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이슈&트렌드

[이슈트렌드] 가이아나, 유전 개발 박차...영토 분쟁 점입가경

중남미 기타 EMERICs - - 2023/11/03

☐ 가이아나, 유전 개발 사업자 입찰 결과 발표

◦ 미국 엑슨모빌과 프랑스 토탈에너지스 등 선정 
- 가이아나(Guyana)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진행한 유전 개발 사업자 선정 공개 입찰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2015년, 미국계 에너지 대기업 엑슨모빌(ExxonMobil)의 탐사로 에세키보(Essequibo) 지역에 원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일약 남미 빈국에서 자원 부국으로 떠오른 가이아나는 2019년부터 원유 채굴을 시작했다. 이후 추가로 유전을 발견하면서, 가이아나 정부는 개발에 속도를 더하기 위해 다수의 사업자를 대상으로 공개 입찰을 진행했다.
- 이번 공개 입찰에서는 가이아나에서 가장 오랫동안 원유 탐사와 채굴을 한 엑슨모빌을 비롯하여 프랑스계 에너지 기업 토탈에너지스(Total Energies)도 사업 협상권을 얻었다. 그 외에, 가이아나 로컬 기업인 시스프로(SISPRO), 중동의 카타르에너지(Qatar Energy),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Petronas), 나이지리아의 IGI(International Group Investment) 등 전 세계 많은 에너지 기업이 가이아나 원유 개발 사업에 관심을 보였고, 우선 협상 대상자가 되었다.

◦ 인구당 원유 생산량 세계 1위 등극 가능성 있어
- 지금까지 탐사한 결과에 따르면 에세키보 지역에 매장된 원유는 최소 100억 배럴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가이아나는 2022년 말 기준 인구 약 81만 명 정도인데, 탐사 결과를 미루어 볼 때, 인구 1명당 원유 생산량(oil per capita)은 중동의 주요 산유국을 뛰어넘는 세계 1위 수준이다.
- 이처럼 막대한 매장량의 원유가 비교적 최근에야 발견되었고, 가이아나는 식민지 지배에서 벗어난 이후에도 수십 년 이상 남미 최대 빈국으로 남아있었기에 원유 탐사 및 개발 능력, 그리고 자본 모두 부족한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관련 개발을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 가이아나 정부는 외국 기업의 기술과 투자를 이용하려 하고 있다.

☐ 반발하는 베네수엘라... 에세키보 영유권 주장

◦ 오랜 분쟁 지역이었던 에세키보 지역
- 에세키보 지역이 에너지 업계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부상하는 가운데, 이를 달갑지 않게 바라보는 나라가 있다. 바로 가이아나와 국경을 맞댄 베네수엘라이다. 베네수엘라는 유전 발견 이전부터 에세키보가 베네수엘라의 영토라고 주장해 왔으며, 최근 가이아나가 유전 개발을 추진하자 가이아나 정부를 ‘베네수엘라의 자원을 훔치는 도적’이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가이아나(주황색), 가이아나 에세키보(붉은색), 그리고 베네수엘라(푸른색) 영토>
지도 출처: Google
 
- 현재 가이아나와 베네수엘라 사이의 국경은 지난 1899년 제1차 만국평화회의 당시에 있었던 중재재판에 의해 결정되었다는 것이 가이아나의 입장이다. 그에 반해, 베네수엘라는 1966년 제네바 협약에서 가이아나가 영토 분쟁에 관해 성실한 협의와 원만한 해결을 약속했으며, 그 이전에 결정된 사안을 영토권 주장의 근거로 삼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베네수엘라는 에세키보와 가이아나를 가로지르는 에세키보강이 전통적으로 가이아나와 베네수엘라를 나누는 ‘자연적 국경’이라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 베네수엘라, 국민총투표에 군사 훈련까지
- 가이아나 정부가 원유 개발에 박차를 가하자, 베네수엘라는 이전보다 노골적으로 가이아나에 적대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우선 가이아나가 에세키보를 ‘불법’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국민총투표를 실시하여 베네수엘라의 공식 입장으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투표에 부쳐질 안건을 자세히 보면 이미 가이아나가 베네수엘라의 영토 주권을 침해하고 있음을 전제로 한 질문으로 채워져 있다.
- 또한, 베네수엘라는 최근 베네수엘라와 에세키보 지역 사이 국경 지대에 군 병력을 증강하고 군사 훈련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베네수엘라의 행보에 대해 가이아나는 국민총투표와 군사 활동에 관한 질의를 보내 응답을 요구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는 이에 대한 답변을 거부하면서 양국의 갈등은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 국제 사회는 가이아나의 편

