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중남미, 엇갈리는 대이스라엘 외교 정책...비판론 우세

중남미 일반 EMERICs - - 2023/11/30

1

2

볼리비아, 이스라엘과 단교


가자지구 공격한 이스라엘 비난
이스라엘-하마스(Hamas) 전쟁이 중남미 국가들의 외교 정책에까지 여파를 미치는 가운데, 볼리비아가 이스라엘과 단교했다. 볼리비아 외교부(Ministerio de Relaciones Exteriores)는 루이스 아르체(Luis Arce) 볼리비아 대통령이 이스라엘과의 외교 관계를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고 알리면서, 앞으로 별도의 발표가 있을때까지 이스라엘과 대화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이유는 이스라엘의 가자(Gaza)지구 공격이었다. 볼리비아 외교부는 성명서를 통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주민에게 공격적이고 부적절한 군사적 위협 행위를 했다“고 말한 후, “이는 명백히 국제법에 반하는 대량 학살 행위이며 볼리비아는 이와 같은 이스라엘의 만행을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볼리비아는 팔레스타인 지역의 평화를 원하며 지금 가자지구에서 일어나는 무력 충돌을 즉시 멈추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중남미 국가로는 최초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공습한 후 여러 중남미 국가가 이스라엘을 향해 비판적인 입장문을 발표했지만, 외교 관계까지 단절한 것은 볼리비아가 처음이다. 다만, 볼리비아는 과거에도 이스라엘과 단교한 경험이 있기에 이번 결정이 어렵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볼리비아는 지난 2009년에도 이스라엘에 수교 중단을 통보한 바 있다. 이유는 이번과 마찬가지로 가자지구 공습이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군사 행동을 하자, 에보 모랄레스(Evo Morales) 당시 볼리비아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강력히 비난하며 모든 관계를 끊었다. 이후 자니네 아녜스(Jeanine Áñez) 전 볼리비아 대통령이 2020년 양국 관계를 복원하기까지 무려 11년 동안 볼리비아는 이스라엘과 교류하지 않았다. 그리고 볼리비아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양국 관계는 재수교 3년만에 다시 파국을 맞이했다.
볼리비아와 이스라엘의 향후 관계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드는 요소는 단교를 선언했던 모랄레스 전 대통령과 아르체 현 대통령이 오랜 기간 같은 당 소속이었으며 정치적으로도 같은 좌파 성향이었던 반면, 재수교를 결정했던 아녜스 전 대통령은 그와는 반대로 우파 성향이라는 사실이다. 또한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2024년에 있을 대선 출마를 선언했고 당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기 때문에 현 집권당이 계속 여당으로 남으면서 당분간 이스라엘과의 관계 회복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줄곧 이스라엘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여왔던 점을 감안하면 볼리비아가 이스라엘과 다시 수교하기 위해서는 아르체 대통령이 임기 종료 전 양국 관계를 회복시켜야 하는데, 자신이 직접 단교 지시를 내린 만큼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심지어 아르체 대통령이 양국 관계를 복원하더라도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당선된 후 다시 단교를 선택할 수도 있다.

