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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러시아와 NATO의 적대 관계: 연원과 무장충돌 가능성

러시아 김규철 한국외국어대학교 러시아연구소 초빙연구위원 2021/06/22

2021년 4월, 유럽 동부의 우크라이나와 주변 흑해 일대는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간 일촉즉발의 무력충돌 위기를 겪었다. 동부 돈바스 지역의 자치공화국들과 내전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접촉선에 병력을 증강하고 이를 지원하는 NATO군의 함정과 항공기가 부근에서 정찰작전 및 훈련활동을 강화했으며, 러시아는 전군 4개 군관구(military district) 중에서 2개 군관구(서부 및 남부)에 비상을 발령하여 크림반도 사상 최대 규모의 훈련을 진행했다. 러시아는 2개 야전군(제58군, 제41군)과 3개 공수사단, 이를 지원하는 해공군 세력을 크림반도로 투입하여 전시와 동일한 상황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대통령은 의회 국정연설에서 미국 및 서방을 비난하면서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고 경고하였다. 이렇게 러시아와 NATO 군사력이 크림반도 주변에 집결하면서 무력충돌 가능성이 고조되었으나 결국 러시아의 세르게이 쇼이구(Sergey Shoigu) 국방장관이 “남부 및 서부 군관구의 불시점검훈련을 종결하고 주둔지로 복귀하라”고 지시하면서 긴장 상황은 일단 완화되었다. 

러시아군 훈련부대들은 주둔지로 복귀 시에 소속 지역의 지휘부, 군악대, 소년군, 군인가족, 예비역 단체의 대대적 환영을 받았다. 이는 평상시 훈련 복귀와는 전혀 다른 광경이었으며, 마치 전쟁에서 복귀한 느낌을 주었다. 지역 및 서방 언론은 “훈련은 끝났으나 긴장은 여전하다”라고 평가했다. 러ㆍNATO 관계는 갈수록 갈등의 규모와 정도가 심해지고 있으며, 세계 안보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러ㆍNATO 관계의 전개 과정과 러시아의 대응, 장차 무장충돌 가능성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러시아는 NATO 확대를 서방의 약속 불이행으로 비난
소련 붕괴 이후 탈냉전 시대가 도래하면서 바르샤바조약기구(WTO)는 해체되었으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여전히 유지되었으며, 해체는커녕 도리어 확대를 거듭했다. 러시아는 탈냉전 시대의 NATO 확대에 대해 미ㆍ소 합의 위반으로 보고 있다. 1989년 독일 통일을 위한 협상에서 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Mikhail Gorbachev) 대통령은 독일 통일을 용인하는 조건으로 미국으로부터 NATO를 확대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고 알려졌다. 문제는 공식문서 없이 ‘구두로’ 협상했다는 점이다. 미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이를 부인하고 있으나 하버드대 역사학 교수인 메리 사로테(Mary Sarotte)는 NATO 확대가 소련에 대한 합의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고,1) 시카고대 정치학과 존 미어샤이머(John Mearsheimer) 교수도 이를 옹호하면서 미국이 자유주의적 성향에 의해 NATO를 무리하게 확장하여 러시아를 자극해 왔다고 주장했다.2)   

