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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베트남의 지정학과 베트남-중국 관계 전망

베트남 정혜영 건국대학교 중국연구원 학술연구교수 2019/12/26

2013년 중국에서 일대일로(一帶一路) 를 공식 표방한 이후, 중국과 접한 인도차이나 반도 국가들은 협력에 많은 진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베트남과 중국은 우호적인 구호 속에서도 일대일로 협력의 진전이 없는 2018년, 2019년을 보냈다. 2020년 남중국해 문제로 국익의 본질적 갈등관계에 들어설 양국은, 중국의 핵심이익이자 베트남의 앞바다인 ‘남중국해 문제’, 그리고 지체된 ‘일대일로 협력문제’를 두고 서로 원하는 방향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인가? 중국의 대외전략과 팽창의 관점, 그리고 베트남의 지정학과 그 공산당 지도부의 노련한 외교력 및 대중(對中)정책을 바탕으로 변화될 양국관계를 조망하고자 한다.

 

중국의 팽창과 베트남의 지정학
동남아시아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남중국해를 끼고 S자 모양으로 위치하고 있는 베트남은 북쪽으로는 중국을, 서쪽으로는 라오스와 캄보디아를, 동쪽으로는 남중국해와 접해 있다. 4,550km의 긴 육지 경계를 가지고 있는 베트남은 북위 23 ° 23 '에서 8 ° 27'에 위치하여 좋은 기후와 풍요로운 자원을 지니고 있다. 베트남에서 가장 큰 두 강인 북쪽의 홍 강과 남쪽의 메콩 강은 북부 델타로 알려진 16,700 평방 킬로미터의 홍 강 델타와 40,000 평방 킬로미터의 메콩 강 남부 델타를 만들어 내어 1년 내내 풍부한 먹거리를 제공한다. 베트남 영토의 3/4은 낮은 산과 구릉 지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해발 1,000 미터 미만의 지역이 국토 85 %를 차지한다. 해발 2,000 미터가 넘는 산악 지역은 1 %에 불과하다. 또한 긴 해안선은 풍부한 해양자원을 지니게 하기도 하였는데, 통킹 만(Tonkin Gulf)에는 하롱베이를 포함하여 베트남에 속하는 약 3,000 개의 섬이 있다. 동쪽 바다의 먼 곳에는 호앙사 제도 (Paracel Islands)와 쯔엉사 제도 (Spratly Islands)가 있다.

 

바로 베트남이 지니는 이러한 지정학적 특징 때문에 중국 대륙세력은 역사이래 북쪽에서 항상 남하하여 교역을 하고자 하였으며, 서양세력은 해양접근이 편리한 베트남의 남쪽에서 대륙진출을 위한 발판을 구축하고자 하였다. 베트남이 길을 열어주지 않으면 그들의 역사가 끊임 없이 외세에 시달릴 수 밖에 없는 지정학적 요인이 되었던 이유이다. 특히 베트남은 2000년 역사 속에서 1000여 년을 중국에 복속되거나 저항했던 역사적 기록을 지니고 있는데, 이 때문에 중국의 영향력을  주의하여 왔다.

 

베트남과 협력과 갈등을 반복했던 중국은 2049년까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루겠다는 이른바 ‘중국몽’을 기치로 내걸고, 2017년 19차 당대회 보고에서 “육해통합 견지와 해양강국 건설강화(坚持陆海统筹,加快建设海洋强国)”라는 지정학적 정체성을 새롭게 수립하였다. 바로 중국의 ‘해양강국’ 선언이 그것인데, 그 동안 중국이 대륙지역을 중심으로 국가전략을 운영해왔던 지정학의 범위를 해양으로 확장시키자, 베트남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남하하는 세력과 직접적인 갈등에 놓이게 된 것이다. 경제력, 군사력 모두 열세에 놓인 베트남이 갈등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외교적 해법을 찾거나, 갈등을 피하거나, 미국과 일본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중국은 광활한 국토 중, 동남 연해지역에 인구와 부가 집중되어 있다. 중국 연해지역에 축적된 경제세력은 ‘패권’ (hegemony)이라는 정치적 힘으로 무장되어 팽창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에 직면했으며, 중국이 육상과 해상으로 남하하는데, 가장 좋은 지리조건을 제공하는 국가가 바로 베트남인 것이다. 베트남이 팽창하는 중국의 힘과 영향력을 받아들이고 자연스러운 길을 열어줄 경우, 중국의 인도양과 태평양 남하는 순조롭게 진행된다. 그런데 베트남은 그럴 마음이 없다. 역사적 경험에서도 경각심을 얻었듯, 중국의 영향력이 자국 내에서 강화된다는 의미는 중국이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는 속국으로 전락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지난 30 여 년 동안 도이모이(Doi Moi)개혁 개방으로 경제 개혁을 통해 저개발국을 벋어나 중진국 대열에 힘들게 들어섰다. 외부적으로는 전쟁과 식민침략 세력으로 만났던 프랑스, 미국, 일본 세력들과 다시 화합하였고, 내부적으로는 더욱 경쟁적이고 역동적인 경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개발을 장려하고 경제 성장을 위해 모든 사회 자원을 효과적으로 동원하고 있다. 대외 경제 관계가 확대되어 외국인 직접 투자 확대되었고 수출 시장도 확대되었다. 또한 경제개발에 사용될 재원마련을 위해, 베트남의 해외 수입 증가를 위한  노동 수출, 관광 산업, 베트남 동포의 국내송금을 강력하게 추진하였다. 특히 WTO가입은 베트남 경제를 세계 경제에 더욱 통합시켰고, 이를 통해 들여온 외부자원을 활용하여 산업화와 현대화를 촉진 할 수 있었다.

