교육과 관련하여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설명해주기 바란다. 먼저 10년 전인 2006년에 어떠한 일로 학생들이 시위를 시작하게 되었나?
학생들이 교육의 터인 학교에서 학업 하기보다는 거리에 나와 시위를 시작한 지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일단 크게 2006년, 2011년, 그리고 2016년 현재로 시위의 의미와 정도 등에 따라 모두 3차례의 시기로 구분 지을 수 있다. 물론 2006년 이전에도 국소적이고 산발적으로 교육제도의 불합리성에 대한 시위가 있었고, 3차례로(2006, 2011, 2016년) 나눠 언급한 시기 전후로도 교육제도 개혁에 대한 ‘끊임없는’ 아우성이 있었다. 하지만 2006년은 60만 명 이상의 학생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칠레 교육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더욱이 칠레 역사상 가장 큰 대규모의 시위 가운데 하나이다. 특히, 2006년에 발생한 시위를 ‘펭귄 혁명’이라고 부른다. 이는 시위를 주도한 중고등학생 유니폼의 색깔이 검은색과 하얀색으로 구성되어 있어, 마치 펭귄들이 거리에 나와서 운집하고 또 이동하는 모습이 연상되었다고 한다. 이 당시, 학생들을 거리로 내몬 요인은 동년 4월, 칠레 정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수험료 인상을 단행하고, 2007년부터는 학생들에게 발급하는 대중교통 카드의 사용 한도를 제한하겠다는 발표로 인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전면 폐지를 요구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교육개혁에 대한 ‘불씨’가 단순히 수능시험 응시료의 무상과 학생들의 대중교통 무료 이용을 넘어 피노체트 정권하 지속적으로 이행된 신자유주의적 교육제도의 유산인, 교육구조법 (LOCE)의 전면적 개혁을 요구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요구가 2011년 대학생 중심의 시위에서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Q3. 교육구조법(LOCE)에 대한 부연 설명해 달라.
앞서 잠시 언급했듯이, 교육구조법(LOCE)은 피노체트 정부 집권 시 고안되었다. 그리고 피노체트 정부 퇴임하기 딱 하루 전인 1990년 3월 10일 교육구조법(LOCE)이 관보(Diario Oficial)에 발표됨과 아울러 차기 연합 정부인, 꼰쎄르따시온(Concertación)이 새롭게 개정된 교육구조법을 추진 및 진행하게 된다. 교육구조법(LOCE)의 골자는 개인 투자자들의 학교 설립 자유화와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하는 내용이다. 정부가 담당하던 교육 재정을 지방자치단체에 일임하는 즉 지방분권화로, 재정 형편이 다를 수밖에 없는 지방 도시들과 공립, 사립대학 간 심각한 교육 격차를 초래하게 되었다. 이렇듯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에 따른 교육의 차별적 접근성의 제도화로 인해 교육의 양극화가 조장이 되었고, 이러한 기제로 인해 학생들이 지난 10년간 부단히 거리로 나서며 교육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Q4. 그렇다면, 교육구조법(LOCE)에 따른 교육제도의 재편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는지, 또한 개편된 교육법으로 인해 교육의 양극화를 초래했다고 했는데, 이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피노체트 이전 정권인 아옌데는 사회주의 국가를 표방하며 교육부에서 중앙집권적으로 교육행정을 관리 및 운영 그리고 예산을 집행함으로, 교육의 전면적 무상을 주도했다. 하지만 쿠데타로 정권을 창출한 피노체트는 신자유주의 이념 하 교육 분야에서도 경쟁과 효율을 전면에 내세웠다. 즉 의료나 연금 등 다른 기본권과 마찬가지로 교육 분야에서도 중앙정부의 역할과 지출을 축소하는 대신에 시장의 논리로 교육제도의 개편을 단행한 것이다. 개편된 교육제도는 각 가정의 소득의 정도에 따라 진학할 수 있는 학교의 종류가 뚜렷이 구분되었다. 먼저 칠레에선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가 따로 없고 ‘꼴레히오’(Colegio)로 통합된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한 학교에서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과정까지 대부분 다 가르친다. 이러한 꼴레히오 시스템 아래, 교육구조법(LOCE)은 학교를 시(municipality)에서 운영하는 공립학교인 '시립학교', 시의 지원을 받는 '보조형 사립학교', 그리고 엘리트식의 순수 '사립학교'로 크게 3가지 학교 유형으로 나눴다. 공립은 무료인 반면에 사립학교는 학생의 등록금에 의존한다. 저소득계층의 학부모님들은 자녀를 대부분 시립학교로 보내고, 중산층의 학부모님들은 자녀들을 정부 보조금을 받는 사립학교로, 그리고 상류층은 순수 사립학교에서 학업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교육이 계층별 경제적 능력 정도에 따라 차별화되고 서열화 되는 기제가 된다. 이와 같은 교육체계의 분리와 차별이 칠레 교육문제, 더 나아가 칠레사회의 내재적 갈등요인이 된 것이다.


