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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정세변화] 2020년 3월 러시아유라시아 한눈에 보기
러시아ㆍ유라시아 일반 EMERiCs - - 2020/04/07
1. 2020년 3월 러시아유라시아 국가별 관계 분석
2. 2020년 3월 러시아유라시아 주요 이슈
3. 2020년 3월 러시아유라시아 이슈심층분석
러시아·사우디 간 원유 전쟁 파장 ‘일파만파’
코로나 19의 여파로 10년 만에 처음으로 원유 수요가 감소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가 감산을 통해 원유 가격을 지탱하기 보다는 경쟁적인 증산을 통해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당초 사우디는 감산을 통해 하락하는 원유 가격을 방어해야 한다며 원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 OPEC과 러시아 등 10개 산유국의 협의체)에 긴급 회의를 제안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감산에 반대한 것을 시작으로 사우디 역시 돌연 증산으로 입장을 전환함에 따라, 양국 간 치킨 게임의 서막이 열리게 되었다. 가격 전쟁이 벌어지는 동안 원유 가격은 반토막이 나고 전 세계 경제는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다. 양국간 가격 경쟁에는 경제적,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어 가격 경쟁은 당분간 협의 점을 찾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제 원유 수요, 1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 예상
코로나 19의 여파로 10년 만에 처음으로 원유 수요가 감소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즉, 코로나 19로 중국 경제가 타격을 받으면서 그 영향이 전 세계로 확산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16년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던 미국을 제친 이래 줄곧 원유 수입국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의 일 평균 원유 소비량은 1,400만 배럴로 이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일본, 한국의 일평균 소비량을 모두 합한 수치와 맞먹는 수준이다. 따라서, 중국의 원유 수요 변화에 세계 에너지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0년 1/4분기 원유 수요가 43만 5,000배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하락세를 기록하는 것이다. 원유수출국기구(OPEC) 역시 2020년 원유 수요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OPEC은 코로나 19로 국제 원유 수요 증가폭이 기존 전망치의 2/3 수준인 하루 82만 5,000 배럴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이는 2011년 이래 최저 수준의 증가폭이다. 국제 유가 역시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는 형국이다. 지난 1월 배럴당 50 달러 선을 훌쩍 웃돌던 브렌트유는 지난 2월 이와 같은 전망이 나온 직후 50달러 선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서부텍사스유(WTI) 역시 배럴당 50달러 후반에서 50달러 초반까지 밀려났다. 이에 따라 OPEC+는 일평균 산유량을 감산하여 피해 손실을 최소화 하고자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사우디 · 러시아 간 원유 감산 협상, 갈등 끝 결렬
지난 3월 5일~ 6일 비엔나에서 소집된 OPEC+ 회의에서 사우디 주도의 OPEC 회원국들은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유가를 지탱하기 위해 일일 170만 배럴을 추가 감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반대하고 나섬에 따라 협상은 결국 결렬되었다. 러시아는 리비아 내전으로 송유관이 폐쇄되어 원유 생산이 감소한데다 베네수엘라 역시 미국의 경제 제재로 원유 수출에 차질을 빚고 있어 원유 수요가 줄어들었다고 해도 그 영향이 자연스럽게 상쇄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원유 감산에 반대하고 나선 진짜 이유는 미국의 셰일 가스 업체들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간 러시아는 미국 셰일 가스 업체들의 성장을 극도로 경계해왔다. 때문에 감산으로 원유 가격을 방어 하는 것 보다 차라리 유가를 떨어뜨려 미국 셰일 가스 업체들에 타격을 주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 셰일 가스는 채산성이 낮아 국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이하로 내려갈 경우 대부분의 셰일 가스 업체들이 막대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사우디·러시아 ‘원유 전쟁’ 본격화
러시아가 감산에 반대한 가운데, 감산을 주장하던 사우디도 돌연 증산 쪽으로 입장을 전환했다. 사우디는 협상이 결렬된 직후인 지난 3월 9일 일일 100만 배럴의 원유를 추가로 생산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로 인해 브렌트유는 배럴 당 31.02달러, 서부텍사스유는 배럴당 27.71달러까지 하락했다. 러시아 또한 최대 50만 배럴을 증산할 수 있다며 맞대응에 나섰다. 이에 국제 유가가 폭락하며 미국 셰일 산업이 붕괴 위기에 직면하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략비축유를 최대한 매입하겠다고 선언하며 유가 안정화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에 시장은 긍정적으로 반응해, 미국 증시가 하루 만에 10% 반등하고 유가 또한 8% 상승했다. 그러나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인 사우디가 5월부터 하루 원유 수출량을 사상 최대 규모인 1,060만 배럴로 올리겠다고 밝힘에 따라 유가는 또다시 폭락했다.