 

이렇게 베트남이 대외적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찰나, 아시아 내륙에서 발원된 중국대륙의 굴기와 일대일로(一帶一路, BRI) 네트워크 구축은 세계로 나아가려는 베트남의 발목을 잡게 되었다. 일대일로는 중국이 추구하는 패권(hegemony)의 본질이며, 지리에 근거를 둔 지정학적 전략이다. 특히 베트남은 중국의 네트워크 구축에 직접적으로 인접한 곳이며, 해상과 육상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 협력하지 않으면, 네트워크 구성에서 배제 될 수 밖에 없는 지정학적 협력사업이다. 중국은 최종적으로 ‘일대일로’의 지리를 차세대정보통신산업(5G), 인공지능(AI), 신 에너지 등의 첨단과학기술방식으로 네트워크화 하고자 하는데,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의 기술 성격이 공유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네트워크화의 선택은 중국과의 밀착화를 더욱 강하게 하여준다. 베트남의 북쪽에서 남하하고자 하는 ‘중국의 부와 기술, 경제세력과 정치세력의 팽창을 어떻게 수렴해야 할 것인가?’ 이에 대한 베트남의 고민의 결과가 결국, 양국관계의 향방을 결정하게 된다. 

 

남중국해에서 마주친 베트남-중국의 잠재적 갈등
냉전 시기 아세안 국가들의 관심은 동남아 지역에 대한 소련의 군사력 증강과 베트남의 대 라오스, 캄보디아 영향력 행사였다. 그러나 오늘날 베트남 주변 질서 변화의 가장 큰 영향 요인은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 간의 관계변수를 비롯하여 중국의 대동남아 경제·군사적 힘의 증가, 일본과 중국의 경제 영향력과 경쟁 구도, 남중국해에서의 미·중 충돌 우려이다. 그 중 중국의 부상과 그 영향력 문제는 동남아 국가들의 가장 큰 관심사이다. 특히 미-중 양국 헤게모니 갈등의 중심으로 부상한 남중국해 문제는 동남아시아 국가 간 단합을 저해하고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이며, 중국의 해양출로 확보와 개입이 강해지고 있는 지역이다.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베트남의 내재된 영토·영해 갈등은 국경협력을 필요로 하는 양국관계를 방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베트남과 중국 사이에는 해결하지 못한 영토갈등 문제가 남아있는데, 통킹만 (중국명: 북부만) 외해에서의 해양영토주권 확정 문제, 남중국해(The South China Sea, 베트남 사람들은 ‘동해’로 칭함)와 관련된 갈등 문제, 그리고 역사인식의 갈등이 남아 있는 육상국경지역의 경제협력지대(ETZ) 설립과 공동운영에 대한 문제가 그 것이다. 이 지역의 갈등문제를 바라보는 양국의 시선은 좀 다른 듯 하다. 베트남의 주변국(라오스, 캄보디아)과 협력관계를 공고하게 다졌으며, 보다 큰 팽창의 세계지도를 그리고 있는 중국의 입장에서는 베트남과의 갈등문제를 시간적인 여유와 함께 느긋하게 접근하는 듯하다. 반면, 국토의 핵심지역이 모두 중국과의 갈등과 연계된 베트남의 입장은 갈등문제에 대해 강한 집중을 할 수 밖에 없다. 그 동안 중국의 인도차이나반도 전략은 육상에서는 베트남의 이 웃국인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태국 등과 육상 인프라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었으며, 남중국해의 해양진출로 확보를 위하여, 해상에서는 동남아 해양도서 국가(남중국해 분쟁국)들과 해양경제협력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베트남을 놓고 보자면, 베트남을 둘러싼 이웃국가 들과 중국은 상대적으로 관계가 강화된 반면, 베트남은 일본, 미국과의 관계가 강화된 형국이다. 이렇게 변화하는 국제관계 지형은 베트남의 국가 안보 측면과 국경 경제 발전 측면에서 중국과 협력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베트남으로 하여금 중국과의 협력을 과거보다 어렵게 만들고 있다. 완벽한 동남아시아의 지역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중국의 입장에서는 미국세력의 영향권 안에 있는 동남아 국가들을 포섭해야 하는 지정학적 전략과제를 안고 있는데, 중국이 해양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제해(制海)해야 하는 ‘핵심이익’과 분쟁중인 남중국해 문제에서 베트남이 미국으로 향하는 일은 무척이나 껄끄러울 수 밖에 없다.

