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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동남아 보호무역주의 득보다 실, 아세안 역내 협력 강화 필요

동남아시아 일반 EMERiCs - - 2022/07/29




러-우크라 전쟁 여파에 보호무역주의 동남아에 상륙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격히 악화된 글로벌 식량 안보
식량 안보 위기가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식량 자급률은 1960년대 이후 거의 모든 국가에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2021년부터 코로나19, 환경 오염, 인구 증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식량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2021년 식량농업기구(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의 자료에 따르면, 2021년의 육류, 유제품, 곡물, 식용유, 설탕 가격은 과거 식량 가격이 폭등했던 2007년이나 2011년에 비해 더욱 큰 폭으로 상승하였다.  환경 분야 학술지 엔바이로멘털리서치레터스(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이 상승 추세가 계속될 경우 21세기 말 경에는 14%의 국가만 식량을 자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식량 안보 위기를 더욱 심화시킨 요인으로 지적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옥수수 수출의 약 14%, 카놀라유 수출의 22%, 밀 수출의 27%, 보리 수출의 30%를  담당해 왔다. 또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각각 전 세계에 해바라기유와 비료를 공급해 온 주요 수출국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식량과 비료 수출이 어려워지면서 전 세계 농산물 가격은 큰 폭으로 상승하였다. 게다가 이를 계기로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인도 등 여러 국가들이 식량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보조금을 확대하고 일부 국가는 식량 수출을 제한 혹은 중단하고 있어 세계 식량 공급망은 큰 혼란을 맞게 되었다.

지구촌 식량 공급 비상 사태에 동남아, 자국 내 필수재 확보 위해 보호무역주의 발동
전세계가 식량 공급 비상 사태에 식량 보호무역주의로 선회하면서,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보호무역정책은 수출 농산물 판매자만이 아니라 국내의 수출업체, 외국의 수입업체 등에도 타격을 입힐 수 있어 문제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식량 내수 시장에 공급되는 필수재를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보호무역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보호무역주의 추세가 강해지면서, 아세안 회원국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뉴질랜드, 호주 5개 국가가 참여하는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비준도 일부 국가에서 지연되고 있다. 아세안 회원국 중 필리핀, 인도네시아, 미얀마는 아직 RCEP을 비준하지 않은 상태이며, 이외 국가들은 2022년 1월 기준으로 RCEP 비준이 완료되었다. 필리핀의 경우 로드리고 두테르테(Rodrigo Duterte) 전 대통령이 2021년 9월에 RCEP 협정서에 서명하였으나, 필리핀 의회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한편 필리핀 산업통상부가 RCEP 비준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제 RCEP 비준은 더욱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 필리핀 대통령인 페르디난드 봉봉 마르코스 주니어(Ferdinand "Bongbong" Marcos Jr.)는 RCEP을 비준하기 전에 필리핀 국내 농업 부문의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자국 내 식량 확보 위한 식량 수출 금지 조치
아세안 역내 국가 타격

세계 최대 팜유 생산국 인도네시아, 팜유 수출 중단과 번복으로 신뢰도 하락… 말레이시아산 닭고기 수출 중단에 싱가포르 타격
인도네시아는 2022년 4월 말에 물가 안정을 위해 팜유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시행하였으나 한 달도 안 되어 이를 번복하고 수출을 재개하였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팜유 생산 · 수출국이며, 팜유는 제빵, 바이오 연료, 요리 등 다양한 용도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산 해바라기유 수출이 중단되면서, 국제 식용유 가격과 함께 인도네시아 국내 팜유 가격이 동반 상승하게 된 것이 수출 금지 조치의 배경으로 지적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of the United Nations)에 따르면, 2021년 6월 이후로 식용유 지수는 91% 상승하였다. 인도네시아가 2022년 4월 팜유 수출을 금지하기 직전 인도네시아의 팜유 가격은 리터당 1만 9,800 인도네시아 루피아(한화 약 1,732원)에 달했는데, 인도네시아 정부는 국내 팜유 가격이 2021년 연초 수준인 리터당 1만 4,000 인도네시아 루피아(한화 약 1,225원)까지 떨어지면 수출 금지 조치를 해제하겠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수출길이 막힌 농민들의 극심한 반발로 수출 금지 조치는 시행 한 달이 채 못되어 시장에 혼란만 가중한 채 해제되었다. 