국제 유가가 요동침에도 불구하고 사우디 국영 원유사인 아람코는 지난 3월 있었던 실적 발표회에서 유가가 30달러 대로 떨어졌지만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very comfortable) 고 강조했다. 아람코의 재무 담당 임원은 이날 투자자들에게 “저유가가 매우 오랜 기간 지속된다고 하더라도 버틸 수 있다 ”며 아람코의 재무 건전성을 과시했다. 러시아 역시 유가가 15달러 대를 유지해도 살아 남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파이낸셜 타임즈(FT) 등 외신들은 유가 변동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되는 러시아 원유 기업들에 대한 과세 체계와 달러 의존도가 낮은 루블화 중심의 경제, 서구권의 경제 제제로 단련된 ‘맷집’등으로 인해 향후 몇 년 간은 러시아가 배럴당 15달러 대의 저유가를 버틸 힘이 있다고 분석했다.
사우디, 감산에서 증산으로 돌연 입장 전환 이유
코로나 19로 인해 세계 원유 수요가 감소해 원유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선 시점에 하락세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 자명한 ‘증산’이라는 카드가 대체 무엇을 의미 하느냐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사우디가 협상을 결렬시킨 러시아를 제제하고자 증산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러시아로서는 감산을 통해 원유 가격을 지탱하기 보다는 증산을 통해 원유 가격을 내리는 동시에 미국 셰일 업체들의 채산성을 약화시켜 자국의 시장 점유율을 올리는 것이 이익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우디 조차 증산에 나설 경우 러시아가 원하는 수준으로 원유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 사실상 힘들어진다. 러시아가 원유 가격 하락을 의도했더라도 원유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원치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사우디의 증산 카드는 러시아를 ‘응징’ 하기에는 충분히 효과적인 카드가 될 수 있다. 또는 사우디가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으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자 증산 카드를 꺼내 들었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가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선 이상 그간의 협상 기조를 깨고 공개적으로 러시아와 기타 라이벌들을 대적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란 설명이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사우디가 유가 하락이라는 ‘발등의 불’ 부터 끄고자 협상을 제안했으나 러시아가 이에 동조하지 않은 이상 가만히 앉아서 시장 점유율을 다른 국가에 내 줄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저유가로 세계 경제에 먹구름
러시아 · 사우디 간 원유 전쟁은 세계 경제에도 불안 요인일 수 밖에 없다. 우선 저유가가 계속될 경우 산유국들 부터 심각한 재정 적자에 빠질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부다비커머셜뱅크(ADCB)의 경제학자들은 브렌트유가 배럴당 35달러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사우디의 재정 적자가 GDP의 약 14.6%정도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사우디가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현재의 저유가를 감당할 재정적인 여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그 이후는 누구도 장담하기 힘들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OPEC 외 국가들의 경우도 상당한 경제적 피해가 예상된다. 민주주의가 잘 정착되지 않은 이라크나 알제리, 나이지리아, 가봉 등과 같은 국가들의 경우 경제 위기가 사회적 혼란으로까지 이어지기 쉽다. 러시아가 의도한 바 대로 미국 셰일 기업들도 채산성 위기에 봉착했다. 셰일 산업은 채굴 원가가 높고 부채 비율이 높기 때문에 유가 하락에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대로 가면 미국 셰일 기업들이 줄도산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도 러시아 정부는 국부펀드 누적 자금이 1,200억 달러에 이른다며 향후 최대 10년은 버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유가 전쟁 당분간 계속될 전망
전문가들은 유가 전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가 하락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자신의 종신 집권을 합법화하기 위한 발판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BNE 인텔리뉴스 등 외신들은 1999년 모스크바에서 발생한 아파트 연쇄 폭탄테러 사건이 푸틴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면서 사회적 혼란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 푸틴의 전형적인 ‘수법’ 이라고 전했다.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가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마련해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는 것도 유가 전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사우디 정부는 320억 달러 규모의 긴급 부양책을 통해 원유 전쟁과 코로나19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경제를 부양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UAE 중앙은행 역시 270억 달러 규모의 부양책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고 민간 부문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사우디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양국 간의 가격 전쟁을 끝내기 위한 중재에 나섰다. 미 국무부는 지난 3월 성명서를 통해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안정성을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해결책은 나오지 않아 요식행위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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