 

개헌안 통과의 의미와 문제점
베트남의 외교정책은  ‘독립·자주·평화’ 외교노선을 기반으로, 국제사회와 협력 및 개발에 참여, 개방기조 유지, 대외관계 다각화 및 다자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베트남은 역사상 처음으로 국제사회의 주요 세력 및 유엔안전보장 이사회의 영구 회원국 모두와 정상적인 관계 (178 개국과 외교 관계를 수립, 2019년 6월 기준)를 유지하고 있다.  과거 최고 우선순위가 되었던 중국과 소련 중심의 관계에서 벗어나, 세계 무역 시스템에 효과적으로 통합되기 위한 노력을 적극 추진한 결과이다.


이에 따라, 베트남의 안보와 경제발전에 미국, 일본, 한국의 영향력이 밀접해진 구조가 만들어 졌다. 그러나 베트남과 수교한 첫 번째 국가(1950년 1월 18일)인 중국은 여전히 베트남 외교 1순위 국가 (2순위 미국)가 되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중국의 영향력은 여전히 베트남에게 가장 강력하면서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아시아에서 대두되는 중국과 미국의 새로운 긴장관계로 인해 베트남 정부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중국과 해양 영토 갈등에 놓여 있으면서도 이웃국으로서 협력해야 하는 베트남의 입장 때문이다.

 

베트남 정부의 전반적인 국제관계 정립 방향은 “국제 경제 통합에 중점을 둔 포괄적 통합 정책”기조의 유지이다. 따라서 대중국 외교정책 역시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유도하면서 잠재된 갈등을 자극하지 않는 것이다. 1979년 양국은 국경전쟁으로 인해 한 동안 단교상태를 이어왔다. 1991년 양국관계 정상화 이후 적극적 대화와 타협으로 육상 국경선을 정리하였고, 협력을 지향하는 적극적인 관계개선을 이루었다. 그러나 남중국해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에게 힘을 실어주게 된 베트남은 중국과 우호적 관계 심화문제가 주변국들보다 상대적인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다. 베트남의 안보 문제가 미국과 중국의 경쟁과 그들의 국가이익 구도에 영향을 받는 세력갈등 구조하에 다시 놓이게 된 것이다. 베트남은 해상에서 중국의 공세적 군사 영향력에 대비하면서, 경제이익을 쟁취해야 하는 ‘헤징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즉 중국에 대해 남중국해 갈등 문제의 부각을 최소화하는 위험대비 전략을 취하면서, 남중국해 간접 균형의 필요성에 의해 미국, 일본, 인도, 러시아와 지속적 군사협력을 통해 중국으로부터 가해지는 안보위협에 대해 울타리를 칠 필요성이 증가하게 된 것이다. 경제 실용주의 측면에서는 중국에게서 얻는 경제이익에 제한적으로 편승하기 위해 중국의 일대일로 협력에 적극적으로 임하고자 한다.

 

베트남과 중국 관계구조가 경제적 관계보다는 ‘공산주의 동지국’의 정치적 관계를 중심으로 발전되어온 측면을 활용하기 위해 중국과 정치 파트너 십을 강하게 유지하는 수단도 베트남이 중국에 대해 발휘할 수 있는 정치 외교적 수단이다. 베트남은 이로부터 중국의 해상 위협과 남중국해 갈등을 대비해야 하며, 자국의 영토에서 지체된 일대일로 협력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미국과 일본의 경제적 지원 있음에도, 중국과의 국경 경협에 주도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중국에 보여주면서 중국의 호의(好意)와 변화를 이끌어내는 전략이다. 그러나 큰 틀에서는 중국에 대하여 적극적 편승(band wagoning) 전략을 펼치는 라오스나 캄보디아와 비교하자면, 중국으로부터 오는 경제 실리 확보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따라서 베트남은 대 한국, 미국, 일본 경제 편승전략으로 이러한 불확실성을 지속적으로 만회 하고자 할 것이다.

 

비록 지체되고는 있지만, 양국은 국경협력과 해양경제 협력이라는 협력의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 놓고 있다. 즉 베트남 양랑일권(兩廊一圈)과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연계성(connectivity)이다. 2019년 한 해 동안 양국의 국경 협력 발전은 진척된 사항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미-중 갈등에 의한 세계무역구조의 재편, 증대되는 중국의 경제세력 남하에 따른 경제협력의 필요성은 양국 모두에게 경제실익 증대의 압력요인을 제공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베트남은 중국과의 협력에 우호적 입장을 취할 것이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경제의 흐름에는 더욱 민감하게 반응 할 것이다. 2020년부터 베트남은 아세안(ASEAN) 의장국 수임국가가 된다.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아세안은 공통의 안보 목소리를 모으는데 주력하여 왔는데, 이와 관련하여 베트남이 이끄는 아세안은 남중국해 문제를 어떤 성격으로 이끌게 될 것인지 주목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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