콜롬비아, 칠레, 온두라스는 이스라엘 주재 대사 소환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 이스라엘과 대립각 세워
외교 관계를 끊은 볼리비아 다음으로 이스라엘과 가장 첨예하게 대립 중인 나라는 콜롬비아로, 아직 단교를 선언하지 않았지만 구스타보 페트로(Gustavo Petro) 콜롬비아 대통령이 직접 수교 중단 가능성을 언급할 정도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양국 관계가 험악해졌다. 그러나 전쟁 초기부터 지금같은 분위기는 아니었다. 시작은 주콜롬비아 이스라엘 대사관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한 페트로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면서부터였다.
개전 직후 이스라엘 대사관의 요구에 페트로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어린이와 주민의 인권 모두 중요하며, 폭력은 잘못된 것이기에 양측은 상대방에 대한 무력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마스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피한 페트로 대통령의 발언에 이스라엘 대사관은 페트로 대통령이 테러리스트를 옹호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그러자 콜롬비아 대통령실은 이스라엘 대사관이 페트로 대통령을 모욕했다고 반박하면서 이스라엘 대사에게 출국을 권유했다.
이렇게 시작된 콜롬비아와 이스라엘의 감정적 대립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옹호하는 국가에 무기를 수출할 수 없다고 선언하면서 격화되었다. 콜롬비아는 페트로 대통령 취임 이전까지 중남미에서 가장 친미 성향이 강한 나라로, 수십 년 넘게 자국 군대를 미국산과 이스라엘산 무기로 무장할 만큼 양국은 군사적으로 가까운 관계였다.
이스라엘이 무기 수출 중단을 결정하고 페트로 대통령에 대한 모욕적인 언사도 철회하지 않자, 콜롬비아 정부는 가자지구를 봉쇄한 이스라엘을 과거 독일 나치(Nazi)에 비유하며 강력하게 비난했다. 이어서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오랜 기간 되풀이되는 분쟁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거주민의 인권을 무시하는 강압적인 정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외교관 소환에 단교 시사까지
이스라엘과 언쟁을 벌이던 콜롬비아 대통령실은 볼리비아가 단교를 발표한 다음 날, 주이스라엘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한다고 발표하고 이스라엘 주재 대사관의 기능을 대폭 축소했다. 또한 페트로 대통령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팔레스타인 서안지구(West Bank)에 콜롬비아 대사관을 새로 개설할 것이라고 밝혀 콜롬비아가 팔레스타인에 좀 더 가까이 다가설 것임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페트로 대통령은 서안지구에 대사관을 여는 이유가 ‘이스라엘의 무차별적인 공격을 받는 가자지구 주민에게 인도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가자지구 주민을 위협하는 이스라엘이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힐난한 후, 필요하다면 이스라엘과의 단교도 불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칠레와 온두라스도 대사 소환
칠레 역시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이스라엘에 비판적인 입장에 좀 더 기우는 모습이다. 개전 초기 비교적 중립적으로 무력 사용 중단과 대화를 통한 평화를 기원하던 가브리엘 보리치(Gabriel Boric) 칠레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병원을 폭격했다는 소식이 보도되자 “이스라엘의 공격은 비무장 민간인을 겨냥한 전쟁 범죄“라고 말했다.
이후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교전이 계속되면서 보리치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직접 겨냥한 발언을 이어갔다. 물론 하마스를 옹호한 것은 아니며 이스라엘 국민을 노린 하마스의 공격이 정당화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이에 맞선 이스라엘의 대응도 “비난받아 마땅한 것“이라며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동일선상에 두었다. 더 나아가 봉쇄된 가자지구에 구호 물자를 보낼 계획이라고 발표하면서 언제든지 팔레스타인 주민을 지원할 준비가 되어있음을 시사했다.
보리치 대통령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서도 이 같은 입장을 고수했다. 보리치 대통령은 미국을 국빈 방문하여 정상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칠레는 필요하다면 가자지구를 지원할 것이며, 전쟁을 조속히 끝낼 수 있도록 미국이 이스라엘을 설득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또한 이스라엘이 반인륜적 군사 행동을 하고 있다는 칠레 정부의 입장도 밝혔다.
한편, 콜롬비아와 칠레가 이스라엘에 주재 중인 자국 대사를 소환한 것과 비슷한 시기에 온두라스 역시 이스라엘에서 대사를 불러들였다. 에두아르도 레이나(Eduardo Enrique Reina) 온두라스 외교부 장관은 공식 소셜네트워크 계정을 통해 “시오마라 카스트로(Xiomara Castro) 대통령이 주이스라엘 대사 철수를 결심했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가자지구에서 심각한 반인권적 행위가 일어나고 있으며, 그로 인해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큰 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해 이스라엘에 비판적인 온두라스 정부의 입장을 분명하게 표현했다.