인도네시아가 팜유 수출 금지 조치를 번복한 결과 오히려 주변국들의 신뢰를 잃고 손실을 보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French Institute of International Relations)의 프랑수아즈 니콜라스(Françoise Nicolas) 아시아연구센터장은 인도네시아가 일관된 정책을 시행하지 않아 기업들이 인도네시아 팜유 수입을 선호하지 않게 되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의 싱크탱크 경제법률연구센터(Center of Economic and Law Studies)의 비마 유디스티라(Bhima Yudhistira) 센터장은 많은 팜유 수입업체가 인도네시아에서 말레이시아 등의 다른 팜유 수출국으로 눈을 돌리고 계약을 맺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 금지 조치는 팜유만이 아니라 대두유 등 각종 식용유 가격의 동반 상승을 야기하여 오히려 국제 식량 불안정을 가중시켰다는 지적도 제기되었다. 프랑스의 인도주의 비영리기구인 기아대책행동(Action Against Hunger)의 제니퍼 앙크롬(Jennifer Ankrom)은 인구의 37%가 식량 부족을 겪고 있는 파키스탄의 경우 인도네시아 팜유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팜유 수출이 재개되더라도 수입 비용 증가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의 뜻을 밝혔다.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의 닭고기 수출 중단조치로 식량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2022년 6월 1일 자국내 닭고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수출 금지 조치를 시행했는데, 말레이시아가 수출하는 닭고기의 34%를 수입하고 있는 싱가포르는 닭고기 공급량 급감의 타격을 피할 수 없었다. 리셴룽(Lee Hsien Loong) 싱가포르 총리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식량 안보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식량 비축량을 높이고 식량 공급망을 다변화하겠다고 밝혔다. 싱가포르는 국내에서 소비되는 식량의 90% 이상을 수입하고 있어, 식량 수입이 중단될 경우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리셴룽 총리는 닭고기 수입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브라질, 우크라이나, 폴란드 등에서 닭고기와 계란을 수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곡물과 채소 등의 공급 확대를 위한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필리핀 대통령, 태국과 베트남이 담합하여 쌀 가격 올리고 있다는 의혹 제기
식량 보호무역주의가 세계적인 추세가 되면서 이를 이용해 식량 수출국이 가격을 담합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베트남과 태국이 쌀 수출을 금지하자, 양국이 쌀 수출 카르텔을 형성하여 쌀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였다. 세계 최대의 쌀 수입국인 필리핀은 비옥한 농경지를 갖고 있으나 식량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필리핀은 2021년 기준 290만 톤의 쌀을 수입하였는데, 이 수입량은 3년 전과 비교하여 4배 증가한 수치이다. 특히 필리핀이 2021년에 수입한 쌀의 약 80%는 베트남산이었다. 

태국은 세계 시장에서 쌀 수출국의 교섭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나, 베트남은 태국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쁘라윳 짠오차(Prayuth Chan-ocha) 태국 정부 대변인은 2022년 5월 27일 태국이 쌀 가격을 올리기 위해 베트남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베트남 식품협회(Vietnam Food Association)의 응우옌 응곡 남(Nguyen Ngoc Nam) 회장은 세계 식량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시점에서 쌀 가격 인상 혹은 통제는 합리적이지 않은 제안이라고 밝혔다. 인도 역시 태국이 제안하는 쌀 카르텔에 참여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와 태국, 베트남은 각각 세계 쌀 수출국 1,2,3위를 차지하는 국가이다.

태국은 2023년 초에 예정된 총선에서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더라도 쌀 카르텔을 형성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태국의 제1야당인 푸어타이(Pheu Thai)당은 2008년 전신인 타이락타이(Thai Rak Thai)당이 집권했을 때와 2011년 푸어타이당이 집권했을 때에도 베트남과 쌀 카르텔 결성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바 있다. 그러나 태국이 추진하고 있는 쌀 카르텔은 쌀 수출국으로서 태국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킬 뿐 아니라, 아세안 회원국 간의 결속력까지 약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수출 금지 조치에 시름하는 동남아 각국 농가와 관련 업계