Q5. 교육구조법(LOCE)에 따라 학교가 크게 3가지 형태로 구분된다고 하였는데, 학교에 따라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에 큰 차이가 있었나?
지난 2014년 기준, 칠레 내 각종 통계 자료에 따르면 순수 사립출신, 보조형 사립 그리고 공립(시립)의 대학수학능력시험 등의 성적에 큰 차이점을 보였다고 한다. 예를 들어, 순수 사립형 출신의 학생들은 수학 과목의 만점 850점 가운데 평균 610점을 득했고, 보조형 사립은 499점 그에 반해 공립(시립)은 468점을 얻었다. 언어 과목에선, 순수사립이 평균 598점, 보조형 사립은 500점 그리고 공립(시립)은 470점으로, 순수사립과 공립의 차이가 무려 128점의 차이를 보였다. 이처럼 엘리트 사립학교와 보조형 사립 및 공립의 차이가 현격해 고등학교별 칠레 내 대학 진학률을 구분 짓게 되며, 이는 궁극적으로 진학자인 학생들 ‘집안의 형편’에 따라 진학하는 대학의 수준이 정해지는 구조적인 병폐라고 볼 수 있다.


Q6. 피노체트식 교육구조법(LOCE) 개혁에 대한 시위가 2011년 또다시 발생했다고 했는데, 2011년 시위와 2008년 시위를 비교‧ 분석해 달라.
2006년도와 2011년도 기간에 각각 발생한 시위는 학생들이 공교육 정상화 등 과거 독재정권의 유산인 신자유주의식 교육제도의 전면적 개편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2006년도엔 칠레의 중고등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앞서 언급한 2가지 교육 관련 개혁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가두시위로 진행한 반면, 2011년도의 시위의 주체는 대학생이었다. 그리고 2006년도와 2011년 교육개혁에 대한 시위가 있을 당시 정부는 서로 다른 지향점과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던 각각 좌파와 우파정부였다. 즉 2006년도 최초 대규모 가두시위가 발생했을 당시의 정권은 진보주의인 바첼렛 정부 1기이었으며, 2011년엔 보수주의자인 삐녜라 정부 시기였다. 2006년 최초 중고등학생들의 교육개혁에 대한 가두시위를 계기로 교육구조법(LOCE)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론화되었고, 이에 대해 2009년 8월 바첼렛 1기 정부는 새 교육법인 교육일반법(Ley General de Educación, LGE)을 공포하는 등 ‘응답’을 취했지만 교육감독기구(Superintendencia de Educación)의 창설이 의회에서 통과되지 않는 등, 보편적 공교육 실행에 대한 제도적 미비점들이 노출되었다. 이런 가운데 2010년 보수 정당이 정권을 창출하며, 교육개혁에 대한 답보현상을 보이게 되었다. 특히, 삐녜라 정부의 교육철학은 ‘수익자 부담원칙’으로 학생들의 교육개혁에 대한 목소리를 외면하는 등 미비한 교육개혁으로, 2011년 다시 한 번 대규모 학생시위가 칠레 산티아고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일어나게 되었다.


Q7. 2006년부터 칠레에서 범사회적으로 부각된 교육제도개혁에 대한 이슈가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그렇다면 왜 교육제도개혁이 지지부진 한 것인가?
신자유주의적 스펙트럼을 장착한 피노체트 정권의 유산인 교육구조법(LOCE)의 개혁으로, 학생 및 학부모님들은 공교육의 정상화와 대학의 무상교육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바첼렛 2기는 이러한 대국민적 요구를 표심으로 하여, 정권을 창출했고 2기 정부의 출범과 아울러 교육제도 개혁을 국정 최대 과제 가운데 하나로 선정 및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바첼렛 현 정부는 1, 2기 간 통틀어 현재 22%의 가장 낮은 국정 지지도를 보이고 있고, 이는 교육개혁의 미비가 현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교육제도개혁 등 대국민적 요구를 수렴해 정치에 반영하겠다며 정권을 재창출한 바첼렛 2기 정부가 교육제도 개혁의 ‘뒷심’을 발휘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공교육의 정상화와 대학 무상교육을 위한 재정적 ‘탄환’의 부족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칠레 정부의 재정을 담당하는 지하자원, 특히 국제 구리 가격의 하락이 그 한 요인이다. 더불어 칠레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 등의 국제환경적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공교육의 확대 등에 따른, 즉 정부가 교육의 수익자가 됨에 따른 논리에 따라 직접적으로 공교육과 대학의 무상교육 혜택을 받지 않는 (보수적) 세대의 세금 부담이 가중됨에 국내의 반대여론도 감지되고 있다. 이렇듯 교육제도 개혁에 대한 보수와 진보 그리고 세대 간 갈등도 한 요인으로 볼 수 있다.


Q8. 끝으로, 칠레 교육제도개혁은 어떠한 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는가?
피노체트 정권 창출 후부터 칠레 내 깊숙이 내재화되어 있는 신자유주의적 정책적 잣대와 방향으로 교육에 대한 ‘아파르트헤이트 (Apartheid)’ 철폐는 상당히 실험적이고 모험적으로 볼 수 있다. 앞서 잠시 언급을 했지만 진보주의 정권인 바첼렛 정부 1기 및 2기 그리고 보수 성향의 삐녜라 정부 모두 정치적으로 대척점의 스펙트럼에 속해 있지만 어찌 보면 교육에 대한 대국민, 특히 학생들의 요구를 진정성 있게 수용하고 공공정책으로 진행하는 데에는 동일하게 한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칠레교육제도의 개혁은 현재 진행형이다. 신자유주의라는 전 지구적 정치경제적 이념의 틀 가운데 교육을 온전한 공공재로의 인식의 전환이 가장 중요하고, 그렇게 될 때 칠레는 지난 1990년에 획득한 정치적 민주화뿐만 아니라 교육의 민주화도 달성된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교육의 민주화가, 2017년 대선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즉, 교육제도의 온전한 개혁의 의지 여부에 따라 지난 10년간 학생들을 거리로 내몰았던 역사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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