◦ 원유 개발 포기할 수 없는 가이아나
- 가이아나의 인구가 약 80만 명에 불과한 것에 비해, 베네수엘라의 인구는 가이아나 인구의 35배가 넘는 2,800만 명에 달한다. 베네수엘라가 지난 몇 년 동안 미국의 제재로 인한 경제 붕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는 하지만, 인구수에서 가이아나를 크게 앞지르고 있고 중국 및 러시아와도 친분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베네수엘라가 실제로 군사 행동에 나설 경우 이는 가이아나에 매우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이아나가 원유 개발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빈국 탈출의 유일한 열쇠가 원유 수출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9년 원유 채굴을 시작한 가이아나의 경제는 2020년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잠시 주춤하기는 했으나, 2021년 국내총생산(GDP, Gross Domestic Product) 성장률이 전년 대비 20%, 2022년에는 62%가 넘는 놀라운 수치를 달성했다. 2022년 GDP 성장률은 세계 1위였으며, 원유 개발이 진행되면 연간 GDP 성장률이 100%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 미국, ‘에세키보는 가이아나 영토’...국제사법재판소, ‘중재재판 결과 따라야’
- 가이아나가 자신 있게 원유 개발을 밀어붙일 수 있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미국계 에너지 기업 엑슨모빌이 에세키보에서 사업 중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역시 미국계 거대 에너지 기업 쉐브론(Chevron)도 가이아나 진출을 노리고 있다. 현재 미국계 기업이 미 정부와 불편한 관계에 있는 베네수엘라보다 가이아나에서 사업을 확장하기 훨씬 용이한 상황에서, 베네수엘라가 가이아나를 대상으로 한 무력 사용을 미 정부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여기에, 에세키보 영토 분쟁에 관해 베네수엘라가 국제사법재판소(ICJ, 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에 제기한 이의에 대해 ICJ는 ICJ의 전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 만국평화회의의 1899년 중재재판 결과를 따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결국, 베네수엘라가 기댈 수 있는 곳은 1966년 제네바 협약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 오랜 기간 지리한 공방이 오가는 곳이었던 에세키보 지역은 막대한 경제적 가치가 있는 유전이 발견되면서 중남미 최대의 영토 분쟁지로 떠오르고 있다. 아직은 베네수엘라가 실력 행사에 나설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경제적으로 큰 곤란을 겪는 베네수엘라가 에세키보 영토권을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베네수엘라의 우방국이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할 경우 자칫 에세키보 지역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앞으로 에세키보 지역을 둘러싼 양국이 서로간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 지켜보아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 감수 : 김영철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France 24, Guyana greenlights oil drilling in waters claimed by Venezuela, 2023.10.27.
Reuters, Exxon, TotalEnergies place bids on shallow-water Guyana oil and gas blocks, 2023.10.27.
CNBC, This is the world’s fastest-growing economy, and it could grow an ‘explosive’ 100%, 2023.10.26.
Loop News, Guyana wants clarity from Venezuela on military buildup on the borders, 2023.10.18.
Worldometer, Guyana Population, 2023.11.02.
United Nations, Border Controversy between Guyana and Venezuela, 2017.
BNN Network, Venezuela Escalates Territorial Dispute with Guyana: A New Chapter in Essequibo Contention, 2023.10.27.
Oil Now, Guyana-Venezuela land boundary was settled 124 years ago, 2023.10.29.

[관련 정보]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