러시아는 NATO를 냉전시대의 잔재로 보는 동시에 자국의 생존과 발전을 가로막는 위협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는 세계 평화와 안보를 위해 독일 통일을 돕고 국제테러리즘과의 투쟁 등 각종 현안에서 자국의 이익을 제한하면서까지 서방에 양보했으나 서방이 적절한 보답 대신 도리어 NATO 확장으로 자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는 불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러ㆍNATO 관계의 추이와 러시아의 인식
구소련 붕괴 이후 현재까지 러ㆍNATO 관계는 기대와 배신의 역사를 반복하면서 결국 오늘날의 적대 관계로 굳어졌다. 러시아는 소련 말기 고르바초프가 그랬던 것처럼 서방의 경제적 지원을 얻기 위해 서방과 협력하려 했으나 도리어 무시를 당했으며, NATO의 확대로 안보 불안을 느끼며 실망하는 과정을 수차례 경험했다. 먼저 초대 대통령 보리스 옐친(Boris Yeltsin) 시기인 1998년 3월 NATO에 상주대표부를 개설하여 NATO와 분쟁예방, 군축, 핵안전이슈 등 세계 안보문제에 대한 협의체제를 구축했다.3) 그러나 1999년 소련 붕괴 이후 최초로 동유럽국가인 헝가리, 폴란드, 체코가 NATO에 가입했으며, 코소보 사태가 발생했을 때 NATO는 일방적으로 군사개입을 했다. 게다가 NATO 창설 50주년을 기하여 정립된 NATO 신전략개념에서 회원국 영토 밖에서의 인도적 개입을 정당화했다. 이는 NATO 활동범위가 구소련 및 기타 지역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의미하였기에 러시아는 거세게 반발하며 NATO 대표부를 철수시켰다. 

악화된 양자관계는 2000년 푸틴 정권 출범 후 복원되었다. 푸틴은 2000년 5월 NATO에 러시아 대표부를 다시 복귀시키고 양자 간 안보협력을 재개했다. 특히, 2001년 9.11 테러사태 발생 직후 국제테러리즘과의 전쟁을 위해 냉전 이후 최초로 중앙아시아 지역에 미군 기지의 배치를 허용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알카에다 등 테러조직 격멸을 위해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에 미군 기지를 운용할 수 있었다. 2002년 출범한 러ㆍNATO 회의에서 대테러전, 군축, 군사협력 등 다양한 안보 협력을 추진했다. 그러나 2003년 미국이 주도하는 동맹군이 대량살상무기(WMD)를 빌미로 이라크 공격을 추진하면서 양자 관계는 다시금 대립하게 되었다. 

러시아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반대했으나 미국은 영국을 포함한 NATO 국가들과 함께 이라크 공격을 감행했다. 또한, 2004년에 발트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등 7개국이 추가로 가입하여 NATO 규모가 총 26개국으로 확대되었다. 게다가 CIS 지역에서는 소위 ‘색깔혁명’이 연이어 일어났다. 2003년 조지아의 ‘장미혁명’, 2004년 우크라이나의 ‘오렌지혁명’, 2005년 키르기스스탄의 ‘튤립혁명’으로 친서방 지도자들이 정권을 잡았다. 특히 이 중에서 조지아와 우크라이나는 NATO 가입을 추진했다. 구소련의 일원이었던 국가가 NATO에 가입하는 것은 러시아의 CIS 통합을 통한 강대국 실현이라는 국가정책 목표에 절대적 위해 요소이다. 러시아는 색깔혁명이나 CIS 일부 국가들의 반(反)러시아 동향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보고 있다. 요컨대, 러시아는 푸틴 초기에 자국의 안보적 이익을 일부 양보하면서까지 미국 및 서방과의 협력을 시도했으나 미국은 NATO 확대, 색깔혁명, 러시아의 민주주의 비판, 국제문제에서 독단적인 행동(이라크 침공 등)으로 보답했다. 결국 러시아는 미국과 NATO를 위협으로 인식하면서 뿌리깊은 적대감과 불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군사력을 이용하여 NATO 확대에 적극 대항
러시아가 국가안보전략과 군사독트린에 제시한 최대의 군사위협은 NATO의 동진확대이다. NATO는 러시아의 주권과 영토적 완전성 침해뿐만 아니라 경제이익을 포함한 세계 전 지역에서 러시아의 국익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NATO에 대항하여 군사력을 사용한 경우는 2008년 조지아전과 2014년의 크림 합병이다. 먼저 조지아전은, 조지아가 당시 친러 자치공화국 남오세티아를 공격했을 때 러시아는 즉각 제 58군을4) 투입하여 조지아를 닷새만에 무력화하고 이후 압하지아와 남오세티아의 독립을 일방적으로 선포하면서 러시아군 부대를 각각 배치했다.