이스라엘, 대사 소환한 국가 비판
단교 또는 대사 소환 조치를 당한 이스라엘은 즉시 해당 국가에 대해 비판적인 성명을 발표했다. 우선 볼리비아 외교부가 공식 성명을 발표한 당일, 이스라엘 정부는 외교부를 통해 “볼리비아는 테러리즘, 그리고 하마스를 지원하는 이란 하메네이(Sayyid Ali Hosseini Khamenei) 정권에 굴복했다. 이스라엘에서 대사를 소환한 것은 볼리비아가 테러 단체인 하마스의 편에 서겠다는 의미“라고 논평했다.
또한 대사를 소환한 콜롬비아와 칠레 등을 향해서도 깊은 유감의 뜻을 표했다. 이스라엘은 “콜롬비아와 칠레 정부가 하마스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하게 표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이스라엘은 콜롬비아와 칠레가 자국 시민에 힘쓰는 민주주의 국가를 지지하기를 희망한다. 이스라엘을 지지하지 않는 것은 하마스를 지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다소 위협적으로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 

베네수엘라와 쿠바, 이스라엘 반대 입장 표명

베네수엘라, 이스라엘 규탄
콜롬비아와 칠레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진행되면서 이스라엘과의 거리가 멀어진 반면, 베네수엘라는 전쟁 초기부터 이스라엘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니콜라스 마두로(Nicholas Maduro)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대량학살을 저지르고 있으며, 이츠하크 헤르초그(Isaac Herzog) 이스라엘 대통령과 요아프 갈란트(Yoav Galant)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을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범죄자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스라엘이 알아흘리(Al-Ahli) 병원을 폭격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즉각 외교부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베네수엘라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번 전쟁에서 팔레스타인 측을 지지하겠다는 의사도 표명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전쟁이 한창이던 시기, 마흐무드 아바스(Mahmoud Abbas)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베네수엘라는 팔레스타인의 편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팔레스타인에 30여 톤(t)에 이르는 인도적 구호물자를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쿠바도 팔레스타인 지지
쿠바 또한 베네수엘라와 마찬가지로 팔레스타인에 기울어진 스탠스를 취했다. 쿠바 정부는 개전 초기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향한 공격을 테러라고 규정하면서도,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국민은 별개이며 팔레스타인 국민이 하마스의 테러 행위로 인한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국민에 대한 보복 공격을 멈추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전쟁이 계속되면서 쿠바의 입장은 계속 팔레스타인 측에 치우쳤다. 미겔 디아스 카넬(Miguel Diaz-Canel) 쿠바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대해 오랜 기간 억압적인 행위를 했으며, 이번 전쟁의 시발점도 이스라엘의 잘못된 정책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은 명백한 대량학살 행위라고 규정하기도 했으며, 알아흘리 병원 폭격 소식 직후에는 이스라엘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카넬 대통령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쿠바 내의 반이스라엘 길거리 시위를 주도하기까지 했다. 쿠바 대통령실은 쿠바에 유학온 140여명의 팔레스타인 학생을 수도 아바나(Havana) 혁명광장(Revolution Square)에 초청해 팔레스타인의 평화와 시오니즘(Zionist) 정부의 학살 중단을 염원하는 콘서트를 개최하는 한편, “쿠바와 팔레스타인은 앞으로도 계속 형제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이곳에 유학온 학생들은 고향을 지키기 위한 의지를 다져야 한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투쟁을 강조했다. 더 나아가 카넬 대통령은 친 팔레스타인 시위대를 직접 대동하고 쿠바 주재 미국 대사관을 향한 길거리 행진을 이끌었다. 시위대는 이스라엘의 편에 선 미국을 ‘파시스트, 테러리스트’라고 비판했다.

