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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짐바브웨의 신규 화폐 발행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

짐바브웨 Lloyd Magangeni TLM Global Solution (PTY) Head of Economic Research and Strategic Planning 2019/04/16

만성적인 통화 부족 해결을 위한 신규 화폐 발행


2019년 2월 22일 짐바브웨 정부는 외환부족 및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RTGS(Real-Time Gross Settlement)  달러’라 불리는 신규 화폐를 도입했다. 초기 환율은 RTGS 달러당 약 2.5달러이다. 짐바브웨 신규 화폐 발행은 만성적 통화 부족으로 인해 국민들이 생필품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이다. 그러나 짐바브웨 정부가 가치가 평가절하된 화폐를 발행하면서 정부에 대한 신뢰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짐바브웨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고 예산 지출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재정 및 금융 규정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화폐 신규발행이 미래의 장기적 성공을 희생하는 단기적 해결책에 그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상품 가격에 수차례 인상되고 국내 통화인 짐바브웨 달러가 사실상 효력을 상실한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한 이후인 2009년, 짐바브웨 정부는 미국 달러화와 유로화 등  해외 통화를 국내 거래용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그 이후, 달러 부족으로 인해 2016년 짐바브웨 정부는 (컴퓨터를 통해 은행 계좌에 예치되는) 전자화폐와 함께 거래될 대용 화폐인 ‘본드노트(bond notes)’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공무원을 포함한 짐바브웨 국민 대다수는 은행 계좌에 예치되는 전자화폐를 통해 임금을 지급받는다. 그러나 계좌에 예치된 전자화폐를 식료품을 사거나 공과금 등을 납부하기 위해 필요한 현금으로는 쉽게 바꿀 수 없는 상황이다. 현금 부족, 높은 실업률에 시달리는 짐바브웨 경제는 10년 넘게 하락세를 보이고고 있으며, 정부는 공공분야 종사자의 급여 지급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정부 수입 증가를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음툴리 은쿠베(Mthuli Ncube) 재무장관이 모든 전자 거래에 세율 2%의 세금을 부과한다고 발표하면서 짐바브웨 경제는 혼란에 빠졌다. 생필품 부족 문제가 다시 발생했으며 일부 제품의 경우 가격이 몇 주 만에 2배 이상 급등하는 등 물가도 폭등했다. 물자 부족은 제약 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당뇨, 고혈압과 같은 만성 질환 치료에 필수적인 약품이 동이 나는 한편 오직 외화로만 약품을 살 수 있는 실정이다.


짐바브웨 중앙은행 통계에 따르면 현재 짐바브웨에서 유통되는 현금은 4억 달러 채 안 되는 수준이다. 이로 인해 연료 부족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며, 기업들은 원자재와 장비 구입에 필요한 달러화를 확보하기 위해 암시장에서 최대 370%에 달하는 웃돈을 주고 달러를 구하는 상황이다.


현재 이러한 경제 상황을 볼 때, 현 시점에서 화폐 신규발행은 민감한 문제다. 현재 경제 상황은 복수통화체제를 위태롭게 만들었으며 경제지표는 예상과 반대로 가고 있다. 짐바브웨 정부는 예산적자를 통제하고 해이해진 재정 규율을 바로잡아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 뒤에야 화폐 발행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


국내총생산의 1%를 넘지 않는 선에서 예산 흑자 유지, 통화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안정적인 외화 노스트로 계좌(은행이 다른 은행의 외화로 보유하고 있는 계정) 확보, 안정적 생산(설비 가동률 80% 이상)을 통한 충분한 수출 수익 확보가 화폐 발행을 위한 선결조건이다.