조지아의 미하일 사카슈빌리(Mikheil Saakashvili) 대통령은 2003년 ‘장미혁명’을 주도한 이후 노골적인 반러ㆍ친서방 정책을 추진했으며 특히 NATO 가입을 추진했다. 1999년과 2004년에 걸친 NATO 확대에 극단적인 위협을 느끼고 있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NATO 가입 시 군사적 대응을 취할 것이라는 경고를 해온 터였다. 조지아가 NATO의 수중에 들어가게 되면 흑해와 카스피해 일대에 NATO의 병력과 무기가 배치될 것이며, 그것은 러시아의 전략 억제력(deterrence)뿐만 아니라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의 현저한 감소를 야기한다. 또한, NATO와 무력충돌 등 유사시에 군사력 운용상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조지아전에서 러시아의 군사력 사용은 NATO 확대의 방지를 위한 것이었다.5) 러시아 언론에서도 “러시아는 조지아를 응징함으로써 NATO 확장을 막았다”고 발표했다.6)
  
2014년 크림 합병도 NATO 확대와 깊은 관련이 있다. 당시 우크라이나에서 유로마이단 사태와 함께 친서방 과도정부가 들어섰다. 이때 미국의 빅토리아 눌랜드(Victoria Nuland) 국무차관보, 제프리 파이에트(Jeffrey Payette) 미국 대사, 존 매케인(John McCain) 상원의원이 시위에 가담하는 등  미국정부가 키예프 쿠데타를 배후에서 지원했다.7) 위기감을 느낀 크림 공화국은 러시아 편입을 위해 주민투표를 추진하였으며, 결국 러시아의 지원으로 순조로운 주민투표 끝에 96%의 찬성으로 독립을 선언하고 이어 러시아로 편입에 성공했다. 러시아의 지정학자인 알렉산드르 두긴(Alexandr Dugin)은 크림 문제를 서방에 대항하여 ‘사느냐 죽느냐’를 가름하는 필사적 전투로 보았다. 두긴에 의하면, 러시아는 강대국으로서의 생존을 위해 크림을 합병한 것이었다.8)

러시아와 NATO 무장충돌 가능성 상존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이후 가속화하고 있는 NATO 군사력의 양적 질적 확대를 치명적인 군사위협으로 인식하고 군사력 현대화 및 신무기 개발, NATO와 접경지대에 군사력 증강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양측은 상호 군비경쟁 형태를 띠면서 지속적으로 군사력 증강과 군사활동을 강화하면서 안보 딜레마 현상을 띠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상호 불신으로 인하여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그러한 상호불신은 근본적인 가치관의 상반, 역사적인 경험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NATO 입장에서 러시아의 위협에 취약한 국가는 인접한 발트3국과 폴란드이다. 해당 지역에 미군 대대가 배치되어 있으나 규모가 작고, 전반적인 전투력을 비교해 볼 때 러시아 서부군관구에 비해 절대적으로 열세였다. 이에 따라 NATO는 독일에 있던 일부 부대를 폴란드로 재배치하고, 방공태세 유지를 위해 다용도 발사대로서 해상뿐만 아니라 육상에서도 2,500km까지 발사 가능한 MD 배치를 준비하고 있다. NATO는 러시아를 겨냥하여 매년 40회의 대규모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훈련 횟수는 지속 증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비회원국인 조지아, 우크라이나, 스웨덴, 핀란드도 참가하는 추세이다. 
  