반미 성향이 드러난 외교 수사
베네수엘라와 쿠바가 중남미 국가 중에서도 전쟁 초기부터 이스라엘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한 것은 두 나라와 미국 사이의 외교 관계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오랜 기간 중동 지역에서 이스라엘의 편에 섰고,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도 이스라엘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반면, 베네수엘라와 쿠바는 미국의 경제 제재로 큰 고통을 받는 대표적인 반미 성향 국가이기에 팔레스타인 측에 좀 더 기울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단적인 예로 얼마 전 UN 총회에서 쿠바에 대한 미국의 경제 제재를 규탄하는 결의안 채택 여부를 묻는 투표가 있었는데, 결의안 채택에 반대한 유일한 국가가 미국과 이스라엘이었다. 쿠바 입장에서는 그러한 이스라엘이 달갑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또한 베네수엘라 역시 미국의 경제 제제 이후 미국과 미국의 제재에 동참한 친미 성향 국가에 대한 반발심을 꾸준히 드러낸 바 있다.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중립 유지 노력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멕시코는 그 누구의 편도 아냐”
한편 멕시코 정부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후 줄곧 대외적으로 중립을 표방하고 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Andres Manuel Lopez Obrador) 멕시코 대통령은 전쟁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 회견 자리에서 멕시코는 그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을 것이며, 다만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사이의 갈등이 조속한 시일 내에 평화롭게 해결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멕시코는 평화를 지향하며, UN이 나서서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러한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발언에 이스라엘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스라엘 정부는 주멕시코 이스라엘 대사관을 통해 “멕시코가 이번 전쟁에서 보다 확실한 입장을 정하지 않은 데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중립을 언급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테러리즘을 지원하는 행위“라는 표현으로 오브라도르 대통령을 상당히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나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자신을 향한 이스라엘의 비판에도 중립 스탠스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대사를 소환한 콜롬비아, 칠레, 온두라스와는 달리 자국 대사를 이스라엘에 남겨두었으며, 공식 성명을 통해 “멕시코가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단절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단교를 선택한 볼리비아와도 다른 행보를 걸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지금 일어난 상황에 비통함을 감출 수 없다”며, “멕시코는 다만 비인간적이고 비인도적인 전쟁이 끝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하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멕시코의 입장 변화는 없을 것임을 강조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 비판한 룰라 브라질 대통령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공격적인 표현을 아끼는 방법으로 중립을 표방했다면, 룰라 다 시우바(Luiz Inácio Lula da Silva) 브라질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가리지 않고 비인간적인 행위를 비판하는 방식으로 중립에 가까운 외교 노선을 타고 있다. 룰라 대통령은 우선 이스라엘을 공격한 하마스를 향해 테러 집단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하지만 이후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사망하자 이번에는 이스라엘이 무고한 민간인을 학살하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한편 룰라 대통령은 전쟁을 하루빨리 끝내야 하는 이유로 “그곳에서 중남미 국민이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라며 자국민과 중남미 이웃 국가 주민의 안전을 먼저 고려하는 발언을 했다. 그리고 전쟁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국민 중 민간인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며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과 유사한 입장을 취하기도 했다. 또한 룰라 대통령은 멕시코와 마찬가지로 이스라엘과의 대화를 단절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실제로 룰라 대통령은 최근에도 인질로 납치된 자국민을 구출하기 위해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는 등 이스라엘 측과 계속 협력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가자지구 사태에 우려 표명…유대인에 대한 반발심은 커져
아르헨티나 역시 브라질과 유사한 중립 전략을 취하고 있다. 개전 초기 아르헨티나 정부는 하마스의 공격이 명백한 테러리즘이라고 규정하면서, 아르헨티나는 이스라엘의 자기 방어권을 존중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약 3주 후에는 가자지구 피난민 캠프를 향했던 이스라엘의 공습을 규탄하는 성명을 내놓았다. 또한 가자지구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국민의 안위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아르헨티나 정부의 이러한 중립적 스탠스와는 별개로, 아르헨티나 내에서는 유대인에 대한 반발 심리가 커지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중남미에서 유대인 커뮤티니가 가장 큰 나라인데, 최근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주거용 건물에 신원 미상의 인물이 유대인 거주지 표식을 하고 도주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에 더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후 한 달 동안에만 유대인을 대상으로 한 위협 행위 신고 건수가 100건을 넘었다. 2022년 한 해 동안 접수되었던 신고 건수가 420여 건이었던 점을 감안 시, 이번 전쟁으로 아르헨티나 내에서 유대인에 대한 적개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파라과이, 과테말라, 파나마는 친이스라엘