2017년 도입된 이후 미국 달러에 고정되어 통용되는 짐바브웨 본드노트는 현재 은행간 외환거래시장 기관을 중심으로 하는 통화당국에 통제를 받고 있다. 짐바브웨 중앙은행 총재인 존 망구드야는 짐바브웨의 통화정책을 설명하면서 “은행간 외환거래시장이 외환시장에 안정을 가져오는 동시에 수출, 이민자 송금 및 투자를 증진하여 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중앙은행이 경제를 통제해온 방식에서 비롯된 통화당국에 대한 불신은 새로운 화폐의 성공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것이다. 화폐는 신뢰에 토대를 둔다. 따라서 통화당국은 신뢰 문제를 해결하고 결속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화폐 문제는 지속될 것이다. 단순히  짐바브웨 달러 재도입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짐바브웨 정부는 정부 수입과 규모에 걸맞지 않는 정책을 펼쳐왔으며, 이로 인해 정부가 독자적인 통화 정책을 주도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불신이 팽배하다.


망구드야 총재는 화폐 발행이 짐바브웨 화폐의 가치를 수정하려는 목적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RTGS 달러, 모바일 송금 플랫폼, POS 시스템, 본드노트와 동전(coin)이 통용되는 짐바브웨의 현 결제 시스템의 상황 하에서 화폐 발행이 가져올 회계, 금융, 경제 및 법적, 사회적 영향을 검토한 뒤에 이 조치가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현재 통용되는 RTGS 잔고와 본드노트, 동전을 통합하여 ‘RTGS 달러’라고 명명했다고
밝혔다. 망구드야 총재는 중앙은행이 화폐 발행이 가져올 영향을 고려하고 시장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확보했으며, 이러한 사전조치 이후에 판매자와 구매자가 은행과 환전소를 통해 RTGS 잔고와 본드노트를 미국 달러 및 다른 외화와 공식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외환거래시장을 설립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통해 현재의 복수통화체제가 향후 사라질 것이며, 물가 또한 현재 수준에 머무르거나 또는 하락할 것이라고 보았다.


은행간 외환거래시장은 외환거래 분야에서 암시장의 비중을 줄이고 경제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경제를 진정으로 개방하여 사업가들을 짐바브웨로 끌어들이고자 한다면 망구드야 총재는 정부가 화폐 가치를 통제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사실 망구드야 총재의 분석과 정책은 진정으로 개방되고 자유로운 시장경제에서는 불필요한 것이다. 또한 경제개혁에 대한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음난가그와 대통령과 주요 야당인 민주변화운동당(the Movement for Democratic Change, MDC) 사이의 깊은 갈등의 골을 해결해야 한다. 정치적 해결책 없는 경제적 해결책만으로는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짐바브웨 달러를 다시 도입하기에 충분한 신뢰를 확보하지 못한 음난가그와 대통령은 현재 상황을 살피고 있다.


짐바브웨 경제 기반은 신규 화폐를 도입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상황이다. 185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공공 부채와 더불어 지난 3년간 평균 23억에 달하는 만성적인 재정적자 또한 문제이다. 이에 더해 무역수지 적자 및 해외 계좌에 예치된 잔고 부족은 새로운 화폐 도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짐바브웨 중앙은행은 새로운 화폐를 발행하기 전에 먼저 미국 달러와 본드노트 사이의 환율 괴리 문제를 해결하고 초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외화대비 짐바브웨 본드노트의 가치는 계속해서 떨어지는 상황이다. 현재 본드노트는 달러화 대비 400% 할인된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으며, 경제 전문가들은 이렇게 본드노트 가치가 계속 하락할 경우 외화 부족 문제가 단기간 내에 더욱 심화되리라고 전망한다. 또한 짐바브웨의 공식 인플레이션율은 연간 42%이지만 비공식 통계에 따르면 290%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신규 화폐 발행 영향


티토 음보웨니 남아프리카공화국 재무장관은 산규 화폐 발행이 짐바브웨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새로운 화폐 사용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짐바브웨의 문제는 짐바브웨 국민들이 해결해야 한다. 새로운 화폐가 발행되면 짐바브웨 국민들은 침대 아래 숨겨놓은 외화를 바꾸기 위해 암시장이 아닌 은행을 이용하게 될 것이며, 정부는 이렇게 교환된 외환을 은행에서 구입하여 외환보유고를 다시 늘려갈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새로운 화폐인 RTGS 달러 가치가 다시 예전처럼 떨어진다면 과거 무가베 집권기의 초인플레이션이 다시 재현될 수도 있다. 또한 정부가 신규 화폐 가치를 다른 국가들과 동일한 비율로 산정할지 또는 1:1로 교환비를 고수할지의 여부 역시 문제다. 만약 1:1 교환비를 고수할 경우 이는 부패 문제를 가져올 수도 있다.