러시아는 미국이 주도하는 NATO의 군사력을 지대한 군사위협으로 인식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부대 증창설,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무기 현대화, NATO 후방을 타격할 수 있는 칼리닌그라드에 군사력 증강, 서부 지역 군사력 증강 및 군사인프라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NATO 국가에 의한 색깔혁명이나 소위 ‘하이브리드전’은 러시아와 CIS 국가들의 국가정체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 이에 따라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의 결속력 강화, 사이버전 대비태세 강화, 국민적 단결 고취 및 청년층 애국심 함양 등 다방면에서 단결력과 전투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렇듯 러시아와 NATO는 서로 상대방을 두려워하거나 의도를 의심하면서 자국의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구소련 지역을 국가발전과 안보를 위해 반드시 보전해야 할 완충지대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군사적, 경제적 차원에서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미국이나 NATO의 영향력 하에 놓이게 되는 상황을 막고자 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의지는 강력하다. 2005년 당시 빅토르 유센코(Viktor Yushchenko) 대통령은 미국으로부터 NATO 가입이 어렵다는 말을 듣고 심하게 다리를 떨며 ‘그것은 재앙’이라고 했다.9) 현재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 대통령도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위한 유일한 방법은 NATO 가입이라고 언급했다.10) 게다가 2021년 미국의 바이든(Joe Biden) 행정부 출범 이후 구소련 지역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강화될 가능성이 농후해지고 있다. 2021년 5월 백악관 부대변인 카린 장 피에르(Karine Jean-Pierre)는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을 지원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11) 이를 종합해볼 때 장차 미국이 인권 및 민주주의 관련하여 러시아의 영향권인 CIS 지역에 개입하여 소위 ‘색깔혁명’을 강화하고, 특히, NATO가 우크라이나에 무기 공급, 군사 지원, 가입 추진을 지속할 경우 러시아의 강력한 반발로 양자간 무장충돌 가능성이 농후하다.


* 각주
1)  러시아는 1990년대 중반부터 NATO 확대를 미국의 합의 위반으로 주장해왔다. 관련 자료 출처는 다음을 참조할 것. Joshua R. Shifrinson, “Deal or No Deal? The End of the Cold War and the U.S. Offer to Limit NATO Expansion,” International Security, Vol. 40, No. 4(Spring 2016), pp. 7–44;  Mary Elise Sarotte, “A Broken Promise?” Foreign Affairs (September/October 2014), https://www.foreignaffairs.com/articles/russia-fsu /2014-08-11/broken-promise; “Лавров напомнил НАТО об обещании не расширяться на Восток,”  http://riafan.ru/493701-lavrov-napomnil-nato-ob-obeshanii-ne-rasshiryatsya-na-vostok (검색일: 2021. 5. 2).
2) 존 미어샤이머 지음, 이춘근 옮김, 「미국 외교의 거대한 환상」(서울: 김앤김북스, 2020), pp. 292-297.
3) 고재남, “러시아의 대유럽정책,” 홍완석 엮음, 「현대 러시아 국가체제와 세계전략」(서울: 한울 아카데미, 2005), pp. 524-531.
4)  지난 4월 크림반도로 투입되어 비상훈련을 실시한 남부군관구 예하부대이다.
5) Ronald D. Asmus, A Little War That Shook the World(New York: Palgrave Macmillan, 2010), pp. 215-218.
6) “И воля, и деньги,” Российская Газета,  22. 11. 2011,   http://www.rg.ru/2011/11/21/prezident-site.html (검색일: 2021. 4. 5).
7) 존 미어샤이머 지음, 이춘근 옮김, 「미국 외교의 거대한 환상」(서울: 김앤김북스, 2020), pp. 292-293.
8) А. Г. Дугин, Геополитика России(Москва: Академический Проект, 2014), pp. 490-491.
9)  Condoleezza Rice, No Higher Honor(New York: Broadway Books, 2011), pp. 670-671.
10) “Зеленский заявил, что лишь вступление в НАТО может гарантировать Украине безопасность,” https://tass.ru/mezhdunarodnaya-panorama/11177245 (검색일: 2021.5.19.).
11) “В Белом доме заявили о поддержке вступления Украины в НАТО,” https://russian.rt.com/ussr/news/859674-belyi-dom-nato-ukraina (검색일: 20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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