수출 금지 조치, 수출길 막힌 농가에 피해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농산물 수출 금지 조치는 국내 정치 상황을 고려한 정책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국내 물가를 안정시키지 못할 경우 도시의 저소득층의 반발을 살 것을 예상하여 수출 금지 조치를 시행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수출 금지 조치는 농민들이 농산물 수출을 통해 이익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한다. 덴버 대학교 국제학 교수 쿨렌 헨드릭스(Cullen Hendrix)는 인도의 밀 수출 금지 조치를 언급하면서, 이러한 수출 금지 조치가 자국내 도시민들에게 환영을 받을 지 모르지만, 농민들에게는 농작물을 사상 최고가로 판매할 기회의 상실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인도네시아, 팜유 수출 재개에도 피해는 고스란히 농부들 몫…말레이시아 양계 농가는 수출 금지 해제 요구
인도네시아는 팜유 수출 금지 조치를 해제하였으나, 농민들은 여전히 수출 제한 조치로 인한 피해를 보고 있다. 인도네시아 농민들은 이미 자국 시장에 팜유가 과잉 공급되고 있기 때문에 국내 공급량을 보장하기 위한 국내시장 우선 공급의무(DMO, Domestic Market Obligation) 제도가 불필요하다고 지적하였다. 농민들은 국내시장 우선 공급의무로 인해 팜유 공장의 저장고가 팜유로 가득차고 팜유 원료인 생과송이(Fresh Fruit Bunches)의 판매량은 떨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인도네시아 자바(Java) 섬과 발리(Bali) 섬에서 팜유 가격은 정부 목표치인 리터당 1만 4,000 인도네시아 루피아(한화 약 1,225원) 미만으로 떨어졌으나, 여전히 다른 지역에서는 정부 목표치보다 높은 수준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팜유에 적용되는 수출세를 인하하여 팜유 수출량을 늘리고 2022년 7월 20일부터 바이오디젤(Biodiesel)의 팜유 혼합 비중을 35%로 늘리는 등 팜유 공급 과잉 문제 해결에 나설 예정이다. 

말레이시아에서도 닭고기 수출 산업이 침체되기 전에 수출이 재개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호르 양계협회(Johor Poultry Breeders Association) 라우 카 렝(Lau Ka Leng) 사무총장은 싱가포르가 냉동, 냉장, 가공 닭고기의 공급처를 말레이시아에서 인도네시아로 변경하면서 말레이시아 양계 농가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밝혔다. 2022년 6월 30일 싱가포르 식품청(Singapore Food Agency)은 수출 금지를 시행한 말레이시아 대신, 인도네시아, 브라질, 태국, 호주 등에서 닭고기를 수입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라우 카 렝 사무총장은 말레이시아산 닭고기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저렴하고 크기가 크지만, 싱가포르의 인도네시아산 닭고기 수입이 본격화될 경우 말레이시아산 닭고기를 다시 싱가포르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조호르 주의 양계 농가들은 싱가포르에 수출되는 닭고기 대부분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우 카 렝 사무총장은 말레이시아의 닭고기 공급량이 정상으로 돌아왔고 자급률이 114%에 달하기 때문에, 수출 금지 조치를 해제하지 않을 경우 국내 시장에 닭고기가 초과 공급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식량 수급 불안 속 아세안 역내 협력 강화 중요성 제기

전례 없는 글로벌 식량 위기 속 역내 상호 협력 촉진해야 할 아세안의 역할 부재
아세안(ASEAN, The 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이 식량 보호무역 정책을 실시하면서 생기는 회원국 간 갈등을 완화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아세안은 경제 공동체로서 식량 무역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다루기 위해 식량안보비축이사회(ASEAN Food Security Reserve Board), 곡물부문 작업반(ASEAN Sectoral Working Group on Crops), 식량사료조기경보시스템(ASEAN Rapid Alert System for Food and Feed) 등의 조직을 갖고 있지만, 정작 ASEAN 회원국들은 식량 안보 달성을 위해 각자도생하고 있다. 특히 ASEAN 회원국 간의 상호 식량 무역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ASEAN 이 회원국들의 식량 보호무역주의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 

ASEAN 회원국, ASEAN 차원에서 즉각 식량 위기 대처할 것 촉구
ASEAN 회원국 의원들은 ASEAN 에 각국 경제 장관 간의 회담을 주최하여 식량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하였다. 인도네시아 국회의원이자 ASEAN 인권의회(ASEAN Parliamentarians for Human Rights) 의원인 메르시 바렌드(Mercy Barends)는 ASEAN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기후변화, 코로나19로 인한 식량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회원국 공동의 해결책을 마련에 긴급히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ASEAN 인권의회는 2020년에 ASEAN이 통합 식량안보 프레임워크(Integrated Food Security Framework)를 채택하여 식량 비상사태와 구호 조치를 비롯한 식량 안보 달성 방안의 개요를 마련하였음을 상기시키면서, 식량 위기 대처에 ASEAN이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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