이스라엘 지지 천명한 파라과이
많은 중남미 국가들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중립 또는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입장을 발표했지만, 이스라엘에 친선의 손길을 내민 나라도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파라과이이다. 산티아고 페냐(Santiago Pena) 파라과이 대통령은 개전 직후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과 유선으로 대화를 나누었으며, 이스라엘이 이번 전쟁을 잘 이겨내기 원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한 페냐 대통령은 파라과이가 미국, 이스라엘과 연대하고 있으며, 평화를 위협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한다고 말해 친이스라엘 성향의 외교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페냐 대통령의 친이스라엘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페냐 대통령은 취임 직후에도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Jerusalem)에 파라과이 대사관을 개설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전쟁이 발발하고 나서도 대사관 개설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이에 더해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Asuncion)에서는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유대인 커뮤니티의 집회가 개최되는 등, 적어도 중남미에서 파라과이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서 가장 확실하게 이스라엘의 편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과테말라와 파나마는 하마스 비판 후 추가 언급 없어
한편 전쟁 발발 후 과테말라와 파나마는 하마스의 공격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양국 모두 이스라엘 국민을 향한 공격에 완강히 반대한다고 하면서, 이스라엘 국민의 자주권과 생존권을 존중한다고 언급했다. 더불어 빠른 종전을 위해 이스라엘과 연대할 뜻이 있음을 밝혔다.
과테말라와 파나마 정부는 전쟁이 계속되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는 도중에도 특별히 이스라엘에 대한 대립각을 세우지는 않고 있다. 전반적으로 이들 두 나라는 다소 이스라엘에 기운 중립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평소 외교 정책에 따라 대응 엇갈려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한 중남미 각국의 반응과 성명은 전쟁 전부터 이어진 각국 정부의 외교 기조가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친이스라엘 행보에 가장 앞장선 파라과이는 중남미에서 유일하게 대만과 수교를 유지하고 있는 친미 성향 국가인데, 이러한 외교 정책이 이스라엘에 대한 스탠스에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페냐 파라과이 대통령은 이스라엘 지지 성명을 내면서 미국-이스라엘-파라과이 동맹을 언급했다.
그와는 반대로 이스라엘을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베네수엘라와 쿠바는 오랜 기간 미국과 앙금을 쌓았던 관계이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이스라엘 비판 성명에서 제국주의를 언급하면서 명백하게 미국을 겨냥하는 표현을 사용했고, 카넬 쿠바 대통령은 친팔레스타인 시위대와 함께 직접 미국 대사관까지 행진하는 반대 시위를 이끌었다.
볼리비아의 경우, 현 집권당이 과거 이스라엘과 단교했던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소속된 당이다. 그 외 콜롬비아, 칠레 등 자국 대사를 소환한 나라는 좌파 성향으로 평가받는 정부가 들어서 있다. 또한 이스라엘에 대한 분명한 지지 의사 표명을 거부한 멕시코와 브라질 정부도 좌파 성향으로, 평소 미국의 영향에서 벗어나 중남미 국가들이 자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각국의 대외 외교 정책 방침을 다시 한번 확인해 준 계기가 되었다. 다만 파라과이의 예와 같이 이스라엘 지지 의사를 표현하는 의견은 소수에 그치고 있으며, 대부분의 중남미 지역에서 비판론이 대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1213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목록