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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렌드

[이슈트렌드] 칠레-볼리비아, 물 분쟁으로 격화되고 있는 오랜 앙숙 관계

볼리비아 / 칠레 EMERiCs - - 2022/04/15

☐ 칠레-볼리비아 강물 분쟁, 국제사법재판소로

◦ 실랄라강 사용권 소송 공판 시작
- 최근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국제사법재판소(ICJ, 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에서 칠레와 볼리비아의 강물 분쟁 재판 건의 원고 및 피고 변론이 시작되었다. 두 나라는 볼리비아에서 발원하여 칠레를 가로질러 흐르는 실랄라(Silala)강과 그 수원지를 두고 오랜 기간 다툼을 계속했으며, 결국 칠레가 국제사법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정에 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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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랄라강은 볼리비아에서 발원하여 칠레로 유입되는 강으로, 칠레는 실랄라강을 이용하기 위해 인공적인 수로를 개발했다. 이에 대해 볼리비아는 칠레가 실랄라 수원을 무단으로 이용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오랫동안 칠레에 강물 이용료를 요구했다.
- 그러나 칠레는 지형상 실랄라 수원지에서 발원한 물이 칠레로 흐르는 것은 자연적인 현상이며, 이를 이유로 볼리비아가 칠레에 강물 이용료를 강요하는 것은 비상식적인 처사라고 맞받아쳤다.
- 결국, 볼리비아는 지난 2016년 칠레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했고, 칠레 역시 볼리비아를 맞제소하면서 실랄라강 문제는 오랜 법적 분쟁을 시작하게 되었다.

◦ 첨예한 대립 
- 볼리비아에 앞서 먼저 변론을 시작한 칠레는 실랄라강은 어느 한 나라에 소유권이 있지 않으며, 칠레와 볼리비아 모두 강물 이용권을 가진 국제 공유하천에 해당한다는 기존 주장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 그에 반해 볼리비아는 실랄라강은 볼리비아 영토 내에서 발원한 하천으로 근본적인 수자원 소유권이 볼리비아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칠레가 인공 수로를 건설하면서까지 실랄라강의 수자원을 볼리비아로부터 약탈하고 있다고 목소리 높였다.
- 또한, 볼리비아는 볼리비아의 제소에 맞제소로 대응한 칠레의 방식이 실랄라강 문제를 해결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칠레는 지금까지 실랄라강 논쟁을 확산시키는 행동만 계속했다며 실랄라강 논쟁의 책임을 칠레로 돌렸다.

◦ 칠레, 볼리비아 국경 출입 저지하는 구조물 강화
- 한편, 국제사법재판소에서 실랄라강 공판이 시작되기 조금 앞서, 칠레 정부는 칠레 북부 콜차네(Colchane) 지역 인근의 국경 방어 구조물 보수작업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 콜차네는 볼리비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칠레 정부는 콜차네를 통해 칠레로 넘어오는 볼리비아 이민자를 막기 위해 지난 2017년 해당 지역에 깊이 약 3m에 달하는 깊은 공호를 파고 국경 감시 병력을 배치했다.
- 또한, 칠레 정부는 보수작업 완료를 알린 직후 신규 구조물 연장 작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칠레 정부가 기존에 만든 구조물 길이는 약 600m였으며, 이번에 기존 구조물의 50%에 해당하는 300m를 추가로 설치한다고 덧붙였다.
- 칠레 정부는 최근 볼리비아를 경유해 칠레로 유입되는 불법 이민자가 증가했고, 이로 인해 칠레의 치안이 악화되었다고 구조물 연장 이유를 설명했다. 
- 칠레는 지난 2022년 2월 볼리비아 인접 국경 지대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는데, 당시 볼리비아의 치안 불안이 칠레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자칫 볼리비아를 외교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 오랜 갈등...아직도 수교 없어