한편 신규 화폐 도입과 암시장 억제는 환율에 대한 불신으로 짐바브웨 투자를 꺼려온 해외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며, 단기적으로는 이번 조치는 암시장 외환거래를 차단하고 인플레이션율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화폐가치를 보장할 수 있는 충분한 금 보유고가 없는 상황에서 지폐를 발행할 경우 신규 화폐에 대한 신뢰 상실과 2008년 수준을 뛰어넘는 초인플레이션을 다시 가져올 수 있다.


통화량이 늘어날 경우, 이는 국민들의 예금 가치를 저하하고 집권당과 결탁한 소수 엘리트들만을 부유하게 만들며 화폐의 구매력을 폭락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본드노트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환율 변동성이 더욱 커질 경우 부패한 경제구조가 더욱 고착되고 지배층 엘리트들은 중앙은행에 대한 영향력을 이용해 외화를 저렴하게 구입, 차익거래에 이용할 것이다.


평균적으로 짐바브웨처럼 취약한 경제가 취약성에서 벗어나기까지 약 10년이 걸린다. 즉 짐바브웨의 1인당 소득은 2030년이 되어야 1998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 현재 짐바브웨 국민들은 무가베와 짐바브웨 아프리카민족동맹 애국전선(ZANU-PF)이 남긴 수십년의 실정의 유산과 씨름하고 있다. 앞으로 짐바브웨 국민들이 견뎌내야 하는 경제 구조 개혁은 1991년에 실패한 경제구조 개혁 프로그램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울 것이다. 이번 조치만으로 외환 보유고를 늘릴 수는 없을 것이다. 새로운 화폐 도입은 제 기능을 수행하는 경제 구조 하에서 장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계획이다. 현재 금 시세에 따르면 새로운 화폐를 신뢰성을 담보하기에 충분한 양의 금을 비축하려면 2년이 걸린다.


RTGS 달러를 통해 해외와 거래할 경우 외환 관리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은 또한 투자자들이 당장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관망하도록 만들 것이다. 외환 관리는 경제 성장에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짐바브웨가 “사업가들을 위해 열려 있다.”라는 음난가그와 대통령의 호언장담은 짐바브웨의 외환 관리와 RTGS 달러에 대한 불확실성 앞에서는 의미를 잃는다. 짐바브웨가 정말로 사업을 장려하고 안정된 통화를 가지길 원한다면 환율을 통제하고 짐바브웨 화폐 가치를 미국 달러, 또는 금과 같은 적절한 기반과 연동하여 화폐가치를 안정시킬 통화 위원회 설립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자유로운 환전과 낮은 인플레이션, 높은 자산 평가가 자리잡은 이후에야 “사업을 위해 열려 있다.”라는 선언이 의미를 지닌다.


외환 거래 통제가 짐바브웨 경제에 미칠 영향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노벨상 수상자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1944년에 쓴 고전인 “노예의 길”을 살펴보면 된다. “외환 거래 통제는 경제 통제가 삶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가장 잘 보여준다. 처음에는 외환을 거래할 때를 제외하면 정부 통제가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처럼 보이며,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부가 외환 거래를 통제하더라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유럽 국가 상당수가 겪은 경험에 대해 알고 있는 식견 있는 사람들은 외환 거래 통제가 곧 전체주의로 향하는 길이며, 부자들뿐만이 아니라 국민 모두를 국가의 폭정 아래 굴복시키는 길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외환 거래 통제는 국가가 국민의 자산을 착취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그러나 자유로운 교환과 자본 시장이 존재할 경우, 정부는 자본 유출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개인의 자산을 함부로 빼앗거나 강제로 징수할 수 없다. 짐바브웨의 외환 거래 통제 도입 조치는 자산 가치 하락을 초래하여 결국 즉각적인 국부 감소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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