◦ 태평양 전쟁 이후 시작된 갈등
- 칠레와 볼리비아는 과거 영토 분쟁이 격화된 끝에 칠레와 볼리비아-페루 연합군이 맞붙은 태평양 전쟁(Guerra del Pacifico)을 치른 바 있다. 약 4년간 이어진 전쟁에서 칠레가 승리하였고, 그로 인해 볼리비아는 상당 규모의 영토를 상실했다.
- 볼리비아가 지금처럼 내륙국이 된 가장 큰 이유는 태평양 전쟁으로 인해 해안과 접한 영토를 칠레에 빼앗겼기 때문이다. 그 결과 볼리비아는 지금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항구를 확보하기 위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 또한, 당시 볼리비아가 태평양 전쟁으로 잃은 영토 중에는 지금 강물 분쟁으로 문제가 된 실랄라강이 흐르는 아타카마(Atacama) 사막도 포함되어 있다. 즉, 두 나라의 분쟁은 단순히 수자원 소유권 다툼이 아니라 오랜 기간 이어진 영토 분쟁이 배경에 자리 잡고 있다.

◦ 100년 이상의 앙숙, 여전히 단절된 외교
- 칠레와 볼리비아의 다툼은 여러 분야에서 계속되고 있다. 칠레는 지난 2021년 볼리비아가 아리카(Arica) 항구 이용료를 제대로 납부하지 않는다며 볼리비아가 수출입하는 컨테이너 하역을 중단하기도 했다. 
- 그러나 이에 대해 볼리비아는 칠레야말로 계약된 내용 외의 비용을 청구하고 있다며 맞섰고, 자국 수출입 업체에 페루·브라질·아르헨티나 등 볼리비아가 아닌 다른 국가의 항구를 이용하라는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 두 나라는 여전히 공식적인 외교 관계를 맺지 않고 있으며, 칠레는 1970년대 볼리비아가 속한 안데스공동시장(CAN, Comunidad Andina)을 탈퇴하는 등 계속해서 볼리비아와 껄끄러운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 여기에, 볼리비아는 장기간 집권한 에보 모랄레스(Evo Morales) 전 대통령이 칠레를 파시스트 국가라고 비난하기도 했으며, 이러한 이슈 역시 양국의 외교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 관계 개선 아직 요원
- 이번에 국제사법재판소에서 시작된 실랄라강 분쟁 공판은 칠레와 볼리비아가 아직 외교적으로 대립 중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된다.
- 일각에서는 볼리비아가 오랜 숙원인 내륙국 탈피를 위해 실랄라강 분쟁을 이용, 칠레에 해안가로 접하는 영토를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했다. 볼리비아는 태평양 전쟁 당시 잃은 안토파가스타(Antofagasta) 지역의 주권이 볼리비아에 있다는 주장을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는데, 안토파가스타 지역은 과거 볼리비아가 태평양으로 진출할 수 있는 핵심 지대였다.
- 하지만 칠레는 안토파가스타 지역 반환을 요구하는 볼리비아의 요구를 일축하고 있으며, 안토파가스타 지역은 칠레의 영토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오랜 가뭄으로 수도 산티아고(Santiago)에 물 배급제를 실시할 정도로 수자원 확보에 비상이 걸린 칠레이지만, 실랄라강 수자원을 얻기 위해 볼리비아의 제안에 응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 보인다. 
- 이에 반해 칠레가 수자원 비상사태임을 알고 있는 볼리비아는 실랄라강을 칠레를 압박하는 카드로 활용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두 나라의 외교적 대립이 더욱 첨예해질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감수 : 김영철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Reuters, World Court hears Chile vs Bolivia suit on Silala river rights, 2022.04.01.
Merco Press, Chile to build longer ditch along Bolivian border, 2022.03.07.
Caracas Chronicles, Complicated Borders, 2022.02.24.
La Prensa Latina, Chaos on border with Bolivia after Chile’s new immigration law takes effect, 2022.02.13.
The Independent, Bolivia: Chile hinders solution to river dispute, 2022.04.04.
DW, Chile describes Bolivia's claim for Silala waters as "absurd", 2022.04.02.
ABC News, Bolivia: Chile is hampering efforts to resolve river dispute, 2022.04.05.
WION, As record-breaking drought enters its 13th year, Chile announces revolutionary water rationing plan, 2022.04.12.
The Guardian, Chile announces unprecedented plan to ration water as drought enters 13th year, 2022.04.11.
Reuters, Chile announces unprecedented water rationing plan as drought enters 13th year, 2022.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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